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류 생일축전] HAPPY BIRTHDAY CAPTAIN
**세이쇼 학원 2학년 미즈카미야 세이류 생일기념 축전
**2월 2일
(참고로 카제마루가 어제 생일이었음 미안하다 두개 쓰기엔 내가 너무 힘이 부족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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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날이 있다. 알림이 울리기도 전에 먼저 눈이 떠지는 날, 오늘따라 토스트가 맛있게 구워지는 날, 별자리 운세를 봤더니 1등인 날, 지각할뻔 했는데 제시간에 버스가 와서 지각을 하지 않는 날... 오늘이 딱 그런날이었다. 이상하게 이렇게 좋은 일이 겹쳐서 일어나면 나중에 큰일이 생길것 같단 말이지.
"세이류, 엄마 오늘 조금 늦게 올것 같은데 케이크 무슨 맛으로 사올까?"
"케이크요?"
"오늘 너 생일이잖니."
어머니는 출근 준비를 위해 서류 뭉텅이를 가방에 넣으시며 나를 향해 싱긋 웃으셨다. 아무리 바빠도 아들의 생일응ㄴ 기억해주시는구나. 나는 까먹고 있었는데.
"아 생일."
"얘좀봐. 잊고 있었니? 예전에는 생일날만 그토록 기다리더니."
달력을 보니 2월 2일이었다. 그러고보니 오늘이 생일이었지. 생일이어봤자 2월달이어서 방학기간에 겹쳐서 반친구들에게 제대로 축하받은적은 없다. 고작해야 어릴때는 같은 축구클럽의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생일파티를 하는 정도에 그쳤다. 어머니 말대로 옛날에는 생일전날만 되도 설렘으로 가득했다. 크리스마스 산타가 주는 선물보다 생일날 받는 선물이 더 좋았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그런 어린 나를 보고 선물을 사가지고 오셨고 나는 그렇게 가지고 싶은 선물을 받을 수 있었다. 내가 생일을 신경쓰지 않기 시작한건 세이쇼에 입학한 후였다.
"미즈카미야 세이류입니다. 포지션은 디펜더입니다."
"미즈카미야군은 초등학생때 주장을 맡았다고 하던데?"
"아 네. 예전에 몇번 맡은적 있습니다."
"지금당장은 무리일지는 몰라도 내년이 되면 너가 이 축구부를 이끌어나가야할지도 모른다. 생각하고 있도록."
주장을 맡는건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초등학생때도 했었고 부원들도 나를 믿고 따라와주었기 때문에 차기 주장은 내가 당연시되었다. 처음 생일을 까먹은건 2월7일이 되고 나서였다. 어머니도 일이 바쁘셨고 아버지는 해외출장으로 생일파티를 할 여건이 안됐었다. 나도 까먹고 있었고.
"오늘은 꼭 챙겨줘야지. 작년에도 그냥 넘어갔잖아! 빵집에서 제일 큰 케이크로 사와야겠다."
어머니는 작년 몫까지 축하해줘야한다면서 힘이 잔뜩 들어가있었다. 어머니는 모든 일에 열정적이시다. 내가 주장을 맡으면서 나도 모르게 뜨거워지는건 어머니를 닮아서인것 같다.
"괜찮아요. 너무 성대하게 하실필요 없어요."
"무슨소리니! 축구부원이나 반친구들 불러서 파티도 해야지."
"하하하...축구부들도 다들 방학 보내느라 바쁠거에요."
나는 멋쩍게 웃으며 출근하시면서 열의를 불태우는 어머니의 등을 밀며 현관문에서 어서 회사 가시라며 강제로 인사를 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차 시동을 걸면서도 꼭 전화는 해보라며 신신당부 하셨다. 어머니 입장에서는 아들의 생일을 챙겨주는게 당연하겠지만 너무 열정적이셔서 큰일이라니까. 중학교 2학년이나 된 남학생들이 파티를 한다고 누가 올것인가. 그것도 반친구도 아니고 축구부인데.
"너무 오바가 심하셔... 케이크도 엄청 큰걸로 사오시겠군. 셋이서는 다 못먹을텐데."
