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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타마/소설

[종합] 노래로 연성하기

**cp 다양, 좋아하는 노래로 연성하기 (옛날에 좋아했던 노래 위주)

**짧음, 계속 갱신 가능성 있음

**오타쿠 노래만 잔뜩있음...

 

 

 

1.  창성의 아쿠에리온- AK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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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년 하고 2천 년 전부터 사랑하오

8천 년을 지날 무렵부터는 더욱 그리워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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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마이사]

 

 

 나는 영원히 죽지 못하는 불사신이다. 보통 불사신이라고 한다면 나이를 먹지 않고 젊은 상태로 계속 사는 몸을 말하겠지만 나는 나이를 먹고 늙어 죽어도 다시 살아나 갓난아기부터 시작한다. 첫 번째 죽음에는 공포가 몰려왔다. 그러나 죽고 나서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또다시 너를 보았을 때, 너를 사랑했을 때 나의 삶이 영원히 이어진다는 걸 알았다. 

 

 "너가 이사쿠지? 난 동실인 토메사부로다."

 

 너가 저 말을 한지 벌써 만이천 번째다.

첫 번째 삶에서 너를 만났을 때 무척이나 기뻤고, 너를 처음 잃었을 때 무척이나 슬픔에 사무쳤다.

두 번째 삶에서 너를 만났을 때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너가 미웠고, 너를 또 잃었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세 번째 삶에서 너를 또다시 만났을 때 미래를 바꾸려고 시도했고, 너를 세 번째 잃었을 때 나도 죽으려고 했다.

네 번째 삶이 되어서야 너를 처음 만나는 것처럼 행동하고자 마음먹었다. 

 

 "응. 맞아. 잘 부탁해 토메사부로군."

 "군은 빼라. 뭔가 닭살 돋아."

 

 너는 나와 육 년을 함께 보낼 것이고 졸업을 앞두고 나를 위해 희생한다. 그러나 나에게는 미래를 바꿀 힘은 없다.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너는 나를 구하려고 목숨을 버릴 것이다.

 

팔천 번째 삶에서 나는 너를 보자마자 울었다. 또다시 너를 잃는다는 생각에 가슴이 찢어지듯 아팠다. 처음 나를 본 너는 왜 우냐며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때의 온기는 등에 남아서 내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준다. 만 이천오백 번 죽어도, 만 이천오백 한 번을 살 수 있는 희망을 안겨준다. 

 

너가 내 앞에서 죽어도 또다시 새로운 삶을 사는건 두렵지 않다. 첫 번째 삶에서 너를 만났을 때 나는 이미 많은 것을 받았다. 내가 일억 번을 살아도 첫 번째 삶에서 너를 처음 본 날을 생각하면 몇 번이고 살 수 있다.

너가 죽어 뼛조각 하나를 남기지 않더라도 나만은 너를 기억할 것이다. 너가 죽은 수많은 날을 하나하나 기억하며 너를 가슴에 묻을 것이다. 

 

 그리고 또 너와 만나 이야기하겠지.

 

 "너가 이사쿠지? 난 동실인 토메사부로다."

 "응. 맞아. 잘 부탁해 토메사부로군."

 "군은 빼라. 뭔가 닭살 돋아."

 

 무수한 삶을 살아, 너를 수만 번 만나도 처음 만난 날 그때처럼 너를 사랑할 거야. 

 

 

 

 

2. 꿈속에서- 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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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널 보았어

하늘을 날아 나에게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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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칸]

 

 

 나는 자주 꿈을 꾼다. 꿈속의 세상은 늘 똑같다. 하늘을 덮은 무수히 많은 새들이 날아올라 나에게 깃털만을 남긴 채 떠나간다. 그리고 어디가 하늘인지 땅인지도 모르는 몽환적인 세계 안에 나말고 딱 한 명 살아있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새에게 둘러싸여 먹이를 준다. 은은한 미소를 띠며 새들과 함께 사라진다. 꿈속의 사람은 누구일까? 그 사람을 쫓아가고 싶어도 새들과 함께 사라져 버린다. 몇 개의 깃털만 남긴 채 사라져 버린다.

