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고나] 나유렌-난청(전연령)
**트위터에서 디니엔님이 풀어주신 그 썰 기반 소설
**저 썼으니까 표지 그려주세요(뻔뻔
**의식의 흐름 주의.....
**메인스토리 5장 스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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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호시 렌 side
"뭐? 아사히 나유타가 병원에 입원했다고?"
우리의 보금자리 도쿄에 위치한 셰어하우스에 울려 퍼지는 와타루의 다급한 목소리가 무서웠다. 우연히 들어버렸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처음부터 관심 있게 들었다고 해야 하나. 와타루가 전화하는 사람은 분명 형인 켄타 씨다. 그리고 켄타 씨의 관심분야는 오직 한 사람. 나유타군이다.
"나유타군이 왜 병원에 있어?"
"그게.... 돌발성 난청이래...."
와타루는 매우 곤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와타루의 말을 들은 모두가 나를 쳐다보았다. 친구들의 시선이 너무 따갑다. 그리고 와타루의 전언을 들은 나의 심장도 빠르게 뛰었다. 오른손으로 급하게 가슴을 움켜 잡았다. 심장이 너무 빠르게 뛴다. 심장 소리 때문에 친구들의 목소리가 잘 안 들린다.
"렌! 괜찮아?"
"렌군 정신 차려봐!"
"안 되겠어. 나나호시를 침대로 눕혀야겠어."
그럴 리가 없어. 나유타군이 그럴 리가 없어. 멀어져 가는 의식 속에서 간신히 붙잡은 나유타군과의 추억. 둘이서 함께 부른 곡이 머릿속에서 재생된다. 다음에도 같이 부르자고 말했는데 그때의 약속도 잊어버린 건 아니지? 심장소리가 너무 커서 기억 속의 나유타군의 목소리가 안 들린다. 더 이상 서있기가 힘들어 자리에 주저앉자 친구들이 급하게 나를 부축해 주었다. 리오와 유우토가 나를 일으켜 세웠고 곧바로 침대로 가게 되었다.
"아니야. 난 괜찮아."
"뭐가 괜찮아! 지금 서있는 것도 고작이잖아... 나유타의 일이 그렇게 걱정이면 우선 자기 몸부터 챙겨."
"와타루, 켄타 씨는 지금 어디 있어?"
"어? 설마 지금 가게?"
"응. 알려줘."
나의 팔을 잡은 유우토가 눈썹을 꿈틀거리며 큰소리로 말했지만 다른 친구들이 유우토를 진정시켰다. 유우토의 손이 나를 지나치고 나서야 나는 와타루에게 추궁을 할 수 있었다. 지금 당장 켄타 씨가 있는 곳을 알려줘. 와타루는 다른 친구들의 눈치를 살피더니 한숨을 내쉬며 나에게 켄타 씨가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 장소는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쟈이로악시아의 셰어하우스. 의외라고 한다면 의외다. 나유타군이 있는 병원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나는 급하게 겉옷을 챙겨 입고 쟈이로악시아의 셰어하우스로 찾아갔다. 비틀거리는 나를 보면서 걱정하는 유우토와 리오가 적어도 같이 가자며 따라나서겠다고 했지만 둘과 함께 가고 싶지 않았다. 그야 지금 당장 나유타군을 보게 되면 울어버릴 것 같은걸. 쟈이로악시아의 셰어하우스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문을 세차게 두드렸다. 초인종이 있으니 그걸 누르지 그랬냐는 레온 군의 말도 들리지 않았다. 집에는 나유타군이 없었다. 그를 제외한 모두가 있었지만 모두 표정은 어두웠다. 나유타군을 보기 위해 자주 갔던 곳. 그리고 오늘도 나유타군을 보기 위해 찾아온 곳.
"켄타 씨. 나유타군이 있는 곳을 알려주세요."
"......"
"켄타 씨...!"
"알았어. 알았으니까 진정해 나나호시 군."
나의 간절함이 통했는지 켄타 씨는 핸드폰으로 병원의 위치를 찍더니 나에게 그 장소를 전송해 주었다. 찍힌 장소는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대학병원이었다. 이렇게 큰 병원에 갈 정도로 심각한 거야? 나를 바라보는 켄타 씨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았다.
"저 가보겠습니다."
"그 병원으로 갈 거니?"
"네, 나유타군을 만나고 싶어요."
그래, 그럼 그렇게 해. 나도 네가 나유타 옆에 있으면 괜찮을 거란 생각이 들어. 켄타 씨는 그렇게 말하고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는 포즈를 취했다. 병원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지만 다리가 쉽사리 움직이지 않아서 가는데 애를 먹었다. 분명 다리가 안 움직이는 이유는 나유타군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들이 부끄러운 듯이 모습을 감추는 시간이 다 되어서야 병원에 도착했다. 무거운 다리는 병원에 가까워질수록 가벼워졌다. 나유타군을 만날 수 있다는 설렘과 병실에 누워서 힘들어하고 있을 나유타군을 만나야 한다는 슬픔이 겹쳐졌다. 이윽고 병원에 도착했을 땐 이미 숨이 가쁘게 차오르고 있었다.
