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의 애니를 기반으로 한 소설 맞습니다.
*패러디? au?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
*맨처음에 썼던 아르고나 소설의 후속작
*아르고나 부흥 기념 소설..... 시리즈물 보단 완고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탄 추가 되었습니다(11/16)
*3탄 일부를 추가하였습니다(2/23)
*3편 후편과 4편 추가로 완결입니다!!!!(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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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이 없는 거리
그날로부터 벌써 2개월이 지났다. 도쿄의 밤거리는 무섭고 차가워서 마음이 어린 사람의 심장을 금방 가져가버린다. 2개월 전 별 하나가 떨어졌다. 별똥별 같은 낭만적인 말이 아니라 정말로 별과도 같은 사람이 사라지고 만 것이다. 도쿄로 와서 밴드를 시작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그 푸른 북극성 하나가 허무하게 죽었다.
-속보, 아폴로 레코드 소속 밴드 Argonavis 보컬 나나호시 렌 교통사고로 인해 숨진 것으로 판명-
신문 한편에는 열창하고 있는 나나호시 렌의 사진이 프린트되어 있었고 그가 죽었다는 사실만이 건조하게 나열되어 있었다. 인기 있는 가수도 아닌 그저 평범한 밴드의 보컬이었기 때문에 그리 큰 관심은 받지 못했다. 고작해야 렌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게 알려진 정도였다.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은 건 당연하게도 같은 밴드 멤버들이었다. 용의자 수사를 위해 경찰서에 소환되었을 때 아르고나비스의 멤버 4명은 모두 우울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얼굴에도 다 드러나는 표정과 빛을 잃은 눈동자가 렌이 그간 얼마나 이 밴드를 위해 노래를 불렀는지 알게 해 주었다. 진술이 끝나고 다음은 아르고나비스와 아주 닮은 밴드의 진술을 해야 했다.
"아사히 나유타. 들어오세요."
경찰서 안에서 숨죽인 채로 다리를 꼬고 팔짱을 낀 은색머리를 한 청년이 경찰의 말 한마디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음울하거나 화가 난 표정도 아니었다. 그게 뭐 어쨌다고? 하는 건조한 표정. 그 표정을 본 아르고나의 멤버들도 화가 치밀어올라 한마디라도 하고 싶었지만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말렸다. 무슨 말을 들어도 나유타는 조용히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경찰의 안내를 받아 들어간 수사실에는 두 명의 경찰들이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따라 들어가 덩그러니 놓여있는 차가운 탁자 앞에 앉았다. 경찰도 나유타의 맞은편에 앉았다. 힘겹게 말을 꺼낸 경찰의 입에서 나온 말이 의외였다.
"아사히 씨를 데리고 온건 진술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이미 진술은 많이 모았거든요. 목격자도 없고 택시를 타고 급하게 가던 길에 사고가 난 것으로 확인되어 사고사로 처리할 생각입니다. 다만...."
사고사. 나유타는 렌이 죽은 것이 단순한 사고사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확실히 렌은 그날 급하게 어디를 가기 위해 밤중에 택시를 잡아서 무리하게 신호를 건너려다가 사고가 났고 그 자리에서 택시기사와 함께 즉사했다고 한다.
"다만 이상한 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서요. 먼저 피해자인 나나호시의 핸드폰에서 부재중 전화가 수십 통 걸려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일부러 안 받은 게 맞겠죠. 발신자번호는 제한되어 있어서 누가 걸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두 번째는 블랙박스 영상입니다. 영상에는 나나호시의 목소리가 녹음되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다며 빨리 여길 벗어나게 해 달라는 다급한 목소리였습니다. 들어보겠습니까?"
"..... 됐어."
"예상대로 차가우신 분이군요. 마지막은 다잉메시지입니다. 핸드폰에서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내려고 한 흔적이 있습니다. 비록 그 메시지는 발송되지 않았지만 아사히 나유타에게 보내려고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이 저희가 당신을 여기에 부른 이유입니다."
렌은 죽기 전에 남은 힘을 쥐어짜서 핸드폰으로 나유타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 모양이다. 혹시나 범인의 정체를 알고 있을까 싶어 메시지를 복원했다고 한다. 메시지의 내용은 아주 짧았다. 그리고 뜬금없는 말이었다.
