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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이레

[이나이레] 번히트/나구시게 -필드

**이나이레 세번째 연성.

**번히트는 소꿉친구라는 설정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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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세이학원에서 축구부가 만들어진지 얼마 안됐을때의 이야기였다. 나구모는 스즈노와 함께 축구부 입부 신청서를 내러갔다. 햇님원에서 항상 같이 축구를 했으니까 이번기회에 새로운 축구부가 만들어진다는거에 그들은 찬성할 수 밖에 없었다. 

 

 "네츠히코도 쓴다던데?"

 "아 그러냐? 걔야 뭐..."

 "아츠이시는 안쓰는 모양이네."

 "몸도 아픈데 뭔 축구냐."

 

  나구모는 '아츠이시'의 말에 대충 흘려보내며 스즈노보다 앞서갔다. 나구모와 아츠이시는 예전부터 햇님원에 같이 지내던 친구사이다. 몸이 아파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아츠이시의 부모님은 결국 아츠이시를 햇님원에 맡겼고 그렇게 아츠이시는 햇님원에서 자라났다. 그곳에는 먼저 온 나구모가 있었고 당시 아츠이시는 몸이 아픈탓에 계속해서 집에서 요양하며 바깥 풍경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밖에 나가서 축구를 하며 노는 나구모와 다른 아이들의 뒷모습만 바라본채.

 

 "너 그 안에서 뭐해?"

 "아.... 마저 하던거 계속해. 난 보기만 할게."

 "너도 같이 하면 되지."

 

 따스한 햇빛 아래서 정신없이 뛰노는 아이들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했어야했던 아츠이시에게 말을 걸어준 사람은 나구모였다. 나구모는 축구공을 들고 배시시 웃으며 아츠이시의 손을 잡고 일으켜세웠다. 그 날은 유난히 아츠이시가 몸이 가벼운 날이었다. 평소같았으면 수많은 약물로 연연해 가며 규칙적으로 짜여진 식단에만 의존해 살아가야만 했었다. 하필 나구모가 건내준 그 손길이 따뜻했던 것인지 아니면 정말 축구를 하고 싶었던 것인지 그날은 축구를 정말로 할 수 있을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난 하루야. 넌?"

 "시,시게토..."

 "뭐? 잘 안들려."

 "시,시게토..!"

 

 나구모는 아츠이시에게 축구를 가르쳐주었다. 공 다루는 방법, 드리블, 슛. 나구모가 알고 있는 지식은 모두 아츠이시에게 전달해주었다. 아츠이시도 그런 나구모의 성의를 봐서 힘든 몸을 가누면서 힘을 냈다. 그날은 왠지 모르게 너무 따스한 햇빛 탓에 기분이 너무 좋았다. 아츠이시도 나구모와 함께 축구한다는것이 좋았고 친구를 사귈 수 있어서 좋았다.

 

 "어때? 재밌지? 다음에도 또 같이하자!"

 "좋아!"

 

 하지만 그 날은 오지 못했다. 아츠이시는 그날 저녁 고열에 시달려 응급실에 가야했고 아츠이시가 몸이 아프다는것을 그제서야 깨달았기에 괜히 아픈애를 데려다가 축구를 시켜서 더 상태가 안좋아진거라 생각해서 더 마음이 아팠다. 그날부로 나구모는 아츠이시에게 축구하자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 날의 상처는 트라우마로 기억되었고 아츠이시에게 있어서 첫번째 친구였던 나구모는 그날부로 떠나가고 말았다.

 

 "나구모."

 "왜."

 "아츠이시 오늘 수술한대."

 

그날부로 아츠이시의 소식은 스즈노를 통해 들었다. 아츠이시에게 괜한 제안을 했던 그 날 나구모는 스즈노를 찾아가서 울고불고 난리를 쳤다. 스즈노도 나구모도 모두 어린나이었기에 둘은 어떻게 대처를 해야할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저 아츠이시를 돌봐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둘은 서로 부둥켜 안고 울 수밖에 없었다. 그에비해 아츠이시는 별 생각이 없었다. 예전부터 아팠던 몸이고 그 몸때문에 부모가 자신을 버렸으니 딱히 나구모가 축구를 가르쳐줘서 더 심각해진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이 아프다는걸 알아버린 나구모가 자기를 만나러 와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부모가 자길 버렸던 일을 떠올리고 말았다.

 

 "내가 더 건강해져야 하루야가 돌아올거야."

 

 아츠이시는 더 건강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약도 꼬박꼬박 챙겨먹고 편식도 안하고 하루에 삼십분씩은 꼭 산책을 했다. 가끔 숨이 차서 쓰러질때도 있었지만 점점 몸이 좋아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중학생이 되었을때 키라 재단에서 설립한 에이세이학원에 입학하게 되었다. 건강해진 아츠이시는 나구모와 또다시 축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부풀어있었다. 이전의 기억은 까맣게 잊어버린채.

 

 "축구부? 너 축구는 할 줄 아냐?"

 "왜 전에 너가 나한테 가르쳐준적 있었잖아."