 

 꿈에서 깨면 늘 베갯속에 깃털이 남아있다. 달빛을 머금어 보석처럼 반짝이는 깃털이. 깃털을 책 안에 끼워 넣어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 언젠가 꿈속의 사람을 본다면 그 사람에게 건네줄 깃털을 모으고 있다.

 

 그토록 원하던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동그랗고 큰 눈, 능청맞은 목소리... 마지막에는 항상 새와 함께 비행을 즐기던 네가 웬일로 새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 온 몸에 깃털을 잔뜩 묻힌 채 아래로 떨어진다. 내 이름을 부르며. 

 

 "사부로!"

 

 활짝 웃는 너의 모습을 본 것은 얼마만일까. 꿈속에서라도 너의 해맑은 목소리를 듣는 건 얼마만일까. 잔뜩 부푼 꿈을 안고 내려오는 너를 두 팔 벌려 안았다. 너의 그 큰 눈에는 희망이 깃들어 있었고 잔뜩 부풀린 뺨에는 기적이 들어있었다. 나는 여태껏 모은 깃털들을 모아 하나의 새를 만들어 너에게 선물했다. 꿈속에서 본 너의 모습은 아무리 어여쁜 새들보다 훨씬 아름다워서 꿈에서 깨고 싶지 않았다.

 

 "칸에몽. 이제 가는구나."

 "응. 가봐야지. 그래도 너를 볼 수 있어서 기뻤어."

 

 꿈에서 일어나고 싶지 않아도 눈이 떠지는걸. 너에게 가지 말라고 붙잡고 싶어도 나에게는 꿈에서 살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너는 또다시 새들의 날개를 양탄자로 삼아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꿈이 아닌 세계에서 너를 보는 날에는 우리는 서로에게 칼을 겨누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날개를 크게 펼쳐 훨훨 날아가길. 내가 못 찾을 정도로 멀리 날아가길.

 

 

 

 

3. 1/3의 순수한 감정- SIAM SH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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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질 정도로 사랑해도

1/3도 전해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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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케쿠쿠]

 

 

 사랑은 무겁고 어떤 감정보다 훨씬 특별하다. 나와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을 사랑하고 죽을 정도로 사랑해도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 감정은 절대 전해지지 않는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그럼에도 고백을 하지 않는 이유는 거절당할까 봐 무서운 것이 아니다. 이 위태로운 경계선에 놓인 우리들의 관계가 나의 성급한 고백 때문에 끊어진다면 더 이상 너를 보고 있을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네가 동급생 중에서 가장 실력이 우수하고 승부욕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 너를 잡아보려고 무슨 수를 써도 너는 나를 벗어날 것이 분명하다. 왜냐면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너를 뛰어넘지 못할 테니까. 

 

 너는 너를 뛰어넘는 강자에게만 관심이 있다. 선배, 실력 좋은 동급생, 우수한 닌자, 하물며 교사에게도 승부욕을 불태운다. 나는 그중에 어디에도 들어가 있지 않다. 너의 뒷모습을 좇아, 너의 눈에 들게 만들고 싶으면서도 나 자신이 초라해 보인다. 너와 나의 거리가 너무 멀어 내 사랑으로는 너를 잡을 수 없을 것 같아. 

 

 "하치자에몽, 너 이번 실기시험 엄청 잘 봤더라?"

 "그래? 그냥 운이야."

 

 죽기 살기로 덤볐다. 여기서 물러나서 너를 놓칠 바에야 내 인생에 후회 하나 남기지 않을 만큼 노력해서 너를 잡고 싶었으니까. 그러면 나를 봐줄까. 나의 용기 없는 고백에 응해줄 만큼 나를 바라봐줄까.