---그래도 너무 아버지를 싫어하진 마.---
경찰은 나유타에게 그 메시지를 보여주고 나서 그의 반응을 지켜보았다. 의외로 나유타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나유타의 아버지 이류 코가가 어떤 사람인지 렌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유타 본인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이런 메시지를 나유타에게 보낸 이유가 무엇일까? 설마 아버지가 범인? 나유타는 메시지를 봐도 뚱한 표정을 계속 유지하다가 반응이 없는걸 눈치챈 경찰이 서로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유타에게 보여주어도 전혀 아무렇지도 않았기 때문에 경찰들은 그가 범인이 아니고 그의 아버지도 범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 서류더미들을 정리한 경찰이 나유타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아무래도 이건 다잉메시지가 아닌 모양이군요. 수고하셨습니다. 이걸로 진술은 모두 끝났습니다."
경찰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나유타는 뒤도 안 돌아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진술실을 빠져나왔다. 워낙 쿨하고 조용한 사람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이 정도로 반응이 없을 줄은 몰랐다며 경찰들은 시시콜콜한 감상을 늘여놓았다.
"아, 나유타. 진술은 끝났어?"
"비켜."
진술실에서 나온 나유타의 표정이 사납다. 나유타에게 상냥하게 대해준 켄타 마저도 무시할 정도로 나유타는 눈에 뵈는 게 없었다. 빠른 걸음으로 경찰서의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어어? 나유타! 어디가?!"
레온의 외침에 아르고나와 쟈이로 모두 나유타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유타의 달리기가 워낙 빠른 탓에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었다. 나유타가 그렇게 달리기가 빨랐던가. 아니, 달리기가 빠른 편이 아니다. 그만큼 절실했기 때문이다. 나유타가 달리는 그 순간에 다른 방향으로 달리는 왜소한 체격의 남자와 어깨가 맞부딪혔다. 중심을 잃고 쓰러진 나유타가 한층 더 사나워진 눈초리로 자길 친 사람을 노려봤다. 남자는 왜소한 체격에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수상한 사람. 나유타와 눈이 마주쳤을 땐 전기가 통하듯 찌릿한 느낌을 받았다.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이 사람이 렌을 죽인 범인이라는 사실을.
심장이 너무 빨리 뛴다. 당장이라도 그 사람의 목을 비틀어버리고 싶을 정도다. 왜 죽였어야만 했냐며 따지고 싶다. 동공이 커진다. 땀이 흘렀다. 사나운 표정이 풀어져서 오싹한 표정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나유타가 다가가자 남자는 그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바로 반대방향으로 달려 나갔다. 나유타를 따라온 친구들도 남자를 보고 그를 멈춰 세우려고 했지만 남자는 그들을 모두 뿌리치고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나유타 역시 다리에 힘을 주고 전속력으로 달렸다. 눈앞에 남자가 있다. 손을 뻗으면 잡힐 것만 같다.
"잡았,..."
남자를 잡아 어깨를 돌려보니 그의 눈이 매우 불안해 보였다. 사시나무 떨듯 떨리는 팔, 심하게 흔들리는 동공, 잔뜩 일그러진 얼굴, 손에 잡고 있는 날붙이가 나유타의 복부에 닿으려는 순간 나유타는 다른 손으로 그 날붙이를 감싸서 막았다. 손에는 피가 흥건했고 긴장의 끈을 조금이라도 놓는 순간 자신도 죽을 수 있다는 생각에 더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다. 이 남자의 정체를 알기 위해 어깨를 잡은 손으로 모자를 벗겼다. 그리고 그 순간,
끼익-
달려오는 차 한 대에 두 사람은 모두 나뒹굴었다.
-
온몸에 뼈가 으스러진 것같이 너무 아파 소리도 못 내고 있던 나유타는 렌이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를 생각했다. 다잉메시지를 떠올렸다. '그래도 너무 아버지를 싫어하진 마' 그 말의 의미를 이제야 할 것 같다. 아버지가 범인이어서 그런 말을 한 게 아니었다. 도쿄의 밤거리는 너무나 차가워서 순진한 사람의 심장을 금방이라도 앗아갈 것 같다. 나유타는 순진한 사람은 아니지만 심장을 내어줄 때가 오고야 말았다. 차에서 내린 남자의 얼굴을 보기 위해 고개를 올려보려고 해도 몸이 너무 아파 제대로 고개를 가누질 못했다.
