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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장르/아르고나, 프라메모

[아르고나] 나유렌 - <파자마>

*커미션 신청감사합니다
 (커미션은 지인한정으로만 받고 있습니다! 따로 신청은 안됩니다ㅠㅠ)
*룸웨어 일러 기반 룸웨어 일러 너무 귀여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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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더 다리를 모으고 인형을 끌어안듯이! 표정 좋아요~"
 "이번이 라스트 컷입니다. 다들 준비해 주세요."

 아르고나비스, 쟈이로악시아, 팬텀이리스의 룸웨어 화보 촬영이 끝나갈 무렵, 다들 집중력이 바닥이 났는지 저마다 수다를 떨고 있었다. 시간은 벌써 10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실제 집에서 쉬고 있는 느낌을 내고 싶다며 열정을 불태우던 포토그래퍼가 실제 같은 상황을 만들기 위해 저녁 늦게 촬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아르고나비스의 보컬 나나호시 렌의 촬영이 끝나고 단체사진을 찍기 위해 다들 촬영장 안으로 들어왔다. 옹기종기 모여서 저마다의 펫 아이템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소곤소곤 수다를 떨던 목소리가 점차 줄어들더니 프로답게 자연스러운 포즈를 취하며 성공적으로 촬영을 마무리지었다. 

 "후우~ 드디어 끝났다!"

 아르고나비스의 리더인 고료 유우토는 크게 기지개를 켜며 상쾌한 표정을 지었다. 움츠러들었던 몸을 쭉 피니 훨씬 개운했다. 하지만 시간은 벌써 10시가 넘었다.

 "벌써 10시네. 렌은 괜찮나..... 벌써 자잖아?!"
 "10시가 딱 되자마자 잠들었어."

 와타루의 놀란 목소리에 렌도 살짝 뒤척였지만 다시 입을 오물거리며 아까까지 촬영을 위해 끌어안고 있던 퐁쨩 쿠션을 그대로 안고 자고 있었다. 반리는 '역시 렌군이야~'라며 키득거리며 렌의 주위를 서성였다. 곤히 잠든 건지 전혀 깨어날 기미가 안보였다. 내일 스케줄 때문에 먼저 가봐야 한다는 팬텀이리스를 배웅하고 남은 쟈이로와 아르고나는 촬영장 정리를 도와주었다. 잠들어있는 렌을 깨울까 싶기도 했지만 이렇게 사람 수가 많으면 충분히 다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 굳이 깨우지 않았다. 쟈이로도 아르고나를 도와 뒷정리를 도와주었는데 나유타는 하기 싫다며 빠지려고 했지만 레온, 미유키, 료가 등을 떠밀어서 결국 억지로 돕게 되었다. 

 ".....?"
 "우음..... 헤헤....."

 촬영장 뒤편에서 몸을 웅크리고 하늘색 이불을 덮고 자고 있는 렌을 발견하고는 눈썹이 꿈틀거렸다. 소중하게 안고 있는 퐁쨩 쿠션은 덤이다. 왜 여기서 자고 있냐고 태클을 걸고 싶었지만 그런다고 렌이 들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본인이 입고 있던 옷을 어깨에 걸쳐주더니 곧바로 자리에서 떠났다. 나유타가 돌아오자 겉옷이 없어진걸 눈치챈 다른 멤버들이 옷은 어쩌고 왔냐고 물어봤지만 나유타는 '알 거 없어'라며 그들의 말을 무시했다. 그 말에 울컥한 레온이 청소를 할 마음이 있는 거냐며 화를 냈지만 그 마저도 나유타는 무시했다. 

 "나유타 녀석이 깜짝 놀랄 만큼 제대로 청소해 주겠어."
 "왜 그런 도발에 넘어가는 거야..."

 불타오르는 레온의 승부욕은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켄타는 오히려 레온이 덕분에 제대로 청소를 한다며 흐뭇하게 바라보았고 미유키는 나유타와 레온이 정말 사이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 수 없다며 어깨를 으쓱이고는 레온의 뒤를 따라 청소를 시작했다. 아르고나도 질 수 없다며 이전에 라이브를 자기들의 힘으로 이뤄냈던 시절을 생각하며 촬영장 스태프들을 도와주었다. 9명이나 도와준 덕분에 청소는 순식간에 끝났다. 벌써 밤 11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렌뿐만 아니라 일찍 자는 반리도 졸린지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했다. 그러다 다른 사람들이 그를 쳐다보자 깜짝 놀라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사과할 필요는 없지. 밤늦게까지 수고 많았어."
 "쟈이로악시아도 고생하셨습니다!"
 
