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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타마/소설

[사쿠카즈] 미아

**닌타마 세번째 연성. 

**3학년이 6학년이 된 시점입니다!!

 

******사망소재 주의, 시리어스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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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기 있어?"

 "아니~ 이쪽에는 없는데."

 "이쪽도 허탕이야.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야..."

 "불운위원회라 그래 불운위원회."

 "산노스케, 보건위원회거든?"

 

 카즈마가 사라진 지 벌써 일주일이 다되어간다. 원래도 불운해서 자주 미아가 되는 일이 있었지만 6학년이 된 지금도 언제나 뒤처져있었다. 그때마다 카즈마를 북돋아주고 잡아주는 사람은 사쿠베였다. 물론 같은 반인 토나이도 도와줄 때가 많았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사쿠베는 카즈마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6학년이 된 지금도 사쿠베는 카즈마만을 보고 있었다. 

 

 "일단 오늘은 돌아가자 너무 늦었어."

 

 마고헤이는 쥰코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하긴 모두 지쳤을 것이다. 그동안 밤낮으로 카즈마를 찾아다녔는데 누가 안 피곤 할까, 카즈마도 분명 닌술학원으로 돌아가기 위해 계속해서 어둡고 낯선 길을 헤매고 있을 터이다. 사쿠베는 마고헤이의 무책임한 말에 울컥 차올라서 소리를 질렀다.

 

 "카즈마가 어떤 심정으로 기다리고 있을지 생각해봤어?"

 "사쿠베, 너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해. 하지만 너도 도통 잠을 못 잤잖아. 3일간 4시간도 안 잤다고 들었어. 그런 정신으로 카즈마를 찾아봤자 아무것도 못될 거야."

 

 마고헤이는 침착하고 이성적으로 대답했다. 마고헤이의 말에 틀린 건 하나도 없었다. 사쿠베가 도통 잠을 못잔다는건 사몬과 산노스케를 통해 들었고, 사쿠베가 카즈마 때문에 걱정이 많아 정신상태가 말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건 사쿠베를 제외한 4명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사쿠베는 계속해서 거절하고 반대했다. 자신은 멀쩡하다고 자신을 챙기기보다 지금 혼자 떨고 있을 카즈마를 챙겨야 한다고.

 

 "카즈마는 분명 잘 대처할 거야. 6학년이고 보건위원장이잖아. 응? 그러니까 오늘은 그만 돌아가자."

 

 사쿠베의 팔을 잡은 사람은 토나이었다. 카즈마와 같은 반이고 같은 방을 쓰는 토나이. 사쿠베의 팔을 잡은 순간 토나이는 오싹한 기운을 감지했다. 겉으로 봤을때 사쿠베는 전혀 떨리고 있지 않았지만 토나이가 잡은 팔은 사시나무마냥 떨리고 있었고 목구멍에서부터 차오르는 고통스러운 신음소리가 토나이의 귀에 박혔다. 이미 사쿠베는 제정신이 아닌것 같았다. 

 

 "소용없어."

 

 토나이의 손을 잡고 사쿠베의 팔에서 떨어뜨려준 건 다름아닌 산노스케였다. 사쿠베가 카즈마와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자연스럽게 산노스케와 토나이의 관계도 가까워졌다. 평소에는 별로 말을 거는 상대가 아니였는데 점차 말을 트기 시작했고 지금은 카즈마 다음으로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로 발전했다. 산노스케는 토나이의 손을 꼭 잡고 고개를 저었다. 이미 사쿠베에게는 토나이는 커녕 언제나 같이 다녔던 사몬과 산노스케도 눈에 차지 않았다.

 

 "사쿠베... 너 정말 카즈마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당연하지. 카즈마는 분명 어딘가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

 

 사몬은 말이 없어졌다. 사쿠베에게 무슨 말을 해도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을 것 같았다. 사몬은 조용히 산노스케의 뒤로 가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카즈마를 일주일간 찾아다녔는데 안 보인다면 그것은 더 이상 찾을 수 없다는 뜻이 아닐까?

 

 "또 혼자 찾으러 갈 생각이야?"