"으윽...."
"기분은 좀 어때? 준비한 선물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네."
한두 방울 빗방울이 내리더니 순식간에 소나기로 변했다. 양복을 입은 남자는 아까 나유타가 범인이라고 생각한 그 사람에게 다가갔다. 나유타와 함께 차에 치여서 그런지 그도 몸을 비틀며 앓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 양복을 입은 남자를 보더니 겁에 질린 표정으로 잘못했다며 울먹이는 소리로 애원했다. 바짓가랑이를 잡아도 양복을 입은 남자는 전혀 개의치 않고 그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들린 총성. 철퍼덕하는 소리와 함께 쓰러져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힘없이 심장을 내어주었다. 피가 비와 함께 흘러내려갔다. 모든 걸 보고 있던 나유타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양복을 입은 남자를 향해 무언가 말하려고 했지만 도저히 말이 나오지 않았다.
"너,...."
"천국에 있는 렌에게 안부 전해줘. 그리고 이류 코가에게도."
양복을 입은 남자는 나유타를 향해 총구를 겨눴다. 역시 이 사람이 범인이다. 나유타도 렌도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 그리고 나유타의 아버지 이류 코가도 잘 알고 있는 사람. 그래서 나나호시는 나에게 그런 말을 전하려고 한 건가. 나유타는 그제야 렌이 왜 다잉메시지를 그렇게 남겼는지 깨달았다. 렌의 복수도 하지 못한 채 본인도 죽을 위기에 처한 이 상황이 분했지만 저항할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남자의 얼굴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차라리 나나호시를 알기 전으로 돌아가 그를 구할 수 있다면... 그런 이뤄지지 않는 생각을 하며 나유타는 눈을 감았다. 총성이 울렸다. 그날은 유독 도쿄의 밤거리에 사이렌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경찰과 구급차가 엉겨 붙었다.
다음날이 되자 신문의 한편에 똑같이 쟈이로악시아의 보컬인 아사히 나유타가 열창하는 사진과 함께 기사가 실렸다.
-속보, 드레드노트 뮤직 소속 밴드 GYROAXIA 보컬 아사히 나유타, 교통사고로 인해 숨진 것으로 판명-
***
신문에는 그렇게 났지만 나유타는 살아있었다. 기적적으로 살아난 건지 몸은 여전히 아팠지만 가장 아픈 건 머리였다. 깨질 것 같은 머리를 감싸 쥐고 몸을 일으켰다. 병원도 셰어하우스도 아닌 어떤 가정집이었다. 상당히 예스러워 보이는 집이었는데 어떻게 보면 촌스럽기도 했다. 누군가 자신을 치료해 준 걸까 싶어 나유타는 감사 인사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선은 아까 양복 입은 남자를 찾는 게 우선이다. 경찰에 연락도 해야 하고, 쟈이로에도 보고를 해야 한다. 할 일이 산더미인데 나유타는 자신의 몸이 더 움직이지 못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칫, 아직도 몸이 아파.'
완전히 치료된 게 아닌지 몸은 계속 욱신거렸다. 복부 쪽을 만져서 흉터를 확인했지만 흉터는 없었다. 내장 쪽에 충격이 컸던 걸까 외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우선 정신을 차리기 위해 화장실을 찾았다. 어지러운 머리를 감싸 쥐고 간신히 찾은 화장실에 들어가 불을 켜고 찬물로 얼굴을 씻었다. 우연히 마주친 거울을 보고 나유타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 으아악!"
"어머, 나유타 벌써 일어났니? 아직 새벽 6시인데 나유타도 설레서 못 잤나 보구나~"
눈에 띄게 높은 목소리. 변성기가 오지 않은 목소리다. 크고 동그란 눈, 아직 다 자라지 않아 작은 이빨들, 거울에 손을 대보자 손도 매우 작았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몸을 훑어보았다. 완벽한 아이의 모습이었다. 꿈이라도 꾸는 걸까 싶어서 자신의 뺨을 꼬집어보았지만 아프기만 할 뿐 잠에서 깨지 않았다. 그리고 나유타의 귀에 꽂힌 상냥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그의 어머니다.
"엄마....."
