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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장르/아르고나, 프라메모

[아르고나] 나유렌나유 <시로이시 반리의 연애사건> 총집편

나유렌나유 소설 쓰기 챌린지

**리퀘 신청 감사합니다
**신청 내용: 나유타랑 렌의 우당탕탕 첫 데이트

**분량 실패로 2까지 넘어갑니다....

**2편까지 모두 다 썼습니다! 의외로 2편은 짧아서 총집편으로 같이 올립니다. 

**리퀘지만 나름 저도 재밌어서 계속 쓰고 싶어지는 내용이라 오래 걸렸네요ㅎㅎ

나유렌나유 <시로이시 반리의 연애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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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저는 아르고나비스의 드러머 시로이시 반리입니다. 갑작스럽지만 제가 먼저 나와서 여러분에게 설명을 하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우리 아르고나비스의 자랑스러운 보컬, 나나호시 렌에 관해서입니다. 렌군은 그야말로 우리에게 있어서 보물 같은 존재입니다. 그의 목소리가 없으면 아르고나도 존재하지 않았겠죠. (물론 5명 모두 소중합니다. 단 한 명도 빠져서는 안 되고요.) 요즘 들어 렌군이 뭔가 수상쩍은 행동을 하니까 제가 너무 걱정이 되는 거 아니겠어요? 그래서 저는 렌군에게 물어봤습니다.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렌군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입을 꾹 닫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이건... 분명 사건이야!"

 아, 여기서 하나 말하자면 저는 요즘 추리만화에 크게 빠져있습니다. 처음에는 와타루군이 가져온 만화를 훔쳐보다가 점점 빠져들어서 지금은 제가 오히려 먼저 읽고 와타루군에게 빌려주는 식이 되어버렸습니다. 렌군에게 큰 사건이 생긴 게 틀림없습니다. 저는 곧바로 스마트폰을 켜서 렌군을 제외한 모두에게 라인을 보냈습니다.

 반리: 사건이야! 사건!
 유우토: 뭐야? 무슨일인데?
 와타루: 반리군. 그보다 슬슬 만화책 돌려주지 않을래? 반납일 지났거든ㅡㅡ
 리오: 나나호시가 없는 걸 봐서는 나나호시하고 관련 있는 일인가?

 역시 리오군! 천재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니까. 곧바로 토독토독 스마트폰 자판소리를 내며 저는 빠르게 타자를 쳤습니다. '렌군에게 사건이 일어난 것 같아. 어서 다들 모여줘.' 렌군이 우리에게 말하기 힘든 일이라면 렌군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저는 그렇게 추리하기 시작했어요. 

 "반리?"
 "으와앗! 레,렌군....!"
 
 렌군이 먼저 방문을 살짝 열고 문 앞에서 우물쭈물하며 작은 목소리로 들어갈지 말지 고민하는 표정으로 저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깜짝 놀라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지만 다행히 렌군은 대화 내용을 보지 못했고 저는 바로 폰을 낚아채서 등뒤로 숨겼습니다. 

 "무, 무슨 일이야? 방으로 들어간 거 아니었어?"
 "역시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나한테? 모두하고 상담하는 게 좋지 않겠어?"
 "곧 모두에게도 말할 거지만 우선은 반리의 의견이 필요해서. 반리는 상점가 모두하고 친하고 친절한 성격이니까."
 "상점가...?"

 어라, 이거 고민이 나랑 관련이 있는 걸까?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조심스럽게 렌군에게 물어봤습니다. 

 "나하고 관련이 있는 거야?"
 "꼭 관련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반리라면 분명 좋은 의견을 내줄 거라 생각해!"

 렌군의 보라색 눈동자가 한층 더 반짝 빛나고 그 순수한 눈동자로 저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게 더 이상 모른 척하기가 힘들어졌습니다. 등 뒤로 숨긴 스마트폰의 알림을 끄고 살포시 내려놓았습니다. 분명 유우토군 나중에 화내겠지. 나중에 잘 설명하면 되겠지만. 

 저는 먼저 렌군을 테이블 앞에 앉히고 저도 그 맞은편에 앉아서 둘이서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먼저 렌군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그 고민이 무엇인지 들어야 했습니다. 대충 예상은 가지만요. 

 "그래서 렌군의 고민은 뭐야?"
 "그게.... 나...."
 
 살짝 붉어진 뺨, 밑으로 내려간 시선, 가만히 두질 못하는 손가락, 비비적 꼬는 상체, 우물쭈물 말할지 말지 고민하는 저 입까지. 완벽해. 이건 그 추리만화에서 보던 상황이랑 똑같아. 