너를 깜짝 놀랄 만큼 강해져서,

너를 지킬 만큼 강해져서,

너를 위해 모든 걸 바칠 만큼 강해져서 어서 너의 옆에 서고 싶다.

 

 그런 노력 없이도 사랑해줄 수 있다고 말하더라도 나에겐 네가 무척이나 빛나는 사람으로 보여서 모든지 완벽한 너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 내가 사랑하는 만큼 너는 날 사랑할까.  그 사랑을 확인할 용기조차 없는 나에게 너는 너무나 과분한 사람이기에 나를 갈고닦는 거야. 

 

 

 

4. 새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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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비행기구름 우리들은 바라보았어
눈부셔서 피했어 언제나 연악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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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베 키하치로]

 

 

 소년은 땅을 팠다. 땅 속에 있으면 안정감이 들었다. 땅 속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땅을 밟고 올려다보는 하늘보다 훨씬 청명했고 파랗게 피어올랐다. 소년은 그 하늘을 보는 걸 좋아했다. 좁고 아늑한 땅 속에서 잔뜩 몸을 움츠리고 기댈 곳은 짧은 삽 한 자루뿐인 그 작은 공간에서 바라보는 동그란 하늘을 좋아했다.

 

 소년은 땅을 팠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땅을 팠다. 땅 속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다웠기 때문에. 손바닥으로 가려질 만큼 작은 하늘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가끔 하얀 뭉게구름이 몰려오고 사이좋은 참새들이 몰려오는 장면을 눈에 담았다. 땅에서 나가면 참혹하다 못해 같은 인간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무서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서 소년은 땅 속에서 나갈 수 없었다. 

 

 소년은 계속해서 땅을 팠다. 새들이 노래하는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삽에 몸을 기대고 잠깐 눈을 붙였다. 전쟁의 대포는 하늘을 뚫고 새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날아갔다. 소년은 그 대포가 만든 구름이 화살 같다고 생각했다. 어디로 날아가는 걸까 저 대포는. 

 

 소년은 어느 순간 땅 파기를 그만두었다. 사랑스러운 새들의 노랫소리를 더 가까이서 듣기 위해서는 땅을 밟고 일어나야 한다. 소년은 이제 땅 속이 아닌 나무에 기대 잠을 잔다. 싱그러운 나무의 냄새와 풀꽃의 향기가 코를 찔렀다. 온화하고 따뜻한 냄새. 축축하고 어두운 땅 속과는 다른 밝음의 세계. 소년은 가끔은 땅 밖의 세상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새들의 소리를 자장가로 삼고, 대포소리가 나지 않는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며 소년은 잠에 들었다.

 

 "키하치로. 여기서 자면 내가 못 찾잖아. 무슨 바람이 불어서 땅 속이 아니라 숲에서 자고 있냐?"

 

 

 

 

5. 초침을 깨물다 - 계속 한밤중이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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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에 잠겨 초침을 깨물며 백일몽 속에서
땅땅 부숴버렸어 하지만 부서지지 않아 멈춰주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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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치바나 센조]

 

 

 타치바나 센조는 꿈을 꾸는 소년이다. 꿈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소년이다. 눈을 감으면 끝없이 이어진 암흑 속에 몸을 맡긴 채 잠들어버리는 그런 사람이다. 시계가 째각째각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도 알람 소리가 귀를 괴롭혀도 계속 잠에 취해있었다. 새까만 암흑 속이라고 해도 춥지도 않았고 덥지도 않았다. 오히려 포근했고 따스함이 전해졌다. 어디를 누워도 푹신한 침대로 바뀌어있었다. 암흑을 움켜쥐어 무언가를 창조해낼 수도 있다. 꿈속의 암흑은 마치 찰흙 같아서 뭐든지 만들 수 있고 뭐든지 다시 부실 수 있다. 

