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유렌나유 소설 시리즈 마지막
*무제, 네가 없는 거리를 보고 오시면 더 이해가 잘됩니다.
*엄청 가볍게 쓴거라 이후에 또 뭔가 쓰게 되면 그때 쓸 예정. 아마 외전으로 나유렌나유 나오지 않을까 싶음
*모브캐 시점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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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그날의 고동, 그날의 울림, 그날의 떨림. 그 사람의 노래를 듣기 전에는 나는 죽어있었다. 음악이 나를 살렸고 음악이 없었던 시절의 나는 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날 봤던 록페스티벌에서 만난 당신의 노래를 듣고 눈을 떴다. 텅빈 내 마음을 채워주었던 유일한 사람. 당신이 있어 주었기에 나는 여기에 계속 살고 있다. 지금처럼 당신의 명목적인 팬이 되어 당신의 옆에 머물 수 있기를 희망할 뿐이다.
이것은 나와 이류 코가의 이야기다.
***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이 있다. 명목적인 사랑을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대가를 바라는 사랑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 중간에 서있는 '카나메'는 갈림길에서 이류 코가를 찾고 있었다. 본인은 명목적인 사랑을 하고 있지만 상대방은 대가를 바라는 사랑을 하길 바라고 있었다. 본인을 알아차리가만 해도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은데 가까이 다가가서 그의 얼굴을 만지고 숨결을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럴 수록 나나호시 렌에게 질투가 났다. 이류 코가와 닮은 아들과 사이가 좋은 나나호시 렌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이류 코가와 아사히 나유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지만 분위기는 얼추 비슷했다. 카나메는 렌이 나유타에게 관심이 있는 이유를 '이류 코가와 닮았기 때문'이라고 멋대로 단정지었다. 본인과 마찬가지로 음악에 눈을 뜨게 만들어준 이류 코가를 동경하고 그와 같은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본인과 다르게 렌은 저 멀리 밝은 곳에서 친구들과 즐겁게 밴드를 하고 있었다.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류 코가의 눈에 띄었다. 그래서 그런 일을 당한 것이다. 카나메는 렌을 구해내기 위해 힘을 써주었지만 그건 정말로 렌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차라리 렌이 아니라 자신이 엉망진창으로 괴롭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적도 있다. 그래서 일부러 더 못되게 굴었고 더 제멋대로 굴었다. 어른답지 못하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류 코가를 위해서라면 그게 어떤 형태든 어떤 마음가짐이든 상관없었다.
"이 방법도 통하지 않았어."
신이 있다면 시간을 되돌려서 과거로 보내달라고 빌고 싶었다. 카나메의 그 바람은 이루어졌고 과거의 삿포로에 오게 되었다. 그곳에서 '키타자와 카나메'라는 이름으로 제1소학교 선생님으로서 살아가고 있었다. 언젠가 그들이 올 것이라 생각하고. 카나메가 과거로 오기 전에 이류 코가가 죽었다는 기사가 퍼졌다. 사인은 알지 못했지만 카나메는 그 기사를 보고 본인도 숨을 끊으려고 하였다. 본인이 죽였다는 사실 조차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눈앞에서 자신의 뮤즈가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코우가씨가 잘못한거였잖아요."
카나메의 상상속의 이류 코가는 언제나 멋지고 섹시한 남자였다. 같은 남자가 봐도 반할정도로 매력적인 사람이다. 단순히 '뮤즈'라고 설명할 수 없는 압도적인 오오라가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상상속의 이류 코가는 완벽한 신적인 존재였지만 현실의 이류 코가는 인간이었다. 돈을 벌기 위해 라이브를 뛰어다니고 음악을 만들고 친구들이나 동료들과는 담을 쌓은채 음악을 위해 살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카나메하고는 만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이류 코가는 카나메를 정말 싫어했다. 그러니 현실에서는 그를 만나고 싶지 않아했다.
"정말 너무해요."
명목적인 사랑도 도가 지나치면 결국 터지게 되는 법. 카나메는 이류 코가가 죽는 그 순간까지도 눈물을 흘렸다. 신을 자신의 손으로 죽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울분을 토했고 다시는 살아나지 않을 그 신을 가슴에 묻어두었다.
그랬을 터였는데,
"이류씨....?"
신의 불꽃이 사그라져가는 그 순간에 나타난 것은 푸른 바다를 닮은 카나메의 또다른 분신 나나호시 렌이었다.