 '연애 이야기다'

 괜히 저까지 긴장하는 거 아니겠어요? 더 뜸 들이지 말고 어서 말해달라는 저의 재촉에 렌군은 드디어 입을 열었습니다.

 "조, 좋아하는 사람이랑 데이트를 하려고 하는데..."

 왔다. 렌군이 좋아하는 사람. 그런데 왜 우리한테 한 번도 얘기를 안 했지? 저는 우선 차분히 이야기를 들어주기로 했습니다.

 "하려고 하는데?"
 "음식점이라든가 카페라든가 동선을 짜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즉, 데이트 동선을 짜려고 한다 이거지?"
 "으, 응... 반리라면 상점가에 대해 빠삭하니까 분명 잘 알 거라고 생각해서.... 안될까나?"

 나왔다. 렌군의 필살기 고개를 갸웃하며 '안될까나?'하고 불쌍한 강아지 표정한 채로 부탁하는 것. 저 필살기에 당하지 않은 사람은 지금까지 아무도 없다. 나야 렌군을 잘 아니까 저 필살기에 휩쓸려가진 않겠지만 그래도 렌군을 위해서니까 필살기가 아니더라도 도와줄 것이다. 

 "알았어. 그건 나에게 맡겨줘."
 "고마워 반리!"
 "우선 정보를 모아야겠네. 좋아하는 사람의 취향은 뭐야? 좋아하는 건?"
 "으음... 취향... 좋아하는 것...."

 렌군은 골똘히 생각했습니다. 아까의 부끄러운 표정은 어디로 가고 신중하게 고민하는 표정으로 손까지 턱에다가 가져다 대고 곰곰이 생각하는 거 아니겠어요? 저렇게 까지 고민하는 걸 보면 좋아하는 사람의 취향은 아직 모르는 모양입니다.

 "그럼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남자? 여자?"
 "나, 남자야."
 "오호라."

 저는 추리만화에 나오는 주인공에 빙의하며 점점 렌군을 추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야말로 렌군은 유일한 목격자, 저는 탐정, 그리고 렌군이 좋아하는 그 사람은 범인. 나는 범인을 속출해야 하는 중대한 임무를 맡은 것이다. 그러면 경찰서장은 유우토군으로 할까.

 "나이는?"
 "나랑 동갑."
 "동갑이라고? 그럼 어디서 만났는데?"
 "그, 그건...."
 "말하기 껄끄러우면 안 말해도 돼."
 "하, 학교도 같은 곳이야!"
 "그렇구나..... 잠깐만 설마 우리들은 중에서는 아니지?"
 "응? 그건 아니지. 아르고나비스는 가족이잖아. 가족끼리 그런 짓은 안 해."
 "아... 응... 그러네."

 의외로 그런 곳에서는 굉장히 침착한 렌군이다. 저는 계속해서 추궁을 했어요. 하지만 목격자에게 너무 많이 추궁을 해서는 오히려 지쳐서 말을 안 해줄 수도 있으니 적당히 공감을 하는 이야기도 해줘야 합니다. 

 "그 사람이랑 꼭 하고 싶은 건 있어?"
 "같이 노래방을 가고 싶어."
 "그 사람도 노래하는 걸 좋아하나 보구나."
 "응. 엄청. 그리고 나도 그 사람의 노래 좋아해."

 렌군이 좋아하는 사람도 노래를 잘하는 사람인가 보다. 비슷한 사람에게 끌린다고 하니까 렌군처럼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이겠지. 단서는 어느 정도 모였으니 이제 추리를 할 시간입니다. 렌군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하고 돌려보낼 시간이죠. 하지만 웬일로 렌군이 먼저 저에게 아주 큰 미끼를 물어다 주었습니다.

 "아, 실은 만나서 하기로 한 게 있어."
 "뭔데 뭔데?"
 "같이 영화를 보기로 했어."
 "엄청 연인 같아서 좋은데? 무슨 영화야?"
 "스타파이브 극장판."
 "아.... 그거 그 사람도 좋아해서 보러 가는 거야?"
 "그건 아니야. 내가 보고 싶다고 했더니 그럼 같이 보러 가자고 했어. 예매는 그쪽에서 해준다고 그랬고."

