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이레/시리즈

[이나아레] 지지마라! 캡틴!! -03

닌란(NINRAN) 2024. 2. 3. 19:33

*시리즈물

*회지가 될뻔한 것 무료공개

*캐붕이 있을 수 있으니 캐해가 안맞으면 뒤로가기

*19년도에 쓴거라 이상할 수 있음. 퇴고 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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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 학교의 기념품을 자랑하는 사이 합숙의 방에 있는 큰 대형 tv가 지지직 거리며 아까 낮에 봤던 남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6명의 캡틴들은 tv를 킬 생각도 안 하고 있었기 때문에 tv가 켜진 걸 보고 깜짝 놀랐다. 화면에 있는 남자는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새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되었으니 어서 준비하고 나오라며 프로그램 진행을 알린 후, tv는 다시 꺼졌다. 아무래도 이곳에 있는 가전기기는 모두 그 남자가 조종하는 것 같았다.



 "일단 나가야 하는 거겠지...?"

 

 미치나리는 아직까지 미심쩍은 표정을 하며 손가락으로 문을 가리켰다. 다른 캡틴들도 숙덕숙덕 이야기를 하더니 밖으로 나가기로 결정했다. 놀랍게도 문 밖에는 방금까지 티브이 앞에 있었던 주최자가, 그 남자가 서있었다. tv안의 영상은 이미 찍어놓고 녹화한 걸 틀어서 보여준 건지 아까와 전혀 다른 복장을 하고 있었다. 말끔한 정장을 입은 것이 아니라 무슨 탐사대에나 나올법한 옷을 입은 것이다. 그 주위에는 키가 작은 사람들이 두 명 정도 있었는데 나이로 따졌을 때는 20대는 돼 보였다.



 "지금부터 하게 될 프로그램은 이것입니다!"



 남자는 손을 팔을 활짝 피며 위풍당당한 포즈를 취했다. 옆에 있는 키가 작은 사람들은 주위에 꽃가루를 날리며 프로그램명을 발표했다.



 "보물... 찾기?"

 "네 맞습니다. 바로 보물 찾기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무슨 보물이 있다고..."

 "보물은 저기 산에 숨겨놓았습니다. 총 6개를 숨겨두었으니 모두 하나씩 가지실 수 있습니다."



 어쩐지 그래서 복장이... 아이들은 남자의 복장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지금 보니 남자뿐만 아니라 같이 온 키 작은 사람들도 비슷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물론 재미는 있을 것 같지만 누구 한 명이 용기 있게 어서 해보자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무래도 남자의 행동이 아직까지 의심스러웠기 때문인 것 같았다. 특히나 미치나리, 세이류는 더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이런 행동을 하는 것에 불만이 있는 사람은 없었지만 반대로 보물 찾기를 하자고 둘을 이끌어 가는 사람도 없었다. 즉 다시 말해 이 합숙에는 '캡틴'이 없었다. 물론 재밌을 것 같다며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이 합숙을 누구보다 기대했던 타츠야와 시로가 눈을 반짝이며 '보물찾기'에 열의를 기울였다.



 "재밌겠다! 보물 쪽지를 찾으면 되는 거죠?"

 "아니요 쪽지가 아니라 정말 보물입니다. 이렇게 생긴 상자에 담겨있습니다."



 남자는 하인 두 명을 부려 그림을 가져오라 시켰다. 키가 작은 사람 중 하나는 남자에게 스케치북을 건네주었고 남자는 상자 그림을 펼쳐 들었다. 생각보다 매우 허술하게 생긴 상자였고 덤으로 그림 실력도 엉망이었는지 상자라는 것을 간신히 알아맞힐 정도였다.



 "저...걸 찾으면 된다는 거죠..?"



 상자 그림을 보니 살짝 걱정이 된 타츠야는 띄엄띄엄 말했고 시로는 여전히 재밌을 것 같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6명 중 벌써 2명이 찬성을 해버렸으니 어쩔 수 없이 가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다른 4명은 자연스럽게 2명을 따라가게 되었다. 



 "제한시간은 해가 지는 그 순간까지입니다. 보물 찾기가 끝나면 시상식과 저녁식사가 있으니 그것도 기대해 주세요!"

 "그럼 보물을 찾아서 바로 이곳으로 돌아오면 된다 건가?"

 "네 맞습니다. 역시 제국학원의 주장은 눈썰미가 다르군요."



