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아레] 지지마라! 캡틴!! -09
*시리즈물
*10화까지가 끝으로 9화에서 멈춰있음. 10화를 쓰게 되면 다 합쳐서 공개합니다.
*캐붕주의, 문체주의
*퇴고안함, 오탈자 검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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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찌뿌둥해..."
"집에 가고 싶다."
"아침식사는?"
투덜거리며 6명이 기상했다. 누가먼저 화장실을 쓸 건지 투닥거리고 있을 때 남자는 헛기침을 하며 모두가 주목하게 만들었다. 남자의 소리에 다들 하던 일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오늘은 또 얼마나 이상한 프로그램을 준비했을지 이제는 두려움보다 궁금해졌다. 어차피 그 프로그램을 해야 하는 건 똑같으니까.
"그래서 오늘 아침은 어디서 구해오면 되죠?"
"산속에서 산삼이라도 캐야하는건 아니겠지?"
"설마~"
남자는 그말에 반응하듯 빙긋 웃었다. 에 진짜?! 아이들은 식은땀을 흘리며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그러자 남자는 또 거대한 퍼포먼스를 하듯 난쟁이들을 부르더니 폭죽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거대한 손으로 손뼉을 치면서 감동받고 있었다. 그 옆으로 난쟁이들은 캡틴들에게 꽃잎을 잔뜩 뿌려주었다.
"여러분 너무 고생많으셨습니다! 오늘의 합숙은 여기까지가 끝입니다."
난쟁이들은 꽃잎을 다 뿌린 후 들꽃으로 엮은 머리띠를 한 명 한 명 씌어주었다. 이상하다. 분명 어젯밤에는 앞으로 계속 이곳에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오늘은 또 합숙은 끝났으니 이제 집으로 가도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모두가 황당하여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을 때 남자는 이제 짐을 싸서 버스로 몸을 실으면 된다고 말했다.
"어제의 약속은요?"
"어제일은 또다른 시련이었습니다. 티브이 속 용어로 코너 속 코너라고 할 수 있죠!"
담력시험에 제한 시간안에 못 들어와도 모두가 함께 낙오되는 자 없이 같이 들어왔고 후회하지 않는 얼굴들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련을 통과한 거나 마찬가지니까 한 달이나 있어야 한다는 말은 없던 걸로 한다고 했다. 남자의 파격적인 제안에 아이들은 몇 초 동안 황당한 상태로 가만히 있다가 난쟁이들이 집에 돌아간다고 무표정으로 건조한 환호성을 지르며 서로를 껴안자 집으로 돌아간다는 게 드디어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집에 간다!"
"우와 꿈은 아니겠지?"
"나중에 말돌리기 없기예요!"
남자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어서 짐을 챙겨서 버스에 타라고 했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짐을 챙겼으나 노사카만은 달랐다. 짐을 다 챙긴 아이들이 노사카를 부르자 노사카는 남자를 향해 다가갔다.
"왜 지금 보내주시는거죠?"
"말했지 않았습니까. 설마 노사카 군은 돌아가고 싶지 않으신 건가요?!"
남자는 화들짝 놀라 손으로 입을 가렸다. 노사카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주머니 속에 접어둔 종이 조각을 내밀었다. 남자는 조각을 보더니 시간이 멈춘 것 마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노사카를 바라보았다.
"어제 찾았습니다. 당신이 이사람일거라 생각했어요. 왜 이런 합숙을 고안했는지 계속 생각해 보았는데 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걸 발견한 후에 모든 수수께끼가 풀렸습니다."
남자는 신문 조각을 조심스레 손가락으로 집어 올렸다. 틀림없는 그 날의 신문이었다.
'오우테이의 전설적인 캡틴 미츠바시 시게루'
라고.
-
"이걸 어디서 발견하셨죠?"
"어젯밤 별장 뒤쪽 창고에서 발견했습니다. 이것 말고도 많은 것들이 있었어요. 우리 학교 축구부 앨범이라든가 축구 잡지 같은 거였습니다. 솔직히 믿기지 않았습니다. 저도 이런 사람은 처음 들어봤으니까요. 그런데 이유가 있더라고요. 활동한 지 1년도 안돼서 교통사고를 당해서 은퇴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노사카의 담담한 말에도 남자는 신문조각을 계속해서 바라볼 뿐이었다. 틀림없는 과거의 자신이 필드를 달리고 있는 사진이었다. 남자는 아니 미츠바시는 눈을 감았다. 과거의 일을 회상하며 바지를 들어올려 노사카를 향해 발목을 보여주었다. 세로로 길게 깊은 흉터가 보였다. 교통사고의 흔적이었다. 일상생활을 하기에는 문제가 없지만 그때는 후유증이 심해서 필드에 서기만 해도 다리가 후달거렸다고 얘기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은 역시..."