켄타와 유우토가 서로 악수를 하며 수고했다는 말을 전했다. 집에 돌아가기 위해 렌을 깨우던 반리가 렌이 일어날 기미가 안보이자 최후의 수단을 쓰기로 했다. 반리는 눈을 가늘게 뜨고 렌의 근처로 다가가서 귓속말로 소곤거렸다. 

 "렌군, 지금 안 일어나면 나유타랑 작별인사 못할지도 몰라."
 "우음....나....나유타구운....?"

효과는 발군이었다. 아까까지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던 렌이 화들짝 놀라서 덮고 있던 이불을 치우고 퐁쨩 쿠션도 떨어뜨리고는 헐레벌떡 뛰어가 먼저 떠나는 쟈이로악시아를 붙잡았다. 어깨에는 나유타의 겉옷이 걸쳐져 있었다. 꽤나 추운 날이었기 때문에 렌의 코가 살짝 빨개져있었다. 렌의 어깨에 걸쳐진 나유타의 겉옷을 발견한 레온이 눈치 없게 나유타에게 왜 그 옷을 나나호시한테 주고 왔냐며 묻자 나유타는 무섭게 노려보며 닥치라고 말했다. 여전히 나유타의 생각을 읽을 수 없는 레온이 찜찜한 표정으로 한 발자국 물러서자 나유타도 그제야 눈앞에 있는 렌을 마주 보았다. 여전히 렌은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막상 간다니까 얼굴이라도 한번 더 보고 싶어서 뛰어왔는데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목이 메어버린다. 이대로 놓치고 싶지 않은데. 듀엣이라든가, 합동 라이브라든가 그런 게 있으면 구실이라도 만들어보겠다만 당분간은 그런 이벤트도 없다. 오늘이 지나면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알 수 없었다. 심지어 핸드폰도 잘 보지 않는 두 사람이다. 어깨에 살포시 올라간 나유타의 옷이 떨어지기 직전이었다. 

 "오늘.... 재워주면 안 돼?"
 "하?"
 
 흘러내리는 나유타의 옷을 꼭 잡은 덕분에 옷은 더 이상 떨어지지 않았다. 렌이 등지고 있는 빌딩 현관의 불이 천천히 꺼졌다. 코가 새빨개질 정도로 추운 겨울날 눈이 아주 가볍게 흩날렸다. 눈은 머리카락에 내려앉아도 전혀 녹지 않았다. 그 정도로 매우 따뜻하고 부드러운 눈이었다. 곧 있으면 눈이 쌓일지도 모른다며 어서 출발해야 한다는 켄타의 말에도 나유타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하는 거냐. 다시 말해봐' 그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혹여나 잘못 들었을까 재차 확인하고 싶었지만 렌의 얼굴을 보면 잘못 듣지도, 잘못 말하지도 않았다는 걸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뒤이어 눈꽃이 렌의 콧등에도 내려앉았다. 나유타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렌도 이번에는 좀 신기했는지 두 눈동자를 모으고 콧등에 안착한 눈꽃을 보며 신기해했다. 렌의 순수한 모습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유타가 입을 열었다. 

 "오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해라."
 "....응!"

 너무 쉽게 허락해 준 나유타의 대답에 둘을 제외한 나머지 8명도 매우 당황했지만 애써 덤덤한 척을 했다. 유우토는 헛기침을 하더니 아무리 그래도 늦은 시간에 쟈이로에게 폐를 끼칠 순 없으니 내일 다시 만나는 건 어떠냐고 제안했지만 렌은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말만 반복했다. 켄타도 안경을 올리며 곰곰이 생각하다가 묘안이 떠올랐는지 눈꼬리를 올리며 상냥한 어투로 대답했다. 

 "괜찮아. 나유타 방은 방음이 잘되거든. 아무도 나유타 방에 들어가지 않으니까 상관없어. 집도 크니까 그렇게 민폐도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렴."
 "어째 더 불안한데....."

