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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장르/아르고나, 프라메모

[아르고나] 나유렌나유- 집과 길 01

**수인소재 주의
**집에 사는 강아지 렌과 길에 사는 강아지 나유타의 이야기
**모든 등장인물이 수인인 거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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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렌나유]

 

집과 길

 

 

 

 


 도쿄에서 살고 있는 한 가정집에서는 강아지를 무려 다섯 마리 키우고 있다. 모두 하코다테 출신의 강아지들로 모두 입양된 시기는 조금씩 다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마지막에 들어온 강아지는 그 집 아이의 생일선물로 데려온 강아지다.

 "사츠키. 생일 축하한다. 이건 엄마와 아빠가 주는 선물이야."
 "우와~ 새로운 강아지다! 엄마 아빠 고마워요!"

 딸은 아직 많이 어리지만 마음씨가 고운 착한 아이다. 이미 네 마리의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데도 모두 똑같이 사랑을 나눠주었고 마지막으로 데려온 강아지도 직접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 강아지의 이름은 렌. 집에 온 날의 밤에 북두칠성이 보였다고 하여 나나호시 렌이라고 지었다. 발과 꼬리에는 하얀 털이 윤기 났지만 군데군데 푸른 털이 자리를 잡고 있는 허스키 믹스견이다. 아직 나이가 어려서 다른 강아지들보다 덩치가 작았지만 금방 클 거라는 딸의 바람대로 무럭무럭 커갔다. 

 "얘들아~ 아침 먹자~"

 사츠키는 주방에 있는 어머니를 도와 강아지들의 식사를 책임졌다. 양손에 가득 강아지용 그릇을 가지고 일렬로 그릇을 하나씩 놓아주었다. 가장 먼저 달려온 건 식탐이 많은 유우토. 가장 먼저 들어온 강아지답게 덩치가 컸으며 활기차고 좋아하는게 많은 아이었다. 왈왈! 소리를 내던 유우토는 가장 먼저 줄을 서서 밥그릇에 코를 박고 허겁지겁 먹었다. 뒤에 이어서 유우토를 막으러 온 와타루는 그 다음에 온 강아지다. 특이하게 분홍색 털을 가지고 있어서 눈에 잘 띄어 인기가 많은 강아지다. 실제로도 청결에 신경을 많이 쓰는 성격이다. 세번째로 달려온건 반리와 리오. 이 두 강아지는 같은 시기에 들어온 강아지다. 리오는 처음에 왔을 때부터 덩치가 컸으며 반리는 반대로 매우 작았다. 품종이 달라서 그런 거라 생각하고 있지만 반리도 리오도 딱히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가장 먼저 어리숙하게 달려오는 건 렌이다. 

 "렌! 팍팍 먹어! 많이 먹어야 키가 커지지."
 "유우는 적당히 먹는 게 어때?"
 "그래 맞아 유우토 군은 너무 많이 먹어서 주인한테 혼나는 거라고."
 "그보다 나나호시, 밥은 입맛에 좀 맞아?"

 렌 옆에 있는 초록색 털이 인상적인 리오가 허리를 꼿꼿하게 피고 렌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을 걸었다. 렌은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낯선 게 많을 테니 먼저 온 선배 강아지들인 너희가 렌을 잘 보살펴줘야 한다는 주인의 명령이 있었기 때문에 강아지들은 그 명령을 이행하는 것이다. 리오의 말에 다른 세 마리의 강아지들이 먹던 밥을 멈추고 모두 렌을 바라보았다. 모든 시선이 자기에게 쏠린다는 걸 눈치챈 렌이 딸꾹질을 시작했다. 

 "아, 나는. 딸꾹. 괘, 괜찮. 딸꾹."
 "이런, 긴장했나 봐."
 "리오 군이 무섭게 해서 그런 거 아니야?"

 반리는 우시싯, 웃으며 리오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자기 때문에 렌이 겁을 먹은 거라 생각한 리오가 다시 렌을 달래기 위해 먹던 밥그릇을 렌 앞에 놓아주었다. 

 "놀라게 할 생각은 없었어. 우린 너를 환영하니까 걱정하지 마."
 "리오가 저렇게 보여도 꽤나 믿음직한 애야~"
 "이봐."
 "이크. 헤헤."

