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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타마/소설

[코헤타키] 장미가 지지 않는 계절

**안 써본 CP 쓰기3333

**첫 만남 날조

**'이렇게 대한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같은 클리셰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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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미가 지지 않는 한여름날 위원장 나나마츠 코헤이타를 필두로 하는 체육위원회는 오늘도 체력증진훈련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매일 하는 뒷 뒷산 마라톤은 물론이요, 회계위의 몬지로가 알려준 건지 오늘은 포복 전진으로 기어가자고 하질 않나, 땅굴을 파자고 하질 않나 하급생에게는 힘에 겨운 훈련이었다. 그래도 코헤이타는 개의치 않고 계속 땅굴을 팠다. 애초에 이 위원회가 위원장 한 명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진 위원회니 모두가 선배의 말을 들어야 하지만 누구에게나 한계는 있는 법이다. 

 

 "나나마츠 선배... 애들이 한계인 것 같습니다."

 "응? 그래? 그럼 휴식!"

 

 바로 밑 후배인 타이라노 타키야샤마루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이미 더 이상 걸을 힘이 없어 퍼진 킨고와 시로베는 둘째치고 줄로 단단히 묶어서 데리고 다니던 산노스케마저 엎어졌다. 코헤이타는 다른 후배들의 말은 항상 무시하면서 이상하게도 타키야샤마루의 말은 잘 들었다. 그가 다음 위원장 대리가 될 거란 걸 알아서일까 어쨌든 둘은 꽤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선배. 물 드실래요?"

 "아니! 애들 먼저 줘."

 

선배의 한마디에 모두가 따랐다. 그만큼 육학년의 명령은 절대적이며 거스를 수 없는 것이다. 티캬야사마루는 자기보다 어린 하급생들에게 물통을 나눠주며 마시고 기운차리라며 어르고 달랬다. 타키야샤마루는 산속에 핀 장미를 보았다. 이런 곳에 장미가 자라다니 별 일인데? 빨갛게 물든 꽃잎에는 향기로운 장미향이 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막 이 계절 즈음이었다. 둘이 처음 만난 날이. 

 

-

 

 타키야샤마루는 원래부터 체육위에 들어갈 생각이 아니었다. 정확히 어디를 먼저 가고 싶어했나면 키하치로와 같은 작법위를 가고 싶어 했다. 키하치로는 시끄러운 동급생과 함께 위원회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질렸지만, 막상 또 같이 하다 보면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일학년의 위원회 견학 마지막 날이 되자 타키야샤마루는 작법위원회를 적어서 냈다. 키하치로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센조는 삼학년이었기에 고학년은 아니었지만 직속 후배라 하급생들을 착실히 돌봐주었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일학년은 개성이 강하니 기강을 잘 잡으라는 선배의 말에 센조도 평소보다 엄격하게 일학년들을 가르쳤다. 

 

 "이 피규어는 왼쪽 선반에 두면 돼. 그리고..."

 

 하급생들은 쪼그리고 앉아서 경청했다.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키하치로와 타키야샤마루는 지루함을 느꼈다. 같은 설명만 한 시간째 하고 있으니 재미가 있을 리가 없다. 기본적인 안내가 끝나고 나서야 둘은 피규어를 만질 수 있게 되었다. 개성이 강한 애들이 많은 학년이니 조심하라는 선배의 말을 잊었는지 센조는 바로 타키야샤마루에게 큰 피규어를 주었다.

 

 "이걸 저기에 올려두면 돼."

 "타치바나 선배.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뭐?"

 "이렇게 큰 피규어를 줬다는 건 그만큼 저를 신뢰하신다는 뜻이겠죠. 선배의 기대에 부응하여 이 아름다운 타이라노 타키야샤마루가 완벽하게 피규어를 제자리에 갖다 두겠습니다."

 "어? 어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센조는 의아했지만 개성 없는 것보다는 강한 게 낫다고 생각했는지 초반에는 타키야샤마루의 PR을 들어주었다. 절반은 흘려들어도 손색없을 정도로 영양가가 없는 말이었지만 타키야샤마루라는 사람을 평가하기에는 매우 큰 지표가 되는 말이었다. 키하치로도 만만치 않게 개성이 강했지만 위원회 안에서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조용하게 지냈다. 

 

 "센조. 여기 있던 피규어들은 모두 어디 갔지?"

 "그거라면 타키야샤마루가... 헙!"

 

 당시 작법위원회의 위원장은 엄격하고 무서운 사람이었다. 지금의 센조보다 훨씬 용모가 아름다웠지만 성격은 불같았다. 특히 하급생들의 도를 지나치는 행동을 보면 도저히 참지 못했다. 타키야샤마루는 자기 몸집만 한 피규어를 등에 업고 이리저리 나다녔다. 어떤 때는 동급생에게 자랑을 하기도 했고 어떤 때는 선생님에게 자랑을 했다. 자기 PR은 필수고 자체 장미꽃잎 효과도 필수다. 그러던 도중 불같은 그 작법위원장이 단숨에 달려와 타키야샤마루의 목덜미를 잡아끌었다. 그 어린 하급생이 놀라 귀중한 피규어를 떨궜을 때 깨지지는 않았지만 흠집이 나고 말았다. 뒤이어 센조도 허둥지둥 따라왔지만 이미 위원장은 버럭 화를 내며 타키야샤마루를 호되게 혼냈다. 

