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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이레

[이나이레] 히로류(타츠류) -농장부부

**기념비적인 이나이레 첫연성. 

**신혼부부 느낌. 이나고 전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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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하나 없는 맑은 공기, 살랑살랑 살갗을 감싸는 시원한 바람, 푸른 하늘과 여유롭게 풀을 뜯어 먹는 가축들... 오늘도 어김없이 빨간 머리 소년은 가축들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집 문을 열었다. 작지만 아늑한 통나무 집. 밀짚모자를 대충 쓰고 양손에는 먹이를 가득 담은 양동이가 들려있었다. 

 

"잠깐잠깐!"

 

"왜?"

 

"장갑 가져가야지."

 

 

 

통나무 집에서 들려오는 또랑또랑한 목소리에 소년은 뒤를 돌아보았다. 만지면 폭 하고 들어갈 만큼 포근한 연두색 머리를 가진 소년은 먹이를 주러 가는 소년을 다급하게 부르며 장갑을 쥐여주었다. 소년은 다시 배시시 웃으면서 잘 다녀오라 하였고 먹이를 쥔 소년은 그런 친구의 모습을 사랑스럽게 보고 있었다.

 

 

 

"타츠야 우리 나중에 시장 가는 거 맞지?"

 

"응. 류지. 준비하고 있어."

 

"가면 뭐부터 살까나~"

 

 

 

산속 깊이 자리한 통나무집과 목장에서는 도시로 나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가끔은 류지가 좋아하는 간식거리를 찾아 시내로 나간다. 오늘은 바로 그날. 타츠야는 류지의 이마에 짧게 입맞춤을 하고 빙긋 웃으며 먹이를 주러 나갔다. 류지는 타츠야를 바라보며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곧 시내로 나갈 생각에 많이 들뜬 표정을 지었다. 류지는 타츠야가 나간 후 집안을 방방 뛰어다니며 맛있는 간식들을 생각하며 입맛을 다셨다. 

 

 

 

-

 

 

 

가축들은 타츠야와 류지의 사랑을 받고 커서 그런지 모두 건강하고 행복해 보였다. 다른 건 먹지 않고 오로지 타츠야가 주는 먹이만을 먹었고 타츠야가 부르면 달려오는 가축들도 있었다. 집에서는 류지에게 치유를 받고 밖에서는 가축에게 치유를 받는 타츠야는 어찌 보면 우리가 모두 원했던 삶이었는지도 모른다. 먹이를 다 주고 가축들의 상태를 점검하던 타츠야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변함없이 맑은 하늘. 오늘은 시내에 나가기 딱 좋은 날씨다.

 

 

 

"아 그러고 보니 우유가 모자란다고 류지가 했던 것 같은데."

 

 

 

타츠야는 류지가 했던 말이 하나둘씩 생각났다. '우유가 다 떨어졌어.', '요즘에는 이런 과자가 유행이래!', '우리 집도 저런 실내장식으로 바꿀까?' 타츠야는 류지가 하는 말이라면 뭐든지 다 들어주고 싶었다. 타츠야가 직접 류지를 데려왔으니까 류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류지도 그런 타츠야의 마음을 알았는지 쉽사리 타츠야에게 부탁하는 일은 없고 정말 가지고 싶은 거나, 집에 필요한 것들만 털어놓았다. 그래도 간식은 빼놓을 수 없었는지 새로운 군것질거리는 항상 이야기하였다.

 

 

 

"나왔어."

 

"빨리 왔네? 옷 갈아입고 어서 나가자!"

 

"벌써 준비 다한 거야?"

 

"그야 당연하지. 오늘은 오랜만에..."

 

 

 

데이트라고? 타츠야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류지를 장난스럽게 놀렸고 류지도 얼굴이 빨개져서 타츠야에게 놀리지 말라며 볼을 한껏 부풀리며 화를 냈다. 그래도 둘은 행복했다. 아무도 없는 이 농장과 아무도 없는 이 산속에 둘 만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던지. 타츠야는 잠깐 기다리라며 방안으로 들어갔고 류지는 식탁에 앉아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렸다.

 

 

 

-

 

 

 

"타츠야! 이것 봐! 맛있어 보인다..."

 

"류지. 우리 우유 사러왔잖아 살 것 부터 먼저 사고 과자를 사자. 안 그러면 너 또 한가득 살 거잖아."

