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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이레/시리즈

[이나아레] 지지마라! 캡틴!! -04

*시리즈물

*퇴고 아직 안했음. 오탈자만 간단히

*캐붕 주의. 문체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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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떨어지고 저녁시간이 훌쩍 다가왔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남자는 저녁식사를 하려고 온 캡틴들 앞에 섰다. 이번 콘셉트는 민박집 아저씨인지 밀짚모자와 흰 수건을 목에 걸치고 있었고 푸근한 인상을 주는 옷을 입고 있었다. 여전히 남자의 양옆에는 키가 작은 사람들이 웃지도 않고 로봇처럼 서있었다. 기묘한 느낌을 주는 사람들이었기에 캡틴들은 분명 남자의 친인척이라 생각했다. 남자의 아들이나 친척이나 그런 사람들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키가 작고 몸집도 왜소한 거에 비해 남자보다 훨씬 문장을 잘 구사하고 또박또박한 말소리로 남자가 하는 말을 다시 정리해서 말해주었다. 덕분에 남자의 추상적인 말은 잘 정리된 한 문장으로 의사를 전달할 수 있었다. 저 사람들의 정체는 무엇인지 잘 모르겠으나, 한 가지 분명한 건 저 난쟁이들이 남자의 말을 대변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여기 있는 6명의 캡틴들은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이번에도 남자가 무슨 독특한 프로그램을 소개할지 캡틴들은 두근대며 남자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남자는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내며 손짓을 하더니 옆에 있던 난쟁이가 품에서 두루마기를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다. 남자는 정말 정갈하고 조심스럽게 그 두루마기를 펼쳐 들었다. 그 안에 검은 먹으로 꾹꾹 눌러 담은 글씨가 보였다.


 "저.. 녁?"


 의아한 표정으로 참가자 전원은 남자를 일체 바라보았다. 남자가 지닌 그 두루마기에는 정말 '저녁'이라는 두 글자만이 쓰여있었다. 남자는 다시 손짓을 하더니 난쟁이들이 그 두루마기를 다시 말아 올렸다. 두루마기가 다 올라가자  남자는 다시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번 미션은 저녁 먹기입니다. 다들 좋아하시는 음식으로 준비했으니 많이들 드셨으면 합니다!"


 남자는 양팔을 활짝 벌리더니 큰소리로 영어단어를 줄줄이 말하기 시작했다. '어메이징' , '뷰티풀' 등등 들으면 기분 좋은 단어들이었지만 왠지 저 남자가 하는 말이다 보니 캡틴들은 어정쩡한 웃음을 지으며 한 발자국 뒤로 물러갔다. 뭔가 꿍꿍이가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녁은 뭔데요?"

 "그건 지금부터 공개하겠습니다."


 남자가 손가락을 튕기자 그 옆의 난쟁이들이 번잡하게 움직이며 테이블을 준비하며 저녁을 차리기 시작했다. 은쟁반에 놓여있는 보석 같은 음식들에 아이들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자신도 모르게 꼴깍 침을 삼켰다. 처음 보는 음식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참가한 캡틴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들로 차려졌다. 남자를 경계하던 사람들도 그들 앞에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식에 정신이 팔려 자기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식탁으로 다가섰다. 남자와 난쟁이들은 캡틴들에게 근사한 그릇에 먹음직스러운 저녁을 하나씩 퍼주고 있었다. 


 "왜 갑자기 친절해졌지? 뭐가 또 있는 거 아니야?"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딱히 짐작 가는 게 없어."


 사쿠마는 여전히 경계를 했고 후부키는 생각에 잠겨 남자의 행동을 유심 있게 지켜봤다. 여전히 남자의 행동에는 의심이 갈만한 행동은 없었다. 오히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행복한 굉장히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캡틴들은 찜찜한 마음을 안고는 테이블에 앉았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식에 정신이 팔린 아이들은 남자의 행동을 감시해야 한다는 생각을 새까맣게 잊어버리고는 맛난 저녁식사를 시작했다.


 "이거 맛있다. 아츠야도 좋아할 텐데."

 "아 이건 히로토가 좋아하는 음식인데."

 "이건 뭐지? 곰돌이 모양 빵?"


 그들은 저녁을 먹는 와중에도 부원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캡틴들이 자연스럽게 부원들이 생각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 음식들에는 캡틴들이 좋아하는 것들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라 부원들도 좋아할 만한 것들이 끼워져 있었다. 즉, 이 저녁식사도 남자가 꾸민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캡틴들은 서로 즐겁게 저녁식사를 했지만 하나둘씩 생각나는 부원들과의 추억에 눈물이 벅차올랐다. 벌써 하루가 지났는데 앞으로 6일을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저절로 침묵이 이어졌다. 이 침묵 속을 깨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캡틴들을 다독여 준 사람은 주최자였다.


 "다들 음식은 입에 맞으신가요? 모처럼의 휴식이니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걸로 준비했습니다."


