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타마/소설

[몬미키<-하마슈] 짝사랑

닌란(NINRAN) 2019. 3. 14. 23:08

**닌타마 두번째 연성.

**몬미키하마 삼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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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무라. 이쪽 잔업 부탁한다."

 "네 위원장님."

 

 음습한 새벽. 쌀쌀한 날씨를 맞이하여 귀뚜라미들이 제각각 소리를 내고 있었고 연못의 개구리도 더이상 울지 않고 잠이 들어버릴 정도의 깊은 새벽이었다. 오늘 남은 잔업을 다 해야하는 회계위원회는 오늘도 쉬지 않고 일을 해야했다. 사실 더 일찍 끝날 수 있었는데 단조의 악필로 인해 처음부터 다시 다 갈아엎어서 해야하기 때문이다. 단조도 처음에는 잘못했다며 열심히 장부를 교쳤지만 달콤한 새벽잠에 지쳐 사키치와 함께 엎어져 잠들어버렸다.

 

 "으아! 위원장님 저 다했습니다!"

 "칸자키! 여기가 틀렸잖아! 다시!"

 

 사몬은 자꾸만 감기는 눈을 비벼가며 장부를 뒤적였다. 도저히 안되겠다고 생각한건지 사몬도 그만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엎어져 잠들어버렸다.

 

 "위원장님. 아무래도 다들 한계인것 같은데요."

 "체력이 부족해서 그래 체력이! 회계위원회는 체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그래도 저희 어제 극기훈련도 했고..."

 

 미키에몬은 다 들어가는 개미만한 목소리로 반기를 들었지만 몬지로는 그 말을 묵살한채 계속해서 장부를 확인했다. 사실 미키에몬도 졸린건 마찬가지였지만 참을 수 있었다. 드디어 둘만의 시간이 되었으니까.

 

 "ㅅ,시오에 선배... 저... 이쪽은 다 끝냈습니다."

 "어, 수고했다. 거기에 놔둬."

 

 미키에몬은 쭈뼛거리며 그 장부를 두었고 몬지로 근처에 앉아 다른 장부를 펼쳐보고 있었다. 사실 회계위원회에 올 생각은 별로 없었다. 1학년때는 화약위원회에 들어가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더이상 화약을 좋아하는 사람은 받지 않는다 하여 퇴짜를 맞았다. 침울해진 미키에몬에게 다가온 사람은 당시 3학년이던 몬지로였다.

 

 "너 1학년이지? 입학생."

 "네?네... 3학년의.."

 "시오에 몬지로다. 위원회는 정했니?"

 "아뇨 아직이요."

 "그럼 잘됐네! 우리 위원회에 와라. 회계위원회로!"

 

 특별히 잘하는게 없었던 미키에몬은 몬지로의 그 상쾌한 미소와 열혈적인 면모에 반해 회계위원회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좀 힘들었지만 참을 수 있었다. 서툴러서 이것저것 놓쳐도 몬지로가 가르쳐줬으니까 미키에몬은 성장할 수 있었다. 그렇게 2학년이 되고 3학년이 되었을때 몬지로는 차기 위원장을 맡게 되었다.

 

 "차기 위원장 되시건 축하드려요 선배."

 "아직 위원장이 된것도 아닌데 그런 말은 넣어둬라."

 

 몬지로는 단호하게 거절했지만 아직 좀 쑥쓰러운지 홱 뒤돈 그 얼굴에는 빨갛게 달아오른 귀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순간 미키에몬은 생각하였다. 이 사람이라면 등을 맡길 수 있다고. 이 사람이라면 자신의 모든것을 털어놓아도 될거라고.

 

-

 

 하지만 미키에몬의 사랑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는 미키에몬 혼자 좋아하는 사랑이었다. 다시말해 짝사랑. 몬지로 옆에는 항상 같은반이자 같은 방을 쓰는 통칭 닌자학원의 넘버원인 센조가 있었다. 미키에몬이 화약을 좋아하듯이 센조도 화약이라면 톱을 찍었고 실력은 물론, 인품까지 바른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선배니 미키에몬은 그 사람을 존경하고 뒤따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존경도 오래가지 못했다. 

