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미키] 경애
*초단편 주의
<경애>
*경애: 공경하고 사랑함.
몬미키
경애, 존경할 경(敬)에 사랑할 애(愛)를 쓴 단어. 즉 존경하고 사랑한다는 말이다. 지금의 나의 심정을 대표하는 말이다. 벌써 4년째 그 사람을 사모하고 있다. 하지만 그 마음은 절대 전해지지 않는다. 곧있으면 그 사람은 졸업을 하는데도 쉽사리 말이 나오지 않았다. 존경해요, 앞으로도 정진해주세요. 그런 말을 어떻게 할 수 있지?
"타무라, 여기 장부가 틀렸잖아. 좀있으면 네가 위원장대리가 될텐데 이런 기본적인 것도 틀리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죄송합니다. 고치겠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혼나는 것도 얼마 안남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보다 2년 선배인 사람이다. 곧 있으면 겨울이 시작된다. 졸업시험이 시작되고 그 후에는 각자 살길을 찾아 떠나게 된다. 선배의 친구들도 서로 멀어지게 될 것이다. 조금이라도 선배를 더 눈에 새기고 싶어서 일부러 장부를 틀린다. 야단을 맞는다. 미간에 주름이 몇 개 더 생기겠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 주름도 졸업 후에는 볼 수도 없으니까.
"선배 저랑 같이 졸업하시면 안될까요?"
"나보고 유급을 하라고? 2년이나?"
"한번만 하시면 돼요. 제가 조기졸업을 하면 되니까."
"허, 잘도 그러겠다. 됐으니까 장부 틀린거 먼저 고쳐놔."
선배는 눈길 하나 주지 않았다. 혼나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 마음을 고백하고 싶은데 그럴 틈 조차 주지 않았다. 선배가 졸업하고 2년을 더 버텨야하는데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그럴 용기가 없어서 내가 먼저 마음을 놓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 작은 심장의 그릇에는 넘칠정도로 가득한 나의 마음이 들어있어서 그것을 들키기 싫었다. 흘러 넘치는 사랑을 억지로 잡아다가 마음에 틀어막으면 아무리 해도 닫히지 않는다.
"......"
아랫입술을 잘근 씹었다. 분하다. 좋아하는 사람이 눈앞에 있는데도 고백할 수 없다. 왜냐하면 선배의 뒷목에 새빨간 흔적이 보였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선배와 함께 몸을 섞었다. 누군지 짐작이 가기 때문에 굳이 물어볼 필요는 없다. 괜스레 나의 뒷목을 만지작거렸다. 깨끗한 피부 뿐이었다. 그 외에 듬성듬성 자라난 갈색 머리카락뿐. 선배의 흔적은 이 몸 어디에도 없었다. 어찌보면 당연한건가.
"선배...."
"타무라 내가 졸업하면 네가 후배들을 잘 보살펴줘라. 부탁한다."
".....네."
뒤돌아 선 선배의 얼굴에는 코흘리개 후배들을 보는 것과 같은 표정이 있어서 도저히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존경? 사랑? 그런거 알게 뭐야. 사랑은 쉽게 사라지고 만다. 심장에 다 담기지 않았던 그 마음도 이젠 한방울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고 만다. 이젠 눈물도 나오지 않아.
"졸업 미리 축하해요. 선배."
"그래. 다음 위원회는 잘 부탁한다. 타무라 미키에몬 회계위원회 대리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