 

 "섬세하지 못하다면 작법위원회에 들어 올 자격이 없다!"

 

 이 말을 들은 타키야샤마루는 울기 시작했고 씩씩거리던 위원장은 피규어를 안고 홱 돌아가버렸다. 센조는 원래 저런 사람이니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라며 달래줬지만 이미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후였다. 닌자란 참고 견디는 것. 우는 것조차 마음대로 허락되지 않는 이 곳에서 함부로 울었다가는 퇴학조치를 맞게 될게 분명하다. 어린 마음에 잘 보이려고 한 행동이지만 확실히 경솔한 행동이긴 했다. 그래도 나름 열심히 노력했는데 어째서 선배들은 몰라주지? 그래 분명 잘난 나를 질투하는 게 틀림없어. 타이라노 타키야샤마루, 이 어린 녀석은 처음부터 나르시시즘이 충분히 스며들어 자신감 넘치는 아이인 게 분명하다. 선배의 꾸중에도 금세 씩씩하게 일어나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학교를 탐방했다. 

 

 "응? 이게 뭐... 우와왁!"

 "이케이케 돈돈!"

 

 땅으로 기어들어가는 개미를 관찰할 때 불룩 튀어나온 구덩이가 신경 쓰였던 모양인지 유심히 지켜보다 그만 그 구덩이에서 나온 어떤 선배와 마주치고 말았다.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라 뒤로 자빠졌다. 흙투성이에 꼬질꼬질한 몰골이었지만 그런 건 상관없어하는 호쾌하고 털털한 성격을 가진 소년. 둘은 그렇게 처음 만났다. 

 

 타키야샤마루는 늘 깔끔하고 질 좋은 옷만 입었고 본인도 지저분한 건 질색팔색 하는 성격이다. 키하치로도 땅을 파서 지저분했지만 딱히 크게 신경쓰일정도로 지저분하게 살지 않아서  내버려 두었지만 이번의 상황만큼은 달랐다. 코헤이타는 땀 흘리며 운동하고 진흙탕에서 노는 걸 즐겼다. 어느 아이가 안 그러겠다마는 노는걸 제일 좋아하는 활기찬 성격이다. 헉헉대며 땅 위로 올라와 갑자기 체조를 하기 시작했다. 도저히 예측이 불가능하여 어디로 튈지 모르는 별난 소년이다. 

 

 "오, 일학년?"

 "네? 네..."

 "난 삼학년의 나나마츠 코헤이타다! 너 위원회는 정했냐?"

 "작법위원회..."

 "오호, 없다고? 그럼 체육위원회로 와라!"

 "아뇨! 있어요! 작법위원회에 소속되어 있는데..."

 "사소한 건 신경 쓰지 않아! 날 따라와라!"

 

 타키야샤마루의 말은 못 들은 건지 아니면 못 듣는 척하는 건지 전혀 개의치 않고 다음 마라톤을 향해 힘차게 뛰어나갔다. 타키야샤마루도 얼떨결에 같이 뛰게 되었지만 땀 흘리기를 싫어하는 깔끔쟁이에게는 지저분한 건 딱 질색이다. 그래도 뛰는 건 꽤 상쾌했다. 발이 이렇게 더러워질 때까지 뛰어본 적도 처음이다. 눈앞에 있는 선배를 따라잡아야 이야기를 들어줄 것 같아 더 빨리 뛰었고, 드디어 선배와 마주하며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죄송하지만 전 작법위원회에 소속되어 있어서 체육위원회는 무리입니다!"

 "뭐야 너 잘 뛰잖아? 그럼 계속 따라와 봐라!"

 "아니 잠깐만요! 기다려요!"

 

 이케이케 돈돈! 코헤이타는 점점 스피드를 내면서 또 타키야샤마루를 앞질러갔다. 저 사람에게 말해도 또 못 들은 척하면서 앞질러 가겠지. 포기하려는 찰나 코헤이타가 포기하는거냐며 으름장을 놓았다. 일학년에게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거 아니냐며 불평해도 소용없다. 그리고 오히려 저런 자존심을 긁는 말은 타키야샤마루를 격분시키기에 충분했다. 더 빨리, 악을 쓰고 달렸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학교 밖이었다. 

 

 "선배 때문에 학교 밖으로 나와버렸잖아요! 전 길도 모른단 말이에요!"

 "사소한 건 신경 쓰지 않아!"

 "신경 쓰세요! 좀!"

