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장르/아르고나, 프라메모

[아르고나] 나유렌<My sweet home>외전편-01

닌란(NINRAN) 2025. 1. 10. 21:24

*본편은 완결했는데 외전이 몇 개 쓰고 싶어서 써봄.....

*너무 길어져서 2편까지 이어집니다.

*본편을 보고 오는거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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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렌

<my sweet home>

외전 편
01




 렌과 나유타가 결혼을 한지 약 1개월이 지났을 때 무렵의 일이다. 
 대청소와 집들이 등으로 집이 꽤나 바빴기 때문에 렌은 나유타와 같이 있는 시간이 이전보다 훨씬 적었다. 차라리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서로의 집에 놀러 가서 더 애틋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을 테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 탓에 렌도 꽤나 욕구불만이 쌓여있었다. 나유타는 워낙에 무뚝뚝하고 차가운 성격이라 겉으로 표현은 잘 안 했지만 그도 렌만큼 욕구불만인 건 틀림없다. 

 "내일부터 전국투어다. 당분간은 집에 못돌아와."
 "그렇구나. 나도 응원갈까?"
 "됐어. 네 밴드 일이나 열심히 해."

 한창의 알콩달콩 신혼을 즐겨야하는 타이밍인데 쟈이로악시아의 전국투어가 결정되어 오랫동안 집을 비워야 하는 불상사가 터지고 말았다. 아쉬운 마음에 그를 잡아보려 따라가겠다고 말했지만 공과 사는 확실히 구분하는 성격이라 절대 따라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해두었다. 렌은 나유타의 단호한 말에 꼬리를 내리고 고개를 숙였다. 숙인 머리에 손을 올려놓고 두어 번 쓰다듬은 나유타가 입을 열었다.

 "돌아올때, 선물 사 올게."
 ".....응!"

 이제껏 다른 사람에게 보여준 적 없는 부드러운 미소였다. 나유타만의 애정표현이란 걸 잘 알고 있는 렌이 고개를 들고 다시 활짝 웃었다. 나유타와 결혼한 지 한 달. 짧은 그 시간 동안 둘 사이에는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


 쟈이로악시아의 전국투어로 장기간 집을 비우게 되면 렌 혼자 있게 되는데, 그것이 걱정이 된 나유타는 친정집이라 할 수 있는 아르고나에 연락을 취했다. 다른 친구들이 와줬으면 하지만 다들 이런저런 사정들로 신혼집으로 갈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와타루와 반리가 교대로 돌아가면서 렌과 함께 있어주기로 약속하고, 그동안 혼자 있을 렌이 심심할까 봐 퐁쨩을 렌이 있는 곳에 맡겼다. 우연히 쟈이로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냥코타로도 신혼집에 입주했다.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고."
 "별일 없을거야. 알바 시간 다됐겠다. 어서 가봐."
 "렌군, 퐁쨩. 다음에 또 올게. 바이바이~"
 "왕!"

 그렇게 새로운 신혼집에는 렌과 퐁쨩, 냥코타로가 살게 되었다.


-

 믿기 힘들정도로 화창한 날씨, 나유타가 집을 떠난 지 3일째 되는 날이다. 렌은 침대에서 일어나서 오늘 스케줄 없냐고 비어있는 침대에 물었다. 하지만 곧네, 자신이 헛소리를 했다는 걸 눈치채고 입을 닫았다. 작아지는 목소리는 덤이다. 

 "나유타군 오늘 스케쥴 있.... 아 맞다. 집에 없지."

 습관적으로 나와버린 말. 그만큼 나유타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증거다. 곧바로, 나유타가 없다는 걸 깨닫고 침대에서 나와 터벅터벅 주방으로 향했다. 퐁쨩과 냥코타로가 사이좋게 서로 몸을 맞대고 자고 있다. 냥코타로는 자길 기대어 푹 자고 있는 퐁쨩이 조금 버거운 것 같지만 어쨌든 사이좋으면 그만이다. 렌은 요리를 잘 못하지만 나유타와 살면서 요리 실력이 조금은 늘었다. 나유타에게 맛있는 밥을 먹이고 싶다는 그 일념 하나로 성실하게 요리를 배운 성과다. 오늘의 아침 메뉴는 토스트. 이것도 꽤나 장족의 발전이다. 원래는 된장국나 계란말이 등 따뜻한 집밥을 만들고 싶었지만 어차피 나유타와 같이 먹는 것도 아닌데 굳이 그렇게까지 차려먹고 싶지 않았다. 