 켄타의 말에 미유키는 찜찜하다며 중얼거렸지만 그 말을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제대로 집에 가서 잘 수 있겠어? 유우토는 걱정이 한가득이었지만 렌은 걱정은 하지 말라며 두 손을 꼭 쥐고 결의에 찬 얼굴을 내비쳤다. 리오는 나유타니까 상관없지 않냐는 말을 했지만 반대로 와타루는 나유타이기 때문에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틀린 말도 아니었다. 렌이 좋아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나유타의 성격을 생각하면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 

 "렌군 잘 자고 내일 보자~"
 "응! 반리도 잘 자."
 
 다른 친구들이 아옹다옹하고 있을 때 반리는 전혀 개의치 않고 고유의 상큼한 표정으로 렌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손까지 크게 흔들며 렌을 배웅하였고 다른 친구들이 계속해서 서로의 의견을 말하고 있을 때 렌은 나유타를 따라 쟈이로악시아의 셰어하우스로 향했다. 그리고 세 사람이 눈치챘을 땐 이미 렌은 떠나고 없었다. 


-


 "시,실례하겠습니다~...."
 "너무 긴장할 필요 없어. 자주 와봤잖아."
 "네,네에...."

 쟈이로악시아의 셰어하우스는 자주 방문해도 진정이 안 되는 곳이다. 어딜 가도 나유타의 냄새가 났다. 진한 커피의 향과 그 속에 옅게 느껴지는 상큼한 오렌지의 향이 섞여있었다. 켄타는 왜 그렇게 긴장을 하냐며 웃으며 말했지만 긴장할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 렌이 현관에서 우물쭈물하고 있자 나유타가 그의 옆을 지나치며 '멍하니 있으면 두고 간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의 숨은 뜻이 무엇인지 렌은 단번에 눈치챘다. 애인의 집에 왔으면 애인의 말을 들어야 한다. 그건 알고 있지만, 좀처럼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콩콩, 심장이 뜀박질을 했다. 렌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나유타를 제외한 다른 멤버들은 모두 왁자지껄하게 떠들었다. 떠든 사람은 레온, 료, 미유키뿐이지만 그 세 사람의 목소리 덕분에 조금은 진정이 되었다. 밤이 늦었으니 어서 자야 한다는 그들의 말에 렌도 동의했다. 벌써 시간은 12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평상시라면 10시에 잠드는 렌도 이번에는 힘냈는지 용케도 자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물론 촬영장에서 조금 잔 덕분에 지금 깨어있는 것도 있다)

 "나나호시는 나유타 방에서 잘 거지?"
 "네?"
 "응? 아닌가? 그럼 다른 사람 방에서 잘 거야? 나는 상관없는데."
 "아,아뇨....! 나유타군이랑 같이 있을게요."

 켄타는 그럴 줄 알았다며 쿡쿡 웃으며 나유타에게 남는 이불을 건네주었다. 나유타는 얼떨결에 그 이불을 받아 들었지만 왜 이걸 자기에게 주냐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나호시에게 필요하잖아'라고 설득해 보았지만 쓸데없는 참견이라며 돌려주었다. 켄타는 물론이고 다른 멤버들도 나유타의 반응에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나유타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거실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는 렌을 손짓으로 불렀다. 나유타의 부름에 곧장 달려온 렌이 무슨 일이냐며 반짝거리는 얼굴로 묻자 아무 말하지 않고 렌의 허리를 끌어안고는 바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놀랄 틈도 없었다. 반응을 하기엔 너무 늦었다. 나유타의 대담한 행동에 저래도 괜찮은 거냐며 미유키는 걱정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신기해할 일도 아니지 않냐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철컥하고 문이 닫히면 나유타와 렌만이 이 공간에 존재하고 있다. 나유타의 방은 당연하게도 나유타의 냄새가 났다. 진한 커피향 속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오렌지 향이 매력적이다. 렌은 자기도 모르게 코를 킁킁거렸다. 나유타가 뭐 하냐고 묻자 그제야 눈치채고 부끄러워져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나저나 여기가 나유타군 방이구나."
 "신기할 것도 없잖아 몇 번 와봤으니."
 "그,그것도 그러네... 하지만 밤에 오는 건 처음인걸."
 "아무것도 안 할 거니까 자라."
 
