닌타마/썰

[하마미키] 무로마치 로미줄리

닌란(NINRAN) 2021. 3. 8. 00:32

**무로마치 로미줄리 하마미키 어쩌고

**켐잇의 큰아들 슈이치로와 몬센의 큰딸 미키에몬은 서로 사랑을 하지만 이어질 수 없는 운명

**하마 슈이치로 중심으로 이어지는 썰

**공식에 기반하는건 초반의 슈이치로 설정이고 나머지는 다 뇌피셜임. 

 

 

 

(배경지식)

 

요우구= 잘나가는 닌자 유파 중 하나. 현재 두령은 케마 토메사부로. 카이케이와는 백년전부터 이어져온 경쟁상대이자 질긴 악연. 차기두령은 하마 슈이치로. (왜 성이 하마인지는 뒤에 설명)

 

카이케이= 요우구와 마찬가지로 잘나가는 닌자 유파 중 하나. 현재 두령은 시오에 몬지로. 차기두령은 시오에 미키에몬.

 

***

 

 

하마 슈이치로의 조상은 대대로 닌자가문으로 성을 지키는 닌자대에 소속되어 있었다. 그러나 증조 할아버지때부터 성이 몰락하여 더이상 농성할 수도 없는 성 주변을 서성이며 돌아다녔다. 이윽고 증조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정말로 혼자가 되었는데 그 나이가 열살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하나같이 손가락질을 했다. 부모도 없는것. 꼬질꼬질한 상태로 마을을 돌아다니면 성주님이 뭐라고 하실거다. 썩 꺼지지 못해. 모진 말을 들어도 슈이치로가 마을을 떠나지 않은 이유는 증조할아버지와의 추억 때문도 있지만 절대로 꿋꿋히 버텨서 꼭 살아남아서 멋진 닌자가 되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그러나 어린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은 고작해야 허드렛일을 하며 작은 돈을 벌어 입에 풀칠하는 정도다. 어느때처럼 슈이치로는 시장에서 찐빵 하나를 겨우 사서 조심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누군가와 부딪혔다. 찐빵은 그대로 굴러 떨어져 먹을 수 없게 되었다. 불운이다. 

 

슈이치로는 화가 났지만 또 거지 하나가 옷을 더럽혔다며 자기를 구박할 생각에 눈을 꾹 감고 몸을 움츠렸다. 그러나 부딪힌 사람은 슈이치로와 눈을 마주치고 어깨를 잡고 그에게 다른 찐빵을 쥐어주었다. '미안해. 내가 앞을 좀 더 제대로 보고 다녔어야 했는데.' 그것이 슈이치로와 이사쿠의 첫만남이다. 

 

이사쿠는 요우구 유파의 두령의 아내로 실질적인 2인자다. 필요한 약재를 사기 위해 잠시 시장을 들렀는데 그곳에서 슈이치로와 마주친건 우연이라고 할 수 있겠다. 찐빵을 허겁지겁 먹는 슈이치로는 감사하다는 인사를 빼먹지 않았다. 아무리 부모가 없어도 증조할아버지한테 배운 기본예절은 지키고 있다. 이사쿠는 어린 슈이치로의 모습을 보았다. 떡진 머리, 너덜너덜해진 옷, 상처투성이 몸, 때묻은 얼굴.... 이사쿠는 의사도 겸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어린 아이가 보살핌도 못받고 죽어가는 몰골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얘야, 같이 가지 않겠니?"

 

슈이치로는 갈등했다. 증조할아버지의 무덤도 지켜야하고 이 고향도 지켜야만한다. 그러나 이곳에서 계속 살면 언젠가 자신도 배고픔에 허덕이다 얼마 못 가 증조할아버지 옆에 묻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뇌리에 스쳤다.  그 생각을 하니 갑자기 눈물이 후두둑 떨어져 왕 하고 울어버렸다. 이사쿠는 놀라서 슈이치로를 안아들고 달래주었다. 그렇게 이사쿠가 상냥하게 말을 걸어주니 슈이치로가 울음을 멈추고 작게 끄덕였다. '자 그럼 집으로 돌아가는거다?' '응' 

 

처음 본 요우구 저택은 화려한 귀족의 행렬이었다.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깔깔대고 웃었는데 그것이 마치 자신을 욕하는것처럼 들려서 슈이치로는 기분이 나빠졌다. 그래도 꾹참고 이사쿠의 손을 잡고 점점 안으로 들어갔다. 먼저 목욕을 하고 옷도 깨끗한 것으로 갈아입고 밥도 많이 먹었다. 처음이었다. 이런 대접을 받은건. 