 남자는 밤이 다가와도 여전히 높은 텐션을 유지하고 있었다. 남자의 높은 주파수가 귀에 거슬리는지 캡틴들은 얼굴을 찡그린 채로 귀를 닫았다. 그러자 남자는 손을 번쩍 들어 어디서 꺼냈을지 모를 리모컨을 타츠야 앞으로 내밀었다. 타츠야는 갑자기 불쑥 들어온 남자의 손에 흠칫 놀라 얼떨결에 그 리모컨을 받아 들었다. 


 "이제 전원을 한번 켜보세요."

 "티비도 없는데요?"

 "저 앞에 있는 스크린에 나올 겁니다."


 타츠야는 침을 꿀꺽 삼키며 남자를 흘깃 보았다. 어딘가 꿍꿍이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딱히 물증도 없고 물고 늘어질 행동도 안 했기 때문에 타츠야는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결국 남자의 말대로 스크린을 향해 리모컨을 눌렀고 픽하는 소리와 함께 스크린에 화면이 띄워졌다.


 -야 나구모! 네가 거기 깔고 앉았잖아!

 -뭐야 여기 있었어?

 -빨리나와 화면 다 가리겠어.


 스크린에는 에이세이 학원의 부원들, 그러니까 타츠야의 둘도 없는 친구들이 비쳤다. 낮에 했던 보물 찾기와는 다르게 아이들의 얼굴도 볼 수 있었고 무엇보다 실시간으로 나오는 것인지 아까까진 나구모를 혼내더니 타츠야의 얼굴을 보고는 하나같이 해맑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타츠야! 거긴 어때 재밌어?

 -네가 없으니까 팀이 엉망이야.

 -나구모가 잘못한 거지 뭐.

 -야, 너도 잘못했잖아!


 류지, 레이나, 스즈노와 나구모... 아까도 녹음기로 들었는데도 또 저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니 타츠야는 가슴깊이 무언가가 울컥 차올랐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있는데 히로토만은 보이지 않았다. 타츠야는 스크린을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히로토를 찾았지만 역시 아이들이 모여있는 곳에는 없는 듯 보였다. 류지는 타츠야의 행동을 바로 눈치채고는 히로토는 기다리다 지쳐서 이미 집에 돌아갔다고 전했다. 타츠야는 애써 담담한 척해보려 했지만 표정에는 여전히 쓸쓸한 얼굴이 남아있었다. 


 -나중에 잘 전해줄게.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어?

 "아니, 없어. 연습 열심히 하고 있으라고 전해줘."

 -그럴게.


 타츠야가 에이세이와 떠드는 사이 다른 캡틴들도 여전히 저녁은 먹고 있지만 약간 부러워하는 건 있었다. 낮에 있었던 보물 찾기는 서로의 상자를 몰랐기 때문에 부럽다는 생각은 안 들었지만 저녁이 되어 실시간으로 친구들과 떠드는 모습을 보자 없던 향수병도 생기는 기분이었다. 가장 먼저 입을 열고 중얼거린 건 제국의 캡틴 사쿠마였다.


 "겐다, 후도, 카제마루..."

 "사쿠마군도 리모컨 받으시겠어요?"


 남자는 사쿠마 앞에 불쑥 나타나서 아까와 똑같은 리모컨을 쥐어주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스크린은 하나밖에 없었다. 사쿠마는 남자가 자신을 놀리는 거라 생각했는지 손에 들린 리모컨을 다시 식탁 위에 올려두었다. 남자는 그런 사쿠마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어깨를 으쓱했다.  남자의 태평한 행동에 사쿠마는 역시 자신을 놀리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는지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그러자 사쿠마를 달래서 막은 사람은 라이몬의 새로운 캡틴 미치나리였다.


 "설마 여기서 바로 나갈 건 아니지?"

 "내가 여기서 나가면 뭐가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닌데 뭘."


 미치나리는 사쿠마의 팔을 잡고 놓지 않았다. 사쿠마는 왜 친하지도 않은 라이몬 캡틴이 자신의 팔을 잡고 계속 여기 남아달라고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휴식을 포기하더라도 저 남자의 손에 농락당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긍지 높은 제국의 캡틴이 고작 며칠 팀의 부원들을 안 봤다고 그리워하며 어리광 부리는 것에 화가 나고 답답하기만 했다. 그에 비해 미치나리는 이 행사를 매우 즐기고 있었다. 아까보다 훨씬 조용한 프로그램이어서 마음에 들었고, 어차피 별난 캡틴들이 많아서 앞으로의 고생길이 훤하다면 즐기기라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또 이런 별난 캡틴들 사이에서 미그나마 가장 멀쩡한 사쿠마를 놓지 않은 것이다.


 "... 설마 나가겠냐? 그렇게 부원들이랑 당분간 못 볼 사이처럼 작별하고 나왔는데 바로 들어가면 그것도 그것대로 이상하잖아."

 "다행이네."