 유우토는 방정맞게 말하다가 리오의 차가운 눈빛에 다시 깨갱 꼬리를 내리고 자신의 밥을 마저 먹었다. 렌은 다른 강아지들이 즐겁게 얘기하는 걸 보고 슬며시 웃음을 지었다. 렌은 여태까지 그런 친구가 없었기 때문에 이 집에 와서 생긴 저 친구들과 함께 지낸다면 매일이 재밌을 거라 생각했다. 리오가 내민 밥그릇에 코를 박았다. 챱챱. 건조한 개사료가 렌의 입에 들어갔다. 하코다테에서 먹는 밥보다 맛있는 것 같아. 기분 탓이겠지만.

 "아무튼! 나중에 환영파티 하자. 너한테 보여주고 싶은 것도 있고 알려주고 싶은 것도 많아. 주인이 자고 난 새벽에 하자고. 다들 괜찮지?"
 
 유우토는 다 먹은 밥그릇을 통통 치며 다른 네 마리의 강아지들의 이목을 주목시켰다. 렌의 환영파티는 다가오는 새벽에 치러질 예정이라는 걸 알려준 것이다. 유우토의 이 집에서 가장 먼저 온 강아지이기도 하고 실제로도 리더십이 있어서 나름의 대장을 맡고 있었다. 밥을 다 먹은 다섯 마리의 강아지들이 도란도란 수다를 떨고 있을 때 딸인 사츠키가 강아지들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다가왔다. 

 "어라? 너희들 벌써 밥 다 먹었니?"
 
 다시 빈 그릇을 양팔에 가득 안고 떠나가는 사츠키의 뒤를 졸졸 따라가는 네 마리의 강아지들을 보고 렌이 의아해하며 말했다. 

 "왜 저 주인을 따라가는 거야?" 
 "사츠키는 원래 간식 담당이거든. 너도 따라와. 재롱 부리면 두 개나 받을 수 있어."

 유우토의 말에 렌은 간식? 나도 먹을래! 해맑게 웃으며 퐁퐁 뛰어 사츠키의 뒤를 따랐다. 그야말로 피리 부는 사나이, 아니 피리부는 소녀였다. 사츠키의 방에 도착한 다섯 마리의 강아지들은 저마다 개인기를 뽐내며 사츠키 앞에서 재롱을 부렸다. 잘한다며 박수를 치는 사츠키의 품에서 개껌과 육포가 슬쩍 나오자 다들 침을 꼴깍 삼키며 꼬리를 흔들었다. 사츠키는 차례로 간식을 나눠주었다. 저마다 하나씩 입에 간식을 물고 사츠키의 방안에 있는 각자 '집'으로 들어가서 편안하게 간식시간을 즐겼다. 집이라고 해봤자 개집의 형태를 하고 있는 쿠션이었다. 

 "렌! 하우스!"
 "?"
 "아참 렌은 아직 하우스를 모르지. 렌의 집은 여기야. 여기 팻말에 적혀있지? 렌이라고. 이게 네 집이라는 표시야. 들어가 봐."

 사츠키는 렌을 안아서 '집'에 들여보냈다. 처음 보는 집의 풍경에 렌은 킁킁 냄새를 맡으며 탐색을 시작했다. 매우 작은 집이지만 제 하나는 뉘일 수 있는 크기였다. 사츠키는 웃으며 렌이 알아서 '집'에 적응할 수 있게끔 자리를 피해 주었다. 렌의 옆집인 반리가 말했다. 

 "렌군이 내 옆집이네? 잘 부탁해~"
 "저기, 왜 집이라고 하는 거야? 우리가 살고 있는 여기가 집 아니야?"
 "우리는 워낙 숫자가 많으니까 아예 집을 하나씩 다 마련해 줬어. 생각보다 편해. 렌군도 누워봐."

 반리는 그렇게 말하고는 곧바로 배를 보이며 벌러덩 누웠다. 기분 좋다며 헥헥거렸고 집에는 개껌을 물고 있었다. 렌은 다른 친구들을 살펴보니 모두 똑같이 집이라고 불리는 그 쿠션 위에서 저마다 받은 간식을 즐기고 있었다. 렌도 그들과 똑같이 따라 하기 위해 쿠션 위에서 웅크려서 받은 육포를 물어뜯었다. 아까의 건조한 개사료보다 짭짤하고 풍미가 진하게 느껴지는 게 맛있었다.