"헉... 헉... 안녕하세요, 나유타군... 아사히 나유타 병실이 몇 호인가요?"
"아사히 나유타... 아, 703호예요."
"감사합니다!"
병원에서는 뛰지 마세요! 간호사의 말은 철저하게 무시되었다. 703호, 703호... 나유타군은 지금 엄청 괴로워하고 있을게 틀림없다. 원래도 천식이 있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것뿐만이 아니었어. 나는 나유타군의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거야.
"......"
703호 앞에 도착했을 땐 문을 여는 것이 무서웠다. 저 문을 열면 보이는 것은 기침을 하고 있을 나유타군일까, 아님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나유타군일까. 하지만 용기를 내지 않으면 진심은 전해지지 않아. 문고리를 잡아 밑으로 내리는 순간 덜커덩하고 문이 열렸다. 나유타군은 워낙에 조용한 걸 좋아하니까 병실도 1인실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병실이 커서 나유타군을 불렀다. 애석하게도 그가 못 듣는 것도 모르고.
"나유타군...? 나나호시 렌이에요. 실례하겠습니다-"
병실 안에서 울리는 내 목소리에 스스로가 놀라다니. 누구랑 같이 오지 않아서 다행이다. 이런 모습 너무 창피한걸. 불러도 아무 대답이 돌아오지 않아서 답답해질 무렵에 병실 안쪽에서 나유타군을 발견했다. 창백해진 얼굴과 핼쑥해진 몸이 그의 상태를 말해주고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상태가 훨씬 심각했다. 숨소리가 아주 고르진 못했지만 곤히 자고 있었다. 중간중간 끙끙대는 소리가 내 가슴을 더 후벼 팠다.
"나유타군...."
곤히 자고 있는 너의 옆으로 가서 비어있는 왼손을 잡았다. 손이 차가워. 당장이라도 이 세계에서 사라져 버릴 것 같은 너의 얼굴을 보고 있기가 괴로웠다. 울고 싶지 않은데, 절대 놓지 않을 나유타군의 왼손에 내 눈물방울이 떨어졌다. 이 따뜻한 눈물로 너의 손이 따뜻해지길 기도할게.
여기까지 와서 울고 싶지 않았는데 울먹이는 나 자신이 미웠다. 억지로 울음을 참아보려고 해도 눈물이 멈추지 않아.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나유타군 관련된 일인데 어떻게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어? 그런 기분 너는 알고 있어?
"괜찮아...! 분명 나유타군이라면 이런 거 이겨낼 수 있을 거야."
왼손을 잡은 채로 침대에 볼을 붙였다. 포근한 이불의 감촉이 기분 좋았다.
"빨리 나유타군과 함께 노래하고 싶어. 신곡도 들려주고 싶어."
잡고 있는 손에서 나유타군의 손가락을 만져본다. 가느다란 손가락. 하지만 뭉툭하고 거친 손가락. 이걸로 늘 나를 만진 건가. 괜스레 낯부끄러워졌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싶진 않아.
"그러니까.... 어서... 일어나.... 음..."
그건 분명 내가 너무 달려온 탓일 거다. 절대 10시가 넘어서 잠이 오는 게 아니라. 새하얀 이불에 볼을 맞대고 있으니 그 부드러움에 취해서 스르륵 눈이 감겼다. 눈물이 이불을 적시고 있었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지금은 이 잡고 있는 손을 놓고 싶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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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 나유타 side
"하아...."
이 무거운 공기. 내가 제일 싫어하는 공기다. 이젠 지긋지긋해. 이젠 목만이 말썽이 아니었다. 귀까지 말썽이다. 번잡스러운 소리가 내 귀에서 나가질 않는다. 덩달아 머리도 아파서 신곡을 만들 수가 없어졌다. 이런 최악의 몸상태에서 '그 녀석'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 분명 시끄럽게 난리 칠게 뻔하니까.
'손이 뜨거워.'
미적지근한 뜨거움. 아니, 따뜻하다고 해야 맞을 거다. 기본적으로 나는 체온이 낮은 편이라 손과 발도 차가웠다. 누구는 내 손이 차가워서 여름에 기분이 좋다고 말했지만(그 사람이 누구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아케보노였던가) 나는 내 손이 싫었다. 차가운 손도 싫었고 낮은 체온도 싫었다. 그래서 체온이 높은 '그 녀석'이 자꾸 눈에 밟힌 걸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이상했다.
"나나호시...?"
고개를 돌려보니 '그 녀석'이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그 얼빠진 얼굴을 보고 있자니 괜스레 아까까지 복잡 미묘했던 감정이 사그라들었다. 손이 뜨거운 이유는 '그 녀석' 때문이다. 잡고 있는 손을 빼볼려고도 시도해 봤지만 마치 어린아이처럼 절대 놓지 않았다. 오히려 빼려면 빼려고 할수록 더 강하게 끌어당겼다. 분명 이 손은 나도 알고 있는 감촉이었다. 몇 번이고 만진 적 있는 손. 손만이 아니었다. '그 녀석'의 몸은 전부 구석구석 만졌다.