 "제대로 안먹는다고 나유타군이 혼내려나~..."

 토스트기에 식빵을 넣으면서 습관적으로 나유타를 생각해 본다. 머쓱하게 웃으며 나유타와의 재회를 멋대로 상상해 본다. 오랜만에 돌아올 텐데 나유타군 많이 지쳐있을까. 내가 뭔가 해줄 수 있는 건 없을까. 렌의 상상은 더 발칙해져서 순간 야한 생각까지 해버리고 만다. 눈을 감고 나유타를 상상하다 팔을 벌리고 무언가 안는 시늉을 한다. 감은 눈 아래로 빨개진 볼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충 짐작가게 만들어준다. 

 "으음... 나유타군은.... 좀 더... 이렇게...."

 띵동-

 "아,앗!"

 아침부터 묘한 생각을 하고 있다가 갑자기 들린 초인종 소리에 놀라 머리에 솟은 새싹 같은 더듬이가 위로 솟구쳐 올랐다. 렌이 놀란 걸 보고 더 놀란 냥코타로와 퐁쨩이 귀여운 울음소리를 내며 재빨리 몸을 숨겼다. 이르다면 이른 아침 시간에 누군가가 찾아왔다. 렌은 반리나 와타루일 거라 생각하고 거리낌 없이 현관으로 나가 문을 열었다.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문 앞에 서있는 사람은 렌의 친구들도, 렌이 그토록 바라던 사람도 아닌 완전 의외의 인물이었다.

 "흐음, 여기가 나유타의 집이라고 들었는데. 맞나요?"
 "네? 네에...."

 연한 갈색의 머리, 뱀같이 하얀 피부, 두꺼운 와인색 자켓을 입고 온 세상을 핏빛으로 볼 것 같은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남자가 현관문 앞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바닥을 기는 뱀처럼 끈적하고 또 섹시했다. 이전부터 렌이 찾고 싶었던 본인을 음악의 세계로 이끌어준 사람이자 본인의 남편의 아버지. 이류 코가이다. 이류 코가는 렌의 얼굴을 보더니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천천히 벗고 눈을 보여주었다. 렌은 이류 코가와 눈이 마주치자 전기가 통하듯 찌릿함을 느꼈다.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순식간에 얼어붙은 발바닥이 아무리 애를 써도 떨어지지 않는다. 뒷걸음질이라도 치고 싶지만 그러질 못한다. 

 "호오, 결혼했다는 말을 듣긴 했는데. 당신일줄이야."
 ".....읏..."

 벗은 썬글라스를 가슴팍 주머니에 꽂아 넣은 이류 코가가 가느다란 손가락을 렌의 턱에 두고 살짝 들어 올렸다. 렌의 얼굴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었고 촉촉한 눈망울도 잘 보였다. 딱히 무언가를 할 건 아니었지만 렌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그 나유타가 왜 그렇게 나나호시 렌에 집착했는지 알 것도 같았다. 손에 힘을 주어 렌의 고개를 돌리게 했다. 영문도 모른 채 왼쪽, 오른쪽으로 고개가 돌려진 렌이 머리 위에 물음표를 수십 개 올렸다. 

 왕왕!
 캬옹-!

 렌이 한참을 현관에서 나오지 않자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퐁쨩과 냥코타로가 이류 코가에게 달려들었다. 퐁쨩은 최선을 다해서 이류 코가의 왼쪽 다리를 물었고 냥코타로는 오른쪽 다리를 할퀴었다. 그래도 전혀 아프지 않다는 무표정으로 두 다리를 흔들어 두 짐승들을 떨어뜨려 놓았다. 

 "앗! 퐁쨩! 냥코타로!"

 이류 코가의 힘에 나뒹군 퐁쨩과 냥코타로가 바닥에 넘어지자 렌이 놀라서 어서 바닥에 있는 퐁쨩과 냥코타로를 품에 안아주었다. 낑낑거리는 두 동물의 울음소리가 마음 아팠다. 