"네. 접니다. 노사카군이 이걸 찾아낼 줄은 몰랐는데. 그것도 후배에게 이런 걸 들킬 줄은 꿈에도 상상 못 했습니다."
남자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신문 조각을 노사카에게 다시 건내주었다. 그리고 그 앨범은 아직도 그 자리에 있냐고 물어봤다. 노사카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고 남자는 한동안 말이 없더니 찾아줘서 고맙다며 노사카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다시는 축구를 할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캡틴 합숙을 열면서 다시 축구를 하고 싶어지는 열정을 느꼈다고 말했다.
"오우테이는 스포츠 쪽으로는 별 볼일 없는 학교였습니다. 공부는 잘했지만 항상 스포츠는 꼴찌였죠. 그런데 제가 캡틴이 되고 난 후 모두가 저를 따랐고 저도 모두와 함께하는 축구가 재밌었습니다. 제가 특별한 기술이 있는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별 볼 일 없는 저를 따라준 부원들이 너무 고마울 지경입니다."
노사카는 아무말없이 남자의 말을 들어주었다. 남자의 정체는 노사카의 '선배'이자 캡틴 미츠바시 시게루였다.
"'미츠바시 너희 전략이 먹혔어!', '네가 패스시켜 준 덕분에 이겼어!' 이런 부원들의 한마디가 저를 행복하게 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한번 이기고 두 번 이기고 계속해서 올라갔습니다. 그 누구도 오우테이가 스포츠로 꼴찌라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저도 그때는 행복했고요. 그런데."
비가 많이 오는날 자전거를 타고 후딱 집으로 가려는 도중 차도로 미끄러지고, 그 상태로 차에 치여 다리를 다쳤다고 한다. 부상은 생각보다 빨리 회복되었지만 다시 필드에 서려니까 너무 무서워졌다고 한다.
"공이 차와도 같았습니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공이 차가 다가오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자신의 몸에 10분에 1도 안 되는 그 작은 공이 자신보다도 몇 배는 큰 차로 느껴졌다고 한다. 또 필드에서 달리기 시작할 때는 자기도 모르게 주저앉게 된다고 말했다.
"더이상 축구를 할 수 없었습니다. 공도 못 잡고 전략을 세우고 싶어도 필드에만 서도 후 달리는 다리를 어떻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은퇴를 결심하신거군요."
"...네."
미츠바시는 노사카를 향해 희미한 웃음을 보냈다. 가끔 축구를 볼 때마다 마음속에 고동치는 무언가를 들을 때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발목을 쳐다보게 되어서 언제나 포기하게 된다며 말했다.
"이 별장은 저희 축구부가 사용했던 합숙소였습니다. 노사카군도 알다시피 오우테이는 지원을 많이 받잖아요?"
노사카는 피식 웃으며 긍정의 대답을 보냈다.
"이 합숙을 하게 된 이유는 딱히 없습니다. 즉흥적이었지요. 저도 부원들과 함께 한 시간은 많지만 다른 학교 캡틴들과 함께한 시간은 없었거든요. 그래서 다른 이들은 어떤지 한번 보고 싶었습니다."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풀숲을 바라보았다.
"담력시험은 예전에 우리팀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제 미치나리 군이 담력시험을 하자고 했을 때 그때가 생각나서 저도 모르게 표정을 굳혀버렸군요. 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풀숲안에 있던 보살은 이전부터 있었고 부원들과 함께 했던 담력시험 때도 그 보살에게 목걸이를 둘러주는 게 미션이었다고 말했다. 담력시험 덕분에 옛날 생각이 많이 나서 좋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려왔다며 손으로 가슴을 문질렀다.
"다시 축구를 하고 싶으세요?"
"......"
미츠바시는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아마 미츠바시가 축구를 다시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머리는 축구를 기억하지만 몸은 기억하지 못했다. 발을 필드에 디딛을때 온몸에 두려움이 씌워진다고 표현했다. 지금은 나이도 많이 먹었고 팔팔한 10대들의 축구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노사카군. 이제 시간이 많이 지났습니다. 이제 버스를 타고 출발해야죠!"
남자는 다시 원상태로 돌아와 오버하는 모습을 보이며 노사카를 어서 버스에 실었다. 시동을 켜고 버스가 출발했다. 버스는 점차 별장을 떠나갔다. 미츠바시 시게루의 추억이 담긴 별장이 점차 멀어져 갔다. 하지만 미츠바시는 딱히 슬퍼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아니면 겉으로 괜찮은 척할 뿐일지도 모른다. 주최자가 미츠바시 시게루라는 건 노사카만이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일을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은 마음도 없다. 오히려 지켜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있어서 축구는 아픈 스포츠니까.
-10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