 

비단결이 느껴지는 옷에서는 희미한 약초 냄새가 났다. 이사쿠가 가져온 약초의 냄새가 살짝 베어있는 걸지도 모른다. 이사쿠는 고까옷을 입은 슈이치로에게 이리오라고 손짓하며 슈이치로의 손을 잡고 요우구 저택의 가장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요우구의 두령. 케마 토메사부로가 있었다. 

 

'너는 사람이 너무 좋아서 탈이다' 약간의 투덜거림도 있었지만 이사쿠는 그럴지도 모른다며 생글생글 웃었다. 저택 가장 안쪽의 방에 앉아있는 두령의 모습은 가히 두령이라고 할만했다. 크고 우람한 체격, 짙고 각진 눈썹, 그리고 길게 뻗어있는 큰 코. 약간 이국적으로 생긴 것도 매력이다. 슈이치로는 처음으로 높은 사람을 보았다. 저절로 허리가 굽어져 무릎을 꿇고 절을 올리려고 하자 토메사부로가 일어나 성큼성큼 다가왔다. 

 

"겉치레는 됐다. 이제부터 가족이 될테니까."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구부려 한껏 편안한 표정으로 상쾌하게 웃는 두령의 모습은 오랜만에 본 아버지의 얼굴과 비슷했다. 이렇게 좋은 대접을 받아서 감사하다 못해 송구스러울정도인데 가족이 되라니. 슈이치로의 가족은 증조할아버지뿐이다. 물론 부모님도 가족이지만 자신을 돌봐주고 누구보다 가까이 있었던 증조할아버지를 더 가족처럼 생각했다. 이렇게 빨리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과 가족이 되는건 사양이다. 그래도 이사쿠도 이 두령도 나쁜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선택권이 없다시피해서 슈이치로는 아주 잠깐 이곳에 머물기로 했다. 자기 생일에 이곳을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

 

그렇게 6년이 흘러버렸다.(슈이치로는 어지간히 요우구 저택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슈이치로의 성은 '하마'로 양아버지인 '케마'의 성을 따르지 않았다. 6년이 흘러버린 지금도 슈이치로는 하마 슈이치로이지 케마 슈이치로가 되지 않았다. 그것은 증조할아버지에 대한 마지막 예절이었다. 이대로 몸도 마음도 이름까지도 요우구에 물들어버리면 증조할아버지를 기억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될테니 성만큼은 하마로 있게해달라고 토메사부로에게 빌었다. 다행히 토메사부로는 그런거에 연연하지 않는 성격이라 시원스럽게 고민을 넘겼다. 

 

6년이라는 세월동안 슈이치로는 요우구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닌법, 체술, 예절.... 그사이 슈이치로도 많이 커서 멀리서 보면 토메사부로와 똑닮았다. 진하고 각진 눈썹, 토메사부로처럼 매서운 눈은 아니지만 적당히 날카로움이 살아있는 눈매다. 그리고 길게 내려온 코는 토메사부로와 똑같다. 그래서인지 밖에 나갈때는 정말 친아들처럼 보였다. 그럴때마다 슈이치로는 진짜 아들이 아니라며 해명했지만 냉큼 달려온 토메사부로가 '많이 컸죠? 저를 닮아서인지 하루하루 잘생겨지고 있다니까요' 따위의 말을 하며 진짜아들처럼 대해주었다. 친아들도 있으면서 그렇게 잘해주면 괜히 기대해버린다. 

 

"차기 두령은 슈이치로다."