 "뭐하시는거에요!"
 "처음부터 달려들지 않았으면 아픈 일도 안 당했을 겁니다."
 "무슨 용무인지는 모르겠지만 나가주세요. 나유타군은 집에 없어요."
 "없으면 없는대로 실례하도록 하죠."
 "무슨...."

 렌을 무시하고 현관 안으로 들어와 가지런히 구두를 벗고 신발장 옆에 놓여있는 슬리퍼를 꺼내 들었다. 이리저리 살피더니 한숨을 쉬었다. 낡은 슬리퍼라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혀를 한번 찼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다며 슬리퍼를 구겨 신었다. 여전히 퐁쨩과 냥코타로가 시끄럽게 짖어대자 이류 코 가는 두 동물을 향해 차갑게 째려보았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그 차가운 시선이 두 동물은 물론 렌에게도 전해져서 모두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


 "저기..... 언제까지 계실거에요....?"
 "흠, 우선은 나유타가 돌아올때까지 있어보도록 하죠."
 "네,네에?!"
 "그보다 손님이 왔는데 차 한잔도 내어주지 못하는 겁니까. rude 하네요."
 "노,녹차 가져올게요...."

 어느순간 집안으로 들어와서 거실에 자리를 잡고 앉은 이류 코가는 소파에 앉아서 다리를 꼬고 옆에 놓여있는 잡지를 읽었다. 여전히 그 냉험한 모습에 얼어붙은 두 동물들은 낑낑대며 근처로 가지 못하고 멀리서 지켜보며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렌은 눈치를 살피다가 부엌으로 들어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최근 전화기록을 살펴보니 익숙한 글자가 있었다.

 '나유타군한테 전화해볼까.... 하지만 투어 중인데 방해되는 건....'

 주소록에 있는 '나유타군'이라고 써있는 글자를 눌러 통화버튼을 누를까 말까 수십 번을 끙끙대다가 다시 핸드폰을 엎었다. 

 '그래, 별일 있겠어? 지금은 투어 중이라 바빠서 전화도 못받을거야.'

 렌은 그렇게 생각하며 찬장에서 컵을 꺼내고 차를 우려서 다시 거실로 나왔다. 이류 코가는 역시나 한치도 흐트러짐 없는 모습으로 꼿꼿하게 앉아있었다. 길게 쭉 빠진 기럭지가 더 잘 보였다. 차를 내오자 이류 코가는 읽고 있던 잡지를 내려놓고 받아 든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렌도 덩달아 긴장되어 침을 꿀꺽 삼켰다. 뭔가 혼나는 기분이 들어서 무릎을 꿇고 다소곳하게 마주 앉았다. 차를 마시던 이류 코가는 앞에 앉아있는 렌을 눈치챘는지 그럴 필요는 없으니 소파에 앉으라며 옆으로 자리를 비켜주었다. 렌 역시 한때는 이류 코가를 존경했던 사람으로서 그를 만나는 건 꿈같은 일지만 지금은 팬과 가수로서의 만남이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불편하다는 시부모님과의 만남. 가뜩이나 렌은 아무런 준비조차 하지 못했다. 집 청소도 하지 못했고 더군다나 나유타도 없는 상황.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시부모님을 상대해야 하는 건 정말 고역이다. 기껏해야 렌이 믿을 수 있는 건 냥코타로와 퐁쨩뿐이다. 저 멀리서 으르렁거리고 있는 두 마리를 보던 이류 코가는 매섭게 노려보던 살기를 죽이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냥코타로와 퐁쨩도 그제야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다가오기 시작했다. 

 퐁쨩은 물론이고 냥코타로도 렌의 주변에 앉아서 이류 코가를 경계하고 있었다. 렌은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하며 두 마리를 말렸지만 도무지 듣질 않았다. 이류 코가는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나유타가 없는건 알고 있습니다. 쟈이로악시아의 전국투어 소식을 봤거든요."
 "그럼 왜 오늘 오신 거예요....?"
 "당신을 만나러 온겁니다 나나호시 렌. 아니 이제는 아사히 렌이던가요."
 "......"

