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신 첫번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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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축구 계속 할거지?"
"당연하지. 푹 빠져버렸거든."
파람 오비어스와의 결투가 끝난 후, 우주의 평화를 지킨 아이들은 피곤이 가득한 몸을 기차에 싣고는 지구로 돌아갔다. 지구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반겨주었고 생전 축구랑은 담을 쌓고 살았던 아이들도 모두 똑같이 '축구 하자!'를 외치고 있었다. 그리고 이부키도 마찬가지였다. 축구는 이부키를 180도로 바꿔놓았고 팀플레이가 뭔지, 동료가 뭔지를 알게 해준 최고의 스포츠였다. 그리고 그에게 축구의 즐거움을 알려준 사람은 다름아닌 '신도'였다.
"시간 되면 너희 학교로 놀러갈게."
"저,저기!"
"응? 할말 있어?"
"아,아니야... 라이몬에서 열심히 해라."
떠나가는 신도의 팔을 붙잡지 못한 이부키는 어정쩡한 손을 다시 주머니에 찔러넣었다. 신도는 그런 이부키의 행동이 의심쩍었는지 고개를 갸웃하며 이부키를 슬쩍 쳐다보았다. 하지만 들키기 싫은 얼굴인건지 이부키는 급하게 고개를 돌려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잘 못부는 휘파람까지 불면서.
"뭐야. 할말 있으면 지금 해. 나중에 잊어버리지 말고."
"지,진짜 아무것도 아니거든!"
이부키는 다시 새빨개진 얼굴을 들이밀고는 씩씩 화를 냈다. 갑자기 큰소리를 내는 바람에 주위에 있던 마타타기와 텐마가 이부키에게 무슨일이냐고 물어보았지만 이부키는 그런 아이들의 성의를 무시한채 뒤돌아 짐을 챙긴 채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오랜만에 본 부모님의 얼굴보다 더 먼저 떠오른 얼굴은 다름아닌 신도였다. 행성 거든에 있었을때 이런저런 사고를 겪었지만 둘은 그 계기로 더욱 친해졌다.
"그때 전화번호라도 물어볼걸 그랬나..."
이부키는 괜히 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모처럼 자신을 바꿔준 소중한 친구인데 이대로 헤어지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발은 집으로 향하고 있었고, 자존심 때문이라도 먼저 신도에게 번호를 구걸하고 싶지 않았다. 부모님은 이부키가 돌아온 기념으로 맛있는 저녁 한상을 차려주었고 소소한 파티도 열어주었다. 내심 기분은 좋았지만 그걸 얼굴에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 최대한 담담하고 쿨한척 음식을 씹었다. 그런 아들의 모습도 귀여운지 부모님은 풉하고 웃으며 이부키의 머리를 매만져주었다.
"무네마사는 얼굴에 감정이 다 드러나는구나?"
"정말 아직은 중학생이라니까~"
하하호호 웃는 부모님의 말에 이부키는 더 창피해졌다. 집에서도 부모님한테 다 들킬정도면 대체 밖에서는 얼마나 티를 내고 다녔다는 거지? 이미 다 들킨거 아니야? 이부키는 짖궃게 놀려대는 부모님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한채 후다닥 방으로 들어갔다. 옷도 제대로 안갈아입은채 스르륵 다리가 풀려 침대에 미끄러지듯 엎드렸다. 침대에는 핸드폰이 올려져있었고 누군가 문자를 보낸 기록이 있었다.
"주장이잖아?"
텐마에게서 온 문자였다. 사실 몇일 전에 텐마의 번호를 받아놨기 때문에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누가뭐래도 일단 자신의 팀 소속 주장이니까 번호를 받는건 당연했다. 하지만 문자가 온건 오늘이 처음이라 자기가 짐이라도 두고 온게 아닌가 싶어 괜스레 미안한 마음에 문자내용을 확인했다. 이부키는 찬찬히 눈알을 굴려가며 문자 내용을 확인했다. 그런데 이부키가 읽은 문자의 내용이 이상했는지 그는 얼굴이 점점 빨개지기 시작하더니 다 읽고 나서는 상당히 놀랐는지 침대 위에서 벌떡 일어나 점프를 하다가 천장에 부딪혀 그만 폰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우아악!"
꽝하고 다친 머리를 손으로 비벼가며 다시 폰을 집어들었다. 자신이 잘못 본게 아닌가 싶어 다시 문자를 한글자 한글자 천천히 읽고, 소리내어 또다시 읽었다.
"신도 선배가 너에게 주라고 해서 보내. 신도 선배가 그랬는데 이부키 너 신도 선배 전화번호 받고 싶어하는 눈치였다고 하더라? 그래서 선배가 전해달랬어. 이 번호로 전화하면 금방 받을거야......라니 뭔소리야! 내가 언제 달라는 표정을 지었는데!"
이부키가 자기도 모르게 언성을 높이고 시끄럽게 하자 부모님은 이부키가 좋은 친구를 많이 두어서 다행이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이부키에게밤이니 너무 시끄럽게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이부키는 또 다시 자신의 생각이 부모님에게 들킨것 같아 머리를 세차게 흔들고 벅벅 긁어가며 창피해 죽을 것 같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모처럼 텐마가 신경써서 준...아니 실제로는 신도가 준거나 다름없는 번호인데, 그냥 무시하는건 성의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부키는 숨을 찬찬히 고르고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그래! 난 그냥 예의상 걸어볼 뿐이야. 안받으면 그만이지!"