 렌군이 좋아하는 사람은 친절하고 노래를 좋아하며 동갑인 남자. 이 정도의 단서라면 추리는 금방 할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말을 많이 한 렌군이 한숨 돌리듯 숨을 실컷 내쉬다가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저도 덩달아 일어나 렌군을 방으로 돌려보냈지요. 렌군은 조금 지친 기색이어서 방에 들어가면 금방 잠들 것입니다. 저녁이 다될 즈음에 깨우면 될 거예요. 우선 렌군이 방으로 돌아간 이후에 바로 스마트폰을 켜서 안 읽은 라인을 정독했습니다. 당연히도 유우토군은 화가 났고 다들 걱정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저는 곧바로 사죄의 메시지를 보냈고 긴급회의를 위해 거실에서 잠깐 모이자는 말도 붙였습니다. 다들 수긍하는 분위기였고 저도 곧바로 대답을 듣고는 스마트폰을 끄고 방에 있는 작은 수첩을 꺼내서 맨 첫 장을 펼쳐 네임펜으로 꾹꾹 눌러 제목을 적었습니다.

 <시로이시 반리, 사건수첩>

 라고. 앞으로 렌군에게 일어날 일들은 모두 이 수첩에 기록하기 위해서 말이죠.



-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 저는 제가 열심히 조사한 상점가 데이트 코스를 렌군에게 전달했습니다. 데이트 날이 언제냐는 질문에 렌군은 당장 다음 주 토요일이라고 대답했고 시간이 얼마 안 남은 걸 깨달아서 곧바로 옷부터 사러 가기로 했습니다. 렌군의 옷들은 모두 스타파이브가 프린팅 된 티셔츠들이기 때문에 분명 이 옷을 입고 가면 최악까진 아니더라도 좋은 데이트로 남을 수는 없겠죠. 저는 먼저 상점가로 데리고 가서 데이트 코스를 설명하고 옷과 가방을 사러 갔습니다. 원래라면 절대 못 사게 말렸을 가격대의 옷들이지만 그래도 렌군의 데이트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감내할 수 있습니다. 

 "렌군 이 옷 입어봐."
 "이거? 별로 내 스타일 아닌데..."
 "렌군의 스타일대로 입으면 안 된다니까 그러네. 얼른 입고 나와."
 "으응..."

 렌군에게 입힌 옷은 민무늬에 조그맣게 포인트 와펜이 달린 흰색 후드티였고 챙이 좁은 벙거지 모자를 씌워주었습니다. 목에 체크무늬 숏 머플러를 둘러주었습니다. 이 정도면 깔끔하고 괜찮은 인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만 입고 가준다면.....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우리 돈도 별로 없는데."
 "이 정도는 괜찮아. 다른 것도 아니고 렌군 데이트인데!"
 "그래도 오..."
 "괜찮다니까 그러네. 어라? 저기 저 사람들 자이로악시아 아니야?"

 다름 아닐까. 세련된 옷을 파는 큰 옷가게에서 자이로악시아의 사토즈카 켄타와 아사히 나유타가 있었습니다. 켄타씨는 나유타에게 옷을 추천하고 있었고 나유타는 의외로 그 말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말을 걸어볼까 싶었지만 굳이 친하지도 않은데 말을 거는 것도 이상해서 그만 돌아가려는 찰나에 렌군이 먼저 나유타에게 손을 흔들었습니다.

 "나유타군~"
 "음? 아 나나호시군이구나.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우연이네. 너도 옷을 사러 왔니?"
 "네!"

 렌군은 스스럼없이 대답했습니다. 나유타도 옷을 사러 온 건지 켄타가 골라준 옷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죠. 렌군이 그걸 눈치채고 '나유타군이라면 잘 어울릴 거야!'라고 하자 나유타는 혀를 차고 탈의실로 들어가 버렸지만요. 

 "저희는 옷을 다 사서요. 먼저 가보겠습니다. 가자 렌군."
 "으응! 나유타군도 다음에 봐."
 "이미 탈의실에 들어갔는데. 나오면 전해줄게. 잘 가렴 나나호시군, 시로이시군."

 옷과 신발을 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꽤나 피곤했습니다. 아니 애초에 이 옷들을 정말로 렌군이 데이트 당일날 입을까?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의외로 렌군은 완고한 면이 있으니까 내가 아무리 추천을 해도 본인이 싫다면 안 입게 됩니다. 결국 난 쓸데없이 돈을 쓴 건가...

 "나유타군도 옷을 사러 오다니.... 후후."
 "그게 뭐 이상한가? 근데 의외네. 켄타씨가 옷을 골라주다니. 나유타정도면 본인이 알아서 사 입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러게...후후."
 "아까 전부터 왜 그렇게 웃는 거야."
 