어짜피 학교에 가봤자 아무도 없을게 뻔하다. 그렇다면 누구한테 말을 건단 말인가. 사소츠카? 오리오? 아니면 시라토리? 그나마 그 셋이 같은반에 가장 친하지만 어린애들같이 생일파티를 한다고 올리가 없겠지.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집안 복도를 걸으며 힘없이 쇼파에 앉았다. 축구부 연습처럼 아침에 알림을 맞춰놓으니 나도 모르게 눈이 떠져서 이른 시간이었다. 어머니는 나가셨고 집에는 아무도 없는게 고요하고 적막했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째깍거리는 시계 뿐이었다.
띵동-
음? 어머니가 뭘 두고 가셨나? 하지만 그랬다면 문을 아예 열었겠지. 이런 시간에 우리집에 올 사람이 있었나? 의심을 품으며 나는 살짝 문을 열었다. 현관문 앞에는 멀끔하게 차려입은 옷과 살짝 졸려보이는 눈을 한 시라토리가 있었다.
"어? 시라토리? 이런 시간에 무슨일이야?"
"미안 미즈카미야. 저번주 학교에서 받은 프린트 너 가방에 들어간거 아닌가 해서. 챙긴줄 알았는데 없더라고. 국어 프린트인데 혹시 찾아봐줄 수 있어?"
"수업시간에 나눠준거? 응, 알겠어 일단 들어와!"
시라토리도 일찍 일어난 모양이다. 역시 습관이란 무섭군. 누구보다 예의를 중시하는 친구라 이른 아침인데도 깔끔하게 차려입은 옷이 눈에 보인다. 그래도 약간은 졸려보이네. 내가 프린트물을 찾는 사이 쇼파에서 잘것이 분명하다.
"찾는데 시간이 좀 걸릴것 같은데 쇼파에 잠깐 앉아있을래? 금방 찾아가지고 올게."
"고마워. 이런 이른시간에 실례를 범했군."
"아냐 별거 아니야. 나도 아무도 없어서 심심했던 참이거든."
시라토리랑 나는 같은반이니까 프린트물이 섞여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아, 역시 공책에 껴있었군. 생각보다 빨리 찾아서 아직 자고 있지 않을것이다. 시라토리는 은근 잠이 많아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게 서툴러서 아침 연습을 끝마친후에는 1교시는 무조건 잔다. 물론 나는 그걸 알고 있어서 필기한걸 보여주기도 한다. 캡틴이라면 부원들의 이런모습도 확인하는게 중요하니까.
"시라토리 찾았어. 국어 공책에 껴있더라...."
띵동-
아침부터 올 사람이 많네. 시라토리가 프린트물을 찾으러 왔다면 이번에는 누군가가 뭔가를 찾으러 왔거나 나한테 급한 볼일이 있는거겠지. 나는 시라토리를 부르려다가 바로 현관문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문을 활짝 열어서 누군지 확인했다. 그러자 눈앞에는 험상궃게 생긴 거구의 소년이 눈에 불을 켜고 나를 바라보는것이 아닌가.
"으헉!....깜짝놀랐잖아 아마노."
"미안미안 캡틴."
"나도 있어~"
거구의 소년의 정체는 아마노였다. 험상궃은 얼굴을 풀고 쾌할하고 밝은 웃음으로 나를 맞이했다. 아마노의 뒤에는 사오토메가 빼꼼 얼굴을 드러냈다. 이 둘의 조합은 굉장히 신선한데? 그전에 우리집에 무슨일로 온건지 물어봐야한다.
"갑자기 무슨일이야?"
"미안 전화하고 올걸 그랬네. 별건 아니고 실은 캡틴이 저번에 샀다던 요리책을 빌리고 싶어서..."
아마노가 손을 꼼지락거리며 중얼거렸다. 덩치에 맞지 않게 왠 소심한척을 하는거지. 아마노의 이상한 낌새를 사오토메는 벌써 눈치채고 있었던건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다 털어놨다.
"아마노 좋아하는 여자애가 생겼대~ 그래서 도시락을 만들어주고 싶은가봐."
"헤에~ 그랬구나. 그럼 진작 얘기하지 저번주 학교에서 빌려줬을텐데."
"사오토메....!!!"
아마노는 복슬거리는 머리를 쭈뼛쭈뼛 세우며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은근 섬세한 면이 있었구나 아마노. 캡틴으로서 알아두지 않으면 안되겠어. 그 요리책은 예전에 내가 사둔것이다. 도저히 내버려둘 수 없는 가여운 1학년 한명 때문에 샀던 것이다. 지금은 딱히 필요없으니까 아마노한테 줘버릴까.
