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빠져듣고 있는 노래 들으면서 쓴 단편소설
*코마 독백체
*노래를 들으면서 보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QtsNtsZW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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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의 밤은 너무 차가웠다. 5학년 첫 실습 때 나는 죽을뻔했다. 적에게 붙잡혀 하마터면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뻔했다. 적에게 붙잡혀 목에 칼날이 닿는 그 순간에 나는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무심코 품에 넣은 쿠나이로 적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 날 나는 사람을 처음으로 죽였다.
물론 그때 죽이지 않았다면 내가 죽을뻔했고 닌술학원 전체가 큰 소란이 날뻔했지만 내가 사람을 죽인건 꿈이 아닌 사실이다.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그 양손에 묻은 피가 선명하게 보였다. 외마디 하나도 없이 처참하게 쓰러진 적의 모습이 잘 보였다. 벌벌 떨리는 두 손을 펴고 그 안을 들여다보면 검붉은 핏빛의 액체가 남아있었다.
"....마.....코마.....마....."
눈을 감다가 다시 뜨면 어느새 나는 6학년이 되어있었다. 분명 작년까지는 선배가 있어주었는데 선배가 내 양손을 잡으며 입김을 불어주었던 시절이 떠오른다. 추워서 잡아준 것이었을까, 내가 너무 위태로워보였기 때문에 잡아준 것일까. 실습에서 무사히 돌아온 나를 끌어안았던 세이지 선배를 생각하고 만다.
'네가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야.'
평소의 세이지 선배하고는 다른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잔뜩 누그러진 표정으로. 그날은 유독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다. 선배의 얼굴을 보자 긴장의 끈이 풀어져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난다. 동급생들은 왜 그러냐며 나를 진정시켰지만 선배만큼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나를 안아주었다. 양손에 묻은 피를 선배의 옷에 묻히며. 빨간색의 대비색은 초록색이라고 했던가.
눈을 감았다 다시 뜨면 나는 6학년이 되었고 세이지 선배는 졸업하여 이미 학교에 없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어떤 성에 취직하여 닌자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선배다웠다. 조금 고리타분한 성격이었지만 그것이 닌자와 매우 어울리는 성격이다. 선배를 찾으려고 정보를 캐내고 다녔지만 닌자의 본질은 절대 정체를 들키지 말아야하는 것. 꿈 속에서조차 뒷모습밖에 볼 수 없었다.
6학년 마지막 실습. 졸업시험 날이 다가왔다. 나에게 맡겨진 마지막 임무는 '나조나조 성에 잠입하여 나조나조 성주의 투구를 가져오는 것'이다. 이번을 마지막으로 나는 닌술학원을 졸업하고 세이지 선배처럼 어떤 성에 취직하여 닌자일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한 예습이라고 생각하면 괜스레 가슴이 벅차오른다.
보름달이 뜨는 밤, 자시( 子時)가 되어 출발했다. 닌자의 시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질풍처럼 빠르게, 쥐처럼 고요하게, 올빼미도 전혀 눈치채지 못할만큼 조금의 살기도 내서는 안된다. 나조나조 성의 입구에 다다랐을때 나는 그 성의 전체를 보기 위해 크고 높은 나무 꼭대기로 올라가 경치를 바라보았다. 별들로 수놓은 하늘이 잘보였다.
팅-
더이상 다가오지 말라는 경고의 쿠나이가 날아왔다. 다행히 독은 묻어있지 않았고 내 옆의 나뭇가지에 맞아 떨어졌지만 나조나조 성의 닌자임이 틀림없었다. 무섭지 않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아무리 잘 훈련된 닌자의 알이라고 해도 결국은 학생. 열다섯살 남짓한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자세를 낮추고 품에서 쿠나이를 꺼내들었다. 닌자는 내 앞까지 다가왔다. 구름에 가려진 달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달빛에 비춰진 닌자의 얼굴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다.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올려다본 하늘은 언젠가의 꿈을 먼 곳에서 바라보고 있어
어둠 속에 손을 뻗어서 여기서 부턴 더 이상은 돌아갈 수 없어
정신을 차려보면 기억 속에는 갇힌 내가 보였어
바다색의 머리카락이 보였다. 무표정에 차가운 표정도, 냉철하게 꿰뚫어보는 눈빛도 그대로였다. 1년간 하나도 변한게 없었다. 아니 변하지 않은 쪽은 내쪽인가.
".....세이지 선배."
뭔가 허탈해졌다. 마음이 무겁다기보다는 오히려 가벼웠다. 충격을 먹은 것도 아니다. 그럴거란거 알고 있었어. 언젠가는 만나게 되겠지. 적으로 만나든, 동료로 만나든 언젠가는 만나게 될거란거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시기가 미룰 수 있다면 최대한 미루고 싶었다. 선배가 놀랄만큼 성장해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었는데 이래서는 1년전이랑 달라진게 없잖아. 처음으로 닌자를 죽이고 차가운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오열하던 그때와 달라진게 없다고. 무슨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건 선배도 마찬가지였지만.
"졸업, 시험이라서요."
".........."
"적당히 봐주면 안될까요? 저 졸업해야하는데."
"........."
자세가 낮아졌다. 살기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어디서 공격이 들어올지 전혀 예측이 되지 않는다.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나는 세이지 선배와 싸워서 단한번도 이긴적이 없다. 선배와 후배의 차이. 만약 내가 이긴다면 그때처럼 사람을 죽여야하는걸까.
"코마."
"......네."
"졸업..... 축하해."
"....?"
선배는 그 말만하고는 사라졌다. 그를 잡기 위해 급하게 뛰쳐나가봤지만 그 어디에도 선배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나조나조 성에 잡입하여 성주의 투구를 가져오는데에는 성공했지만 그 이후로 나조나조 성에 세이지 선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때 만난게 내 졸업 선물이었던걸까. 졸업 한 이후에도 나는 계속 선배의 흔적을 찾아다녔다. 나하고는 다른 경치를 보고 있겠지. 전혀 다른 곳을 보면서 닌자의 길을 걷고 있는 당신에게 나는 보이긴 할까.
먼 곳을 바라보는 그 눈동자에
무엇이 비추어 지고 있는걸까?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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