 

 머리는 다 헝클어지고 발은 아프고 땀으로 옷이 전부 젖어있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더 이상은 한 발자국도 못 움직이겠다며 털썩 주저앉았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고 초여름이라 날씨는 끈적하고 더웠다. 매사에 잘난 척을 하는 타키야샤마루지만 이런 더운 산속에 혼자 남겨지는 건 당연히 무서웠다. 혹여나 선배가 갑자기 변덕을 부리며 혼자 산속을 내려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코헤이타는 목표지점까지 왔는지 달리던 발을 멈추고 서서 산 밑을 내려다봤다. 한바탕 흘린 땀을 식히며 발아래 놓인 옹기종기 작은 마을들을 쭉 둘러보았다. 

 

 "언제나 우수한 이 타이라노 타키야샤마루가... 이런 곳에서 조난당하다니... 이건 수치야!"

 "응? 뭐라고 했냐?"

 "아닙니다. 지금 당장 내려가죠. 그리고 전 이미 위원회를 정해서 체육위원회에는 못 들어갑니다."

 

 흥. 타키야샤마루는 홱 고개를 돌리고 산 아래로 내려갔다. 산은 불빛이 전혀 없어서 조금만 어두워져도 깜깜한 어둠으로 뒤덮였다. 한 발자국 내밀면 산속의 요괴가 발을 잡아당길까 봐 무서웠다. 그래도 저 선배랑 또 말도 안 되는 마라톤을 할 바에야 혼자 내려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야, 위험해. 내가 업어줄 테니까 같이 내려가자."

 "네?"

 

 코헤이타는 눈물 콧물 훌쩍이는 타키야샤마루의 어깨를 잡고 혼자 내려가려는 그를 말렸다. 둘 다 몰골은 흙투성이가 되어서 도저히 눈뜨고 못 봐줄 정도로 지저분했다. 자기를 여기까지 끌고 온 사람이 누군데... 타키야샤마루는 짜증이 확 치밀어올랐지만 꾹꾹 눌러 담고 코헤이타의 품에 안겼다. 또 이케이케 돈돈 하면서 빠른 속력으로 내려가겠지? 머리가 엉망이 될 거야. 타키야샤마루의 관심사는 온통 그쪽이었다. 

 

 그러나 의외로 코헤이타는 섬세한 면이 있었다. 밤의 산은 위험하다며 산의 지리를 자세하게 알려주면서 산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무사히 도착할 무렵 코헤이타는 산 초입에 드문드문 핀 장미를 확 꺾었다. 장미에는 가시가 있어서 함부로 꺾지 못하는 걸 아는 타키야샤마루는 깜짝 놀라 지금 뭐하시는 거냐며 당황했지만 코헤이타는 전혀 아무렇지 않았다. 오히려 꽃은 선물이라며 후배에게 주었다.

 

 "이건 끝까지 나를 따라온 선물이다."

 "선배도 제가 장미와 굉장히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눈치 채주셨군요? 하긴 제가 워낙 아름다운 미모를 가지고 있으니~..."

 "이케이케 돈돈!"

 "사람 말 좀 들어주세요!"

 

 타키야샤마루는 기진맥진으로 방에 들어와 축 늘어졌다. 평소 같았으면 당장 씻고 머리에 공을 들여 가꿀 테지만 지금은 그럴 힘조차 없었다. 흙투성이로 돌아온 동실을 본 키하치로는 또 헛짓거리를 하고 왔군-이라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타키야샤마루- 손에 장미는 뭐야?"

 "아 이거? 나나마츠 선배가 주셨어."

 

 손에 쥐어진 장미를 보니 괜스레 체육위원회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집안에서도 뛰어본 적 없는데 이 학교에 들어와서 이렇게 많이 뛴 건 처음이었다. 동급생도, 선배도, 선생님도 처음에는 자기애 철철 넘치는 소리를 받아주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처음 본 선배는 전혀 자기 말을 안 들어주고 오히려 선배한테 휘둘리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 타키야샤마루는 위원회를 바꾸겠다며 키하치로에게 선언했다. 자기 딴에서는 나름 중요한 이야기이지만 키하치로는 마음대로 하라며 귀를 후벼대기 바빴다.  

 

 "나 결정했어. 체육위원회로 들어갈래."

 "그래라~"

 "나 없다고 울지 말고 위원회 일 열심히 하렴 키하치로."

 "누가 할 소리."

 

 -

 

 타키야샤마루는 산 초입에서 장미를 꺾어다 후배들에게 선물로 줬다. 산노스케는 왜 골라도 지같은걸로 골라주나며 투덜댔지만 킨고랑 시로베는 어리둥절하다 감사하다며 꾸벅 인사했다. 그때부터 타키야샤마루는 체육위원회에 들어오는 후배들에게 장미를 선물로 줬다. 후배들은 그게 단지 타키야샤마루의 자기애를 비춘 장미꽃 선물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선물을 주는 이유는 늘 같았다. 

 

 "선배들을 열심히 따라온 선물이다. 너희도 후배가 생기면 그때 또 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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