"그럼 방에서 찾아봐야하니까 잠깐 집에 들어올래? 시라토리도 와있거든."
"아냐!! 우린 금방 갈거야. 책만 받으면 돼."
"나는 들렀다 갈래~"
"야!! 사오토메!!!!"
사오토메는 실례합니다라고 외치며 신발을 빠르게 벗고 거실로 사뿐사뿐 뛰어갔다. 몸집이 작으니 저렇게 뛰어도 되는구나. 아마노는 사오토메에게 장난을 당한 후 얼굴이 새빨개진 상태로 그의 뒤를 뒤쫓고 있었다. 결국 들어오는구나 둘다.
"오늘은 손님이 꽤 많네... 아 맞다 프린트! 시라토리 프린트 찾았..."
띠리링-
이번에는 전화인가. 부모님일리는 없을테고 친구들은 여기 있는데 딱히 올만한 전화가 없는데 대체 누가 전화를 건걸까? 3명이나 우리집을 방문하고 있어서 다음에 오는 친구들은 좀 더 조용한 친구들이면 좋겠는데.
"여보세요?"
"아, 안녕하세요. 미,미즈카미야 세이류의 친구인 오,오리오라고 합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살짝 긴장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오리오였다. 뭔가 키득대는 소리도 들리는걸 보면 옆에 사소츠카도 있는 모양이다. 오리오는 내가 당사자인줄 모르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근데 너무 횡설수설해서 결국 웃음을 참지못하고 나라고 알렸다.
"미안미안 내가 세이류야. 푸흐흡..."
"아 뭐야....!! 캡틴 있었으면 빨리 말했어야지!"
목소리만 들어도 오리오의 얼굴이 상상이 된다. 창피해서 엄청 빨개져있을것이다. 전화거는건 꽤나 서툰편이구나 오리오. 녹음기능이 되었다면 녹음해서 들려줬을텐데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웃으면 그것도 실례니까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오리오한테 말했다. 아니 정확히는 사소츠카한테 말한거나 다름없다. 오리오가 너무 말을 못해서 사소츠카가 대신 받았기 때문이다. 둘은 단짝이라서 자주 같이 논다. 근데 꽤나 이른 시간부터 노는구나 둘은.
"그래서 용건은?"
"오늘 오리오랑 같이 도넛가게에 갔는데 캡틴한테도 나눠줄까 해서."
"도넛? 그 역앞에 새로 오픈한 곰돌이 도넛말이야?"
"오오, 역시 캡틴이네 그런것도 알고 있구나!"
사소츠카한테서 다시 오리오한테로 넘어갔다. 아니 딱히 캡틴이라서 안것은 아니고 1학년 부원이 거길 자주 기웃거리길래 어쩌다보니 알게 된것뿐이다. 꽤나 인기많던데 그래서 일찍이 만나서 산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오늘이 글쎄 스폐셜 메뉴로 파란 곰돌이 도넛을 판다는거야. 그래서 오리오랑 같이 사러 왔는데 너무 많이 사버려서 같이 먹을려고 전화했지~ 지금 집에 가도 돼?"
"뭐 딱히 상관은 없는데 지금 시라토리랑 아마노, 사오토메도 와 있어."
"오 그럼 딱이네. 딱 7개 샀거든. 그럼 집에서 봐~"
"그럼 마실거라도 준비해두고 있을게. 지금 어디쯤인데?"
"어...... 대문앞?"
응? 뭐라고? 대문앞? 지금 우리집 대문?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도 전에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애초에 올 생각으로 전화를 걸었던구나 싶었다. 내가 안된다고 해도 올 녀석들이니까... 뭐 이미 와 있는 사람도 있는데 몇명 더 온다고 별일은 안생기겠지. 나는 현관문을 열었고 곰돌이 도넛박스를 들고 있는 오리오와 사소츠카를 맞이했다. 두명만 데리고 문을 닫으려는 순간 뒤에 있는 한 사람이 잔뜩 열을 내며 닫으려고 하는 문을 손으로 잡았다. 또 누가 왔나 싶어서 얼굴을 봤더니 요리책을 사게 한 장본인이 서있었다.
