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미키] 성장통
**닌타마 연성.
**하마미키, 케마이사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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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이치로 너 어디 아프냐?"
"네?"
"뭔가 몸상태가 안좋아보이길래. 피곤하며 먼저 들어가서 쉬어라."
그날은 위원회를 하는 날이었다. 나는 내가 몸이 나쁘다는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몸상태가 좋았다. 아니 그랬다고 착각한걸지도 모르겠다. 케마 토메사부로 위원장은 내가 몸상태가 안좋아보이는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아니라고 우길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나는 나도 모르게 먼저 들어가보겠다고 말한 후 터덜터덜 기숙사 안으로 들어왔다.
"내가 그렇게 안좋아보였나?"
그때까지만 해도 그것이 크게 이상해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지금이라도 더 일을 할 수 있을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기숙사 안에는 찬공기만이 순환하고 있었다. 아침에 미키에몬이 오늘 위원회일이 바빠서 늦게 올것 같으니 늦어지면 먼저 자도 괜찮다는 말을 들었던 것이 생각났다. 미키에몬이 없는 방에서는 쓸쓸한 공기만이 맴돌고 있었다. 구석에 고이 접어둔 이불들과 내일 필기시험을 위해 정리해둔 책들. 그 어디에도 미키에몬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아무도 없는 방이니까 뒹굴거리며 누웠다. 시원한 바람이 나무바닥을 통해 기분 좋게 들어왔고 열린 방과 창문으로 햇빛이 은은하게 들어와서 기분이 좋았다. 기분이 안좋기 보다는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슈이치로."
"미키에몬?"
"아쉽지만 타키야샤마루다. 내일 필기시험 끝나고 4학년끼리 뒷풀이라도 할 생각인데 미키에몬한테 전해줘."
"으응..."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미키에몬과 타키야샤마루를 헷갈렸다. 무슨 낭패야 이게. 타키야샤마루의 얼굴도 꽤나 기분이 좋아보이지 않았다. 그야 당연히 그 타무라 미키에몬과 헷갈렸으니 그럴만도 하겠지. 나는 다시 일어나 미키에몬이 있는 회계실에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전혀 다른 뜻은 없다. 그저 미키에몬에게 타키야샤마루의 전언을 알려주려는 것뿐이다.
"실례합니다."
"오. 하마 슈이치로군. 미키에몬 슈이치로가 찾아왔다."
"네?"
오랜만에 본 그녀석의 얼굴은 여전히 반짝이게 빛나고 있다. 귀엽다. 그 생각밖에 나지 않았던 것 같다. 시오에 몬지로 위원장은 나와 미키에몬이 얘기할 수 있게 자리를 비켜주었다.
"무슨 일이야?"
미키에몬은 그 불타오르는 눈동자를 크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 나는 타키야샤마루의 전언을 말해야해.
"어..."
생각해보면 케마 선배가 알려줬을때 미리 알아차렸어야 했다. 막상 미키에몬의 얼굴을 보니 말이 나오지 않았다. 금붕어처럼 뻐끔거리며 아무말을 하지 않고 꼿꼿하게 굳은 나를 미키에몬이 건들여주었다. 눈썹을 씰룩이며 무슨일이냐고 물어도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뭐야 할말 있으면 빨리 해."
심장 부분이 저릿했다. 크게 뛰는 심장소리에 미키에몬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마치 가위라도 눌린것마냥 내가 말하고 있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타키야샤마루가 내일 시험 끝나고 뒷풀이 가자고 했거든.'
"응? 뭐라고?"
'타키야샤마루가!'
"뭐야 슈이치로 나 지금 장난칠 시간 없어. 어서 말해."
'그러니까 제대로 말하고 있는데...'
미키에몬이 말하는 소리도 심장소리에 묻혀 제대로 들리지 않게 된다. 바짝 긴장한 내 몸뚱아리는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케마 선배가 말했던 몸상태는 이거였을까? 그렇다면 선배는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눈앞에 있는 미키에몬에 제대로 집중을 하지 못하겠다. 저 타오르는 큰 눈동자를 보니 그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기분이다. 한마디만이라도 제대로 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내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슈이치로? 어이 슈이치로! 시오에 선배! 슈이치로가 이상해요!"
"뭐야 무슨일이야!"
"하마 선배 괜찮으세요?"
"보,보건실로 빨리 데려가야 할것 같은데요?"
"지금 당장 출발하죠! 이쪽이다!"