***
살인현장을 목격한 이상 살려둘 수는 없어서 카나메는 렌도 죽였다. 그래, 차라리 잘됐어. 처음부터 질투났는걸. 그렇게 자신을 다독이며 정당화시켰다. 카나메는 그 현장을 빠져나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곱씹어보았다. 맹목적인 사랑의 카나메는 이류 코가를 죽인 것을 후회했다. 왜 그런짓을 해버렸지? 이러면 더이상 그와 만날 수 없잖아. 괴로워했고 자수하러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가를 바라는 사랑의 카나메는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는 사람이 죽은게 뭐가 아쉽냐며 콧방귀를 뀌었다. 처음부터 자신을 봐주었다면 이런 끔찍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텐데 모든건 당신이 잘못해서 생긴일이라며 정당화시켰다.
그렇다면 나나호시 렌은?
맹목적인 사랑의 카나메는 렌을 죽인 것을 후회했다. 죄없는 아이가 희생당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이 아이 때문이라도 당장에 자수를 하러 가야했다. 대가를 바라는 사랑의 카나메는 렌을 죽인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처음 렌을 만났을때 그때 자신을 '아빠'라고 솔직하게 말해주었다면 정말로 렌의 아버지로서 이류 코가와 더 가까워질 수 있었을 것이다. 렌과 닮기 위해 물들인 머리, 똑같은 컬러렌즈를 몆백개를 샀는지 모른다. 닮기 위해 성형을 하고 옷 스타일도 바꿨다. 모든건 그때 록페스티벌을 봤을 때였다. 우비같은 옷을 입은 그 남자아이가 공허한 눈동자에서 반짝이는 눈동자로 바뀌었을때 자신도 그곳에 있었다. 나나호시 렌을 증오하지만 반대로 그에게 감사한 마음도 있었다.
"자수해야해."
카나메는 그렇게 생각하며 경찰서로 향했다.
그러던 도중 만난 사람이 아사히 나유타였다.
그 이후는 모두가 아는대로 흘러갔다. 나유타는 카나메가 렌과 이류 코가를 죽인걸 알고 있었다. 이류 코가를 죽인 범인이 카나메라는 것을 안 렌이 자신도 죽을 수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급하게 나유타에게 문자를 보냈고 그 문자로 부디 범인을 찾아주길 바랐다.
-그래도 아버지를 너무 미워하진 마-
이 대사는 카나메가 늘 입에 달고 살던 말이었다. 나유타는 이류 코가를 싫어했지만 카나메는 이류 코가를 위해서라면 아들을 조종하는 것쯤이야 손쉽게 할 수 있었다. 그러니 아버지를 너무 미워하지 말라며 가스라이팅을 했다. 아버지 덕분에 네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거라며 그를 세뇌시켰다. 범인을 알아차린 나유타는 카나메를 찾아다녔지만 카나메가 직접 앞에 나타나주었다. 나유타 역시 본인이 카나메의 손에 죽을 거라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천국에 가서 렌을 만날 수 있다면 그것도 그것대로 좋다고 생각했다. 나유타를 죽인 후 카나메는 바로 과거의 삿포로로 돌아갔고 나유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던 렌도. 세명은 과거의 삿포로로 돌아가서 미래를 바꾸려고 하였다. 쓸모없는 일은 아니었다. 나유타는 결국 렌을 살리는 데에 성공했고 렌도 나유타와 다시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카나메는 실패했다.
현재로 돌아온 카나메는 여전히 이류 코가를 죽이게 되었다. 눈을 떴을 때 똑같은 장면이 펼쳐졌다. 떨리는 손으로 이류 코가의 목을 지긋이 누르고 있었다. 발버둥을 치는 그의 섹시한 팔이 카나메의 뺨을 스쳤다. 곧내 그 스친 팔은 주먹으로 변했고 강하게 내리꽂은 후 카나메도 나뒹굴었다.
"콜록 콜록.... 허억..... 이게.... 뭐하는......"
카나메는 그 후로 다시 과거의 삿포로로 루프했다. 몇번이고 몇번이고 성공할때까지. 렌은 나유타와 애틋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카나메는 이류 코가와 멀어지기 위해, 아니면 반대로 더 가까워지기 위해 계속해서 루프를 하며 수차례 이류 코가를 죽였다.
그것이 진정한 '팬'의 자세라고 믿으며.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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