 마시던 차를 렌에게 건네주더니 반대쪽으로 다리를 꼬며 소파 반대쪽에 놓여있는 나유타와 렌의 사진을 바라보았다. 연애 초기 잔뜩 찍은 사진들(그마저도 렌이 찍자고 부탁해서 찍은 것이다), 라이브 현장에서 찍은 밴드 사진들, 뒤풀이 사진 등등 추억이 가득한 사진들이 액자에 담겨 놓여있었다. 이류 코가와 나유타의 사진은 고작해야 가족사진뿐이다. 이류 코가는 품 안에서 고급스러운 지갑을 꺼내어 그 안에 든 작은 사진을 꺼내 들었다. 어릴 적에 나유타와 아내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었다. 렌은 묘하게 조용한 이류 코가의 모습에 의아했는지 사진을 슬쩍 보았다.

 "이건 옛날의 나유타군인가요?"
 "그렇습니다. 어릴적 찍은 가족사진이죠. 음악을 위해 모든 걸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이 사진만은 버릴 수가 없더군요. 친구도 가족도 모두 버렸는데 이제 와서 후회한들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이 사진은 당신에게 주도록 하죠."
 "에, 제가 받아도 되나요?"
 "당신이 가지지 않으면 바로 찢어서 버릴겁니다."

 이류 코가의 말에 렌은 그럴순 없다며 급하게 사진을 낚아채서 사진 속에 있는 나유타를 빤히 쳐다보았다. 굳은 표정으로 어머니의 품에 안겨 있는 어린 나유타는 지금의 나유타와 전혀 달랐다. 훨씬 어렸고 지금의 차가운 눈매보다는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찬 눈을 하고 있었다. 어머니도 나유타처럼 미인이었고 이류 코가도 지금과는 다르게 상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적어도 이 시기만큼은 행복했을 것이다. 이랬던 세 사람이 어째서 이렇게 각자 흩어지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옆에서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이류 코가의 눈동자가 텅 비어있었다. 후회하고 있는 얼굴이다. 이류 코가의 음악을 듣고 자란 두 사람이 이렇게까지 반대 성향을 가지게 되었는지 모른다. 렌에게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고 나유타에게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나유타가 음악을 하게 된 계기가 되어 그걸로 렌을 만나게 되었으니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띵동-

 올 사람이 없는데 누군가가 초인종을 눌렀다. 렌은 택배라도 왔나 싶어서 현관쪽으로 다가가자 이류 코가가 자신이 나가겠다며 그를 막고 먼저 현관에 도착하여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왁자지껄 떠드는 유우토, 와타루, 반리, 리오가 보였다. 문을 열고 렌을 향해 다들 큰소리를 내자 이류 코가는 귀를 막으며 얼굴을 찡그렸다. 물론 렌이 나올 거라 생각한 것과 다르게 이류 코가가 나와서 매우 당황한 이들도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뒷걸음질을 쳤다.

 "렌! 너 괜찮은거야?! 방금 전화로 퐁쨩이랑 냥코타로 울음소리가 들리던데......... 으악! 이류 코가!"
 "이류 코가가 왜 여기있어?"
 "당신! 렌군 집에서 뭐 하는 거야?"
 "시로이시 진정해라. 위험한 사람이니까 다들 뒤로 물러서."

 기껏해야 19살의 대학생들인 애송이들이 시끄럽게 굴고 있으니 괜스레 실소가 나와 피식하고 웃자 더 발끈한 유우토가 화가 나서 렌은 어디 있냐며 몸을 앞세우자 급하게 다른 이들이 그를 말렸다.

 "렌! 레엔~!! 우우웁!"
 "고료. 너무 소리가 커. 진정해라."
 "저기, 이류 코가씨....? 여기는 렌의 집인 걸로 알고 있는데요. 혹시 렌은 집에 없나요?"
 
 사정을 들어보니 렌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는데 렌 목소리는 안 들리고 고양이와 강아지 울음소리만 들렸다고 한다. 렌도 이제야 눈치챘지만 핸드폰을 바닥에 두고 있었는데 렌이 위험하다고 생각했는지 퐁쨩과 냥코타로가 렌의 핸드폰으로 아르고나에게 전화를 건 모양이다. 여러 버튼을 눌러서 통화는 금방 꺼졌지만 이상하다고 생각한 아르고나가 급하게 이 집으로 온 것이다. 임무를 완수했다고 생각했는지 냥코타로는 털을 정리했고 퐁쨩도 뿌듯한 표정으로 우쭐대고 있었다. 

