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나이레/시리즈

[이나아레] 지지마라! 캡틴!! -06

*시리즈물

*퇴고 못함. 오탈자만 검사

*캐붕주의, 문체주의

 

 

============================================================================================

 

 

 
 "캡틴!!"


 밝고 쾌활한 목소리, 반가워서 들뜬 목소리가 세이류를 불렀다. 스크린 안쪽에는 사소츠카, 오리오, 시라토리, 사오토메가 보였고 아주 가까이에서는 아니지만 반발자국 뒤에 하이자키가 서있었다. 라이몬으로 전학 가서 보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얼굴을 보니 울컥 눈물이 나려고 했다. 아, 후부키 씨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세이류는 스크린 너머에서 활짝 웃으며 보고 싶었다며 잔뜩 올라간 텐션으로 이야기하는 동료들이 너무 고마웠다.


 "거긴 어때? 재밌어?"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은 사오토메였다. 사실 그는 세이류가 합숙을 떠난다고 했을 때부터 걱정이 태산이었다. 세이류가 멀리 나가는 것 때문에 걱정이 된 게 아니다. 그전의 세이류는 혼자 합숙이나 여행을 가면 부원들을 제대로 돌 볼 수 없다며 하룻밤이라도 자고 오는 활동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주위에서는 흔치 않은 기회이니 꼭 가라고 부추겼지만 세이류는 그것이 부원들이 자신을 귀찮은 존재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받아들여서 더 완곡하게 거절했다. 부원들은 그런 세이류의 심정을 잘 이해하기에 더 걱정이 심해졌다.


 "캡틴이 없으니까 완전 엉망이야~"


 두 번째로 말을 입을 연 사람은 오리오였다. 그는 한숨을 내뱉으며 신세한탄을 했다. 믿음직한 사람이 없으니까 부실이 엉망이라며 구시렁 가리면서 세이류를 향해 입꼬리를 올렸다. 마치 세이류가 듣기를 바라는 것처럼. 그 뒤를 이어 바로 사소츠카가 캡틴이 없으니 심심하다며 맞장구를 쳐줬다. 모두가 세이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누구도 세이류가 합숙을 간다는 것을 반대한 사람도 없었고 세이류가 없다고 기뻐한 사람도 없었다. 세이쇼 학원의 모두는 캡틴인 미즈카미야 세이류를 반겨주고 아껴주었다.


 "우리 쪽은 너무 걱정하지 마...라고 말해도 이미 하고 있을 것 같네."


 시라토리는 어깨를 으쓱하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시라토리는 세이류와 같은 반이기도 해서 그를 가장 잘 아는 친구이다. 어쩌면 그런 세이류의 성격을 잘 알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그를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캡틴 언제 돌아와?"


 어서 세이류가 보고 싶은 건지 아니면 예의상 하는 말인지 잘 모르겠는 사오토메가 뾰로통한 얼굴을 하고선 세이류를 찾았다. 사오토메의 간질거리는 말소리에 오리오는 닭살 돋는다며 하지 말라고 몸서리를 쳤고 사오토메는 오리오도 말은 그렇게 하지만 세이류를 가장 많이 찾은 부원이라고 일러바쳤다. 오리오는 얼굴이 빨개지더니 그런 적 없다고 괜히 화를 냈다.


 "하이자키는 말 안 해도 돼? 라이몬에 있어야 하는데 여기로 와서 말하는 거잖아~"

 "....."

 "캡틴도 하이자키 성격 알지? 일부러 저러는 거니까 신경 꺼~"
 

 부원이 아무 말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데 캡틴을 바라보지 않는데 과연 신경을 끌 수 있을까? 세이류는 하이자키를 불렀다. 하이자키는 사실 세이류와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다. 다만 조금 사람이 많아서 부끄러워졌을 뿐이다. 물론 자신은 그렇다고 생각 안 하겠지만 이렇게 많은 부원들 앞에서 함께 캡틴을 보면서 스크린으로 말하는 것은 더한 그리움을 낳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이자키, 너의 성격은 잘 알고 있어. 캡틴으로서 당연하니까."