 저녁도 배부르게 먹고 간식도 즐기고 나서는 사츠키는 부모님과 티브이를 보거나 숙제를 하러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숙제가 끝난 후에는 다시 밖으로 나와 잘 준비를 했고 강아지들을 한 번씩 쓰다듬은 후에 다시 방으로 들어가 잠에 들었다. 그것이 이 집의 하루 일과였다. 내일 아침이 되면 다시 사츠키가 눈을 뜨고 다섯 강아지들을 똑같이 쓰다듬으러 올 것이다. 사츠키가 잠들고 나면 부모님들도 모두 안방으로 들어가 불을 끄고 이불을 덮었다. 그러면 이제 이 집은 더 이상 '인간'의 집이 아닌'강아지'의 집이 된다. 

 "좋았어. 아까 말한 환영파티를 시작하자!"
 "오오!"

 유우토의 말에 와타루, 반리, 리오는 앞발을 높게 들고 환영파티 준비를 시작했다. 파티라고 해봤자 밖에 있는 다른 강아지들을 소개하거나 야식을 먹는 정도다. 반리는 렌에게 따라오라고 하며 그의 엉덩이를 밀어주었다. 놀란 렌이 어딜 가는 거냐고 묻자 걱정 말고 따라오면 알게 될 거라고 말했다. 유우토는 현관문 아래 작게 달려있는 강아지용 현관문을 열었다. 작은 구멍이지만 모두가 한 마리씩 나가기에는 충분한 크기다. 몸이 가벼운 반리를 시작으로 체격이 좀 나가는 와타루와 리오가 뒤를 이었고 마지막으로 렌이 문 앞에서 망설였다. 

 "렌, 왜 그래? 한번 나가봐."
 "그렇지만 여길 나가면 완전 밖이잖아."
 "무서울 것 없어. 우리도 한 번씩 나가봤는걸. 걱정 마. 주인이 깨기 전에 들어올 거니까. 자 어서."
 "우으... 밀지 마...."

 유우토는 렌의 등을 밀면서 현관문 밖으로 나가게 했다. 결국 헛발을 내디딘 렌이 쿠당탕 넘어지면서 현관문 밖으로 나갔다. 바깥세상이다. 처음으로 와본 바깥세상. 렌은 살면서 처음으로 바깥으로 나온 것이다. 하코다테에 있을 때는 보호소에 있었고 단 한 번도 산책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바깥 풍경이 어떤지, 풀냄새는 무엇인지, 쥐는 어떻게 생겼는지 아무것도 몰랐다. 처음으로 나온 바깥세상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다양한 냄새가 이리저리 섞여서 렌의 코를 간지럽혔다. 벌레들의 연주 소리가 렌의 귀를 간지럽혔다. 렌은 킁킁 냄새를 맡고 귀를 쫑긋 세우며 '바깥'을 만끽했다. 

 "어때? 괜찮지?"
 "응. 엄청 멋있다."

 렌은 넋을 놓고 바깥세상을 느끼고 있었다. 역시 데리고 나오길 잘했다니까. 자신을 칭찬하는 유우토를 시작으로 다른 친구들도 뿌듯해야 하며 렌에게 더 가까이 와보라고 손짓했다. 렌은 곧바로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 앞에는 자기네들 말고도 다른 강아지들이 잔뜩 있었다. 

 "오오! 네가 그 소문의 렌이제?"
 "으응?"
 "만나서 잘 부탁한다~ 내는 후타!"
 "어.... 너도 사츠키네 집에서 사는 강아지니?"
 "사츠키? 아아, 너희 집 딸내미 말하는기가? 아이다. 내는 너희집 앞집에 산다. 주인은 사츠키랑 같은 학년의 친구인 미도리라고 한다."

 후타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강아지는 앞집에 사는 강아지로 사츠키의 반친구인 미도리가 키우는 강아지다. 오렌지색 털이 특징이고 보다시피 매우 활기찬 성격이 매력적인 강아지다. 후타 뒤에는 미도리가 키우는 다른 강아지들이 있었다. 아오이, 코헤이, 미사키, 야마토. 총 다섯 마리다. 본인의 형제들과 같은 숫자라는 게 신기한 렌은 후타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후타는 다행히도 성격이 좋아서 렌을 무시하지도 의심하지도 않고 물어보는 것들은 모두 대답해 주었다. 

 "그런데 이 시간이면 나유타가 올텐디. 너네는 괜찮나?"
 "나유타....?"
 "응? 유우토. 니 렌한테 나유타에 대해 안 말해줬나."

