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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이레

[이나아레] 만노리 -소꿉놀이

**내가 보고싶어서 쓰는것
**이게 컾링이 맞는지도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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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꿉놀이할 사람~!"
"나!"
"나도 할래~"

뙤약볕이 드리 쬐는 이나쿠니에서는 꼬꼬마 아이들이 하루 종일 노는 것에 심취해 있다. 오늘은 어떤 놀이를 할까? 하면서 신나는 고민을 하던 도중 가장 먼저 손을 번쩍 들고 소꿉놀이 제안을 한 사람은 바닷가 근처에 사는 우미하라 노리카였다. 노리카는 소꿉놀이를 좋아하였다. 무슨 역할이든 할 수 있었고 원하는 건 상상력으로 모두 해결이 되었다. 그래서 노리카가 하는 소꿉놀이는 모두가 좋아했다.

"그럼 내가 엄마 할게. 아스토는 아기 해!"
"응! 아니 응애응애!"
"히우라는 우리 집 고양이~"
"좋아. 야옹~"

노리카가 정해주는 역할은 대부분이 정해져 있었다. 엄마를 동경하는 노리카는 엄마 역할을 했고 아기는 아스토, 반려동물은 키리나가 했다. 가끔은 반대로 키리나가 아기고 아스토가 반려동물인 경우도 있었다. 주요 역할은 이렇게 3명이 끝나면 나머지는 노리카가 대충 정해준다. 그런데 오늘은 다른 친구가 노리카의 소꿉놀이에 껴들고 싶어 했다.

"나도 같이 해도 될까?"
"그럼 당연하지! 아빠 자리가 비었으니까 너는 아빠 역할해! 근데 넌 누구야?"
"아 쟤는 만사쿠. 우리랑 같이 노는 친구야."

키리나는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만사쿠의 소개를 대신해주었다. 챙이 뾰족하게 나있는 모자를 쓴 만사쿠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는 노리카의 소꿉놀이에 동참했다. 얼떨결에 아빠 역할을 맡은 만사쿠는 무얼 하면 되냐며 노리카에게 물어봤다. 노리카는 너희 집의 아빠 행동을 흉내 내면 된다고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우리 아빠...?"
"그럼 시작한다~"

노리카가 준비 시작! 하면 그때부터 소꿉놀이는 시작된다. 주로 아스토가 응애 거리며 울고 키리나가 야옹거리며 아스토 주위를 맴돌면서 시작된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아빠 역할인 만사쿠가 추가되었다는 것 정도이다.

"다녀왔어."
"어서 오세요~"
"오늘은 커다란 생선을 잡아왔어."
"와 근사해요! 당장 내일 가게에 낼 초밥을 만들어야겠어요."
"이건 내가 캐낸 전복이야! 이것도 내일 가게에 내자!"
"그거 좋은 생각이에요."

노리카는 자갈돌을 만사쿠의 손에 쥐어주었다. 나름대로의 전복이라는 의미였다. 만사쿠는 노리카의 자갈돌을 받아 들고는 돌들을 손으로 만지작 거리며 손질 중이라며 노리카에게 소곤댔다.

"히히. 아참! 우리 아기!
"아기는 저 방에서 고양이와 놀고 있어요."
"아스토~ 엄마 왔다~"

노리카는 문 여는 시늉을 하며 아스토의 손을 잡았다. 노리카가 소꿉놀이 중 누군가의 손을 잡는다는 것은 안아 든다는 의미로 비슷한 덩치 때문에 진짜로 안아 들 수 없어서 고안해낸 하나의 장치다. 아스토 옆에 있던 키리나는 노사카를 향해 야옹 소리를 내며 고양이 시늉을 했다. 노사카는 고양이가 아기를 지켜주고 있었다며 키리나의 머리를 쓰다듬고 볼을 만지작거렸다. 소꿉놀이 장치로 치자면 고양이를 잔뜩 쓰다듬는 걸 의미한다.

"아스토 배 많이 고프지? 곧 아빠가 맛있는 밥을 해줄 거야~"

만사쿠는 노리카의 말을 엿듣고는 허둥지둥 밥을 만드는 시늉을 했다. 가게에서 아빠가 초밥을 만드는 시늉을 비슷하게 따라 했다. 그리고는 넓적한 그릇에 돌들을 쌓아두고 저녁밥 다되었다며 아기와 아내를 불렀다. 노리카는 해맑게 웃으며 아스토의 손을 잡았고 아스토는 키리나의 손을 잡았다. 줄줄이 만사쿠 앞에 나란히 서서 물끄러미 만사쿠를 바라봤다. 만사쿠는 왜 안 먹는 거지?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자 아스토는 만사쿠를 향해 작은 목소리로 속닥거렸다.

"너희 집에서 하는 것처럼 하면 돼."
"우리 집?"

아스토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고 만사쿠는 모자를 반대로 쓰고는 손뼉을 두어 번 치더니 큰소리로 말했다.

"자, 맛있는 초밥이 됐으니까 어서 한 번씩 잡숴보세요!"

쩌렁쩌렁한 만사쿠의 말에 노리카와 아스토 키리나는 감탄사를 내며 박수갈채를 날렸다. 조금 쑥스러워진 만사쿠는 다시 모자를 고쳐 쓰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돌이 담긴 그릇을 넘겼다. 노리카는 먼저 먹고는 맛있다며 아기에게 줬고 아기 역할을 하던 아스토는 두 손 번쩍 들며 아기 소리를 냈다.

