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축구 뽕이 차올라서 써본 사소오리
**최애 cp는 하이미즈, 차애 cp는 사소오리였습니다
**아레스 기점이고 이나펭의 성격하고는 조금 다릅니다. 그 점 감안하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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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츠카 에이지는 본인의 이름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다른 친구들이 사소츠카와 사이가 좋으니까 이제 슬슬 이름으로 불러도 되냐고 해도 그의 대답은 늘 같았다.
"나는 성으로 부르는 게 더 좋아"
사소츠카는 워낙 침착하고 조용한 성격이었기 때문에 친구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입을 모아 말했지만 그런 사소츠카에게도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바로 같은 축구부의 친구인 오리오 후유키다. 오리오는 사소츠카보다 키는 작았지만 남자다웠고 동성이든 이성이든 상관없이 인기가 많았다. 조금은 여학우들의 시선이 부끄러워하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오히려 수요가 있는 남자였다.
"어이 사소츠카~ 연습하러 가야지."
사소츠카는 오리오의 옆으로 다가왔다. 너무 가까이 붙는거 아니냐며 의아한 오리오의 말은 철저하게 무시되었다. 사소츠카는 눈을 가늘게 뜨고 오리오 옆에서 그의 말에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었다. 오리오는 사소츠카와 다르게(아니 세이쇼 학원 축구부에 있는 사람들 중 거의 유일무이하게) 말수가 많았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표정이 다양한 덕분에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가 많지만 그런 모습이 사소츠카하고는 정반대였다. 하지만 사소츠카는 그런 오리오가 좋았다. 본인과 정반대인 점이 끌렸던걸까, 아니면 재잘대는 여우를 가까이서 보는게 좋아서 그런걸까, 이유 따윈 아무래도 좋았다. 사소츠카에게 오리오는 가장 친한 친구이자 본인의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사소츠카? 내 말 듣고 있냐?"
"당연하지. 그보다 오리오, 오늘도 하이자키가 안 오면 데스존 연습은 어떻게 하려고?"
"쳇. 그 녀석 이번에도 안 올 생각인가... 어쩔 수 없지 뭐. 다른 기술을 연습해야지."
그럼 나랑 합동 기술을 연마해 보는 건? 사소츠카는 그 말을 하려다가 말았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오리오의 표정이 꽤나 귀엽다고 생각했는지 씰룩대는 입꼬리 사이에서 웃음이 새어나왔다. 도톰하게 올라온 입술도 귀여웠다. 분명 하이자키는 오리오를 여우라고 불렀지. 오리오는 여우하고는 조금 거리가 멀게 생겼지만 조목조목 따지고 보면 나름 여우를 닮은 구석이 있었다. 자주색 복슬 머리와 살짝 올라간 눈매가 그 이유였다. 그 뿐만일까, 의외로 요염한 자태가 있었다. 그건 분명 사소츠카만 느끼는 감정이겠지만. 사소츠카는 오리오가 좋았다. 제일 친한 친구여서 좋다의 감정이 아니다. 이 사람이라면 자신의 이름이 불려져도 좋다고 생각할 정도로 오리오에게 푹 빠져있었다.
"오리오."
"응?"
"내 이름 불러줄래?"
"뭐? 아까부터 계속 부르고 있었잖아. 사소츠카라고."
"성 말고 이름으로 불러줘."
"하아?"
오리오는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며 그를 다그쳤다. '애초에 넌 이름으로 불리는 게 싫다며' 어이가 없다는 듯이 코웃음을 친 오리오가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작은 키에서 어떻게 저런 힘이 남아도는 건지 모르겠다니까. 사소츠카는 걸어가는 오리오의 뒤를 한참을 바라보았다. 뒤에서 확 끌어안으면 싫어하겠지. 사소츠카는 어깨를 으쓱 위로 올리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먼저 앞질러 걸어가던 오리오가 멈춰 서더니 뒤를 돌아 사소츠카를 불렀다. 아니, 정확히는 에이지를 불렀다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이겠다.
"뭐 해, 연습 안 갈 거야? 에이지."
"응?"
"뭐야.... 기껏 사람이 불러줬더니. 됐어. 이젠 안 말해."
"에? 아아...! 미안해. 한 번만 더 불러줘라."
"싫어. 저리 가."
"그러지 말고~ 후유키 군~"
앞장서서 걷는 오리오의 뒤를 바짝 따라붙어서 그의 어깨에 스스럼없이 팔을 감는 사소츠카가 능청맞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착실하게 '군'까지 붙이는 건 무슨 의미지? 오리오는 가끔 사소츠카의 거리감이 가깝다고 느꼈다. 친구끼리라면 그정도는 다 하는 거지만 사소츠카의 요염한 눈과 능청맞은 행동이 가끔은 오리오를 혼란스럽게 했다.
"야, 떨어져라."
"네에~ 네에~"
"말로만 하지 말고!"