 

 센조는 친구들의 얼굴과 후배들의 얼굴을 본뜬 찰흙인형을 만들었다. 목밖에 없는 찰흙인형을. 암흑의 색깔을 품은 찰흙들이 하나같이 센조를 노려보고 있다. 자기가 만든 완성품을 보며 차례로 입맞춤을 했다. 찰흙인형의 머리를 손질해주고 눈을 다시 만들어주고 코를 다시 만들어주는 등 소중하게 다뤘다. 이건 몬지로, 이건 이사쿠, 이건 키하치로, 이건 토나이... 하나하나 이름을 불러가며 녀석들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마지막 키하치로의 찰흙에 입맞춤을 하자 센조는 푹신한 암흑의 바닥을 밟고 밑으로 떨어졌다. 밑이 보이지 않는 무한한 세계로 계속해서 떨어져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어디까지 떨어져도 어딘가에는 착지하겠지라는 생각으로 키하치로의 목을 끌어안았다. 추락하는 세계에 존재하는 유일한 안식처.

 

 허공에 손을 뻗어 회중시계를 잡았다. 티끌 없이 아름다운 이 꿈의 세계에서 나를 깨워줄 알람 소리. 12시 00분. 일어나기 딱 좋은 시간. 센조는 키하치로의 머리를 스르륵 내려놓았고 찰흙 머리는 그대로 더 빠른 속도로 추락했다. 암흑의 인형이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어찌 되든 상관없다. 

 

 "미안해."

 

 시계가 깨졌다. 센조의 힘도 아니었고 이 세계의 어떤 어긋남도 아니었다. 깨져버린 시계는 12시 01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깨져버린 시계는 째각째각 잘도 돌아간다. 소리만은 계속되면서 12시 01분에서 넘어가지 않는 초침을 하염없이 바라보고만 있는가. 

 

 이 잠에서 영원히 깨지 않았으면 해. 돌아가면 아무런 쓸모가 없는걸. 너희들이 죽어버린 이 세상에 더 이상 볼일 없어. 시계는 잘도 돌아간다. 죽어버린 초침만이 센조의 눈동자에 가느다란 길을 내주었다. 

 

 "센조! 빨리 일어나! 언제까지 퍼질러 자고만 있을 거야!"

 

 센조의 소중한 회중시계는 죽어도 죽지 않고 살아난다. 무기력하게 잠에 빠져 허우적거려도 헤어 나올 수 없는 백일몽의 세계에서 그를 건져 올려 주기 위해.

 

 

 

 

6. 너에게 닿기를 - 1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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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난만한 이런 기분도

신이 나서 날아갈 정도로 웃었던 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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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사콘]

 

 

 너의 손길이 닿은 상처는 순식간에 아문다. 어떤 요술을 부려서 상처를 치료했는지는 몰라도 너의 손길만큼은 약이나 다름없다. 싱글벙글하게 웃으며 고민 없던 하급생의 시절에도 너의 미소는 정말로 맑고 예뻐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살랑거리는 봄바람이 불 때면 너의 사슴 같은 눈동자가 한층 더 빛나는 듯 보였다. 지금은 너도 나도 영원히 그때의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지만 나는 아직도 그때의 기억으로 지금을 살아가. 

 

 "도대체 이게 몇 번째야? 6학년이면 그에 맞는 행동을 해야지!"

 "미안 미안~"

 

 하급생 시절의 너와 나는 천진난만했고 신이 나서 날아갈 정도로 해맑았다. 지금이야 진중한 고민도 해야 하고 어려운 생각도 많이 해야 하지만 나는 그때의 네가 너무 좋아서 계속 생각을 하게 된다. 졸업하면 너는 나를 만나주지 않을까? 그럼 난 이제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까? 상처투성이가 되어 너에게 돌아가면 금방 걱정스러운 눈을 해버리니까 최대한 조금씩 다치고 있는데 아예 다치지 않으면 너는 나에게 눈길 하나 주지 않을 것이다. 