 어쩌다 보니 장단에 맞춰준 사쿠마는 칭찬에 살짝 우쭐해져서 팔짱을 끼더니 후훗 거리며 웃었다. 남자는 그럼 시작을 해달라며 호루라기를 불었고 6명의 캡틴들은 산속으로 들어갔다.



-



 "거긴 어때?"

 "여긴 없어요."

 "혹시 물가에 있는 건 아닐까?"

 "에이 설마~"



 결국 다 같이 찾게 된 '보물찾기'. 어떤 보물이 있을지 기대돼서 찾는 것도 있지만 산속이다 보니 오래 있을 수는 없으니 빨리 찾아서 별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 남자는 그걸 알고 일부러 산속에 숨겨둔 것이라 생각하는 애들도 있었다. 



 "애초에 이런 그림으로 어떻게 찾으라는 거야."



 미치나리는 종이를 유심 있게 살펴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미치나리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남자의 괴상한 그림실력에 상자는커녕 상자 비슷한 것조차 찾지 못했다. 각자 모두 나름대로 이것저것 찾아보던 도중 타츠야는 드디어 발견을 했는지 큰소리로 모두를 불렀다.



 "어 찾았어!"

 "뭐? 어디 어디?"



 타츠야 주변에 있던 사람은 세이류였다. 세이류는 타츠야 쪽으로 다가갔고 타츠야는 저 멀리 나뭇가지 사이에 있는 상자를 가리켰다. 이쪽에 있는 그림과 사뭇 다르지만 면이 6개라는 것과 색깔은 같았다. 괴상한 그림 탓이라고 생각하며 타츠야는 저 상자가 보물이 맞을 것이라며 확신을 했다. 세이류는 너무 멀고 위험하다며 말렸지만 타츠야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타츠야에게는 곧 해가 질 텐데 하나라도 먼저 찾아서 빨리 돌아가는 게 중요했던 것이다.

 

 "괜찮아. 내가 가서 가져올게,... 으억!"

 "키야마!"



 타츠야가 한 발자국 떼자 땅은 푹하고 꺼졌고 그대로 타츠야는 발을 헛디뎌서 굴러 떨어지게 생겼다. 세이류는 그런 타츠야의 손을 잡았고 그렇게 둘 다 사이좋게 아래로 떨어졌다. 떨어지면서 소리를 내지르려 했으나 소리도 못 지르고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는 바람에 소리도 못 내고 떨어져서 주위 사람들은 그 둘이 아래로 굴러 떨어진 것을 알지 못했다.



 "아야야... 괘, 괜찮아? 미안해. 나 때문에 괜히..."

 "아, 아냐 괜찮아. 그나저나 상자는?"

 "아니 저기 저 나무 위에 걸려있어."

 "이런..."



 타츠야는 세이류를 일으켜 세워주었고 상자가 걸린 나뭇가지를 가리켰다. 둘 다 땅에서 굴러서 꼴이 말이 아니었다. 흙과 나뭇잎 투성이인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두 사람은 서로 머리에 붙은 나뭇잎을 떼어주며 어색한 공기를 풀어갔다. 타츠야는 계속해서 나뭇가지 상자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타츠야의 심정을 알아차린 건지 세이류는 나무를 흔들어보면 상자가 떨어지지 않을까? 하고 제안했다. 타츠야는 좋은 생각이라며 그 부드러운 빨간 머리칼이 흔들리며 눈을 반짝였다. 



 "좋아 그러면 어서 해보자! 내가 이쪽을 잡을 테니까 네가 저쪽을 잡아줘."

 "그래!"



 둘은 사이좋게 나무기둥을 흔들어보았다. 그렇다고 해서 산 깊숙이 뿌리내린 나무가 흔들리지는 않다. 그런데 마법같이 상자는 스멀스멀 떨어지기 시작했고 둘의 우정에 보답하기로 하듯 상자는 이만 툭하고 세이류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아까의 노사카와의 해프닝도 그렇고 보물 찾기도 그렇고 세이류는 오늘따라 일진이 사나운 건지 고생이 많았다.



 "아얏!"



 상자는 세이류의 푹신한 머리 위로 안착하더니 스르르 내려가 바닥에 떨어졌다. 세이류는 상자가 있던 정수리를 매만지면서 눈물을 찔끔 흘렸다. 타츠야는 그런 세이류를 보고 멋쩍게 웃고는 다시 땅에 떨어진 상자를 들어 올렸다. 겉보기에는 정말 평범한 파란색 상자였다. 타츠야는 상자를 귀에 가져다 대고 흔들어보았다. 뭐가 있는 건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났고 금은보화 까지는 아니더라도 이것이 그 남자가 말한 보물이라는 것은 알게 되었다.