"노리카~ 저녁밥 먹어야지~"

노리카의 엄마는 목청이 좋아서 저 멀리서 말하는데도 다 들렸다. 엄마의 목소리를 들은 노리카는 벌떡 일어나서 밥 먹을 시작이라며 그만 가봐야 한다고 작별인사를 했다.

"나 돌아가야 할 시간이야. 오늘 소꿉놀이는 여기서 끝이야! 내일 또 보자~ 만사쿠 너 아빠 역할 잘하더라. 내일도 재밌게 놀자!"
"으응..."
"잘 가 우미하라~"

아스토는 손을 흔들면서 노리카를 배웅했고 키리나도 고양이 역할에 끝났는지 자기가 가지고 논 돌들이랑 그릇들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았다. 만사쿠는 멍 때리며 노리카가 지나간 자리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키리나는 만사쿠의 행동을 눈치챘는지 그의 바로 옆에 서서 저물어 가는 석양을 바라보았다.

"우미하라 좋은 친구지?"
"응. 그 아이 남쪽 바닷가 근처에 사는 해녀 아줌마네 딸 맞지?"
"맞아. 노리카네 김이랑 해산물은 진짜 맛있어!"

아스토도 흙투성이가 된 채로 헤실거리며 웃으며 맞장구쳤다. 아스토의 흙투성이인 모습을 본 키리나는 땅에서 구른 거냐며 그의 옷을 털어주었다. 만사쿠도 덩달아 같이 털어주면서 또 엄마한테 옷 더러워졌다고 혼나는 거 아니냐며 헛웃음 쳤다. 아스토는 만사쿠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의 얼굴은 누구보다 훨씬 빨개져있었기 때문이다.

"만사쿠 얼굴 빨갛다."
"음? 석양 때문 아니야?"
"아냐 아냐 제대로 보면..."
"나, 나도 빨리 집에 들어가 봐야겠다! 내, 내일 봐..!"

만사쿠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는 반대쪽으로 발길을 돌려 급하게 뛰어갔다. 급하게 뛰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아까 재밌었던 소꿉놀이 때문인지는 잘 모르지만 만사쿠는 심장이 두근거리다 못해 튀어나올 것 같았다. 내일도 신나게 그 아이와 함께 놀 생각으로 가득 찼다. 그전에는 아스토와 키리나하고만 놀았는데 앞으로는 방금 만난 '노리카'라는 여자아이와 함께 할 생각에 만사쿠는 설렘으로 가득찼다. 내일도 같이 소꿉놀이해서 아빠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스르륵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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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사쿠! 이제 그만 일어나!"
"음...?"
"아까 전부터 계속 불렀는데 답이 없길래 깨우러 왔는데 아직도 자고 있으면 어떻게 해. 오늘 국가대표 정해지는 날이잖아. 모두 기다리고 있다고. 그러다가 늦어서 뽑혀도 참가 못하면 어떻게 해!"
"아 맞다."

그 순수하고 귀여웠던 추억이 꿈에서 또 만날 줄은 몰랐을 것이다. 만사쿠는 노리카의 손길에 이끌려 침대에 일어나서 급하게 나갈 준비를 했다. 그리고 스타디움에서 이나즈마 재팬이 결성되던 순간 두 사람 중 선택받은 사람은 만사쿠 유이치로였다. 노리카는 자기가 뽑히지 못했다는 것에 슬퍼하거나 분해하는 건 없었다. 오히려 만사쿠를 축복해주었다.

"거기서도 자지 말라고 잠꾸러기."
"그건 오늘만 그런 거라니까. 하하."

스타디움에서 이나즈마 재팬이 결성되고 난 후 마지막 작별인사를 했다. 우는 사람도 있었다. 라이몬까지 같이 온 친구들인데 이렇게 세계대회에 가기 위해 헤어져야 한다는 것이 슬프기도 했다. 하지만 노리카와 만사쿠는 서로를 북돋아주며 힘내라며 다독여줬다. 작별인사가 끝난 후 만사쿠는 아스토와 함께 버스 안으로 들어갔다. 아니 정확하게는 들어가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 나도 가고 싶다."

노리카의 속마음을 들은 사람은 만사쿠 한 명뿐이었다. 아스토도 키리나도 듣지 못했다. 만사쿠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차라리 자기 말고 노리카가 뽑혔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노리카는 중얼거린 속마음과는 다르게 굉장히 해맑게 웃고 있었다.

"소꿉놀이라고 생각해."

하고 싶은걸 할 수 있고 될 수 있는 것도 다 될 수 있는 소꿉놀이. 지금은 노리카가 하고 싶은 역할을 먼저 해버린 사람이 있어서 순서가 뒤로 밀렸다. 그 역할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엄마도 골키퍼도 노리카도 국가대표도... 인기 있는 역할은 금세 누군가가 해버린다. 하고 싶어도 먼저 해버린 사람이 있으니까 할 수 없다. 다만 그 역할을 다시 할 수 있는 하나의 해결책은 '자기가 그 역할에 가장 잘 어울린다는 걸 보여주는 것'.

"노리카! 꼭 다시 오는 거다!"
"... 응!"

노리카의 노력을 몰라주는 사람은 없다. 적어도 세상 모두가 모른다고 해도 만사쿠는 알 수 있다. 그 누구보다 훨씬 가까이서 노리카를 지켜봐 왔으니까. 소꿉놀이의 역할은 차고 넘친다. 인기 많은 역할을 사수하고 싶다면 노력해서 그 역할을 사수하면 된다. 그리고 그 역할은 반드시 빛을 보게 될 것이다.

"자~ 충격적인 추가 멤버는 이 사람입니다. 우미하라 노리카 군."

그리고 정말로 노력하니 그 역할을 사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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