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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연성/윤성진해

[윤성진해] -전생체험ver.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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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생체험을 하고 난 후의 여파는 꽤나 심각했다. 앞에 있는 애인을 알아보지 못하고 마치 다른 사람인 마냥 어색해 했다. 진해는 죄책감이 밀려왔다. 괜히 내가 하자고 해서 일이 이렇게 되었나? 이대로 영영 윤성이는 살아야하는건가?

 

 "에...르...?"

 "네?"

 

 진해는 흠칫 놀라 윤성이를 쳐다보았다. 정진해라고 부른는것이 아니라 에르라고 부르고 있었다. 윤성이가 누워있는 몸을 일으켰다. 복슬거리는 꼬리와 귀가 쫑긋 솟아 있는 것을 보고는 많이 놀란 눈치였다. 하지만 곧내 평정심을 유지하고는 쇼파에서 일어났다.

 

 "...읏."

 "어엇! 조심해. 꽤나 오랫동안 자고 있어서 그런걸거야."

 

 무릎을 피고 일어날려고 하자 휘청거리는 윤성을 진해가 민첩하게 받아냈다. 진해의 손에 살포시 잡힌 윤성의 어깨가 제법 떨리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정상적인 전생체험이 아닌것 같았다. 진해는 일단 겉모습만 민윤성인 사람을 쇼파에 다시 앉혔다. 복잡한 심정일텐데도 윤성이는 허리를 꼿꼿하게 피고 있었다. 좀 더 편한자세여도 상관없다고 진해가 말해도 고개를 가로저으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아 나는 정진해야. 너는? 내가 아는 사람은 아닌것 같은데."

 ".....죄송합니다. 쉽게 알려 줄 수 있는 이름이 아니에요."

 "아 그렇구나. 뭐 괜찮아. 대신 이름이 민윤성은 아닌거지?"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는거 아니였나요?"

 "아,응... 미안."

 

 뭔가 생각을 읽힌 기분이라 기분이 언짢아졌다. 진해는 눈길을 피하며 쇼파 밑으로 눈을 흘겼다. 전생체험 잡지가 바닥에 떨어져있었다. 아까와 같은 방법으로 한 번 더 시도해 본다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진해는 그 잡지를 집으려고 팔을 뻗었다.

 

 "이게 뭔가요?"

 "엑."

 "전생...체험?"

 

 진해가 잡기 전에 진해의 행동을 살피던 윤성은 잡지를 집어 들었다. 잡지 안에 써있는 전생체험이라는 말과 함께 잡지에 실린 글들을 찬찬히 훑어 내려갔다. 진해는 이제 큰일났다며 두려움에 손톱을 씹고 있었다. 윤성이가 잡지를 덮으며 진해를 향해 눈을 돌렸다. 

 

 "이 책에 나온게 사실인가요?"

 "으,응. 사실일거야."

 "그러면 당신은 그사람이 아니겠네요."

 

 겉모습만 윤성이인 사람은 다시 고개를 떨구며 손을 포개어 무릎 위에 올려두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꼿꼿하게 서있는 모습, 침착하고 조근조근한 말투, 예의를 차린 몸짓이 꼭 

 

 "공주같아."

 "네?"

 

 진해가 중얼거린 말 한마디에 윤성이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고 진해를 바라보았다. 맑은 눈동자에서 흔들리는 동공이 그녀는 완전히 침착하지 않다는걸 말해주고 있는듯하다. 진해가 한발자국 다가가자 그녀가 그자리에서 굳어버린채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침착하고 고고한 품위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진해가 그녀를 향해 손을 천천히 올리며 말했다.

 

 "괜찮아? 눈물 고여있는데."

 

 퍽-

 

 둔탁한 소리가 났다. 살과 살이 큰 마찰로 인해 생긴 소리. 드라마에서 봤던것처럼 째지는 소리는 아니였지만 어찌되었던 그것은 살끼리 부딫히는 소리였다. 그녀가 정신을 차리고 있었을때는 이미 진해가 바닥에서 나뒹굴고 있었다. 놀란 그녀가 진해의 상태를 보려고 다가가려고 했지만 그대로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고고한 자태를 뽐내던 공주같았던 그녀가 주저앉아서 펑펑울고 있더라.

 

 "아야야... 나도 참 갑자기 이런짓을 해서 미안해....어어?"