 미치나리는 잡은 팔을 놓았고 아까 사쿠마가 내버려 둔 리모컨을 다시 그의 손에 쥐어주었다. 남자의 행동이 찜찜한 건 맞지만 저 남자가 에이세이와 타츠야를 이어 준걸 보면 제국도 가능성이 없지는 않았다. 물론 어딘가 꿍꿍이가 있는 행동이지만 여태까지 해온 행적들을 보면 그냥 열정이 가득한 사람일 수도 있다. 적어도 미치나리만큼은 남자를 믿고 있었다. 어차피 현재를 부정할 수 없다면 남자를 믿고 이 합숙을 즐기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사쿠마는 미치나리와 반대의 생각을 가졌지만.


 "너도 한 번 눌러봐."

 
 미치나리는 미소를 지으며 사쿠마를 격려했다. 그의 성의를 무시할 수는 없었던 사쿠마는 결국 그대로 리모컨을 가지고 스크린 앞에서 서서 전원을 꾹 눌렀다. 누르기가 무섭게 스크린이 반짝하고 켜졌고 그 스크린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사람은 겐타였다.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지 식은땀이 줄줄 나고 있었고 꼿꼿한 자세로 계속 버티고 있었더니 안색이 안 좋아 보였다. 아마 사쿠마가 남자와 실랑이를 벌이고 미치나리의 제안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좀 걸려서 인듯했다. 사쿠마는 스크린의 영상이 생방송이라는 걸 겐다 덕분에 단숨에 알 수 있었다. 또 그의 피곤한 얼굴을 보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좀 더 빨리 킬걸 그랬나..."

 -야 너 아직도 기다리냐? 어 뭐야, 진짜 왔네?

 -겐다 짐 싸고 나가자... 사쿠마? 늦게 왔구나.

 
 스크린 건너편으로 보이는 세명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았다. 겐다를 제외한 두 사람은 사쿠마를 기다리다가 포기하고 먼저 나갔었던 모양이다. 그러다가 겐다를 데리러 다시 왔는데 타이밍이 잘 맞아서 사쿠마를 만나게 된 것이다. 겐다는 사쿠마의 얼굴을 보고는 긴장이 풀렸는지 크게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떨궜다. 그런 겐다를 향해 비웃는 후도와 둘을 말리는 카제마루를 보니 사쿠마는 역시 괜히 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이 캡틴. 거기 가서 울고 있는 건 아니겠지?

 -여긴 우리에게 맡기고 재밌게 놀다 와.

 -너도 뭐라 말도 해라. 할 말 많다고 기다리고 있더니만 왜 아무 말이 없냐?

 -다리에 쥐가.. 나서...


 허둥지둥 대는 세명을 보자니 긍지 높은 제국이 이렇게 어리바리한 부원들로 이루어진 거라는 생각에 사쿠마는 이마를 짚었다. 그래도 실시간으로 부원들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코끝이 찡해졌고,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도 자신을 기다려준 소중한 동료들에게 고마웠다. 


 "너희들 나 없다고 멋대로 연습 빼지 말고. 너 말하는 거다 후도."

 -어련하시겠어요. 네이네이

 "겐다는... 그래 집에 조심해서 가도록 하고. 카제마루 겐다를 부탁해."

 -겐다가 가장 오래 기다렸는데 아쉽지 않아?

 
 겐다는 여전히 안간힘을 써서 말을 하려 했지만 얼마나 기다린 건지 현기증에 제대로 말도 못 하고 축 늘어졌다. 제국의 키퍼가 저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니 미치나리는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미치나리를 옆에 있던 다른 아이들도 같이 키득키득 조용히 웃으며 제국의 허당미를 구경했다.


 "제국에게 저런 얼굴도 있었구나..."

 "바, 방금 건 그냥 잊어!"


 사쿠마는 서둘러 제국의 이미지가 무너지지 않도록 한다며 수습했고 그 모습을 구경하던 캡틴들은 제국의 허당끼를 보고 실웃음이 나와버렸다. 사쿠마가 얼굴이 빨개진 상태로 스크린을 가리며 방금 건 잊으라며 반복했고, 반대쪽의 후도와 카제마루는 게다를 부축이며 방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남자는 3명이 빠져나간 걸 확인하자 리모컨을 사용해 전원을 껐다. 


 "사쿠마군은 제국에서 사랑받는 캡틴이군요~ 무서운 학교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그런 거 아니라니까!"


 남자는 계속해서 사쿠마를 놀리는 투로 말하며 다른 캡틴들에게도 리모컨을 건네주며 한 번 눌러보는 게 어떠냐고 물었고 다들 그렇게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제국은 언제나 무섭고 딱딱하다는 의미가 있었는데 사쿠마와 그 친구들이 하는 행동을 오늘 보아하니 무섭다는 느낌보다는 허당끼가 보이는 것이 인간미가 넘쳐 보였다. 사쿠마는 천하의 제국이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줬다고 싫어하는 눈치였지만, 다른 이들은 별로 상관 쓰지 않았다. 

-5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