"하하. 오리오는 신경이 너무 날카로워 마치 고슴도치처럼 말이지."
"고슴도치는 널 말하는 거거든. 이 삐쭉삐쭉 미드필더야."
사소츠카의 별명은 '삐쭉머리'다. 이걸 붙인 사람도 당연 소중한 1학년 에이스 스트라이커 하이자키다. 사소츠카의 머리모양이 삐쭉거려서 붙인 별명이지만 그 외에도 사소츠카는 은근히 사람에게 거리를 두는 성격이었다. 오리오하고 처음 만났을 때도 거리를 뒀었고. 낯을 가리는 성격인건지 사소츠카는 속을 알 수 없는 의미심장한 독특한 아이였다. 처음에는 친해지기 힘든 '고슴도치'같은 면이 있다. 오리오도 그 때문에 친해질 수 있는지 고민을 많이 했지만 의외로 같이 공을 차고 같이 땀을 흘리다 보니 호흡이 척척 맞는 게 느껴졌다.
그렇게 두 사람은 거리가 급격하게 가까워졌다.
오리오가 눈치챈 시점부터 이미 거리는 너무 가까워져 있었다. 사소츠카는 오리오의 어깨에 팔을 감더니 허리를 앞으로 숙였다. 사소츠카의 뺨이 오리오의 뺨에 닿았다.
"음?"
"왜, 왜."
"아니~ 그냥~ 후유키 군은 이렇게 보니까 정말 여우처럼 생겼네."
"..... 너, 자꾸 후유키 군 후유키군 할래? 맞는다."
너를 믿은 내가 바보지. 오리오는 한숨을 쉬더니 사소츠카의 팔을 내리고 다시 앞장서서 걸었다. 그러자 사소츠카는 달아나는 오리오의 어깨를 잡고 홱 돌렸다.
쪽-
순식간에 일어난 그 기습 키스가 오리오에게 어떤 감정을 주게 될지는 모르겠다. 워낙 사소츠카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녀석이니까 이번 키스도 분명 아무 생각 없이 한 행동이겠지. 오리오는 그렇게 생각하고 사소츠카에게 꿀밤이라도 한 대 때려줄 생각으로 키스 후에 고개를 돌려서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오리오의 눈앞에 있는 사람은 늘 능글맞게 구는 사소츠카가 아니라 얼굴 전체가 본인의 머리색처럼 빨갛게 달아오른 사춘기의 소년이었다. 자기가 해놓고선 먼저 부끄러워하는 게 말이 돼?
"뭐야... 너..."
"아.... 으..... 어....? 나,, 나 왜.... 어라....?"
"야, 야...! 괜찮아?!"
분명 그건 사춘기의 들끓는 성욕 때문일 것이다. 그 성욕이 몸 안에서 맴돌다가 결국 터져버렸을 때 끊임없는 수치심이 얼굴로 드러나는 것이다. 사소츠카는 자기가 한 본능적인 행동에 대해 책임을 물 겨를도 없이 그 자리에서 풀썩 쓰러졌다. 키만 멀대같이 커서는... 꿍얼거리는 오리오가 사소츠카를 업어서 기껏 축구부실까지 데려다주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연습에 착실히 임했다. 아까의 키스는 뭐였던 거지? 그런 거 물어볼 겨를도 없이 연습에 집중하는 사소츠카의 얼굴이 반짝 반짝였다. 오리오는 그 키스 사건은 영원히 말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괜히 건드려서 또 쓰러지면 귀찮아질게 분명하니까. 그리고 지금은 저 얼굴을 보는 게 더 좋으니까.
"역시. 관둘래."
"뭘?"
"이름으로 불러달라는 거. 역시 평상시의 오리오가 좋아."
"이랬다가 저랬다가... 아무튼 알았어. 앞으로는 그냥 사소츠카라고 부른다?"
"응. 그래줘."
사소츠카는 평상시의 쿨한 눈으로 돌아왔다. 아까 키스 같은 건 전혀 모른다는 표정이었다. 오리오는 자기만 당황한 것 같아 조금 분했지만 아까 얼굴이 빨개져서는 기절한걸 봐서는 어쩌면 자기보다도 훨씬 더 쑥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소츠카가 그 말을 하고는 뒤돌아서 다음 기술을 연습하자고 모두에게 소리칠 때 오리오는 보고 말았다. 사소츠카의 목 뒤를.
'엄청 빨개져있네.'
역시 아까의 그 사건은 영원히 묻어두는 게 좋을 것 같다. 시간이 한참 흘렀는데도 아직도 저렇게 빨갛다니. 얜 무슨 생각으로 아까 그걸 한 거지? 이쯤되면 오리오는 단순한 궁금증이 생겼다. 그에 비해 사춘기의 소년은 아까 했던 행동에 대해 곱씹어보았다.
'들킨 건 아니겠지?'
이미 한참 전에 들킨 것도 모르고.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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