 렌군은 작게 소리를 내며 손으로 입을 가리며 쿡쿡 웃었습니다. 옆에서 보니 아주 조금 볼이 발그레져있었지만 그걸 눈치챈 건 저뿐이었습니다. 나유타가 그렇게도 좋은가, 내일이면 좋아하는 사람이랑 데이트를 할 텐데 그거에 먼저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렌군의 머리카락이 살랑살랑 흔들렸습니다. 기분 좋을 때 나는 움직이었습니다. 설마 렌군이 좋아하는 사람이 나유타? 물론 렌군은 나유타를 좋아하지만 그것과 다른 감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확실히 렌군은 나유타의 노래를 좋아하고 그를 동경하지만 그것과 다르게 렌군은 나유타를 따라잡고 싶어한다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그러니 아마 데이트는 다른 사람이랑 하는 거겠죠. 나유타는 상냥하지 않으니까 애초에 아닐 것입니다. 


-


 그것과 다르게 시간을 빠르게 흘러가 데이트 당일이 되었습니다. 유우토군과 와타루군에게 잘 다녀오겠다는 말만 남긴 채 렌군은 현관문을 나섰습니다. 저는 아침에는 그 전날까지 알바를 갔다 온 탓에 피곤해서 늦게 일어나서 렌군이 집 밖을 나서는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나중에 유우토 군과 와타루 군에게서 듣기로는 잔뜩 긴장한 표정과 기대감에 가득 찬 얼굴을 한 채로 집 밖을 나섰다고 합니다. 의상착의는 어땠냐고 물어보니까 그건 기억이 안 난다고 하네요. 그게 제일 중요한 건데!

 '하는 수 없지. 나도 따라 나서야겠어. 시로이시 반리의 첫 미행이다!'

 저는 그렇게 다짐하며 아르고나비스의 전원과 함께 렌군을 미행하기 위해 집 밖을 나섰습니다. 나름대로 미행에 필요한 물품들은 챙겨서 나왔습니다. 모자와 선글라스로 정체를 숨기고 한 손에는 사건수첩을 들고 렌군의 행동 하나하나를 모두 기록했습니다. 유우토 군은 저의 모습에 멋있다며 자기도 따라 하고 싶다고 했지만 곧바로 와타루 군이 제지했습니다. 리오 군은 별 생각이 없어 보이네요. 

 "그래서 지금 이렇게 미행하는거야?"
 "들키면 어떻게 할려고 그래..."
 "그런데 나나호시랑 데이트를 한다는 사람은 누군지 알아냈어?"
 "아니. 그 사람의 얼굴도 궁금하니까 지금 미행하는 거야."

 우리 4명은 렌군이 서있는 자리에서 꽤나 멀리 떨어진 건물 벽에 주르륵 붙어서 렌군의 행동 하나하나를 감시했습니다. 아직 만나는 시간이 아닌지라 렌군밖에 안 왔습니다. 약속 시간 30분 전인데 너무 일찍 나온 거 아닌가 싶지만 렌군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아이니까 시간에는 딱히 구애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잠깐... 렌군 옷이.... 내가 어제 사줬던 옷이 아니잖아?!"

 가장 중요한 첫 데이트룩. 그날 허리띠를 졸라매서 모은 돈을 탈탈 털어서 사준 무난하고 깔끔한 옷들은 어디로 가고 또 스타파이브 프린팅 티셔츠를 입고 스타파이브 에코백을 들고 있었습니다. 어제의 내 노력은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 안절부절못하는 표정. 첫 데이트여서 굉장히 긴장한 건 알겠지만 저렇게까지 안절부절못하고 두리번거리면 모두가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겠어요?

 "반리군이 모처럼 옷까지 사줬는데 안입고 나왔나 보다..."
 "렌은 저 옷을 엄청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사람도 스타파이브 광팬인거 아니야?"
 "아니야. 렌군이 좋아한다니까 마지못해서 보러 가는 거라고 했어."

 데이트 시작 시간까지 10분 전. 드디어 렌군이 좋아하는 사람이 정체를 드러냈다. 저 멀리서 누군가가 뚜벅뚜벅 걸어오는 게 느껴졌는지 렌군은 또다시 손을 붕방흔들면서 폴짝폴짝 뛰었습니다. 반짝거리는 눈동자, 살짝 발그레진 볼, 활짝 웃는 입, 살랑거리는 머리카락까지.... 렌군이 좋아하는 저 사람이구나. 촉이 왔습니다. 이거야말로 사건수첩에 적을 내용이다!

 "나유타군!!"
 
 잠깐 뭐라고? 나유타군? 그 자이로악시아의 아사히 나유타?

 "....일찍 왔네."
 "응! 너무 두근거려서 빨리 나오고 싶었거든. 오늘 신나게 놀자!"
 "그러던지."