 "캡틴캡틴 시끄럽네."

 "어이 하이자키..."


 처음부터 이렇게 날카롭게 말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솔직하지 못한 그의 성격 탓에 가시가 박힌 말이 나와버렸다. 자신의 팀이 '캡틴'이라는 단어에 완전히 질려버린 거라고 생각해 버린 세이류는 미안하다고 사과하고는 리모컨으로 전원을 껐다. 하이자키는 급하게 방금 한 말은 잘못 나온 거라고 다급하게 말했지만 이미 그 말은 스크린이 꺼지고 나고서야 입 밖으로 나왔다.


 "잘하는 짓이다."

 "어쩔 거야? 앞으로 1주일은 안 올 텐데."

 "그동안 하이자키가 나머지 훈련을 대신하는 걸로 퉁치자~"

 "사소츠카 너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하이자키의 실수에 신이 난 선배들은 하나둘씩 놀리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도 다시 킬 수 없냐는 질문에 시라토리는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애초에 버튼은 저쪽에 있는데 우리는 선택권이 없어."

 "캡틴도 알아줄 거야. 네가 진심으로 한말이 아니라는 걸."

 "그냥 캡틴도 너를 놀리려고 그런 거 아냐?"

 "그런 것 치고는 너무 표정이 실감 났지?"


 세이류의 행동이 진짜다 가짜다를 둘러싸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하이자키는 그런 시답잖은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세이류의 행동보다  더 중요한 건 자기가 왜 그런 말이 갑자기 입 밖으로 튀어나왔는가이다. 하이자키에게는 그게 중요했다. 아무 생각 없이 말하기에는 진심의 목소리가 담겨있었다. 어쩌면 세이류가 하이자키의 진심의 목소리에 상처를 받은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즈카미야 군. 벌써 끝난 거야?"


 시로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네. 별말 아니었어요."

 
 세이류는 조용히 리모컨을 노사카에게 건네주었다. 리모컨을 넘겨받은 노사카는 세이류에게 전해받은 리모컨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리모컨을 다시 남자에게 전해주자 남자는 그 리모컨은 아직 써도 괜찮은 거라며 다시 틀어보면 된다고 하자 노사카는 남자의 꿍꿍이를 알고 있었는지 세이류를 불러 세웠다.


 "미즈카미야 군!"

 "응?"

 "정말 괜찮아?"

 "... 응."


 노사카는 세이류에게 성큼성큼 다가가서 세이류에게 다시 리모컨을 돌려주었다. 이미 이 리모컨은 세이쇼의 것이었기 때문에 아무리 누가 버튼을 눌러도 세이쇼가 나올 것이다. 그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세이류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그러자 세이류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런 거 없어도 돼."


 세이류는 결국 이렇게 말하고는 먼저 들어가겠다며 숙소로 발걸음을 향했다. 아무렇지도 않다고 하지만 그의 살짝 처진 어깨가 그 말은 거짓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노사카는 그걸 알고 있었는지 세이류에게 더 이상의 말은 하지 않고 리모컨을 식탁 위에 올려두었다. '캡틴'이라는 직책은 너무나 무거운 직책이다. 그 직책은 처음 받을 때는 두근거리고 설레지만 무게를 알게 되는 날부터 힘들어지기 시작한다. 그 직책은 어린 중학생 2, 3학년이 견디기에는 벅찬 자리이기에.


 "그럼 난 피곤해서 먼저 들어갈... 아얏!"

 "미즈카미야 세이류군. 이 리모컨은 당신의 것입니다."