 "그 사람이 말한 보물이 맞는 것 같은데?"

 "빨리 열어보자!"



 타츠야와 세이류는 나무 기둥에 기대 사이좋게 앉았다. 타츠야는 먼저 세이류보고 열어보라고 했지만 세이류는 손사래를 치며 상자를 발견한 타츠야가 여는 게 좋겠다며 거절했다. 타츠야는 정말 후회하지 않겠냐며 확인차 또 물어보았으나 이미 그의 얼굴은 빨리 상자를 열고 싶은 표정으로 가득했다. 세이류는 정말 괜찮다며 웃었고 타츠야는 아랑곳하지 않고 상자를 열었다.



 "뭐가 들어있어?"

 "어... 녹음기? 테이프?"

 

 타츠야가 상자 안에서 찾아낸 것은 손바닥만 한 녹음기였다. 그 안에는 테이프가 들어있었으며 그 어떠한 메모도 적혀있지 않았다. 둘은 서로 쳐다보며 정말 이게 그 보물인지 의아해했다. 확실히 상자는 똑같았고 꽝이라면 꽝이라는 종이라도 들어있어야 했는데 그 어떠한 것도 없고 그냥 녹음기만 있었다. 



 "일단 켜볼게."

 "그, 그래."



 타츠야는 무덤덤하게 녹음기를 켰고 오늘따라 많은 고생을 당한 세이류는 움찔했다. 



 -야 이거 정말 켜지는 거 맞아? (히로토의 목소리다.)

 -그렇다니까. 아 히로토! 벌써 빨간불 켜졌잖아! (류지 네 말대로 히로토는 열심히 하고 있구나.)

 -타츠야? 거기선 잘 지내고 있어? 우린 아주 건강해. (응 나도 잘 있어 레이나.)

 

 녹음기의 정체는 에이세이 팀이었다. 녹음기에서 전해지는 동료들의 목소리에 타츠야는 말이 없어졌다. 녹음기 켜진지도 모르고 왁자지껄 떠드는 히로토와 나구모, 찬찬히 설명해 주는 레이나와 류지, 그 말고도 다른 아이들도 한 마디씩 거들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모르지만 타츠야에게만큼은 이것은 보물임에 틀림없었다. '캡틴이 없으니까 축구부 꼴이 말이 아니야~' 빨리 돌아오라고 말해주는 류지, '그사이 이상한 녀석한테 꼬인 건 아니겠지?!' 말은 거칠어도 속으로는 걱정해 주는 히로토, '타츠야의 빈자리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어' 나긋한 목소리로 상황을 전달해 주는 레이나까지... 다들 한 마디씩 하더니 테이프는 끊겼다. 테이프가 끊긴 지 한참이 되어도 타츠야는 그 자리에서 가만히 아주 가만히 에이세이 부원들 생각이라도 하는 듯 생각에 잠겨있었다.



 "저기 키야마..."

 ".... 애들한테 미안하다."

 "응?"

 "물론 애들과 축구하는 건 즐겁지만 사실 사고도 많고 중재하는 것도 피곤해서 이런 합숙 정말 오고 싶었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이렇게 애들 목소리를 들으니까 죄책감이 들어. 역시 같이 있는 게 나았을까?"

 

 세이류는 타츠야의 말에 침묵을 이어갔다. 타츠야의 마음이 이해가 가기 때문이었다. 캡틴으로서 부원들을 잘 이끌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들도 어차피 동년배의 친구이다. 그렇기에 이런 합숙도 필요했던 거지만 , 그곳에서 그리운 동료들의 목소리를 듣는다면 어떤 캡틴이라도 돌아가고 싶어 한다. 



 "걱정 마. 에이세이의 모두도 키야마가 합숙에 가기를 원했잖아. 애들도 합숙에서 재밌게 보내라고 말해줬고 다만 없으니까 허전한 거 아닐까?"

 "... 그렇겠지?"



 타츠야는 얼굴을 들어 세이류를 바라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5일을 못 보게 될 친구들이지만 이렇게 목소리라도 들으면 힘이 난다. 타츠야뿐만이 아니라 여기 있는 모두가 그럴 것이다. 세이류는 먼저 보물을 찾은 타츠야가 부러워졌다. 저게 보물이라면 모든 사람들도 부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미즈카미야군것도 찾자 어서."