 

 졸업이 다가오면 나는 다급해진다. 너에게 아무 말도 못 하고 졸업하는 것도 싫고 그렇다고 너를 영영 보내는 것도 싫다. 천진난만하게 살던 그때가 그리워져서 늘 너에게 기대기만 해. 하루는 너덜너덜해진 몸을 이끌고 너에게 간 적이 있었다. 그때 너는 울었지. 후배들 앞에서 울 수 없다며 눈물을 꾹 참고 나를 치료해줬지만 후배들이 떠나간 자리에서는 숨죽이며 울고 있었다. 다시는 다치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해도 너를 또 보고 싶어서 작은 생채기를 내서 가곤 해. 

 

 "사콘~ 나 종이에 배였어. 약 있어?"

 "또야? 6학년 맞냐?"

 

 이렇게밖에 나의 마음을 전하지 못해서 미안해. 나의 상처를 치료해주면서 슬며시 웃는 너의 입꼬리를 보았다. 6학년이 되면서 생각해야 할 것도 많고 알아야 할 것도 많고 이제 계속 함께 할 수도 없는데 나는 여전히 그때의 너를 원하고 있다. 기쁨의 감정, 슬픔의 감정, 화남의 감정, 놀람의 감정 모두 너와 함께 얻은 '처음'이었다. 너와 모든 걸 함께 하고 싶었으니까. 

 

 내 마음이 너에게 닿기를. 

 

 

 

7. fire◎flower - halyo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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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너를 좋아해서 다행이야”

라고 하늘에 노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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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미키]

 

 

 처음으로 불꽃놀이를 봤다. 무지개라는 건 이때 쓰는 단어일까. 알록달록한 색깔의 향연이 나의 눈앞에서 펼쳐지는걸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소리라도 내지르지 않고서는 못 버티겠다. 

 

 "어때 굉장하지?"

 "응!"

 

 화약을 여러 가지 섞어서 만든 색깔이었다. 여태껏 이런 걸 할 수 있다는 걸 모르고 살았다니 인생을 허투루 산 기분이다.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본 꽃빛의 화려함이 나의 몸을 감싸 안아 너와 함께 할 수 있게 만들었다. 불꽃이 터질 때마다 나의 심장도 터지는 것 같았다. 홍연의 불꽃이 하늘 높이 날아올라 여러 마리의 새가 되어 흩어져 날아간다. 그 새들 중 하나가 내가 되어 너의 가슴 깊이 들어가고 싶을 정도야. 불꽃을 바라보는 너의 표정에는 이 세상을 다 주어도 바꿀 수 없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다. 너에게 반했던 시점은 이미 이전의 일인데 왜 또 반하게 되는 걸까. 

 

 "슈이치로 앞으로도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해. 또 만들어줄게."

 "고마워."

 

 살살 웃는 눈꼬리가 나의 심장을 간지럽히고 홍색, 황색, 청색, 녹색, 자색의 불빛이 내 눈에 박혀 빠지지 않았다. 그만큼 너는 무지갯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왜 자꾸만 너에게 빠지게 되는 걸까. 아니면 처음부터 너를 좋아해서 다행인가. 불꽃의 소리는 너무 커서 내 심장소리가 너에게 전해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 차라리 그래 줬으면 좋겠다. 

 

 산산조각 나버린 불꽃의 새들이 저마다 빛을 잃어가며 산속으로 바닷속으로 숨어 들어갔다. 나의 몸도 불꽃이 되어서 너의 미소를 한 몸에 받고 부끄러워 바닷속으로 숨어버리면 좋겠다. 불꽃에 정신 팔린 너는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그곳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런 너의 모습을 보는 거마 저도 기분이 좋아져서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는 나의 마음을 지금이라도 고백해버릴 것 같았다. 

 

 "처음부터 너를 좋아해서 다행이야."