 아무것도 안 한다. 그 말의 뜻은 무엇일까. 렌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당장이라도 입술이 움직여서 속마음을 말해버릴 것만 같았다. '아무것도 안 해? 왜? 모처럼 너의 방까지 왔어.' 그런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쉽게 말한다고 한들 들어줄 상대가 아니었다. 나유타는 침대 앞에 서있는 렌을 노려보더니 손가락으로 그의 앞가슴을 꾹 눌렀다. 스르륵하고 넘어져서 침대에 주저앉았다. 나유타의 방은 방음이 잘되는 방이어서 어떤 소리도 새어나가지 않는다. 렌의 앞으로 다가선 나유타가 그의 다리 사이로 본인의 몸을 밀어 넣었다. 콩콩, 심장이 진정되질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자신을 올려다보는 렌의 동그란 눈동자와 마주쳤다. 손을 뻗어 렌의 뺨을 어루만지더니 손가락으로 그의 이마를 살짝 때렸다.

 "아얏!"
 "허튼짓할 생각 말고 자."
 "......."

 할 생각도 없으면서 왜 방에 들어오게 해 줬어? 순간 그런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나유타의 눈을 마주치고 있으니 그런 생각은 금세 사라졌다. 그럼 같이 누워서 수다 떨자는 렌의 말에 나유타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이마를 문지르며 그대로 침대에 풀썩 누웠다. 아까 켄타가 건네준 이불도 마다했기 때문에 이불은 침대에 놓여있는 나유타의 이불밖에 없었다. 렌이 벽 쪽으로 붙어서 몸을 밀착하며 나유타에게 손짓했다. 옆에서 딱 붙어서 자는 것도 렌에겐 낭만 있는 일이다. 마치 이 세상에 단 둘밖에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침대에 누워서 자신을 부르는 렌을 보았다. 해맑은 표정 안에는 야릇한 무언가가 담겨있었다. 순간 사타구니 안쪽이 뜨거워졌지만 곧바로 숨을 깊게 내리 마시며 진정시켰다. 

 "헤헤."
 "뭐가 웃겨."
 "이렇게 단둘이 딱 붙어서 자는 건 처음이라서. 나유타군 방에는 별이 없네."
 "하?"
 "자기 전에 천장에 붙어있는 별을 보면 꼭 은하수 위에서 잠을 자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지거든. 넌 안 그래?"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너밖에 없을 거다."

 그런가? 에헤헤, 렌은 멋쩍게 웃으면서 이불을 목 끝까지 올렸다. 이불에는 도시의 냄새가 났다. 겨울이라 두툼한 이불이었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도시의 향기가 남아있었다. 산 지 얼마 안 된 것의 느낌이 났다. 렌은 천장을 바라보며 나유타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오늘 촬영은 정말 재밌었어', '냥코타로 굿즈도 나오면 좋겠다', '나유타군도 집에서는 안경 쓰고 지내?' 모두 촬영장에서 말해도 상관없는 질문이었다. 왜 촬영장에 있을 때 말하지 않았냐고 쏘아붙이듯 말하자 렌은 우물쭈물 대다 입을 열었다.

 "그땐 너무 졸렸어."
 
 열정적인 포토그래퍼 덕분에 촬영을 늦게 시작하자 렌은 쏟아지는 잠을 참지 못하고 비몽사몽 한 상태로 촬영을 했다. 반대로 그런 모습이 현실감이 있다며 포토그래퍼가 좋아해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큰일 날뻔했다. 렌의 대답은 예상외로 너무 변변찮은 대답이어서 오히려 김이 셀정도였다. 하지만 그게 렌 답다면 렌 다운 모습이다. 렌은 아무리 늦은 시간이어도 나유타 옆에 있으면 즐겁게 떠들었다. 별거 아닌 질문에도 나유타는 다 받아주었다. 평소라면 쓸데없는 질문이라며 무시했을 텐데 밤늦은 시간에, 자신의 애인이, 그것도 방에서 옆에서 딱 붙어 소곤대고 있는데 안 들어줄 이유가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렌의 재잘거림이 줄어들었다. 

 "그리..고오.... 또....음....."