 

 진해가 바닥에서 일어나 쓰읍하고 소리를 내며 뺨을 두어번 어루만져주었다. 자신이 한 짓을 생각해보면 뺨을 맞은건 싼값이었다. 몸이 바뀌어서 혼란스러운 사람에게 함부로 손을 올리다니 자기가 생각해도 맞을짓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저 자신의 애인과 똑같은 얼굴에서 눈물이 고여있는것을 차마 눈뜨고 보기가 힘들었을 뿐이었지만 그 사람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였음을 간과하지 못했다. 

 

 "죄,죄송합니다....죄,죄...."

 "오히려 이쪽이 더 죄송해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펑펑울고 있는 모습을 보니 진해도 덩달아 슬퍼졌다. 만약 윤성이 크게 운다면 이렇게 울었을까? 온몸이 들썩일정도로 울어제끼고 있는데 그게 자신이 한 경솔한 행동 때문에 그런거라 더 마음이 아파왔다. 목구멍에서는 윤성아 미안해 그만울어.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사람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달래줘야 하는거지?

 

 "죄송해요. 제가 모르게 손을 먼저 올려서. 그러니까 용서해주세요 앞으로는 이런 경솔한짓 안할테니..."

 

 또박또박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려고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를 했다. 그러자 울고 있던 공주같은 사람이 고개를 천천히 들며 진해의 눈을 바라보았다. 샛노란 큰 눈이 반짝이며 빛나고 있었다. 보석같은 그 눈이 누군가를 떠올리게 해주었다.

 

 "에르."

 "아까전부터 저보고 에르라고 하시는데 저랑 많이 닮았나봐요?"

 "아...."

 

 진해가 베시시 웃으며 뺨을 긁적였다. 그러자 윤성이의 몸을 빌리고 있는 사람이 자리를 벅차고 일어나 진해를 내려다보며 그의 뺨을 어루만져주었다. 자기야 말로 폭력을 써서 미안하다며 어렵고 고상한 단어를 쓰며 진해를 걱정하고 있었다. 진해는 이게 무슨 뜻인가 머리를 열심히 굴리며 그녀가 말하는 문장을 해석하려고 했다. 그러자 그녀가 핫. 하고 놀라 뒤로 물러서 헛기침으로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진짜 신분'을 밝혔다.

 

 "저는 리아입니다. 본명은 리아에스. 믿기 힘드시겠지만 한 왕국의 공주입니다."

 "지,진짜 공주님이에요?"

 

 진해의 어린아이같은 질문에 공주가 대답대신 옅은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해는 말도 안된다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 있는 사람이 진짜 공주라면, 이 공주가 자신이 한 전생체험에서 끌어들여진 사람이라면 윤성이는 정말 전생에 공주였다는게 성립된다. 진해는 침을 꿀꺽 삼키며 공주님께 죽을 죄를 지었다면서 연달아 머리를 바닥에 붙혔다. 그러자 공주는 허둥대며 그럴필요 없다며 일어나라고 덩달아 사과했다.

 

 "그런데 어떻게 공주님이 이곳에 와 계시는거죠?"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계단에서 미끄러졌는데 눈을 떠보니까 에르...아니 당신이 저를 쳐다보고 있더군요."

 "아 역시... 진짜 전생이였나..."

 

 진해는 정말 큰일이 난것 같아 다리를 달달 떨며 손가락을 깨물고 있었다. 윤성이와 리아 공주와의 몸이 바뀌었다면 지금 윤성이는 공주님이 아닌걸 들켜서 감옥이라도 가있는게 아닐까 온갖 안좋은 생각이 들었다.

 

 "저기 만약에 말인데요. 만약에 공주님이 다른 사람으로 변장하고 있었다는걸 들키면 어떻게 되죠...?"

 "음.... 예전에 그런적이 있었는데 왕족을 농락했다는 죄목으로 사형에 처했어요."

 

 공주는 골똘히 생각하며 말했고 진해는 얼굴이 새하얘져가지고는 두려움에 떨었다. 

 

 "저기 정말 죄송하지만 그게....제가 전생체험을 한다고 설쳐서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랑 공주님이랑 몸이 바뀐것 같아서..."

 "네? 역시 그런건가요. 그렇다면 조금 위험할 수도 있겠네요."

 "으아악...어떻게 하지..."

 

 진해는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울고 싶은 심정이라며 발을 동동 구르며 안절부절하지 못한채로 집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전생...전생... 중얼거리며. 그러자 리아가 그런 진해를 보고는 진정하라며 일단 앉아서 차분히 생각해보자고 말했다. 리아는 윤성이는 아니지만 윤성이와 비슷한 점이 많은듯 보였다. 진해는 리아의 말 한마디에 차분히 앉아서 걱정을 산더미처럼 하기 시작했다. 자기도 전생의 세계에 들어가서 윤성이를 구하는 방법, 윤성이에게 무슨일이 생기기 전에 전생의 세계에서 돌아오게 만드는 방법 별의 별 방법을 다 생각해냈다. 하지만 모두 실현가능성은 없어보였다.

