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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이레

[후부키 시로 생일축전] snow bunny

**12월 22일 설원의 프린스 후부키 시로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아주아주 짧은 독백체의 축전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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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고향은 서늘한 한기와 눈으로 덮인 마을이다. 눈이 싫었던 적은 한 번도 없지만 가끔 눈을 감으면 눈이 주는 자연재해가 생각날 때가 있다. 이곳에 사는 이상 늘 조심해야 하는 눈사태.

 

 우리 집은 단란한 가족이다. 제멋대로 굴지만 밉지는 않은 동생과 다정한 부모님. 이렇게 네 명이서 살고 있다. 모두가 이 추운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단 한 번도 이곳을 나간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바깥의 세상을 완전히 모르는 바보는 아니다. 

 

 나의 동생은 나하고 다르게 다혈질에 제멋대로 구는 성향이 큰 활기찬 남동생이다. 동생이 건강하게 살아준다면 그것만큼 기쁜 일도 없다. 

 

 일곱 번째 생일날 나는 동생에게 커다란 토끼 인형을 받았다. 하얗고 몽실몽실한 토끼였다. 나의 신장을 압도하는 커다란 인형이었기 때문에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이다. 눈으로 뒤덮인 토끼의 털색과 어우러지는 빨간 눈을 하고 있었다. 동생은 자기가 문방구 아저씨한테 조르고 졸라 산거라고 자랑했지만 나는 동생을 그르쳤다. 이렇게 큰 선물은 필요 없다고. 동생은 주눅 든 기색을 보였지만 나도 그 인형을 받은 이상 동생에게 뭐라고 할 자격은 없었다. 결국 나는 다시 동생과 화해했다.

 

 동생의 열두 번째 생일날 나는 요즘 유행하는 시로우사기만쥬를 선물해주었다. 곧 동생이 갈 중학교의 재단이면서 그렇게 값비싸지도 않고 싸구려도 아닌 센스 좋은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예상대로 동생은 무척이나 기뻐했다. 덕분에 둘이 그 만쥬를 오손도손 먹었던 기억이 있다. 

 

 -

 이른 아침 하늘에 뿌연 안개가 드리웠다. 폐 속까지 차가운 냉기가 스며들었다. 산봉우리에 걸친 안개의 아지랑이가 아직 생생하게 남아있다. 새 마저 잠든 이른 새벽이었다. 동생은 자고 있을까? 지금쯤이면 비몽사몽 하긴 커녕 아주 쿨쿨 잘 자고 있겠지. 감기 걸리지 않게 이불을 꼭 덮어줘야지. 

 

 "형."

 "아츠야."

 

 의외로 먼저 일어나 있었던 건 동생이었다. 비몽사몽은커녕 말끔한 상태로 또렷한 눈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일찍 일어나다니. 답지 않게 왜 그래?라고 묻고 싶지만 아침에 누가 깨워주지 않아도 스스로 일어나는 동생이 대견해 딱히 말을 하지 않았다. 

 

 동생은 가만히 나를 응시하다가 후드 카디건에 주머니를 찔러 넣고 하늘에 넓게 퍼진 안개를 바라보았다. 딱히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잘 잤어? 감기는 안 걸렸고? 축구는 어때 재밌니? 뭘 물어보든 답은 그저 그래. 같은 미적지근한 답일 것이다. 형으로서 좀 더 동생에게 신경을 써주고 싶지만 언제부터인가 나의 작은 동생은 형의 손바닥보다 더 넓은 세계로 나가길 바라고 있었다. 

 

 "생일 축하해."

 "응. 고마워."

 

 미적지근한 말이지만 얼굴 표정은 미적지근해 보이지 않았다. 특유의 투정 부리는 듯한 얼굴, 부끄러워서 말 못 하지만 억지로 쥐어짜 내는 말투, 쑥스러워서 긁적이는 팔, 이런 건 자기 성격이 아니라며 중얼거리는 혼잣말... 모두 내 동생의 버릇이었다.

 

 오랜만에 꿈을 꿨다. 나는 거기서 눈토끼가 되어 드넓은 눈밭을 깡충깡충 뛰어다니고 있었다. 동생과 달리기 경주를 하고 있었다.  누가 먼저 산 꼭대기에 도착하는지 승부야! 하며 먼저 떠나간 동생을 나는 죽을힘을 다해 달려서 따라갔다. 먼저 도착한 동생은 찰나의 실수로 꼭대기에서 굴러 눈에 파묻혔지만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토끼의 모습을 한 동생이 해맑게 달리다가 떨어져 기절하고 다시 일어나 극적으로 나를 만났다. 꿈은 그게 다 였다. 

 

 덕분에 아침 일찍 일어나 아무런 발자국도 찍히지 않은 깨끗한 눈밭을 볼 수 있었다. 

 

 "아츠야 기억나? 예전에 네가 나한테 눈토끼 인형 선물해 줬던 거."

 "그랬나? 몰라. 기억 안 나."

 "좀 오래되긴 했지. 그때 아츠야 정말 귀여웠는데~"

 "가, 갑자기 뭔 소리야 또...!"

 

 하나밖에 없는 나의 피붙이 아츠야. 열다섯 번의 생일을 맞이하면서 너에게 열네 번 생일 축하를 받고 너의 활기찬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나는 정말 행복해. 너는 아마 내 생일날 자기 안위나 생각하라고 하겠지만 형에게 그런 건 무리야. 그것이 서른 번이 되든 오십 번이 되는 백번이 되든 다가오는 생일에는 늘 너를 생각하게 돼.

 

 나의 유일한 동생 아츠야. 너에게 있어서 이 마을은 너무 작아. 산 꼭대기까지 뛰어가서 더 넓은 세상을 봤으면 좋겠어. 그게 어떠한 형태로든 상관없으니 너의 토끼가 어떤 방해도 없는 눈밭에서 누구보다 자유롭게 뛰어다니길. 

 

 "형? 뭐야. 갑자기 이런 데서 자지 말라고. 감기 걸리잖아. 어쩐지 너무 일찍 일어난다 했다..."

 

 사랑하는 아츠야. 형의 선택에 매달리지 말고 너의 모든 걸 부딪히고 또 부딪혀서 너만의 삶을 만들어 가길 바라. 나의 생일 소원은 네가 행복해지는 것뿐이야. 그럼 잘 자렴. 나의 반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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