 천장에 별이 어쩌고 하더니 금세 곯아떨어졌다. 색색, 숨 쉬는 소리가 들렸다. 나유타는 몸을 비틀어서 렌을 마주 보았다. 차분하게 내려앉은 속눈썹이 보였다. 착실하게 눈을 감고 자고 있었다. 손을 뻗어서 그의 뺨에 손을 대었다. 말랑한 볼을 천천히 문지르며 손을 뗐다. 이불속에 맞닿은 발이 신경 쓰인다. 기껏해야 3cm 밖에 차이가 안 나니까 비슷한 신장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춥다며 몸을 비트는 렌이 점점 나유타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이불속에 있는 다리가 서로 섞였다. 나유타는 다시 머리를 차갑게 식히기 위해 숨을 크게 들이내 쉬며 진정시켰다. 오늘은 하지 않는다는 말만을 되뇌면서.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나유타도 잠이 쏟아졌다. 끔뻑거리는 눈꺼풀이 무거웠다. 아까까지 렌이 한 말을 생각해 보았다. 확실히 렌과 함께 있으면 지구가 아닌 우주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별 위에 올라탄 느낌이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은하수들을 바라보며 별을 타고 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신기했다.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말들이 렌 앞에만 서면 원하지도 않아도 입이 절로 움직였다. 그 말이 나유타의 마음속에 있는 진심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땐 그를 멀리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게 좀처럼 쉽지 않았다. 

 "우음....."

 지금처럼 마치 자신을 버리지 말라는 듯이 품을 파고드는 녀석을 모른 척할 수 없었다. 부드러운 곱슬머리를 매만졌다. 그 구불거리는 푸른 머리카락이 나유타의 손가락 사이에 얽혔다. 그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고 무거웠던 눈꺼풀을 천천히 내렸다. 눈꺼풀 안쪽에는 어두운 배경뿐이었다. 처음으로 그 새까만 배경에서 작은 별빛이 보였다. 자신을 향해 손을 뻗고 있는 파란 별이. 


-


 다음날 가장 마지막에 일어난 사람은 레온이었다. 레온이 눈물을 보일 정도로 크게 하품을 하며 거실로 나와 나유타 방문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멤버들을 보았다. 살짝 벌어진 문틈 사이로 세명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나유타의 방을 탐색했다. 

 "뭐 하고 있어요?"
 "우와앗! 레,레온군... 놀라게 하지 마. 하마터면 들킬 뻔했잖아."
 "그러다가 나유타 화나면 어쩌려고 그래요."
 "걱정 마 아직 안 일어났어. 레온군도 볼래?"
 
 미유키는 손가락으로 문틈 사이를 가리켰다. 평소보다 훨씬 상쾌하고 훈훈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레온이 미유키가 가리키는 쪽을 보기 위해 몸을 내밀어서 문틈 사이를 몰래 살펴보았다. 침대 위에서 사이좋게 끌어안고 자고 있는 렌과 나유타가 보였다. 그 아사히 나유타가 얌전하게 렌의 어리광을 받아주고 있다고 생각하니 레온은 소름이 돋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켄타는 다 봤으면 편하게 자게 내버려두라며 살그머니 문을 닫았다. 두 사람이 일어난 건 한참 후에 와타루로부터 온 전화를 받았을 때였다. 와타루의 걱정스러운 말투와 잔소리가 섞인 전화를 받고 나서야 허둥대며 짐을 챙겨서 쟈이로 셰어하우스에서 나왔다. 집에서 나와 아르고나 셰어하우스로 가는 도중에도 콩콩, 심장이 요동쳤다. 괜스레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져보았다. 

 "나유타군의 온기가 남아있는 것 같아."

 렌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살짝 발그레진 볼을 두 손으로 감싸며 곧장 달렸다. 그가 걷는 길은 푸른 별의 흔적이 묻어 나왔다. 마치 나유타에게 따라오라는 이정표처럼. 

렌이 나간 후에 나유타는 괜스레 침대에 손을 올려보았다. 다시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기도 했다. 천장에는 전등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어찌보면 그게 평범한 방이다. 누워서 협탁에 놓인 휴대폰을 덥석 잡아서 잠금화면을 풀었다. 평소에는 잘 들어가지도 않는 쇼핑몰 어플을 켰다. 검색창에 토독토독 무언가를 쳐보았다.

- 검색하기 : 방에 붙이는 별 스티커 -

어린아이같은거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나유타는 홀린듯이 그 야광 별 스티커를 결제했다. 평소라면 절대 안살 쓸데없는 물건을. 주문을 하고 나니 괜스레 부끄러워져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칫, 머리가 어떻게 된 것 같아...."

살짝 발그레진 뺨이 나유타의 심정을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