 후타를 포함해서 '미도리네' 집에 살고 있는 강아지들은 '나유타'얘기만 나오면 벌벌 떨었다. 가장 덩치가 크고 겁을 내지 않는 코헤이만이 어린 강아지들을 달래주었다. 후타의 말에 유우토는 뜨끔했지만 헛기침을 하며 핑계를 대기 시작했다.

 "음~... 온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알려주면 너무 이르지 않을까 싶어서 하하..."
 "후타 군 말이 맞아. 우리가 나유타에 대해 말 안 하면 렌이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르잖아."

 유우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와타루가 진지한 표정으로 유우토 앞에 서서 렌을 보며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렌은 '나유타'도 같은 강아지 친구냐며 궁금해했다. 

 "나유타가 친구...? 으으... 후타. 우리 그만 가자... 나나호시 렌이라고 했지? 만나서 반가웠어. 오늘은 새벽파티라서 아쉽게 여기에서 헤어지지만 미도리랑 사츠키는 친하니까 다음에 집에 놀러 오면 우리가 대접해 줄게. 하지만 곧 나유타가 오면 우린 더 이상... 아무튼! 후타~ 그만 가자~!"

 반리만큼 몸집이 작은 아오이라고 하는 연분홍색 강아지가 벌벌 떨며 후타를 불렀다. 도대체 그 나유타라고 하는 강아지가 누구길래 그러는 거야? 렌은 호기심에 물어보았지만 다들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후타도 그때만큼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렌과 작별인사를 하고 아오이를 따라 집으로 돌아갔다. 렌은 의아했다. 만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왜 나유타 얘기만 나오면 저렇게 벌벌 떠는 거지? 뒤를 돌아 본인의 친구들에게로 가서 다시 물었다. 

 "나유타가 누군데 후타 군이랑 아오이 군이 저렇게 무서워하는 거야?"
 "그건...."

 우르릉-

 새벽에 비가 온다는 예고는 있었지만 생각 이상으로 빨리 비가 올 것 같았다. 천둥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아사히 나유타. 아사히 산에 산다고 해서 그렇게 지어졌어. 이 동네에서 제일 강한 강아지야."
 "그래? 집에 사는 강아지가 아니라서 무서운 건가? 그 정도는 괜찮아. 나도 한번 유기된 적이 있어서 길거리 생활을 해본 적 있어."
 "그런 수준이 아니야. 나유타는...."

 콰콰광-

 비가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다. 유우토는 약간의 침묵을 유지하더니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 녀석은 식견을 해."
 "식견...?"
 "같은 강아지를 먹는다는 소리야." 
 "에?"

 쏘아아-

 비가 쏟아졌다. 폭우가 내리나 봐. 비가 오니까 어서 집으로 돌아가자는 와타루의 말에 유우토는 어서 현관문 안으로 들어가자고 렌을 불렀다. 렌은 알았다며 찰박찰박 흙바닥을 밟으며 다시 현관문으로 향해 달렸다. 

 그 순간, 집 반대쪽에서 거칠게 달려오는 한 마리의 강아지를 보았다. 은색의 털이 뾰족하게 솟아서 매우 정돈이 안된 부스스한 털을 가진 강해 보이는 강아지였다. 입에는 피가 흥건했다. 그리고 입주위에 묻은 짐승의 털. 한번 더 크게 천둥이 쳤고 번개가 번쩍 하늘을 갈랐다. 그 번개를 빛으로 삼아 렌은 그 동그란 눈으로 반대쪽의 강아지를 바라보았다. 강아지보다는 개에 가까운 형체였다. 성견은 아니지만 확실히 다른 강아지들보다 풍채도 달랐고 분위기도 달랐다. 렌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저 강아지가 아까까지 다들 두려워하던 '아사히 나유타'라는 것을. 

 "렌!"
 "으응...?"
 "빨리 들어가자니까! 비가 와서 젖으면 감기 걸려!"

 현관문에서 렌을 기다리던 유우토가 다시 달려와서 렌을 잡았다. 아사히 나유타를 보고 얼어붙어 있었던 렌은 유우토의 말에 다시 정신을 차리고 질척해진 흙바닥을 밟으며 현관문 안으로 들어갔다. 달리는 와중에도 렌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 자리에는 이미 나유타는 없었다. 하지만 분명 본 건 확실하다. 렌이 본 게 맞다면 그 나유타라 불리는 강아지는 정말로 '식견'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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