 

 "타무라 아직 화약쓰는게 미숙하다. 다시."

 "네넵!"

 

 어라? 뭔가 비슷한 말투였는데? 미키에몬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곧 기분탓이라고 넘겼다. 센조에게 화승총 다루는법을 배우다 손에 물집이 잡힐듯한 미키에몬은 잠시 다른곳에서 쉬고 있었다. 센조의 말투는 역시 같은방을 쓰는 몬지로와 닮아 있었다.

 

 "사몬! 이쪽이 틀렸다. 다시!"

 "알겠습니다!"

 

 쉬고 있는 도중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식당근처에서 사몬을 훈련시키는 몬지로를 보았다. 몬지로와 사몬의 모습은 마치 미키에몬의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하였다. 그때 1학년이었던 시절을... 미키에몬은 제대로 하는게 없어서 항상 늦춰졌다. 그런 미키에몬에게 화약 다루는 법을 알려준 사람은 다름아닌 몬지로였다. 몬지로는 미키에몬에게 특기를 하나 개발하라고 추천해주었고 그 추천해준 것이 바로 화약이었다. 닌자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무기가 될것이라며. 미키에몬은 존경하는 선배의 말을 들었고 그대로 쭉 4년간 화약을 배우고 화약을 사랑해왔다.

 

 "아, 설마 그래서..."

 

 사몬과 몬지로가 훈련하는 모습을 보자 미키에몬은 직감적으로 그때 왜 자신에게 화약을 가르쳐주었는지를 떠올리게 되었다. 몬지로도 3학년이었기에 제대로 된 무기를 만들 수 없었을터였다. 그런데 왜 미키에몬에게 화약 다루는 법을 알려줄 수 있었던걸까? 그것은 센조때문이라고 미키에몬은 생각했다. 센조는 1학년때부터 성적 우수, 실기 우수로 학교의 엘리트다. 그 역시 화약을 잘 다루었고 그 특기로 3학년을 무사히 버티고 있었다. 어쩌면 몬지로는 센조가 한 화약을 보고 미키에몬에게 가르쳐줄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진실을 안다고 해서 미키에몬이 화약을 버릴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이 아픈건 어쩔 수 없었다.

 

 "몬지로 너 또 후배 괴롭히냐?"

 "그런거 아니다. 이건 회계위 훈련이야. 타무라는?"

 "방금 훈련 끝났어. 아직 좀 미숙하지만."

 "4학년이잖아. 살살해 살살."

 

 사몬과의 훈련이 끝난 후 몬지로와 센조는 서로 대화를 나누었다. 미키에몬은 그 둘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토록 존경하는 두 선배가 사이좋게 얘기를 하고있는데 그 사이에 끼어들 용기가 없었다. 미키에몬은 입술을 깨물며 뒤돌아섰다. 더이상 존경할 수 없고 더이상 사랑할 수 없기에 두 선배들을 깜짝 놀라게 할만큼 강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1학년의 시절에서 몬지로의 도움을 받았지만 그 몬지로가 그 사랑하는 선배가 준 도움이 사실은 '좋아하는 사람'의 특기라고 생각하니 자기도 모르게 이용당한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좋아하고 사랑했는데 그는 이미 다른 쪽을 보고 있었다.

 

 "잊자. 어짜피 화승총쪽에서는 내가 더 위야."

 

 미키에몬은 속을 달래고 그 둘과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해 걸어갔다. 그 순간.

 

 "미키에몬!"

 "우왓! 깜짝아... 슈이치로 갑자기 뭐하는짓이야."

 "미안미안. 저 멀리서 너가 보이길래. 그리고...자!"

 

 같은 반에 들어온 편입생 하마 슈이치로는 미키에몬 앞에섰다. 온몸은 흙투성이에 머리도 헝클어져 있었지만 그의 미소는 해맑게 빛나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순수한 얼굴로. 미키에몬의 심정을 알리가 없는 슈이치로는 미키에몬을 향해 꽃다발을 내밀었다. 그렇게 화려하고 예쁜 꽃은 아니였지만 슈이치로의 흙투성이 손에 있어서 그런지 더욱 더 반짝이며 빛나고 있었다.