 

"에에~"

 

 

 

시내로 나온 둘은 시장을 구경하며 데이트를 즐겼다. 수많은 길거리 음식들과 간식거리에 눈을 반짝이는 류지는 침까지 흘려가며 간식을 바라보았고 그 눈을 참지 못한 가게 아저씨는 류지에게 사탕이나 육포 등 음식을 하나둘씩 주었다. 간식을 받고 좋다고 하는 류지였지만 타츠야는 죄송하다며 값을 물어주었고 결국 우유 살 돈도 모자라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간식을 한가득 품에 안고 맛있게 먹는 류지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우유 따윈 안 사도 괜찮을 것 같았다.

 

 

 

"타츠야! 이거 먹어봐. 정말 맛있어!"

 

"그래?"

 

 

 

타츠야는 류지에게 받은 과자를 입 안에 넣고 우물거렸고 류지는 어때? 맛있지? 어서 감상평을 달라는 식으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받은 과자는 살짝 시큼한 게 타츠야의 입맛에는 안 맞았다. 그래도 류지의 강아지 같은 얼굴을 보고 있자니 도저히 맛없다고는 할 수 없어 결국 거짓말로 맛있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으,응...맛있네..!"

 

"그렇지? 그럼 하나 더 먹을래?"

 

"어,어어..? 그,그래!"

 

 

 

류지는 뿌듯한 얼굴로 타츠야에게 또 다른 과자를 건넸고 타츠야는 간신히 과자를 목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래도 류지가 준 과자 다 보니 입안에서는 살살 녹는 게 느껴졌다. 

 

 

 

"소,소매치기야!"

 

 

 

저 멀리서 한 할머니가 소매치기라며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검은 복면을 쓰고 있던 한 남자는 할머니가 가지고 있던 가방을 훔쳐 달아나고 있었다. 빠르고 민첩한 움직임에 아무도 그 소매치기를 막을 수 없었다. 소매치기는 거리를 달리며 다른 사람들을 위협했고 곧장 타츠야와 류지가 있는 곳까지 달려왔다. 타츠야는 다급하게 류지를 불렀지만 류지는 이미 넋 놓고 달려오는 소매치기의 얼굴을 빤히 보고 있었다.

 

 

 

"류지! 어서 피해!"

 

 

 

류지는 눈을 끔벅이며 계속해서 소매치기를 보고 있었고 타츠야는 류지의 팔을 잡아당기려고 손을 뻗었다. 소매치기는 저리 비키라며 류지를 향해 주먹을 내둘렀고 류지는 반사신경으로 그 민첩한 팔을 피하고 곧장 소매치기범의 팔을 꺾어 바닥에 눕혔다. 류지를 구하려고 했던 타츠야의 다급했던 손은 순식간에 무안해진 손이 되었고 류지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소매치기범의 복면을 벗겨 냈다. 소매치기범은 이를 부득부득 갈며 놓으라고 발버둥을 쳤지만 류지의 힘이 생각보다 셌던 건지 제대로 일어날 수 없었다. 게다가 타츠야도 류지를 돕기 위해 같이 소매치기범의 팔을 꽉 잡고 있었다.

 

 

 

"아 이거 감사합니다. 덕분에 범인을 잡을 수 있었어요."

 

"아닙니다. 그냥 어쩌다 보니... 하하."

 

 

 

소매치기범은 경찰에게 넘겨졌고 경찰은 타츠야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하였다. 사실상 범인을 잡은 건 류지지만 낯을 가려서 타츠야가 대신 답해주고 있었다. 결국, 경찰에게 포상금을 얻은 타츠야와 류지는 갑자기 생겨버린 돈에 우와- 하며 서로 번갈아 쳐다보았다. 류지는 얼떨결에 잡은 건데 많은 포상금을 준다며 쑥스러워했고 타츠야는 괜찮다며 류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걸로 뭐할까?"

 

"뭐하긴. 우유 사야지."

 

"남은 돈으로!"

 

"글쎄? 뭐하고 싶은데?"

 

"음... 예전에 봐둔 옷이 있는데 너한테 잘 맞을 것 같아."

 

"나한테?"

 

 

 

류지는 또다시 배시시 웃으며 타츠야와 함께 거리를 걸었다. 전부터 옷이 가지고 싶다고 말한 류지였지만 그 옷이 타츠야를 위해 봐두었다고는 미쳐 듣지 못했나 보다. 그렇게 둘은 원했던 시내 데이트를 하며 즐겁게 집으로 들어와 밥을 먹고 느긋한 밤을 보냈다. 남들에게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둘에게는 행복이었다. 밤하늘에 수놓은 별들을 보며 저건 네 별이다 저건 네 별이다 하며 수다를 떠는 모습은 정말로 사랑스러웠다. 그렇게 오늘도 행복한 하루가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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