"......"
잡고 있는 손 놓으라고. 왼손이 막혀있으니 비어있는 오른손으로 나나호시의 미간을 꾹 눌러본다. 곧바로 눈썹을 찌그러뜨리고 '우으'소리를 내는 모습이 퍽이나 귀여워서 실소가 나왔다.
'잠깐, 내가 왜 웃는 거지?'
정신 차려. 지금은 그런 거 신경 쓸 때가 아니잖아. 푸른색의 곱슬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푹신할 것 같은 머리를 쓰다듬어보았다. 아까까진 미간을 찌푸리며 낑낑 강아지 같은 소리를 내던 녀석이 지금은 기분 좋다는 듯이 '후후'웃으며 입꼬리를 실컷 올렸다. 적셔진 이불과 부어있는 나나호시의 눈을 보아하니 아까까지 울었던 것 같다. 기분이 이상해.
"나유... 타군... 또 같이... 노래 부르자..."
그런 거 네가 말하지 않아도 부르게 되어있어.
"그리고... 같이... 흐... 흐흐..."
뭘 이상하게 웃고 있어. 나랑 이상한 거 하는 꿈이라도 꾸는 거 아니야?
"분명... 다 괜찮을 테니까..."
잠꼬대도 이런 잠꼬대가 없다. 기분이 이상해. 나가 내 자신이 아닌 것만 같다. 이런 기분 처음인데, 뭘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는 건지 제대로 말해라. 안 그러면 나 혼자 생각하고 행동에 옮길 테니까. 살랑거리는 나나호시의 머리카락을 슬쩍 잡아보았다. '으음' 뒤척이는 소리를 내는 너의 목소리도 이젠 듣기 싫어. 귀가 아프단 말이야.
쪽-
3초 정도 지나고 너한테서 떨어졌다. 그간 3초 동안은 내 머릿속에서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 귀에서 들리는 잡음도 없어졌고 오히려 맑고 고운 소리가 귀에서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건 밖에서 들리는 소리가 아니었다. 내면에서 나는 소리라고 해야 하나. 난 그런 거 신경도 안 쓰지만 오늘만큼은 예외였다. 난청이라고 해도 너의 목소리는 정확하게 들렸다. 웅얼거리는 소리도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들렸다. 키스하면서 들렸던 소리는 분명 '후아'였다. 자면서 키스를 받다니, 무슨 동화 속 공주도 아니고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기분이 이상해.
"어이, 그만 일어나."
"으음...,음?"
깜빡. 눈을 뜬 나나호시의 얼굴이 꽤나 졸려 보였다. 그러고 보니 전에 사토즈카가 그랬었나. 나나호시 녀석은 10시면 잠에 든다고. 지금은 이미 12시를 넘긴 새벽이다. 그 자수정 같은 눈동자가 나를 게슴츠레하게 바라보다가 졸리다는 듯이 눈을 비비기 시작했다. '여기가 어디지' 시답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 네 녀석한테 다시 한번 말해주지.
"여기까진 왜 왔어."
"응? 그야 나유타군이 아프다니까... 그보다 귀는 괜찮아?"
"괜찮을 리가 없잖아. 그보다 그만 가. 네가 옆에 있으면 귀가 더 아파."
"그,그건 미안해."
"......"
귀가 아픈 건 사실이었다. 네 녀석이 옆에 있으면 그 재잘거리는 목소리 때문에 귀가 아팠다. 그건 난청 때문이 아니다. 나나호시가 옆에 있으면 내가 내 자신이 아닌 것만 같다. 그런데 왜 네가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어. 험한 말을 한건 난데.
"나유타군이 아프다니까 걱정되어서 말도 없이 찾아왔어. 역시 귀가 아프지....? 나유타군 목도 안 좋으니까 더 걱정이 되어서... 아, 미안해. 이런, 말할 생각,없었는데. 흑."
흐끅. 방울지며 떨어지는 네 눈물이 보였다. 급하게 눈물을 닦아내려고 소매로 눈을 비비는 너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깜짝 놀란 네 얼굴이 내 품으로 들어왔고 그대로 끌어안았다. 역시 귀가 아파. 기분이 이상해. 그건 더 이상 라이벌로서의 감정이 아니었다. 주제넘게 내 앞에 선 네 잘못이지.
"나,나유타군?!"
"시끄러워. 귀 아프다고 몇 번을 말해. 입 다물고 있어."
끌어안은 너의 옷 속에 손을 집어넣어서 차가운 손으로 이곳저곳을 탐색했다. 키스만으로 끝날 거라 생각한 건 아닐 거 아냐. 1인 병실을 쓰고 있는 곳에 멋대로 들어와 놓고 내 귀를 어지럽히는 건 누구지.
-수위 조절 실패로 다음 편에 이어서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