 

 "나한테 주는거야?"

 "응. 같은 반이 된 기념으로."

 "늦잖아-"

 

 미키에몬은 슈이치로의 가슴을 툭툭 건들이며 꽃다발을 받아들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두 선배들의 뒷모습을 보며 한탄도 하고 후회도 했는데 그 해맑은 슈이치로의 미소를 보니 모든게 풀리는듯 했다. 꽃다발을 들며 미소를 짓는 미키에몬은 정말 학교내의 아이돌같은 모습이었다. 슈이치로는 꽃을 가져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상태로 미키에몬과 함께 반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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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이치로ver.)

 

 "로반? 그럼 나랑 같은반이네! 앞으로 잘부탁해-"

 "아,응."

 

 처음 반이 정해졌을때 나에게 말을 걸어준 사람. 그사람의 얼굴은 반짝이며 빛났다. 괜히 학교내의 아이돌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키에몬과 친해지면 좋겠지만 그에게는 다른 사랑이 있었기에 나는 멀리서 그 사람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타무라 장부 정리가 아직 안끝났나?"

 "네! 금방 하겠습니다!"

 

 회계위원회는 많이 바빠보였다. 나도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미키에몬은 나랑 얘기할 때보다 회계위에서 일할때가 더 반짝이며 빛났다. 처음에는 단지 그가 회계일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사실을 알게 되었을때는 조금 충격 받았다. 나에게도 기회는 없겠구나- 싶어서.

 

 "시오에 선배는 참 대단해. 그렇지?"

 "내눈에는 그냥 앞뒤 꽉막힌 사람처럼 보이던데-"

 "그렇지 않아. 좀 엄하지만 항상 상냥하시거든."

 

 그 말에 어울리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아이는. 회계위에서 반짝이는 눈으로 일을 열심히 한 이유도 그 선배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나따위는 건들일 수 없는 존재라고.

 

 "타무라 아직 화약쓰는게 미숙하다. 다시."

 

 타치바나 선배는 미키에몬을 가르치고 있었다. 내눈에는 대단하던데 선배들 눈에는 아닌가보다. 하긴 어짜피 6학년의 눈에는 4학년은 아직 아기수준일테니까. 그리고 얼마 못가 미키에몬의 사랑이 무너지는 순간을 보게 되었다.

 

 "잊자. 어짜피 화승총쪽에서는 내가 더 위야."

 

 미키에몬이 사랑했던 선배는 미키에몬이 가장 잘하는 특기 위의 사람이었다. 중간에 무슨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미키에몬이 저 선배를 좋아한다는 것은 편입생인 나도 잘 알고 있었다. 하물며 타치바나 선배는 얼마나 많이 알고 지냈던걸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사랑이 깨졌을때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하지? 모르겠어. 머리로는 도저히. 그래도 내 몸은 반응하고 있었다. 예쁜 꽃들을 찾았다. 미키에몬에 어울리는 아름답고 예쁜꽃. 형형색색의 꽃들을 찾았다. 그리 많지는 않지만 최대한 풍성해보일려고 별 난리를 다쳤다. 두건도 잃어버리고 닌복은 흙투성이가 되었다. 그래도 멈출 수 없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면 몸으로 표현해야 하니까.

 

 "미키에몬!"

 

 찾았다. 길고 길었던 첫사랑을. 비록 너는 첫사랑을 잃어버렸지만 나는 이게 시작이니까. 마음아파도 나에게 다 털어놓았으면 좋겠어.

 

 "나한테 주는거야?"

 "응, 같은 반이 된 기념으로."

 "늦잖아-"

 

 그래, 그 얼굴. 선배한테만 보였던 반짝이는 얼굴. 이제 나한테도 보여주는구나. 너하고 함께할 날들이 앞으로 가득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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