 어제도 봤던 그 아사히 나유타가 렌군이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니. 사실 어느 정도 눈치는 챘지만 부정하고 싶었습니다. 나유타는 친절하지도 않고 상냥하지도 않으며 렌군이 좋아하는 사람하고는 감정 자체가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저희 눈앞에 있는 사람은 틀림없이 우리가 아는 아사히 나유타였습니다. 옷도 어제 켄타씨가 골라준 그 옷을 입고 나타났죠. 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아사히 나유타는 저렇게 근사한 옷을 입고 나왔는데 우리 렌군은 내가 골라준 옷이 아니라 그놈의 스타파이브 옷을 입고 오다니. 아아, 창피해.

 "너 옷은."
 "응? 아 어제 그 옷? 입고 싶었는데 오늘 아침에 우유를 흘리는 바람에 못입게 되었어. 지금은 세탁기 안에 있어. 대신에 제일 좋아하는 옷을 입고 왔는데 어때? 혹시 어제 그 옷이 더 좋았어? 어제 건 반리가 골라줬거든."
 "상관없어."
 "응!"

 의외로 아사히 나유타는 그런거에 신경을 안 쓰는 타입인 것 같습니다. 아니 오히려 나유타가 신경 쓰는 건 음악 밖에는 없으니까 오히려 그게 렌군과 잘 맞는 거겠죠. 우리는 계속 미행을 지속했습니다. 

 "데이트에는 뭘한대?"
 "영화 보고 밥먹고 노래방 간다고 그랬어."
 
 유우토군도 저의 사건추리에 동참했습니다. 마치 탐정인 저를 따라다니는 조수같이 말이죠. 유우토 군은 손으로 턱을 만지더니 골똘히 생각하는 척을 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척'입니다. 분명 머릿속으로는 '그 아사히 나유타가 데이트를?!'라는 생각으로 가득 찼겠죠. 심각하게 생각하더니 기껏 하는 말이 '어쨌든 렌을 따라가자'였습니다. 이미 충분히 따라가고 있는데 여기서 더 가까이 가면 들킬 텐데 유우토군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아무튼 렌이 영화관으로 들어갈때까지는 따라가야지..... 형?"

 와타루군이 다시 침착하게 상황을 정리하고 있는 참에 옆 건물 벽에 딱 달라붙어서 긴장한 채로 나유타와 렌군을 보고 있는 자이로악시아를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똑같이 고개를 돌려서 자이로악시아를 바라봤고 우리를 눈치챈 그들도 덩달아 눈이 마주쳤습니다. 잠깐의 정적 후에 우리들은 순식간에 동맹을 맺었습니다. 아사히 나유타라는 왕자가 있는 자이로악시아 국가와 나나호시 렌이라는 왕자가 있는 아르고나비스 국가와의 동맹이었습니다. 왕자 둘이 성공적으로 데이트를 마무리 지을 수 있기를 바라며 그들을 엄호해 줘야겠다는 생각으로 맺은 동맹이었습니다. 우린 바로 자이로가 있는 옆건물 벽으로 슬그머니 넘어갔습니다. 

 "목표물이 움직입니다!"
 "좋았어. 어서 따라가자."
 "유우, 반리군. 너무 들뜬거 아니야?"
 "재밌어 보이고 좋은데 뭘."

 렌군과 나유타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장소는 영화관. 그것도 스타파이브 극장판이 상영하는 상점가 중 가장 큰 영화관입니다. 두 사람의 발걸음이 평소와 똑같은 걸 봐서는 아직까진 별 다른 이상은 없어 보입니다. 

 "저, 스타파이브 극장판 2장이요!"
 "네, 예매는 하셨나요?"
 "아, 저.... 나유타군 예매 티켓 있어?"
 "...."

 멀리서 바라보고만 있어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나유타가 가방에서 영화 티켓 두 장을 꺼내들은건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켄타 씨가 말하길 '어제 나유타가 영화 예매하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는데 그게 나나호시 군과 함께 보기 위해서 그런 거였구나'라고 합니다. 나유타는 의외로 섬세한 면이 있구나. 

 "어머, 손님 이 티켓은 9시 상영 티켓이세요. 지금 시각은 11시고요..."
 "뭐라고?"
 "나유타군 상영 시간 착각했어?"
 
 아뿔사. 처음 시작부터 삐걱댑니다. 이건 중대한 사항이니 수첩에 적어놔야겠습니다. '11시 데이트 시작. 스타파이브 극장판 예매 시간을 착각하여 9시로 예매함' 자이로 진영은 곧바로 다들 고개를 숙이고 창피해하고 있었습니다. 켄타 씨도 안경을 살짝 올리더니 이건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며 나유타가 혼자 예매하기 전에 자신이 한 번 봐도 걸 그랬다며 탄식했습니다. 아니, 이제 그런 일은 없을 거라 다음은 없을 거예요 켄타 씨...