 
 세이류는 뒤돌아서 제대로 앞을 보고 걸으려는 순간 우두커니 선 남자에게 부딪혔다. 분명 노사카와 이야기를 하고 난 후였을텐데 남자는 눈 깜짝할 사이에 금방 세이류 앞에 서서 리모컨을 건네주었다. 노사카가 방금 식탁에 올려놓은 그 리모컨을. 민첩하고 빠른 움직임에 놀란 노사카는 남자의 정체를 더 의심하기 시작했다. 세이류는 얼떨결에 다시 받은 리모컨을 보자 부원들의 얼굴이 생각났다.


 '캡틴캡틴 시끄럽다고.'


 하이자키의 말이 진심이 아니라는 건 세이류도 알고 있었다. 가끔 말실수를 할 수 있는 거니까. 하지만 하이자키가 입 밖으로 내뱉은 것은 절대 완전한 허망한 말은 아니다. 어딘가에는 그의 진심이 1g이라도 담겨있을 것이다. 그걸 본인만 눈치를 못 챌 뿐이었다. 세이류는 하이자키의 말을 곱씹어 생각해 보았다. 이런 말을 들은 건 처음인지라 욱하는 바람에 급하게 스크린을 껐지만 다시 켜서 제대로 얼굴을 보고 오해를 푼다면 자신이 '캡틴'으로서 더 성장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명심하십시오. 그 리모컨은 당신의 것입니다."


 남자는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세이류에게 경고했지만 남자의 담담한 말투는 세이류를 더 겁나게 만들었다. 한 번만 더 리모컨을 버리거나 누군가에게 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세이류는 결국 그 리모컨을 품에 안고 근처 의자에 앉아서 물끄러미 다른 캡틴들의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미치나리 타츠미 군. 당신 차례군요."

 "그전에. 제가 마지막이죠? 그렇다면 다른 걸로 변경해도 될까요?"

 "부원들을 만나고 싶지 않나요?"

 "그런 건 아니지만 지금은 캡틴으로서의 자질보다는 여기 모여있는 '캡틴들'의 우정을 더 쌓고 싶습니다."


 조용했던 미치나리가 말을 내뱉었다. 여태까지 그 문장을 준비했던 건지 청산유수하게 문장을 매끄럽게 이어갔다. 미치나리의 돌발 행동에 남자는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남자가 식은땀을 흘리는 모습을 절대 놓칠 리가 없는 노사카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미치나리의 편에 서서 좋은 아이디어라며 모처럼 모였으니 좀 더 돈독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그의 아이디어에 동조했다.


 "노사카 유우마 군도 마찬가지로 생각하는 건가요?"

 "괜찮지 않을까요? 어차피 미치나리 씨는 이런 스크린 통화를 하지 않아도 친구들과 다른 방식으로 통화를 한 것 같은데요. 이미 그쪽은 알고 있었던 거 아닌가요?"


 노사카의 폭탄 같은 발언에 남자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노사카의 말대로 미치나리는 이미 스크린으로 대화하기 이전에 다른 전화로 동료들과 안부인사를 전했다. 가장 먼저 반겨준 것은 아스토, 키리나, 만사쿠였다. 캡틴이 없으니 팀이 엉망진창이 돼버렸다며 합숙이 끝나면 바로 와달라고 울고불고 난리였다. 뒤를 이어 노리카, 핫토리, 이와토가 캡틴이 해준 간식이 먹고 싶다며 대충 따라 해보려고 해도 레시피가 하나씩 부족해서 그 맛이 안 난다며 어서 와서 도와달라며 어리광을 부리고 있었다. 여러모로 사랑받는 캡틴이었다. 노사카가 미치나리의 통화 모습을 직접 본 건 아니지만 미치나리의 어색한 행동에 어느 정도 눈치챌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100% 확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50%50% 확률로 남자에게 승부를 걸어보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승리였다.


 "커흠. 그러면 미치나리 군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요?"

 "예전에 저희 팀도 이렇게 모두와 함께 캠핑을 간 적이 있어요."


 미치나리는 뜬금없이 과거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남자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무슨 뜻이냐고 묻자 미치나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이야기를 이끌어갔다.