 

정말로 차기두령이 될줄은 몰랐다. 친아들이자 쭉 아버지를 존경해온 사쿠베라는 멋진 아들이 있으면서 어째서 자신을 지목한건지 궁금했다. 그래도 사쿠베는 그 결정을 겸허하게 받아들었고 토메사부로도 어서 돌아가라며 두 아들을 방에서 내보냈다. 사쿠베는 '형님 잘되셨네요! 형님이 되실거라 생각했어요' 라고 말했지만 붉은기가 가시지 않은 눈시울이 그의 마음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차기두령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시장에서 멋진 여인을 만났다. 밝은 갈색머리에 투명한 피부, 붉디붉은 눈동자까지... 어디 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시장에서 살짝 마주친 여인이라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갈길을 가려다가 마주치고 말았다.  정말 드라마틱한 일이었다. 슈이치로를 호위하는 두 닌자들이 그 여인에게 다가가 칼을 겨누는 것이다. 화들짝 놀란 슈이치로는 부하들을 말리고 여인에게서 떨어지게 했다. 닌자들은 저절로 멀어졌고 꽤나 멀리서 슈이치로와 여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인은 얼굴을 제대로 들지 않고 고개를 까딱거리며 감사의 말을 건넸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아뇨..."

 

맑고 명쾌한 목소리도 작은 종소리같아서 매력적이다. 요우구의 차기두령이라는 직함은 어디에 버린건지 기름칠 안한 기계처럼 삐걱대며 여인과 말을 주고받았다. 뒤이어 여인이 고개를 들었고 잔뜩 긴장한 남자를 보고는 그 홍과처럼 붉은 눈을 두어번 깜빡였다. 꽃바람이 불어와, 두 사람을 감싸안았다. 봄내음이 가득한 다리 위에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기가 부끄럽다. 열여섯의 사랑은 시큼하고 약간의 쌉쌀함이 섞여있다.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지만 확실히 이 두 사람은 한눈에 반했다.

 

-

 

요우구와 카이케이의 두령회의가 있는 날, 슈이치로도 짐을 싸들고 아버지인 토메사부로의 뒤를 따라 두령회의에 참가했다. 각 유파의 차기두령을 소개하는 날이기도 했다. 카이케이 저택에 도착한 요우구측 사람들은 토메사부로를 따라 저택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슈이치로가 열살무렵에 토메사부로를 봤던 것처럼 거만하게(또는 듬직하게) 앉아있는 카이케이의 두령 모습이 보였다. 다크서클이 눈밑을 점령하여 꽤나 퀭한 몰골이지만 우렁찬 목소리는 건강함을 말해주는 것 같다. 슈이치로는 토메사부로의 뒤에 딱 달라붙어서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이윽고 차기두령을 소개하는 시간이 돌아왔다. 카이케이의 두령 시오에 몬지로는 북쪽에, 요우구의 두령 케마 토메사부로는 남쪽에 섰다. 뒤에는 어린나이(라고 하기에는 뭐하지만 이시대에는 충분히 어른인 건장한 청년)의 차기두령이 있다. 슈이치로는 살짝 긴장 됐는지 마른 침을 꿀꺽 삼켰고 몬지로와 토메사부로의 말에 맞춰 모습을 천천히 드러냈다. 

 

아뿔싸. 카이케이의 차기두령의 모습이 너무나 익숙하다 못해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는 얼굴을 하고 있다. 밝은 갈색머리에 투명한 피부, 그리고..... 모든 것을 태워버릴 홍염의 색을 타고난 눈동자. 꾹 다문 입과 또렷한 눈매, 살짝 인상진 표정은 아버지를 꼭 닮아있었다. 

 

"카이케이 16대 두령이 될 시오에 미키에몬입니다."

"요우구 16대 두령이 될 하마.... 케마 슈이치로입니다."

 

두령이 된다면 이제는 요우구의 케마家로써 살아가야할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부터 연습하자. 그렇게 생각하고 내뱉은 말은 그대로 상대방의 귀에 도착했다. 슈이치로는 조약의 내용을 곰곰히 생각했다. 내가 이 자를 사랑해도 되는 것인지에 대해 계속 생각해보았다. 

 

아아, 닌자의 운명은 어쩜 이리도 비극적이란 말인가! 하필이면 그 카이케의 차기두령과 사랑에 빠질게 뭐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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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이어서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