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편
*매우 짧음 주의
<달물결>
*달물결:달빛이 은은히 비낀 물결.
<윤성진해>
잠이 안 오는 날에는 새벽에 침대에서 일어나 현관문을 열고 밖을 한 바퀴 돈다. 그것이 나의 루틴. 윤성이와 같이 살기 시작한 지 약 1년이 지나서 같이 자고 있지만 나와 다르게 먼저 잠에 드는 윤성이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밤에는 잠에 쉽사리 들지 못했다. 뱀의 본능? 그런 건 아닐 거다. 아마 나의 심리적인 문제 일 것이다. 그래서 고안해 낸 방법이 밖을 나와서 모래사장을 한 바퀴 도는 것이다. 나와 윤성이가 살고 있는 집은 바다에서 가까운 곳이라 그런지 현관에서 나오면 바로 바다였다. 새파란 바다도 보고 잔잔하게 깔린 달물결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
휘잉휘잉- 바람이 불었다. 차가운 공기지만 그렇다고 아주 얼음장처럼 춥지는 않았다. 표면에 비껴드는 그 풍경 속에서 나 혼자만이 그 공간에 서있었다.
"진해야 여기서 뭐 해?"
"어어?"
"뭐야~ 나몰래 밖에 나와서 산책하고 있었어? 조금 치사한걸."
"그런거 아니야...! 그냥 잠이 안 와서. 너는 잘 자고 있으니까 깨우기 미안하잖아."
상냥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면 윤성이가 캐미솔을 두른 채로 서있었다. 얇은 파자마 하나만 입고 있으면 춥잖아. 이러면서 캐미솔을 살짝 들어서 '들어올래?'란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그 품 안으로 뛰어들고 싶었지만 간신히 참았다. 모래사장 앞에 놓여있는 흔들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흔들리고 윤성이의 귀가 까딱거렸다. 가끔은 이런 것도 좋네. 라며 웃었다.
"잠이 안오면 말하지 그랬어. 내가 허니밀크라도 타줄까 했는데."
"...!!"
"후후, 허니밀크 좋아? 그럼 추우니까 그만 들어갈까?"
"그래!"
달콤하고 따뜻한 허니밀크도 좋지만 그것보다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해준다는 사실이 더 좋았다.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 흔들의자에서 벌떡 일어나자 순간 삐그덕 대며 윤성이가 휘청거렸다. 괜찮냐고 너의 팔뚝을 잡아서 고정시켜 주자 눈웃음을 치며 괜찮다며 잡은 손을 놓아주었다.
"그럼 안으로 들어갈까?"
"응. 어서 들어가자. 춥다."
샛노란 캐미솔을 입은 너의 모습은 귀엽기도 했지만 어딘가 요염해서 당장이라도 이성을 잃어버릴 것 같다. 간신히 붙잡은 이성을 이끌고 집으로 다시 돌아와서 너와 허니밀크를 마신다. 창문에 보이는 달물결들을 바라보며 간소한 담소를 나누다 잠이 든다. 그것이 나의 일상, 그리고 나의 버릇이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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