 

 이 학교에서 너를 만나고 모든 게 바뀌었다. 죽을 때까지 혼자일 거라고 생각했던 나의 삶이 모두 바뀌었다. 너를 처음 봤을 때 사랑에 빠진 종소리를 들렸던 그때가 잊히지 않아. 

 

 하늘에 고합니다.

 제가 졸업해서도 첫사랑과 칼을 맞대지 않게 해 주시옵서서. 

 

 

8. 시력검사 - 40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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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려 하는 내가 슬픈 듯이 미소 지어

잊지 말아 줘 네 안에 진짜 내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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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카즈]

 

 

 "카즈마 이번에도 시력이 떨어진 것 같은데?"

 "그런가요..."

 

 매해마다 돌아오는 건강검진에서 나의 눈은 한없이 나빠지기만 한다. 이사쿠 선배는 이 정도로 근시가 있다면 안경을 쓰는 걸 추천했지만 나는 거절했다. 그야 진짜로 눈이 나쁘지 않은걸. 

 

 "카즈마. 너 눈이 안 좋다며? 괜찮냐?"

 "응. 흐릿하게 보이는 거 빼고는 괜찮아."

 

 아아, 선배님 거짓말해서 죄송해요. 시력이 안 좋아졌다는 핑계를 대서라도 이 사람과 거리가 더 가까워졌으면 해서 그랬어요. 시력검사 표가 나왔을 때 너는 나에게 상냥하게 말을 걸었다. 눈 앞에 아지랑이가 핀 것처럼 이목구비가 제대로 안 보여 누가 너인지 못 알아볼 정도로 나쁘다고 해야만 한다. 이 정도도 안 보이냐고 물어봐도 그 정도 거리에서는 너의 눈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이 정도도 안 보여? 안경 써야 하는 거 아니야?"

 "괜찮아. 사쿠베 좀 더 가까이 와볼래?"

 

 너의 코가 내 코에 닿는 거리, 나의 숨결이 너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거리, 그 정도가 아니면 만족 못하겠다. 너의 칼날 같은 매서운 눈이 나를 바라볼 때면 심장에 붕대를 감은 것처럼 답답해졌다. 그러나 불쾌한 답답함이 아니었다. 오히려 계속 그런 눈으로 나를 바라봐주었으면 한다. 순진하게도 너는 이 거리에서도 자기가 안 보이냐며 태평하게 물어본다. 그런 바보스러움이 좋지만 가끔은 먼저 눈치채 줬으면 해. 더 이상 가까워지고 싶어도 가까워질 수 없는 거리까지 왔을 때가 돼서야 네가 멀어졌다. 심장에 붕대가 조금씩 풀어져간다. 꽉 막히고 답답했던 그 감정이 점점 멀어져 가는 게 참을 수 없이 애절해져서 다시 붕대를 칭칭 감아버리고 싶었다. 

 

 "어디인지 흐릿해서 잘 안 보이는데 하반까지 데려다주면 안 될까?"

 "참나, 1학년도 아니고... 알았어. 손 잡아."

 "응. 고마워."

 

 꽉 잡은 너의 손에는 굳은살이 박혀있었다. 용구위원회니까 못질도 많이 했겠지. 손을 짓이길정도로 꽉 잡은 너의 손을 타고 나의 심장에 도착해, 숨도 못 쉴 만큼 붕대를 칭칭 감아버렸다. 붕대가 얼마나 세게 감겼는지 심장이 압박에 못 이기고 터져버릴 것만 같다. 그래도 이 손을 놓으면 너는 내 시야에서 멀어져 버릴 테니까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 내가 심장이 터져서 쓰러지면 너가 나를 보건실로 다시 옮겨줄까. 그야 너는 상냥하니까 아무 거리낌 없이 그럴 거다. 내가 가진 욕정에 비해 너는 너무 순수한 사람이기 때문에 심장에 붕대를 감는 사람은 나뿐이어야 해. 