 "당신들이랑 얘기할 시간이 없으니 문을 닫겠습니다."
 "네에?! 잠시만요! 렌! 레엔~!"
 "시아버지와 비밀 수업을 해야해서 이만❤️"
 
 철커덩, 하고 문이 닫히자 렌은 퐁쨩과 냥코타로를 안아 들고 현관문을 바라보았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서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문을 계속해서 응시했다. 퐁쨩은 코를 벌름거리며 익숙한 사람의 냄새를 맡아 귀를 쫑긋 세우고 컁컁 짖어대기 시작했다. 문을 닫고 다시 돌아선 이류 코가가 두 마리를 품에 넣고 물끄러미 바라보는 렌에게 다가와 어깨를 잡고 별일 아니라며 그를 다독였다. 

 "뭔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요."
 "별일 아닙니다. 우린 할일이 있으니 어서 거실로 돌아가죠."
 "할일이요?"
 "하, 나유타 말대로 정말 둔한 사람이군요. 신부수업이라고 하면 이해하시겠습니까?"
 "시,신부수업...."

 이류 코가가 이 신혼집에 방문한 이유는 렌 때문이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나유타가 없는 이 시간을 골랐고 렌이 나유타에게 전화하지 않을 것도 모두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집은 완전히 고립된 상태다. 그 누구의 방해도 없이 조용하게 이류 코가와 렌, 이 두 사람이 숨소리조차 어색하게 들릴 정도의 적막한 집에서 마주 보고 앉아있었다. 렌의 품에 안겨있는 냥코타로와 퐁쨩은 이류 코가를 보며 으르렁거렸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렌은 지금이라도 나유타에게 연락을 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이류 코가의 시선이 너무나 따가웠기에 순간 얼어붙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적막을 깨뜨리고 먼저 행동에 나선 사람은 이류 코가였다. 

 "배가 고프군요. 점심이라도 먹죠."
 "네,네! 제가 만들게요."
 "메뉴는 비프 부르기뇽입니다."
 "그렇게 어려운 건...."
 "나유타가 어릴때 좋아하던 음식입니다. 신부가 되었으면 신랑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기본이죠."
 "....!"

 이류 코가의 히죽거리는 웃음에 렌은 두 손을 꽉 쥐고 결의에 찬 얼굴로 주방에 섰다. 당근은 어디 있더라, 감자는 어느 정도로 썰어야 하지, 집에 그렇게 큰 고기는 없는데.... 요리를 하는 모습이 꽤나 위태로워 보였지만 이류 코가의 지도하에 그럴싸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칼을 잘 못 다루는 렌에게 주의를 주기도 하고 제대로 하라며 잔소리를 하며 정말 시부모처럼 그를 대했다. 보글거리는 냄비 소리를 듣더니 그제야 입꼬리를 올리며 박수를 두어 번 치며 신부수업의 첫 번째 과제를 마쳤다. 드디어 수업 하나가 끝났다는 생각에 턱밑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후우' 숨을 내쉬었다. 렌이 긴장하며 음식을 접시에 담아내, 이류 코가 앞에 대령하자 이류 코가는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커트러리를 꺼내어 자세를 잡고 고기를 썰기 시작했다. 한두 입 먹더니 식기를 내려놓고 한숨을 내쉬었다.

 "Retake!"
 "네,네에....!"

크게 소리치는 말에 깜짝 놀란 렌이 움찔하며 다시 만들어오겠다며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다급하게 주방으로 가서 다시 요리를 시작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따라 들어간 이류 코가 역시 옆에서 팔짱을 끼고 유심히 지켜보았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만들게 시켰다.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다. 그의 입맛... 아니 정확히는 어린 시절의 나유타 입맛에 맞게 만들어야 했다. 

그렇게 시작된 신부수업. 나유타가 돌아오기까지 약 4일 남았다.


-02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