 

 마고헤이는 최대한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쿠베의 미칠듯한 고동소리는 멀리 떨어져 있는 동물들에게까지도 다 들릴 듯했다. 사쿠베는 숲 속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마고헤이를 노려보았다. 피곤과 스트레스로 찌들어 눈빛은 더 이상 열정 가득하고 순수하고 초롱초롱하던 닌타마가 아니었다. 

 

 "그래."

 "난 경고했어."

 "좋을 대로."

 

 마고헤이는 더이상 말릴 힘이 없다는 듯이 크게 한숨을 쉬고는 사쿠베를 등져 나머지 3명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사몬과 산노스케는 마고헤이에게 사쿠베를 쫓아가야 한다며 말했지만 마고헤이는 그 둘을 말렸다. 2명이 그 숲속으로 가면 미아가 3명이 될 뿐만 아니라 그 둘도 사쿠베를 말릴 수 없기 때문이다. 마고헤이는 따끔한 맛을 봐야 정신을 차린다며 중얼거렸고 사몬은 마고헤이의 중얼거림을 듣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진실을 안 알려 줄 거야?"

 ".... 사몬 너는 너무 착해."

 

 사몬은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었지만 마고헤이는 그런 사몬을 보고 피식 웃으며 사쿠베가 들어간 그 숲 속과는 정 반대방향으로, 인술학원으로 돌아갔다. 

 

 "카즈마! 카즈마! 이 목소리가 들리면 어서 대답해!"

 "사쿠베. 나 여기 있어."

 "카즈마?"

 

 어둡고 축축한 새벽 숲 속을 달리며 온종일 카즈마를 찾아다니고 있을 때 사쿠베는 그 숲속의 수호목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놀랍게도 카즈마가 있었다.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한 상태에서 살포시 눈을 내리 깐 모습이 마치 숲속의 신 같았다. 그 보드라운 보라색 머리결도 그대로였고, 녹색 닌복도 더러운거 하나없이 깨끗했다. 가지런히 모은 두 다리는 단아해 보이기까지 했다. 사쿠베는 드디어 카즈마를 찾았다는 생각에 눈물이 먼저 흘렀고 한걸음 한걸음 조심스럽게 카즈마에게 다가갔다. 미칠듯한 고동소리는 카즈마에게 다가갈수록 낮아졌고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사쿠베는 카즈마 앞에 서자 카즈마는 살며시 웃음 지으며 사쿠베에게 이리 오라고 손짓했다.

 

 "어서 와 사쿠베."

 "응, 얼마나 찾아다녔다고... 무사해서 다행이야."

 "내가 걱정됐어?"

 "당연하지. 네가 없어져서 모두가 걱정했는걸."

 "그렇구나. 모두가..."

 

 사쿠베는 카즈마를 껴안고 울고불고 소리를 쳤다. 갓난아기 마냥 우는 사쿠베의 울음소리에 카즈마는 전혀 아무렇지 않게 그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신이 있다면 이런 형태이지 않았을까? 사쿠베는 생각 했다. 청아하고 맑은 목소리, 보드라운 머릿결,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한 고운 피부... 그야말로 수호신 그 자체였다. 

 

 "돌아가자. 모두가 기다리고 있어."

 "그전에 잠깐만 너와 같이 있고 싶은데, 안될까?"

 "... 좋아."

 

 일주일 만에 만난 카즈마의 부탁인데 사쿠베는 안들어줄 수 없었다. 그는 그만의 수호신에게 기대어 단잠에 빠져들었다. 그동안 제대로 못잔 탓인건지 아니면 카즈마 옆에 있으니 진정이 된건지 사쿠베는 바로 그 자리에서 기절하듯 잠들었다. 카즈마는 어린아이 같은 사쿠베의 모습에 작게 웃으며 뺨을 어루만져 주었다. 그리고는 같이 그 나무 밑에서 조용하게 잠에 빠져들었다. 

 

 "-베....-쿠베..."

 "카즈마?"

 "사쿠베 여기서 자도 괜찮은 거야? 여긴 그..."

 "토나이구나. 아 맞다 얘들아 카즈마 찾았어. 생각보다 너무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어서 나도 놀랐다니까. 그만 깜빡하고 잠들어버렸네. 카즈마는? 너희들이 왔을 때는 없었어? 물이라도 마시러 갔나?"