"아 하이자키도 왔구나. 미안 몰랐네 하하."
"웃으면 넘어가는줄 알아?! 난 도넛만 먹으면 바로 갈거니까 놀러왔다든가 그런거 아니라고."
"알았어 일단 들어올거지?"
왜 하이자키는 항상 솔직해지지 못하는걸까.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현관으로 들어선다. 그 도넛가게도 사소츠카랑 오리오가 알만한 가게가 아닌데 어떻게 아는가 했더니 하이자키가 가르쳐준건가 보다. 이렇게 7명이 모여서 도넛을 하나씩 먹고 있었다. 시라토리는 역시 쇼파에서 졸았다가 사오토메랑 아마노가 들어오는걸 듣고 깼다고 한다. 사오토메는 그사이 거실에 있는 꽃에 물을 주며 흥얼거렸고 아마노는 내가 준 요리책을 보며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하마터면 못살뻔했어. 앞에 있던 앞에 어떤 아줌마가 또 몇개를 사가셨거든."
"스폐셜 도넛인건 어떻게 알았어?"
"하이자키가 알려줬어. 어제 하루종일 스마트폰을 쳐다보더라고."
"내가 사려고 간건데 너네가 마음대로 따라온거잖아...!"
"뭐 어때~"
역시 예상대로 하이자키가 알려줬고 둘이 따라간거구나. 사소츠카랑 오리오는 요즘 하이자키 놀리기에 맞들렸다. 이럴때는 손발이 척척 맞는다니까. 하긴 한명밖에 없는 후배인데 귀여워할만 하다. 다들 그렇게 재잘재잘 수다를 떨었다. 이른아침부터 모인사람들인데 지치지도 않는지 이야기 보따리를 하나둘씩 풀어냈다. 오늘 생일인걸 아무한테도 안알려줬는데 꼭 생일파티 같았다. 이미 이렇게 다같이 있으니까 오늘이 생일인걸 딱히 말할 필요도 없을테지. 오늘은 운세가 좋더라니 이거 때문이었나?
"세이류~ 엄마왔다~ 오늘 일이 별로 없어서 일찍 왔어!"
"아, 어머니 오셨다."
다들 '엄마'라는 말 한마디에 먹고 있던 과자나 도넛을 내려놓고 식탁을 치우며 옷무새를 정리했다. 아 하긴 아무도 없어서 들여보낸거였지. 어머니가 이렇게 빨리오실줄은 나도 몰라서 조금 당황했다. 어머니도 집안에 아무도 없는줄 아셨겠지? 현관에 신발들이 가득한걸 보시자 어머니의 얼굴은 '기쁨'으로 가득차있었다. 분명 내가 생일파티하려고 부른 친구들인줄 아시겠지. 빨리 오해를 풀어야 한다.
"저기 어머니 이 친구들은 생일 때문에 온게 아니라..."
"거봐 엄마가 뭐라고 했니! 전화해보길 잘했지? 다들 거실에 있겠다. 곰돌이 도넛을 스폐셜로 팔고 있길래 몇개 사왔어! 봐보렴 아들 머리색처럼 예쁜 파란색 도넛이지?"
오리오가 말한 앞에 있던 아줌마는 우리 엄마인가보다. 또 뭔가를 한아름 사오셨는지 케이크랑 음식재료가 보인다. 작년에 못챙겨줘서 오늘 더 성대하게 차려주고 싶으신가보다. 그래도 이 친구들은 생일인걸 알고 찾아온게 아니에요!
"아,아줌마 안녕하세요... 저희는 그 미즈카미야랑 같이 축구하는 추,축구부 친구들인데요..."
"허락도 없이 들어와서 죄송합니다."
오리오의 허둥지둥대는 말에 시라토리가 깍듯하게 사과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더 기뻐하시며 큰소리로 말하셨다.
"아 축구부친구들!! 다들 세이류 생일 축하하러 와준거구나!"
"네? 생일이요?"
"응? 생일인거 알고 찾아온거 아니니?"
모두의 시선은 나를 향해 있었다. 나는 어머니와 친구들을 번갈아서 쳐다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초대한것도 아니고 생일인건 다들 모르고 있었다고. 손사레까지 쳐가면서 뒷걸음질을 하자 어머니는 미안하셨는지 호호호 웃음으로 무마시켰다. 그러자 애들도 분위기를 파악하고 멋쩍게 웃었다. 맨 뒤에 모든걸 보던 하이자키만 빼고.
