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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연성

[241025] 꿈꾼거 정리

*모든 내용은 허구입니다.

*내가 꾼 꿈을 바탕으로 정리한 내용

 

 

 

 지금이 서기 몇년인지 조차 알 수 없다. 가장 정확한건 내가 고등학교 3학년이라는 사실. 원래의 나라면 벌써 대학교를 졸업하고 어엿한 사회인이 되어 일을 하고 있을 나이인데 어째서인지 지금은 고등학생으로 돌아가 있었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임과 동시에 가장 재미있었던 시기. 그런 고등학교 생활을 보냈는데 어째서 또 이 나이대로 돌아온 것인가.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곳에는 나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이 모두 모여있었다. 우리반은 대체적으로 예체능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학생의 숫자도 매우 적었다. 20명 남짓한 작은 반이었고 그마저도 서로 단합이 잘 안되어 친하게 지내는 일이 없었다. 눈을 떴을 때 내 앞에 보인 것은 다름이 아닌 겁에 질린 친구들의 얼굴이었다. 

 

 -오늘 사망자 12237명-

 

 학교에서 TV를 틀어보니 속보가 나오고 있었다. 오늘의 사망자. 누적되는 수치를 보니 벌써 전세계 인구의 절반은 사망한 것 같다. 한 친구가 TV를 껐다. 이런 뉴스를 봐봤자 우리에게 좋을거 없다며 애써 무시하자고 했고 다른 친구들도 그에 동의했다. 오늘은 식량을 구하러 나가는 날이다. 

 

 "채연이는 연주랑 같이 나가고 소현이는 미연이랑... 그리고 너는 나랑 나가자."

 "너랑?"

 "왜, 싫어?"

 "아니. 의외라서."

 

 아까 TV를 끈 친구가 우리반의 리더였다.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그러고보니 3학년 1학기 반장은 그친구였다. 내가 2학기 반장이었고. 시기를 따지고 보니 가장 바쁠 1학기다. 내 자리는 창가쪽 자리여서 블라인드를 슬쩍 올려서 바깥 상황을 살펴보았다. 학교 운동장에는 누구도 없었다. 고요함만이 흘렀다. 죽은 고양이 시체가 널브러져있긴 했지만 그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식량을 구하러 가야한다는 말에 모두가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여기는 학교. 어떻게 되든간에 학교에서 살 수는 없다. 가장 중요한 식량과 침구가 없다. 

 

 우리는 거주지를 옮겨야만 한다.

 

 내가 다녔던 학교는 걸어서 10분 거리에 번화가가 있어서 식량은 쉽게 구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음식점에서 살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반장'이라고 불리는 그 친구와 팀을 이루어 식량을 구하러 떠났다. 학교 안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밖으로 나오자마자 심한 악취가 났다. 길거리에는 시체가 가득했다. 동물이고 사람이고 할거 없이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너무 놀라 입을 틀어막고 조심스럽게 길가 가장자리로 걸음을 옮겼다. 

 

 "마스크를 써. 그럼 좀 나아."

 "마스크 가지고 안될 것 같은데. 방독면 같은건 없나?"

 "배부른 소리. 다들 우릴 피하는데 방독면이 있을리가."

 

 반장은 시니컬한 분위기의 소녀였다. 내 기억이 맞다면 그 반장은 원래 성격이 어둡고 차가운 편이다. 그래서 친구가 별로 없었던걸로 기억한다. 그럼에도 그 친구는 리더쉽이 있어서 모두가 믿고 따르는 친구였다. 나에게 마스크를 건넸고 나도 그걸 받아들어 급하게 마스크를 썼다. 사실 마스크를 뚫고 들어오는 악취 때문에 저절로 얼굴이 찡그려졌지만 선택지가 없었다. 마스크라도 써서 조금이라도 나를 보호하는 것이 나았다. 번화가에 도착하고 우린 식량을 구하기 위해 마트를 들렀다. 금방 부패하는 신선식품보단 보관이 용의한 통조림류를 담았다. 마트에도 시체는 널려있었다. 먹을 것을 집다가 죽은 사람도 있었고 유모차를 감싸며 죽은 사람도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우리 때문에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이 솔직히 믿어지지 않았다. 왜 죄없는 사람들을 죽이는거야? 그리고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죽이는거야? 이런 의문이 들었지만 그걸 입밖으로 꺼낼 용기는 없었다. 

 

 "물도 담아."

 "알았어."

 

 반장과 나는 별로 친하지 않아서 간단한 대화 말고는 대화 자체를 하지 않았다. 다 담았어? 응. 그럼 나가자. 그래. 별 의미없는 대화뿐이었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죽은 직원의 손 위에 동전 몇닙을 올려주었다. 가시는 길 평안하라고 드리는 돈이었다. 번화가를 나와 학교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상황이 모두 꿈이라면 내 멋대로 해도 되는거잖아?'

 

 급하게 반장을 세웠다.

 

 "먼저 들어가. 난 좀 더 식량을 구해볼게."

 "뭐? 안돼. 너무 위험해."

 "괜찮아. 너희한테 피해가 안가게 할게. 네가 나랑 같이 팀을 짠 것도 내가 남들에게 피해를 줄까봐 그런거잖아."

 "...."

 "반박을 못하는 거 보니까 맞구나. 나는 걱정말고 만약 그들이 학교까지 쳐들어가면 어서 도망가."

 

 반장의 얼굴을 읽기가 좀 어려웠다. 원래도 시니컬한 성격이지만 그게 성격이 나쁘다고 할 순 없었다. 하지만 날 싫어했던건 확실했다. 억지로 나같은거랑 팀을 짠 이유도 알수없다. 정말 성격이 독특한 사람이었기에. 반장은 나에게서 모든 식량을 받아들고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시체 무더기를 지나고 좀 더 걸었다. 우리학교 뒷편에는 야구장이 있어서 야구장까지 걸어갔다. 이렇게 보니 꽤나 큰 규모였다. 늘 야구경기가 있으면 학교에서 버스를 타는 사람이 많아서 하교가 힘들었는데. 지금은 고요했다. 사람이 없었다. 시체조차 없었다. 원래도 사람이 없는 동네지만 그날따라 더 고요했다. 나는 마스크를 벗고 맑은 공기를 마셨다. 시체 따위가 없는 청정구역이었다.

 

 "목표물 발견. 목표물 발견. 제거대상입니다. 제거대상입니다."

 

 역시 학교를 나온건 잘못된 선택이다. 

 

 끈질기게 우리들을 죽이려고 죄없는 사람들을 인질로 잡아 무고한 희생을 만들어낸 무리와 마주쳤다. 오렌지 색 잠바를 입고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그들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폐증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같은 말을 여러번 반복하더니 총구를 겨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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