-여보세요?
"우와악!"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통화음도 끊기기전에 받아버린 신도는 당황한 이부키의 목소리와 이부키가 넘어지며 폰도 떨어뜨리는 소리까지 다 들었다. 신도는 직감적으로 이 번호가 이부키임을 알았고 그렇다는 것은 텐마가 보낸 문자를, 아니 자신이 보내준 전화번호를 저장했다는 말이기에 신도 역시 이부키네 부모님과 같은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었다. 이상한 괴성을 지르고, 넘어지고, 폰까지 떨어뜨려 체면을 제대로 구긴 이부키는 신도가 비웃어도 할말이 없다고 생각했다. 고개를 푹 수그린채 개미만한 목소리로 핸드폰을 넘어 전파를 타고 듣고 있을 신도를 생각하며 말했다.
"하아...비웃을거면 지금 비웃어라."
-왜? 딱히 웃기진 않았어.
"어짜피 이거 끊은 후에 웃을거잖아."
-몸개그 재밌었어.
"하?! 야! 기껏 생각해서 전화해준것 뿐이거든!"
-그럼 끊을거야?
"윽...그,그건 아니..지."
신도에게 또 당했다는 생각이 든 이부키는 새빨간 얼굴을 더듬거리며 신도에게 이 일은 다른 애들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말했다. 신도는 그제서야 푸하하 웃으며 이런 일로 애들에게 일르지 않아~ 하며 웃음기 가득한 개구쟁이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평소에 침착하고 쿨했던 목소리하고는 다른 목소리였기에 이부키는 자신이 신도의 다른 면모를 찾은 것 같아 자기도 모르게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다가 또 얼굴에 다 드러난 감정에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다시 버럭 화를 냈다.
"아무튼! 이거 내 번호니까 저장하라고!"
-아까 말할려고 했던거 뭐야? 그거 알고 싶어서 번호 준건데.
"딱히 없어."
이부키는 침대에 앉아서 편하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 받았을때보다는 확실히 적응된 모양이었다.
-정말 없어?
"없어 없어! 끊는다."
-나 이제 일본에 없어. 오늘이 마지막으로 말할 수 있는 기회야.
"뭐? 그런말 안했잖아?"
-딱히 만날일 없을 것 같아서. 할말 있으면 지금해.
"....."
신도의 다시 담담해진 목소리에 이부키도 저절로 침묵을 했다. 이젠 다신 못본다고 생각하니 벌써 그리워지기 시작했는지 눈물이 핑 돌았다. 이부키는 결국 속에 있던 말을 다시 꺼내들었다.
"실은 너 덕분에 축구가 좋아졌어. 난 항상 제멋대로였는데 너가 날 구해준거나 다름없어. 고맙다는 말 하고 싶었을 뿐이야. 그리고.... 푹 빠져버렸거든 정말로."
-축구에?
"그렇다고 해둘게."
속에 있는 말을 전부 한것 같아 속이 후련해진 이부키는 신도에게 잘자라는 인사와 함께 통화를 끊으려 폰을 내려놓았다. 그런데 수화기 너머로 신도가 뭐라고 중얼거리길래 다시 귀에 가져다가 대며 신도에게 다시 말해보라고 하였다.
"뭐라고? 잘못들었어."
-밖에 봐봐.
"뭐? 뭔소리야."
-창문 열고 밖에 봐봐.
이부키는 속고 있다는 느낌이 듦과 동시에 마지막으로 신도의 꼼수에 넘어가자- 는 식으로 창문을 열었다. 창문을 열어도 아무도 없어서 밑을 내려다보니 놀랍게도 그곳에는 예상외의 인물이 서있었다. 이부키는 또 다시 괴성을 지르며 창문틀을 잡고 왜 여기있냐고 하였다. 그 사람은 다름아닌 신도였기 때문에.
"야! 너 뭐야! 왜 여기있어!"
"놀랐어? 나도 하고 싶은 말이 있었거든."
"좋아 마지막이니 들어나 보자. 뭔데."
"거짓말이야."
이부키는 무슨소리인가 싶어 다시 귀를 파고 다시 말하라고 하였다. 거짓말이라니 뭐가?
"거짓말이라고. 일본 떠난다는거. 너의 속마음을 알고 싶어서 그랬어. 앞으르도 잘 지내자 이부키."
"....야!!"
또 다시 저녀석에게 속았다. 또 속아버렸다. 이부키는 부글부글 화가났지만 그래도 신도가 일본을 떠나지 않는다고 하니 내심 좋았는지 멋쩍게 웃음을 지었다. 결국 또 이부키는 처음부터 끝까지 신도에게 이용당한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둘 다 엄청 화내는 얼굴은 아니였다. 이부키도 화를 내고는 있었지만 정말로 화내고 있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 화내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 겉으로만 화를 낼 뿐이지 실제로는 좋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왜냐면 푹 빠져버렸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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