 "그러네."



 타츠야는 바닥을 털고 일어나서 세이류를 향해 손을 뻗었다. 부원들의 목소리가 담긴 파일이라니 이보다 더한 보물은 없을 것이다. 세이류는 타츠야의 손을 잡고 다시 몸을 일으키려 하자 또다시 나무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이번에도 그 그림과 비슷하게 생긴 상자였으며 이번에도 똑같이 세이류의 머리로 떨어졌다. 이번에도 아픈지 세이류는 몸을 일으켜서 상자를 떨궜다. 이번에는 소리도 못 지르고 속으로 으으.. 거리며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타츠야는 떨어진 상자의 내용물을 확인해 보았다. 이번에도 같은 녹음기가 들어있었다. 다만 어떤 학교의 것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녹음기 틀어볼까?"

 "하지만 다른 사람의 것이면 어떡해."

 "세이쇼일지도 모르잖아!"



 타츠야는 기쁜 얼굴로 녹음기의 버튼을 눌렀다. 기쁜 표정의 타츠야와 달리 세이류는 살짝 긴장한 듯 보였다. 다른 사람의 것이라면 오히려 박탈감만 생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자기도 모르게 세이류는 침을 꿀꺽 삼켰고 녹음기에 귀를 기울였다.



 -캐애애애틴!!! (아 이건 사소츠카 목소리다.)

 -하이자키 어서와봐! (오리오? 하이자키도 있는건가?)

 -나도 알아. 잡아당기지마! (라이몬에 있는 줄 알았는데 아직 안 간 모양이네.)

 -거긴 어때? 재밌어? (너희들이 좀 보고 싶은 거 빼고는 재밌어.)

 -캡틴이 해준 스케줄 다 끝내고 녹음하는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사오토메의 말은 사실 잘 믿을 수 없단 말이지...)



 녹음기의 내용이 끝나간다. 그렇기 긴 내용도 아니었고 정말 5분 정도의 길이의 짤막한 녹음이었다. 다들 한 마디씩 해주는 시간이 너무나 짧게 느껴졌다.  어쩌면 앞으로 5일 동안 다시는 듣지도 보지도 못할 것이었기 때문에 더 그리워졌다. 캡틴끼리의 합숙은 재밌지만 그래도 동료들과 또 함께 온다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이네. 역시 세이쇼일 거라 생각했어."

 "다른 애들도 다 똑같은 걸까?"

 "아마 그렇지 않을까? 우리 모두 같은 걸 받았으니까."



 두 명은 각자의 녹음파일이 담겨있는 상자를 들었다. 이대로 별장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우리가 일등일 거야! 둘은 사이좋게 숲 속을 빠져나왔다. 둘은 재잘재잘 이야기를 하며 밖을 빠져나왔다. 그대로 바로 별장으로 직행했다. 근처에 아무도 없어서 둘은 자기네들이 1등일 거라 생각했다.



 "어? 이제 오는 거야?"

 "늦게 왔네. 기다리느라 목 빠지는 줄 알았다."

 "어서 와~"



 반대로 둘은 가장 늦게 도착했으며 이미 4명의 아이들은 상자를 하나씩 챙겨 앉아있었다. 상자에 뭐가 들었는지 확인도 하고 녹음기도 들었다고 했다. 역시 잠깐 감성에 젖어서 시간을 잡아먹은 것이 가장 큰 시간을 잡아먹은 듯했다.



 "그럼... 우리가 마지막이에요?"

 "그렇게 되겠네. 무슨 일 있었어? 몸이 흙투성이네."

 "그, 그냥 좀... 하하하."



 둘은 서로를 쳐다보며 멋쩍게 웃었다. 시로는 둘의 상태가 의아한지 고개를 갸우뚱거렸고 다른 아이들은 어서 여기로 와서 앉으라며 손으로 둘을 불렀다. 둘은 사이좋게 상자를 소중히 들고 자리에 앉았다. 세이류와 타츠야는 시합은커녕 오늘이 처음 만나는 사이일 것이다. 이 합숙을 계기로 둘은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서로가 말이 잘 통하는 사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남자가 준비한  첫 번째 프로그램인 보물 찾기는 훈훈하게 막을 내렸다. 걱정과는 다르게 재밌다며 다음 활동을 기대하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이것도 모두 그 남자가 계획한 대로 흘러가게 되는 것이지만.

-4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