 

 도착하고 싶지 않은 하반의 문턱에 도착하고 나서야 너가 내 손을 놓았다. 스르륵 풀리는 손과 함께 내 붕대고 같이 빠져나가는 것 같다. 이번에는 더 빠르고 손쉽게 풀렸다. 여기서 너를 놓쳐버리면 또 언제 만날 수 있을까. 

 

 "그럼 먼저 간다."

 "고마웠어. 잘 가."

 

 내년에는 시력이 더 나빠졌다고 해야만 한다. 그래야 너가 나를 침실까지 데려다 줄테니까. 

 

 

 

 

 

9. 연애재판 - 40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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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판결 너는 나에게
얼마만큼의 죄를 내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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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기우라]

 

 

 "존경하는 우라카제 재판관님. 부디 현명한 판결 부탁드립니다."

 

 내 앞에 서 있는 죄수의 얼굴이 너무나 익숙해 보인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생뚱맞게 녀석이 끼어든 덕분에 이 재판은 엉망이 되었다. 긴 얼굴, 멀대같이 큰 키, 산발이 된 머리카락, 나를 억울하게 보는 눈빛마저 내가 알고 있는 너와 지나치게 닮아있다. 손목에 찬 수갑을 빼 달라며 난리를 부릴 때는 정말이지 한대 쥐어박을 정도로 짜증이 났다. 이 재판장에서 안 맞는 녀석의 죄목이 나를 화가 나게 하지만 속으로 꾹꾹 누르며 판결봉을 치며 검사의 말에 따라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 

 

 "츠기야 산노스케를 종신형에 처한다."

 

 그런 눈으로 나를 바라봐도 어떻게 해줄 수가 없다. 미안하지만 이 모든 건 너가 자처한 일이다. 발버둥을 치며 끌려가는 너를 보니 왜 진작에 판결을 내리지 않았는지 후회가 될 정도다. 시선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재판장의 모두에게 호소하듯 말하는 너의 변명은 이제 질렸어. 아무리 입바른 소리를 해대도 그 누구도 너의 말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여기는 법원. 재판관은 나니까 나의 말에 따라야 한다. 너 같은 건 종신형에 처해도 모자를 정도다. 다시는 그 긴 얼굴을 가지고 나에게 다가오지 말기를 바라. 

 

 "빨리 사라져! 너 같은 건 종신형이 아니라 사형이라고!"

 "맞아! 감옥에 들어가서 썩어 죽어라!"

 

 저 거봐. 벌써 사람들이 화났잖아. 이런 사람들의 말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꿋꿋하게 자기 할 말을 하는 너의 용기는 칭찬할만하다. 그러니까 종신형을 받는 거겠지. 내 앞에 놓인 수많은 증거와 자료들이 여기 있는데 너가 감히 내 말을 거역한다고? 너가 한 말들이 내 귀와 뇌에 박혀서 빠져나오지 못하는데 발뺌을 하시겠다? 

 

 증거 1. 츠기야 산노스케는 우라카제 토나이에게 고백했다. 

 증거 2. 츠기야 산노스케는 우라카제 토나이에게 키스했다. 

 증거 3. 츠기야 산노스케는 우라카제 토나이에게.....

  ...

 

 입이 있다면 말을 해봐라 츠기야 산노스케. 너가 나에게 했던 수많은 증거들과 자료들이 이곳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너가 나에게 했던 말들이 뇌 속을 둥둥 떠다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러니 너가 종신형을 받는 건 당연한 것이며 나의 결심은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변심을 부려 종신형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결국 감옥에 들어가는 건 똑같다. 그러니 포기하고 '우라카제 토나이의 심장'이라는 감옥에 갇혀 죽어라 사랑만 갈구해보거라. 

 

 그래도 너는 포기하지 않고 나에게 정상참작을 요구해온다. 

 

 "사랑에 빠진 건 너인데 왜 내가 감옥에 갇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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