회계위원회들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하지만 그마저도 심장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게 되었다. 숨도 제대로 쉬고 있고 말단이 저리는 현상도 없다. 병이 있는것은 아닐터 무엇이 원인이란 말인가? 미키에몬이 나를 걱정해주고 있다. 허둥대며 나를 부르는 얼굴을 보니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아!'
"슈이치로! 정신 차려봐! 야!"
'그러니까 말하고 있다니까...'
제대로 말도 전해주지 못하고 나는 보건실에서 눈을 떴다. 약재의 꼬릿한 냄새가 내 코를 간지럽혔다. 보건실에는 란타로와 이사쿠 선배만 있었다. 나를 데려와 준 사람은 아마 회계위원회 사람들이겠지. 빚을 진 기분이라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전혀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오늘 갑자기 쓰러지다니 닌자 실격이다. 이게 병이라면 정말 닌자를 그만두어야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미키에몬한테 더욱더 미안한걸.
"이사쿠 선배. 하마 선배 일어났어요!"
"란타로..."
"일어났구나. 몸은 어때?"
"이사쿠 선배..."
내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는것 같았다. 심장소리가 작아졌다. 내 귀에 내 목소리도 잘 들린다. 모든게 원상태로 돌아간것 같아서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란타로는 나를 걱정하는 눈치였고 이사쿠 선배는 내 몸상태를 진찰하면서 미소를 살짝 짓고 있었다. 아마 내 몸에 아무런 이상도 없다는 증거겠지.
"저기 저 괜찮은거죠?"
"응? 글쎄- 뭐 딱히 몸상태는 나쁘지 않아보였어."
"그럼 대체 왜..."
이사쿠 선배는 내 옆에 앉아서 증상을 읊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이사쿠 선배는 내가 회계위원회에 방문해서 있었던 증상들을 전부 알고 있었다. 마치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심장이 저리고 몸이 경직되어서 움직일 수 없었지? 그리고 심장소리가 너무 빠르고 커서 자신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없었고. 반대로 듣고 있는 사람은 소리가 안들린다고 어서 말하라고 재촉했을 것이고."
"어,어떻게 아셨어요?!"
"글쎄-?"
나는 이사쿠 선배의 명진찰에 감동을 먹고 박수를 쳤다. 역시 보건위원장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야. 이사쿠 선배는 붓으로 글씨를 세글자 쓰더니 나에게 보여주었다. 이것이 내 병명이라고 말하면서. 그게 진짜 내 병명이라면 이것 정말 말도 안되고 창피해서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
"뭐라고 읽는거에요? 성...장...통?"
"응. 성장통. 너는 성장통을 겪고 있는거야. 주로 13살정도에서 많이 나타나. "
"성장통이면 그거죠? 갑자기 키가 커져서 무릎같이 관절이 아픈거. 저는 무릎이 아니라 심장이 아픈건데요?"
"성장통이라고 쓰고 나는 '상사병'이라고 읽어."
"에?"
상사병? 내가 아는 그 상사병? 사랑을 하면 그사람에게 고백을 못하고 너무 떨어서 심장이 두근거린다는 의학적인 병도 아닌 그냥 민간에서 떠도는 소문같은 병? 이사쿠 선배가 나에게 장난을 치는거라고 생각했다. 이사쿠 선배는 그래도 나에게 상사병이라고 말하며 오히려 미소를 은은하게 띄우면서 나에게서 멀어져서 약재를 갈고 있는것이다. 란타로는 오히려 좀 당황했는지 나에게서 좋아하는 사람이 있냐고 묻기까지 했다. 버럭 화를 내며 없다고 윽박질렀지만 생각해보면 진짜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이사쿠 선배? 뭔가 착각한거겠죠...상사병이라니..."
"성장통의 일부분이지. 사춘기 시기에 많이들 겪잖아?"
"어떻게 제가 상사병...아니 성장통이란걸 알았어요?"
"어떻게 알았다고 생각해?"
이사쿠 선배는 나를 시험하는듯 했다. 그러고보니 선배는 내가 증상을 말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알고 있는듯한 말투로 증상을 읊었다. 나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이사쿠 선배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저말고도 이런 사람이 있었기 때문...아닐까요?"
"정답이네."
"하하. 저말고도 상사...아니 성장통이 걸린 사람이 있었어요?"
"응. 토메사부로."
"위원장이요?"