 "잊어버렸어. 괜히 몸 상하게 하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

 

 나구모는 아츠이시가 축구 얘기를 꺼낼때마다 피해다녔다. 그러는 자신은 축구부에 스즈노와 같이 입부하게 되었다. 나구모의 이상행동에 서운해진 아츠이시는 나구모가 입부한 날 밤에 나구모의 방에 찾아갔다. 햇님원에 살고 있던 아이들은 각자의 방에서 지내고 있었기에 언제든지 밤이나 새벽에 말할 수 있었다.

 

 "하루야. 나 잠깐 할말이 있는데."

 "새벽에 뭔일이냐 니가?"

 "잠깐 들어가서 얘기해도 돼?"

 "뭐 상관은 없지만...옆방에 스즈노 있으니까 조용히 해. 걔 짜증나게 굴거든."

 

 아츠이시는 나구모의 방안으로 들어가 침대에 살포시 앉았다. 나구모가 있는 방은 달이 아주 잘보였다. 아츠이시가 있는 방과는 다르게. 나구모는 뭔일이냐며 책상 근처에 있는 의자에 걸터앉았고 아츠이시는 진지한 얼굴로 하루야를 바라보았다.

 

 "나 이제 정말 건강해졌어. 그러니까 나도 축구-"

 "아아, 그말이라면 이제 됐어. 이미 사람은 모였으니까."

 "입부는 계속 받고 있잖아."

 "....됐어."

 

 나구모는 할말 없으면 나가라는 식으로 말했고 아츠이시도 더이상 두고볼 수 없어 벌떡 일어나 나구모의 왼쪽 팔을 잡아 막았다. 아츠이시의 눈은 한톨만큼의 거짓도 들어있지 않았다.

 

 "하루야. 난 너가...윽!"

 "시게토!"

 

 아츠이시는 그 상태로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다. 나구모의 팔을 잡은 그 손도 풀렸다. 나구모는 또 다시 그날의 악몽이 떠오르며 떨리는 손으로 아츠이시의 어깨를 잡았다. 그러자 아츠이시는 나구모의 손을 떼며 천천히 말했다.

 

 "..역시 그랬구나. 너 그날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어."

 

 나구모의 손을 떼고는 천천히 일어나던 아츠이시는 숨을 크게 고르쉬더니 나구모를 향해 정확하고 똑부러지는 말투로 말했고 그 말을 나구모의 귓구멍에 똑똑히 박혔다.

 

 "같은 필드에 서고 싶다고 말한건 너였잖아."

 

 아츠이시를 처음만났던 날 그렇게 축구만 하고 끝난게 아니였다. 나구모는 축구선수가 되고 싶어했고 아츠이시는 그런 나구모의 꿈을 응원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나구모는 자기가 축구선수가 되면 당연히 아츠이시도 축구선수가 되어야한다며 같은 '필드'에 서고 싶다고 말한적이 있었다. 딱 한번뿐이었지만 아츠이시는 그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몸이 아픈데도 전반도 제대로 뛸 수 없는데도 나구모는 자신과 함께 필드에 뛰고 싶다고 말해준게 너무 고마워서, 너무 좋아서 기억할 수밖에 없었다. 

 

 "같이 뛰어주겠다고. 하루야 그러니까 같이..."

 "시게토. 난 무서워."

 "내가 또 쓰러지는게?"

 "그래."

 

 나구모의 말도 진심이었다. 그 날의 상처는 어린 나구모에게 있어서 너무나 충격적이었고 또 다시 그 악몽이 시작될까봐 아예 그런 껀덕지도 만들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두사람의 진심이 오고가는 가운데 나구모는 아츠이시와 처음 축구했던 날 바로 다음날, 그러니까 아츠이시가 응급실에 실려가서 더이상 축구를 못하게 되었던 날에 스즈노와 함께 울었던것처럼 아츠이시의 옷자락을 잡으며 울고 있었다.

 

 "난...니가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그것 뿐이야..."

 

 몸은 건강해졌다. 이미 축구는 물론 다른 스포츠도 다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나구모에게 아츠이시는 그 날의 병약했던 시절 그대로였다. 나구모가 저렇게 울며 자신을 바라보는데 그걸 거절할 수 있겠냐만은 아츠이시는 자신을 유약하게 본 나구모가 미웠고 서운했다. 그래도 자신의 첫번째 친구니까. 그 자존심 강하고 뜨거운 감정을 가진 나구모 하루야니까 한번 눈감고 넘어가주자고 생각했다.

 

 "그래...알았어 하루야. 너말대로 난 공부에 매진할게. 그러니까 내가 죽는다거나 그런말 하지마. 응?"

 

 나구모는 아무말 없이 눈물을 훔쳤고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새벽이 다가오고 둘은 침대에 앉아 서로의 마음을 추스렸다. 나구모도 진정이 된 모양인지 아츠이시의 어깨에 기대 잠들었고 아츠이시는 나구모를 다시 침대에 눕혔다. 무슨 꿈을 꾸는지 조금 식은땀을 흘리는게 보여 그의 얼굴의 땀을 닦아주며 아츠이시는 생각했다.

 

 '그래, 하루야를 위해서라도 지금은 참자. 나보다는 하루야가 먼저 이세상에 나가야해.'

 

 그 날은 아츠이시와 나구모가 처음만난지 정확하게 6년이 되는 날이었다. 12시가 지난 새벽이었지만 정확하게 그때 같이 놀았고, 아팠던 즐거움과 괴로움이 가득했던 나날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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