 "다음 시간은 언제인가요?"
 "다음 상영은 3시입니다."
 "으음... 점심 먼저 먹을까? 괜찮아 나유타군?"
 "마음대로 해."

 나유타는 혀를 차며 다시 티켓을 가방에 넣었습니다. 이미 쓸모없어진 티켓을 가방 안에 구기듯 넣고는 렌군과 다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우리도 따라가기 위해 기척을 지우고 살금살금 상점가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분명 렌군에게 알려준 음식점은 상점가 내에서 유명한 카레집이었습니다. 신선한 야채들로 맛을 우려낸 카레라며 소문이 자자했고 자칭 카레 전문가인 리오 군도 그 집의 카레는 맛있다고 극찬할 정도였으니 분명 나유타도 마음에 들어 할 것입니다. 다만 조금 마음에 걸리는 건 웨이팅이 매우 길다는 것. 

 "나유타군 카레 좋아해?"
 "싫진 않아."
 "그럼 그거 먹으러 가자. 반리군이 추천한 가게가 있는데 엄청 맛있대."
 "마음대로 해."

 상점가의 카레집으로 들어선 순간 수많은 인파들이 몰려있었습니다. 그 집 카레는 방송도 많이 타서 유명한 탓에 항상 사람이 몰렸지만 오늘은 특히나 더 몰려있었습니다. 주말이기도 하고 점심시간이니 그만큼 사람이 몰리는 것이겠죠. 그래서 영화 보고 먹으라고 알려준건데 도미노처럼 실패의 연속이기만 합니다. 

 "사람이 엄청 많네."
 "어이, 다른 데로 가."
 "으응? 여기 안먹어도 돼?"
 "이 줄 다 기다리다간 해 지겠다."
 "그건 그러네... 그럼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네가 골라."
 "음...."

 저를 포함한 아르고 진영의 사람들도 고개를 숙였습니다. 영화에 이어서 점심까지 실패하다니 이것도 중대한 사항이니 수첩에 적어놓겠습니다. '점심 카레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실패'. 센군은 점심 메뉴를 골똘히 생각하더니 결국 항상 먹는 햄버거집을 가게 되었습니다. 항상 가는 곳이라 특별한 점은 없지만 렌군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점이었고 나유타도 싫어하는 것 같진 않았습니다. 우리도 들어가기 위해 살금살금 패스트푸드점으로 들어갔고 저마다 먹을 햄버거를 시켰습니다. 당연히 렌군도 나유타와 함께 먹을 음식을 주문했습니다. 

 "미,미안 나유타군. 카레를 못 먹게 되어서."
 "아무거나 상관없어. 그보다 여긴 맨날 오는 데잖아."
 "그렇긴 한데 나유타군이랑 단둘이 온적은 없어서. 혹시 별로야?"
 "싫진 않아."
 "응! 아, 난 차이니즈 버거를 시켰는데 내 거 나눠줄게! 여기서 가장 맛있는 햄버거야~"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두 사람은 햄버거를 사이좋게 나눠먹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쪽 음식도 나오자 유우토 군은 맛있겠다며 나오자마자 한입 베어 물었지만 그를 본 레온 군이 지금 음식이 넘어가게 생겼냐며 약간의 핀잔을 주었습니다. 대인원이 큰 테이블을 쓰고 있자니 패스트푸드점에 있는 손님들이 우리를 모두 쳐다보는 탓에 많이 부끄러워졌습니다. 미유키 씨도 급하게 메뉴판으로 얼굴을 가렸고 료씨와 켄타 씨도 얼굴을 살짝 돌려 눈앞에 놓인 음료수를 마셨죠. 결국 우리 아르고나비스만 모두의 시선을 한눈에 받았습니다. 

 그와 관계 없이 렌군과 나유타군이 햄버거를 나눠먹는 모습은 영락없는 연인사이 었습니다. 머리가 살랑살랑 움직이는 렌군이 해맑게 웃고 있었고 나유타군도 조용히 눈앞에 놓인 갓 튀긴 감자튀김을 먹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려나 싶었는데 이번에도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내용도 수첩에 기록해두려고 합니다. 