이사쿠 선배는 4학년 시기에 케마 위원장이 똑같은 병을 얻었다고 말했다. 나랑 똑같은 증상이었다. 심장이 저리고 몸이 굳어 말을 할 수 없고 심장소리가 크고 빨라서 내가 말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위원장은 과거에 상사...아니 성장통을 겪어서 내가 몸상태가 안좋은걸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위원장은 병을 극복했다고 한다. 극복할 수 있다는 소식에 희망이 생겼다. 나는 이사쿠 선배에게 위원장이 어떻게 극복했냐고 물었고 선배는 란타로에게 슈이치로가 배가 고플테니 식당에서 주먹밥을 좀 만들어 와달라고 부탁했다. 굳이 란타로를 내보낼정도로 수위가 높은 치료방법일지도 모른다. 아픈 부분을 도려내는 방법같은걸까.
"치료방법은 하나야. 할 수 있겠어?"
"네. 전례가 있다면 꼭 치료하고 싶어요."
"토메사부로도 꽤나 고생이 심했지. 나도 치료하기 힘들었지만. 하지만 토메사부로는 스스로 치료방법을 찾았어. 지금은 성장통 없이 무리없이 생활하고 있지."
"스스로? 이사쿠 선배도 모르는건가요?"
"나는 토메사부로를 통해 치료방법을 알았다고 할 수 있지. 그전에는 그런게 있는줄도 몰랐으니까. 그래서 치료방법을 알고 싶다고 했지?"
"네. 꼭 알려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이사쿠 선배는 나의 어깨를 잡더니 특유의 상냥하고 따뜻한 미소로 말했다.
"고백이야."
고백이라니. 누구한테 하란 말인가. 아니 애초에 내가 알던 그 고백이 맞나? 성장통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고백이라니! 그것도 유일한 방법이라고 한다. 확실히 수위가 높긴 하다... 란타로가 들었으면 어땠을지... 나는 놀라서 이사쿠 선배에게 다시 물어보았다.
"고,고백이요? 그,그,그 고백...?"
"응. 너라면 토메사부로보다 더 빨리 할 수 있을것 같은데?"
"저...하나만 물어봐도 되나요?"
"뭔데?"
"위원장은 어떻게 고,고백했죠?"
"음.... 방법은 그닥 중요하지 않을것 같은데."
"누,누구한테 하면 될까요...?"
"토메사부로가 고백한 사람한테 해봤자 전혀 나아지지 않아."
이사쿠 선배는 쿡쿡 웃었다. 케마 위원장이 고백한 사람한테 내가 고백한다니. 말도 안된다. 하지만 상대가 누군지 궁금하긴 했다. 대충 누구인지 짐작은 가지만 그게 전례라면 나는 그 사람에게 고백을 해야한다는 뜻일까.
"위원장이 고백한 사람...이,이사쿠 선배 맞나요?"
"......"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혹시 틀렸다면 어떻게하지? 이사쿠 선배가 볼이 살짝 발그레진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뭔가 물어보지 말아야할것을 물어본 기분이다. 그래서 이사쿠 선배는 내가 상사..아니 성장통인걸 바로 알았던거다. 가까이 있는 사람이 그 병에 걸리고 그 병에 의해서 고백을 받았으니 당연히 보지도 않았는데 바로 알아차린것이다. 이사쿠 선배는 토메사부로 위원장의 고백을 어떻게 받았을까? 그 열혈 위원장이라면 뭔가 박력있게 했을것도 같은데 반대로 엄청 로맨틱하게 했을지도 모른다. 아니지. 내가 남의 고백사를 들어서 뭐하게!
"이사쿠 선배. 주먹밥 가져왔어요."
"아,아 으응! 어서 들어와. 수고 많았어-"
"하마 선배 이제 괜찮으세요?"
때마침 란타로가 와서 나는 더 물어볼것도 없어졌다. 결국 나는 주먹밥을 먹고 보건실에서 나왔다. 심장의 두근거림은 이제 없다. 하지만 반대로 병명을 알아서 더 조급해졌다. 앞으로 이 병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까? 어서 빨리 치료를 하는 수밖에 없겠다. 하지만 어떻게? 어떻게 치료를 하면 되지? 이사쿠 선배의 말대로 고백을 해서 마음이 편해지는 수밖에 없는가? 뭔가 다른 방법은 없는걸까? 반대로 고백에 실패하면 나는 그 병을 계속 안고 살아야하는것인가? 병명을 듣고 나니 생각이 더 많아졌다. 이럴거면 차라리 아픈척 하고 닌술학원을 나오는것도 최악의 선택지는 아니다.
"고백을...누구한테...."
"슈이치로! 너 괜찮냐?"
"으응? 어엉?"