 

 "너무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그래도...!"

 "에르에게 사정을 말하면 살려줄거에요."

 

 진해는 울먹거리며 알겠다며 코를 훌쩍였다. 그러다 문득 리아가 '에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는걸 생각했다. 진해를 보고 에르라고 말한적이 한두번이 아닌걸 보아 에르와 진해는 서로 많이 닮은듯 했다. 진해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리아에게 질문했다.

 

 "그런데 에르가 누군가요? 에르라고 많이 말한것 같아서... 공주님이 말하기 싫으시면 안해주셔도 돼요!"

 "아..."

 

 리아가 다시 고개를 수그리며 손가락을 만지작 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에르는 제 수호기사에요. 본명은 에르키. 저는 항상 에르라고 불러요. 진해씨와 눈색도 머리색도 얼굴도 많이 닮아서 처음에 봤을때는 에르인줄 알고 제가 지금 궁전에서 잠든 줄 알았어요. 하지만 에르가 아닌걸 알고 여기가 어딘지 한참을 생각했어요. 한번도 에르랑 떨어져 본적이 없었으니까요."

 "수호기사라 멋있네요."

 "그렇지 않아요. 어릴때는 어리버리해서 칼도 다룰줄 모르고 개미 한 마리 죽이지 못하는 착한 성격이었어요. 지금은 늠름하게 커서 왕궁을 지키는 한명의 기사가 되었죠. 그래서 저랑 에르는 언제나 같이 있었어요. 제가 잠에 들기 전까지 공주님을 지켜야한다며 보초를 서겠다고 하면서 먼저 잠들어버리는 어린 아이였죠."

 

 리아는 눈웃음을 지으며 신나서 이야기를 이어서 했다. 진해는 리아가 활기를 되찾은것 같아서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고 그녀의 이야기에 심취해있었다.

 

 "지금은 이전처럼 리아야~ 리아야~ 이런 호칭은 쓰지 않고 항상 딱딱하게 공주님이라는 호칭을 쓰지만 그래도 그것도 저를 지켜준다는 의미였으니까 받아들었어요. 하지만 요즘은 같이 느긋하게 차를 마시는 시간도 거의 없고 일에만 몰두하고 있어서 걱정이 돼요. 그것 역시 저를 지키는 일이라며 말하지만 점차 그 아이의 미소가 사라져가는게 두려웠죠."

 "허참. 차가운 녀석이네요."

 "후후. 맞아요. 진해씨보다는 몇배는 더 차가운 녀석이죠. 하지만 진해씨의 눈동자를 보니 에르가 생각이 났어요. 에르도 진해씨의 눈처럼 밤하늘을 비춰주는 별빛처럼 반짝여서. 본인은 부정하고 있지만 저는 에르의 눈이 그 어떤 보석보다도 아름답고 반짝인다고 생각해요. 분명 다이아몬드보다도 단단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을거에요. 그러니 저를 위해서 매일마다 거친 훈련을 하는것이겠죠."

 

 리아의 마지막 말에는 울음이 살짝 섞여있었다. 리아가 에르키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도 에르키가 리아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도 모두 같은것이다. 하지만 리아는 에르키가 너무 무리해서 자기를 떠나버리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진해는 애써 리아를 위로하는 말을 해준다,

 

 "그래도 그 에르키라는 사람은 저랑 같은 마음일것 같아요."

 "그게 무슨 뜻이죠?"

 "저도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는 다이아몬드보다도 단단해지고 싶고 어떤 별빛, 달빛보다도 빛나고 싶어요. 그러니까 그 사람이 공주님을 지키기 위해서 항상 단련하는 이유를 알것도 같아요. 공주님이 계속 걱정하시는것도 이해가 가지만 그런 걱정이 에르키를 더 훈련하게 하는 원인이 될지도 몰라요. 걱정한다는걸 그 사람을 못 믿는다는 말이 되기도 하니까요. 그러니까 에르키를 응원해주는건 어떨까요?"

 

 진해는 그말을 하며 리아를 향해 환한 미소를 띄었다. 그 순간 리아의 눈에서는 진해의 미소가 그 어떤 보석보다도 아름답게 빛났던 에르키의 어린시절의 모습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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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도 진짜 빨리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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