 

 사쿠베는 신나서 이야기를 했지만 토나이를 포함한 다른 4명은 서로 눈치를 보며 안절부절 못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토나이는 산노스케에게 곁눈질을 했고 산노스케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사쿠베 뒤쪽에 있는 나무를 가리켰다. 아니 정확히는 묘지를 가리켰다.

 

 "사쿠베, 카즈마는 일주일 전에 죽었어. 그건 아마 환상인 걸 거야. 그동안 말 못 해서 미안해. 네가 너무 고통스러워하면서 기절하길래 우린 어쩔 수 없이..."

 "미안하다. 이 얘기를 꺼낸 건 나야. 카즈마의 유골은 여기에 묻혔어. 설마 이곳으로 네가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사쿠베 그동안 네가 새벽에 카즈마를 찾는다고 밖에 나가고 다시 들어오고 그런거 사실은 다 꿈이었어. 너가 꿈에서도 카즈마를 찾으러 다니길래 우린 어쩔 수 없이 너가 정말로 카즈마를 찾으러 숲 속을 헤집고 다닌 거라고 거짓말 친 거야."

 

 산노스케, 마고헤이, 사몬은 순서대로 사쿠베에게 진실을 말해주었다. 그리고 사쿠베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토나이가 마지막 결정타를 날렸다.

 

 "카즈마는 너 대신 임무를 맡다가 죽은 거라고... 선생님이 말씀해주셨어. 넌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길래 우리는 거짓말로 카즈마가 약초를 구하러 가다가 사라진 거라고 말한 거야. 정말 미안해."

 

 사쿠베는 가만히 멍 때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까지 쫓아온 일들은 무엇일까? 다 허상이었던 걸까? 그럼 카즈마를 만난 것도 마음속에서 만들어낸 환상? 그게 아니면 이미 죽은 카즈마의 영혼이 나를 불쌍하게 여겨서 찾아와 준 걸까? 모르겠어. 모르겠어. 하나도 모르겠어. 카즈마가 나를 대신해 죽었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그렇게 불운하고 연약하고 겁 많은 아이가 미아로 행방불명돼서 찾아야만 하는 그 사람이 죽은 거라고? 

 

 "아니야 그럴 리 없어."

 "그만 현실을 받아들여 제발. 우리 이 말 한 지도 벌써 5번이 넘어. 너는 그걸 계속 못 받아들이고 더욱더 미쳐가니까 우리는 계속 처음 말하는 것처럼 얘기하는 거라고."

 "아니야 아니야..."

 "사쿠베, 이건 진실이야. 제발 믿어줘. 우리는 너를 편하게 해주고 싶어서 그래."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같은 말만 되뇌면 모든 게 편해질까? 혼자만의 상상에 빠져서 카즈마와 같이 있는 게 오히려 나은 걸까? 사쿠베의 몸속의 시간은 점차 빨라졌다가 느려지고 또다시 빨라졌다. 알 수 없는 몸의 변화로 인해 사쿠베는 그날 쓰러지고 말았다. 미칠듯한 고동소리는 이제 없고 잔잔하고 고요함 그 자체만이 사쿠베에게 다가왔다. 

 

 "또 이렇게 됐네..."

 "사쿠베가 이렇게 괴로워하는데 도와줄 수 있는 게 없다니."

 "결국 내일이 되면 또 우리는 이 세상에 없는 카즈마를 찾으러 가야겠구나."

 "그래도 이것이 사쿠베를 위한 일이니까. 최선을 다 하자. 이 모든 일도 까먹겠지만."

 

 그리고 사쿠베가 일어났을 때 또다시 친구들은 연기를 시작했다. 약초를 캐러 갔다가 일주일간 행방불명된 카즈마를 찾으러 나섰다.

 

 "거기 있어?"

 "아니~ 이쪽에는 없는데."

 "이쪽도 허탕이야.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야..."

 "불운위원회라 그래 불운위원회."

 "산노스케, 보건위원회거든?"

 

 마치 오늘이 어제인 마냥 똑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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