 "그때도 저렇게 모두 한 곳에 둘러앉아서 맛있는 걸 먹고 캠프 파이어를 하며 즐겁게 놀았죠."


 계속 길어지는 미치나리의 추억 이야기에 노사카도 살짝 질린 표정이었다.


 "캠프 파이어가 끝난 이후에는..."

 "미치나리 군. 도대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죠? 지금 스크린을 보고 싶지 않은 심정은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담력시험입니다."

 "예?"


 미치나리는 꽤나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담력시험'을 말했다. 예전에도 이나쿠니섬의 모두와 캠프를 갔을 때도 마지막에 담력시험을 하면서 우정을 쌓았다고 했다. 2명씩 혹은 3명씩 짝을 지으면서 나아가니 그 사람들은 서로가 친하게 지내게 된 것이다. 또 팀워크도 향상되었다며 자신만만해했다.


 "하지만 담력시험은 미치나리 군 혼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거 좋은 생각인데요."


 노사카는 바로 수긍했다. 남자의 당황하는 모습을 많이 관찰해서 그의 정체를 밝혀내겠다는 모양이었다.


 "다른 이들의 생각도 물어봐야지요."

 
 남자는 손길을 뻗어 식탁에 앉아있는 다른 이들을 가리켰다. 가장 먼저 눈에 띈 사람은 후부키 시로였다.


 "담력시험은 초등학생 때 이후로 해본 적은 없지만 재밌을 것 같네. 아츠야 이외의 파트너는 처음이야."
 

 시로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특유의 상쾌한 웃음으로 자기 파트너는 누구냐며 말했다.


 "파트너는 없습니다. 우리 6명이 모두 함께 가는 겁니다."

 "그러면 귀신역은 누가 해?"


 두 번째로 물어본 사람은 사쿠마 지로. 제국학원의 캡틴이었다. 이 말에 덧붙여서 자신은 담력시험은 해본 적이 없고 대신 공포극복프로그램은 한적 있다고 한다. '역시 엘리트 학교는 담력시험도 다르게 하는구나-'라며 모두는 마음속으로 생각했지만 절대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제국학원의 프라이드가 높은 그 사쿠마 지로가 그런 말을 들으면 화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저도 할래요. 예전에 해본 적도 있고 6명이서 함께라면 안무서울테니까."


 세 번째로 말한 사람은 키야마 타츠야. 고아원 출신인 그는 예전부터 아이들과 부대끼며 자랐기에 담력시험이나 다른 장난을 치며 아이들과 우정을 쌓았다고 말했다.


 "세이류도 할 거지?"

 "응?"


 타츠야의 제안에 세이류는 놀랐다. 애초에 스크린에 비친 부원이고 뭐고 자신의 캡틴에 대한 고뇌를 계속하고 있었는데 타츠야는 너무나 해맑게 웃으며 세이류에게 담력시험을 같이하자고 제안하고 있었다. 멍 때리고 있다가 훅 치고 들어온 말에 결국 세이류는 고개를 끄덕였고 타츠야는 그제야 한층 더 누그러진 표정으로 노사카를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6명 모두가 찬성한 게임이다. 아니 게임은 아니고 제국학원의 말대로 '공포극복 프로그램'이다. 덤으로 팀워크와 서로의 생각도 들어볼 수 있는 일석이조의 프로그램.


 "알겠습니다. 미치나리 군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서 여러분 6명은 함께 담력시험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준비는 제가 하도록 하죠. 그러면 9시에 숙소 앞에 있는 숲 입구에서 만나도록 하죠."
 

 미치나리의 돌발행동으로 인해 성사된 담력시험은 주최자 남자의 준비로 이루어졌다. 노사카는 남자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6명 전부의 힘이 필요했기에, 그는 미치나리의 담력시험 아이디어에 동조하였다. 과연 노사카의 계획대로 그들은 남자의 정체를 밝혀낼 수 있을까?


-7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