 1시경에 렌군이 나유타에게 기습키스를 했다. 
 키스가 끝난 후에는 나유타가 렌군의 머리를 가볍게 쥐어박았다.
 하지만 싫진 않은 얼굴이었다. 
 -시로이시 반리 <사건수첩> 3페이지 기록-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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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아르고나비스의 드러머 시로이시 반리입니다. 지난번에도 설명드렸다시피 저는 지금 엄청난 사건에 휘말렸습니다. 다름 아닌 우리 아르고나비스에 없어서는 안 되는 가장 중요한 사람. 보컬리스트인 나나호시 렌의 연애사건이죠. 지금은 보기 좋게 렌군이 좋아하는 음식점에서 렌군이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햄버거를 먹고 있는데요. 그 상대가 무려 우리들의 라이벌 밴드이자 우리들의 목표인 자이로악시아의 보컬리스트인 아사히 나유타입니다. 처음에는 저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놀랐지만 금세 익숙해졌습니다.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센군은 나유타의 노래를 좋아했으니까 당연한 걸까요?

 "나유타군 맛있어?"
 "넌 잠깐이라도 조용히 있을 수 없냐?"
 "어? 으응... 미안..."

 나유타는 예민한 성격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렌군의 고주파 목소리를 거슬려하는 것 같습니다. 방금까지만 해도 살랑살랑 머리카락을 흔들면서 기분 좋게 햄버거를 먹고 있었는데 나유타의 말 한마디에 다시 침울해져서는 눈썹을 찌그려뜨렸습니다. 유우토 군은 렌한테 무슨 말버릇이냐며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모션을 취했지만 와타루 군이랑 리오 군이 급하게 말렸습니다. 아직까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네요. 

 "칫. 다 먹었으면 나와. 시끄러워서 있을 수가 없잖아."
 "나,나유타군! 잠깐만!.... 어라?"
 "아아?"
 
쿵-

 이건 정말 사건입니다. 나유타가 햄버거를 대충 먹고 자리를 나가려는 순간 렌군이 나유타를 붙잡으려다가 미끄러져서 그대로 나유타와 함께 나뒹굴면서 쓰러졌습니다. 사고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거겠죠. 

쪽-

 렌군이 나유타를 잡고 넘어지는 바람에 두 사람은 바닥으로 떨어져 그대로 렌군의 입술이 나유타에게 닿았습니다. 이를 본 자이로악시아 전원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역시 어른들의 밴드는 다른 걸까요. 그런데 켄타 씨가 잡은 커피잔이 심하게 흔들리는 건.... 제 기분 탓이겠죠? 우리도 매우 동요했습니다. 유우토 군은 턱이 빠지게 놀라며 지금이라도 당장 앞으로 나아갈뻔한걸 간신히 억누르고 있었고 저도 흥분한 채로 눈을 반짝이며 수첩에 적었습니다. 와타루 군은 손으로 눈을 가렸지만 이미 손가락 사이사이로 눈이 다 들어가서 이미 보고 있었죠. 리오 군도 동요하지 않는 척했지만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미,미,미안 나유타군..."
 ".....!"
 "아얏!"

 딱콩. 나유타는 렌군의 머리를 가볍게 쥐어박았습니다. 간신히 몸을 일으키고 혀를 차고 부글부글 끓는 이 화를 가라앉히기 위해 겉옷을 들쳐 매고 패스트푸드점을 나갔습니다. 렌군도 눈물을 찔끔 흘리며 한 대 맞은 정수리를 매만지며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목표물이 또다시 이동합니다!"
 "좋아. 우리도 움직이자."
 "저기 반리군? 유우? 이제 그만하자. 렌도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마토바 말이 맞아. 우리가 이러는거 나나호시가 알면 싫어할 거야."

 두 사람의 말을 들으니 일리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이런다고 렌이 완벽한 데이트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역효과만 날 것 같았죠. 괜스레 렌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나유타는 많이 화난 것 같던데... 센군은 아마 나유타를 포기하지 않겠죠. 그런 사람이니까요.

 "우리는 돌아갈건데 그쪽은 계속 남을 거야?"

 와타루군이 상황을 다 정리해서 후련하다는 얼굴로 뒤돌아 자이로악시아를 향해 말했습니다. 형인 켄타 씨도 남은 커피를 마시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죠.

 "우리도 남아봤자 좋을게 없으니 돌아가겠어."
 "난 재밌었는데~"
 "그럼 미유키 너만 남던지."
 "엑..."
 
 미유키씨도 켄타 씨의 말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는지 시무룩한 표정으로 메뉴판을 덮었습니다. 레온 군과 료씨도 뒷정리를 하고 먼저 나갔습니다. 이걸로 우리들의 동맹은 끝이 난 겁니다. 이제 나머지는 저 둘에게 맡겨야겠죠. 그나저나 렌군 나유타랑 키스해서 정말 괜찮을까?