"그럼 지금이라도 생일파티하면 되는거 아니야?"
하이자키는 별 생각없이 말한거겠지만 그 파급력은 어마어마했다. 하이자키의 한마디에 곁에 있던 사소츠카랑 오리오는 후배가 주장 생각을 해준다며 어깨를 두드렸고 사오토메는 벌써 다른 축구부원들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도 어머니의 짐을 들어서 부엌으로 가져다놨고 부랴부랴 파티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했던 파티는 아니였지만 그래도 싫지만은 않았다. 파티같은건 유치하고 귀찮다고 생각한적도 없고 오히려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다들 오늘 내 생일인건 오늘 알아서 나한테 사과했지만 말을 안한 내 탓이니 사과하지 말라고 했다. 아무도 모를거라 생각했던 생일파티가 후배의 말 한마디에 변했다. 다른 축구부원들도 찾아왔고 후에는 키도씨도 와주었다. 물론 하이자키는 마음에 썩 들어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파티니 참고 넘어가는듯 보였다. 어머니도 기뻐보였고 나도 기대같은건 안했지만 막상 모두와 함께 있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근데 왜 오늘 생일인거 말 안했어?"
"그러게 캡틴은 항상 우리 생일 챙겨주잖아."
"어....그냥. 나도 잊고 있었어. 하하."
잊고 살았던건 맞는말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주장의 일생에 생일을 챙길 겨를은 없었다. 그래서 작년에도 그냥 넘어갔었던거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은 달라졌다. 내가 말해주지 않아도 모두가 나의 곁으로 모여들었고 생일인걸 알려줬을때는 누구보다 신나게 파티를 준비하고 즐겨주었다. 이것도 캡틴과 상관이 있는건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확실한건 함께 있어준 동료, 친구와 함께 생일을 맞이하면 그 무엇보다 기쁘다는 것이다.
"2월 2일은 캡틴 생일이니까 다들 기억하자고!"
"좋아!!"
"너희들 어짜피 그래놓고선 까먹을게 분명한데 벌써부터 그러지 마."
"이,이번에는 안 까먹어..!"
"오리오 벌써 내생일이랑 사소츠카 생일 까먹었대요~"
"야 사오토메!!"
생일을 까먹어도 괜찮을것이다. 올해도 아무말도 안했는데 다들 와준걸 보면 내년에도 자연스럽게 모여들지 않을까. 아니, 그냥 내 욕심인건가.
"그럼 다음부터는 미리 말을 해."
"미리? 언제부터?"
"뭐.....일주일전에도 할 수 있고. 적어도 학교 있을때 말하면 좋잖아!?"
"그럼 그렇게 할게. 유일한 후배가 하는말이니 들어줘야지."
"말해두겠는데. 캡틴이 내 말 들어준다고 내가 당신말 들을거라곤 기대하지 마라."
"넌 내말만 안듣는거 아니잖아."
아무말도 안하고 있는 내가 답답해보였나보다. 하긴 하이자키는 할말 못할말 다하는 성격이니 생일도 미리 말 안해준게 서운했을것이다. 하이자키한테는 팀을 믿어달라고 하면서 정작 캡틴인 나는 팀에게 생일도 알리지 않은건 반성을 해야한다. 드디어 한 팀이 되었는데 이제와서 김새게하면 안되겠지.
"캡틴캡틴! 빨리 와. 초 불어야지!!"
"소원 빌고 끄는거 잊지마~"
"야 누가 빨리 불 꺼라."
내 소원은 단 하나다. 지금처럼 모두가 한 팀이 되어서 내년에도 흩어지지 않고 계속 축구를 하는것. 욕심을 부리자면 내년에도 모두가 우리집에 와서 파티를 해줬으면 하는것. 두 손모아 눈을 감고 소원을 빈 후 천천히 초를 불었다. 그리고 터지는 폭죽들과 귓가에서 들려오는 환영소리.
"생일 축하해~ 미즈카미야 캡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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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8,452자
공미포:6,286자
곰돌이 도넛 파란색인거 맛있을까 너무 걱정됨. 파란색인데?? 맛있어 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