예상치못한 복병. 하필 가장 만나기 힘든 상대를 만나버렸다. 반대로 생각하면 단번에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최고의 상대일지도 모른다. 무턱대고 고백하면 오히려 당황스럽겠지. 그리고 나한테는 그럴만한 용기가 있지도 않다. 그러면 상대를 놓아줘야할까? 내 병명을 알리고? 그러지도 못한다. 상대가 나를 너무 잘 알고 있고 병명을 알려주지 않기는 힘들다.
"벼,별일 아니였어. 하,하하..."
"뭐야. 사람 놀라게 하지 마. 그래서 할 말이 뭐였는데?"
"그게...."
그래 타키야샤마루의 전언! 그걸 핑계로 삼아서 이 상황을 나가는건 어떨까? 그렇게 하면 고백도 미룰 수 있고 병명도 숨길 수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타키야샤마루가..."
"아 그 이야기라면 아까 타키야샤마루한테 들었어."
"그래...? 어...."
전언은 실패다. 타키야샤마루가 내가 말해주기 전에 미리 말해버린듯 하다. 그러면 아무 일도 아니였다고 하고 여기를 빠져나가는건 어떨까? 그러면 자연스럽게 나갈 수 있다. 이번에는 이 전략으로 간다고 생각하고 숨을 한껏 내뱉고 입을 열었다.
'별일 아니였어.'
"미키에몬 나 있지."
생각과는 전혀 다른 말이 나와버렸다. 여기서 병명을 말해버리면 안되는데. 아무래도 내 심장의 깊숙한 곳에서는 미키에몬에게 고백을 하고 싶은가보다. 잔뜩 빨개진 얼굴이 수치심도 모르고 미키에몬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뇌가 말을 안듣는다. 심장이 하라는데로 손과 입이 마음대로 움직인다. 경직된 손이 미키에몬의 어깨를 잡았고 심장이 하고 싶은 말을 입이 전달받아 멋대로 씰룩거리는것이다.
"너를 좋아해."
목소리는 잔뜩 떨리고, 얼굴도 새빨개졌지만 심장은 수치심이든 부끄러움이든 아무것도 모르는듯 했다. 미키에몬의 크고 둥근 눈 안에 새빨갛게 불타는 내 얼굴이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올곧게 빛나는 눈빛이 있었다. 아무것도 내 의지대로 되는게 없다. 내 의지라고 하기에는 뭐하지만 심장 깊숙한 곳에 있는 고이 담아둔 솔직함만이 '의지'라고 할 수 있다.
"너,너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나,나는 지,진심이야."
신기하게도 아까 미키에몬을 보고 잔뜩 긴장해서 쓰러진 일과 다르게 고백을 하니 심장을 죄이는것도 없어지고 오히려 상쾌해졌다. 이제 미키에몬의 대답만을 들으면 된다고 생각하던 찰나, 미키에몬의 어깨를 잡은 손이 기우뚱하며 쓰러지기 일보직전이 되가고 있었다.
"아...나...나는...으....아...?"
"어어? 미키에몬? 미키에몬!"
새빨개진채로 몸이 딱딱하게 굳어 쓰러진 미키에몬. 내 고백이 그렇게 싫었던건가! 나는 결국 다시 보건실로 향할 수 밖에 없었다. 미키에몬을 눕히고 나는 다시 보건실 문밖을 나와 이야기를 엿들을 수 있었다.
"쌍방 성장통은 처음보네."
"성장통이요?"
"나는 성장통이라고 쓰고 상사병이라고 읽어."
"네,네,네?!"
설마했는데 정말로 또 상사...아니 성장통이라니. 이건 서로 고백을 들어주지 않으면 절대 낫지 않는다고 한다. 둘다 갈길이 멀다며 이사쿠 선배는 탄식하며 말했지만 나는 문밖에서 그 이야기를 엿듣고 있을때 얼굴이 화끈거려 죽을뻔했다. 보건실을 등지고 쪼그려 앉아 화끈거리는 얼굴을 파묻고 있을때 케마 위원장이 다가왔다. 이젠 위원장이 위대한 인물로 보인다. 상사...아니 성장통을 겪은 위대한 인물.
"슈이치로? 너 여기서 뭐하냐?"
"케마 위원장... 정말 대단한 사람이셨군요..."
"하? 뭔소리야?"
결국 내가 고백을 해도 미키에몬쪽에서 다시 고백하지 않으면 이 병은 치료될 수 없다. 이사쿠 선배 말대로 갈길이 먼것 같다. 아까의 고백으로 내 솔직함은 이제 너덜너덜해졌단 말이다... 빨리 6학년이 되고 싶다. 그때는 좀 더 어른스러워지고 미키에몬이랑 성숙하게 잘 지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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