 
-


 상황을 정리하고 우리는 모두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전 역시 아직 개운치 않았습니다. 렌군의 첫 연애상담 담당자로서 끝까지 지켜봐 줘야겠다는 사명감이 들었습니다. 지금이라면 아직 렌군이 나유타랑 데이트를 하고 있을 거야. 3시에 영화를 다시 보러 간다고 그랬지? 아직 안 늦었어. 2시 반이니까 아직 상점가에 있을 겁니다. 저는 재빨리 최소한의 짐을 챙기고(아 수첩도 잊지 않고요) 다른 멤버들의 눈을 피해 살며시 집을 나섰습니다. 

 "반리군 아직 포기 안했나보네."
 "렌의 첫 연애상담자라잖아. 성공시키고 싶은가 보지."
 "시로이시가 좋은 소식을 들고 왔으면 좋겠군."


-

 
 맨 처음 만났던 장소로 다시 가보니 당연하게도 용의자가 나타났습니다. 렌군과 나유타. 두 사람은 다시 광장에 서서 두리번거리고 있었죠. 조금 있으면 영화 시작 시간이라 적당히 시간을 때우다가 들어갈 심상인 것 같습니다. 그러기엔 시간이 애매해서 두리번거리는 것 같고요. 의외로 나유타는 먼저 가지 않았습니다. 렌의 옆자리를 지키며 성공적인 데이트를 이어서 하는 것 같습니다. 

 "나유타군 아직 시간 남았는데 뭐 하고 싶은거 있어?"
 "딱히 없어."
 "그럼 뭐하지... 음..."
 "나나호시."
 "응?.....웁!"

 사건입니다. 아까의 꽈당 해프닝과는 다른 달콤하고 부드러운 키스. 이번에는 나유타 쪽이 먼저였습니다. 광장에서 사람이 붐볐지만 아무도 그 둘을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인파 때문에 두 사람이 키스를 하는지 안 하는지 볼 시간도 없을 것입니다. 오직 저만이 두 사람을 눈으로 좇고 있었습니다. 나유타가 먼저 렌군의 머리를 당겨서 키스를 하고 센군은 조용히 눈을 감으며 두 손을 꼭 잡고 얌전히 몸을 맡기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얘기해서 이런 거 제가 봐도 싶을 정도로 요염하고 부끄러웠습니다. 렌군과 나유타의 데이트가 보고 싶긴 했지만 이 정도로 수위 높을 거란 생각은 못했으니까요. 아까의 해프닝은 생각 안 하는 건지 나유타도 키스 때문에 조용해진 렌군의 머리를 지그시 누르더니 그대로 천천히 떨어졌습니다. 

 "나,나유타군..."
 "좀 조용히 있어라. 이런 짓을 안 하면 조용히 못하는 거냐?"
 "그럴리가 없잖아...!"
 "그럼 조용히 있어."

 다시 렌군이 조용해졌습니다. 아까처럼 살랑거리는 머리카락은 없지만 두근거리는 마음 탓에 조용히 손을 모으고 아까의 키스를 되새기고 있었습니다. 

 "....영화표 다시 사가지고 올 테니까 여기 있어."
 "응! 고마워 나유타군."
 
 아무래도 저는 없어도 될 것 같습니다. 이대로 렌군과 나유타의 행복하고 달콤한 데이트가 이어지길 바라면서 저는 퇴장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 장을 써야 하는데 아뿔싸. 제가 펜을 두고 나왔네요. 하지만 굳이 마지막 사건을 수첩에 적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쓰다간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마지막 장은 백지로 남겨두려고 합니다. 


-


 "나유타군 티켓 고마워. 내가 해도 되는데."
 "됐어. 신경 안써. 그보다 이제 방해꾼은 사라진 것 같은데."
 "아, 친구들이랑 자이로 사람들도 왔었지? 정말 숨는데 서투르다니까~"
 "쓸데없는 짓을 해선..."
 "나유타군 오늘 재밌었다. 그렇지?"
 "....."
 "후후."
 "웃지마. 애초에 네가 그딴 짓을 하니까 녀석들이 놀라서 다 들킨 거잖아."
 "아 그건 정말 사고였어! 나유타군 미안해..."
 "칫. 됐어. 어쨌든 다시 돌려줬으니까. 집이나 가. 아님 데려다줘?"
 "아니야. 괜찮아. 집 근처에 반리도 있을 것 같고. 오늘 나유타군 정말 수고했어. 다음에도 또 같이 놀자."
 ".....봐서."
 "알았어! 기대하고 있을게. 잘 가~"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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