"왜 그러니? 무서운 꿈이라도 꿨어? 이젠 여기 아빠가 오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나유타는 그제야 기억이 났다. 아버지인 이류 코가는 나유타의 실력에 실망을 하고 아들과 부인을 버렸다. 집에서 쫓겨나듯 두 사람은 이류 코가의 저택에서 나와서 도망치듯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다가 삿포로에 정착하게 된 것이다.
'차라리 나나호시를 만나기 전으로 돌아간다면...'
그 소원이 이뤄진 걸까. 나유타는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 당장에 달려가 안기고 싶었지만 우선은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왜 죽은 자신이 왜 과거로 돌아왔는지, 그리고 렌을 알기 훨씬 전으로 돌아간 건지. 알아야 할 것들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나유타의 어머니는 고뇌하는 나유타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등교할 시간이라며 어서 화장실에서 나와서 밥 먹고 학교 가자고 그를 화장실에서 데리고 나왔다.
"학교....?"
나유타의 기억이라면 지금 자신과 어머니가 살고 있는 곳은 삿포로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어머니는 나유타의 기억과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오늘부터 새로운 학교에 가야 하니까 말이야. 하코다테도 꽤나 좋은 곳이야. 나유타도 어서 친구들을 만나고 싶지? 이제는 편하게 살 수 있을 거야. 좁지만 그래도 아빠는 없으니까."
"하코다테?"
"응. 오늘부터 네가 다닐 하코다테 제1소학교. 자 어서 준비하자. 추우니까 목도리랑 장갑도 하고. 끝나면 엄마가 데리러 갈게."
어머니는 식탁에서 간단하게 주먹밥을 만들어 나유타에게 쥐어주었다. 별로 먹고 싶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본 어머니의 얼굴을 보니 마음이 약해진 나유타가 주먹밥을 베어 물었다. 나유타가 밥을 먹는 걸 본 어머니는 가슴이 뭉클해졌는지 눈물을 훔쳤다. 그동안 아빠한테서 너무 힘들었지? 이젠 그럴 일 없을 거야. 고인 눈물을 조심스레 닦고는 나유타의 머리를 두어 번 더 쓰다듬었다. 좁지만 따뜻한 공간, 대저택이었던 그곳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작지만 훨씬 편안했다. 목상태도 괜찮은 것 같다.
현관문을 나서서 하코다테의 거리를 걸었다. 소복하게 쌓인 눈을 밟고 있으니 정화되는 기분이다. 순수했던 어린 시절로 정말 돌아온 것이다. 렌을 알기 전으로 정말 돌아왔다. 하지만 나유타의 기억과 다른 점이 있었다. 삿포로에 살아서 삿포로 소학교를 다녀야 하는데 왜 하코다테로 왔을까. 어머니에게 물어보니 '삿포로에 가기 전 들르는 곳이라고 생각해'라며 곧 있으면 삿포로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지만 나유타의 기억에서 하코다테는 아예 간 적 없는 곳이다. 기껏해야 렌을 알게 된 후로 휴가로 갔던 게 다일뿐이다. 어린 시절에는 간 적 없었고 갈 일도 없었던 지역에 왜 자신이 오게 되었는지도 알아야 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네, 그럼요. 네가 나유타구나. 잘 부탁한다."
익숙한 목소리. 자신을 죽인 남자가 말했던 그 목소리와 닮았다.
'천국에 있는 렌에게 안부 전해줘. 그리고 이류 코가에게도.'
심장이 빠르게 뛴다. 손이 떨렸다. 이곳에서까지 와서 나를 괴롭히는 이유가 뭐지? 나유타는 어머니의 다리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어린 학생의 눈높이에 맞춰주는 것이 선생의 할 일이었다.
"부끄럼이 많다고구나. 잘 부탁한다. 앞으로 너의 담임선생님이 될 키타자와야. 키타자와
카나메라고 해."
-
나유타는 키타자와를 따라 반으로 들어갔다. 교실 안은 매우 시끄러웠지만 키타자와가 들어오자 모두 자리에 앉아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세뇌라도 시킨 건가? 싶었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아이들은 그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었다. 상냥하고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젊은 선생님을 신뢰했다.
"오늘부터 우리 반에 전학 온 아사히 나유타다. 다들 잘 챙겨주렴. 자, 어서 인사해야지."
"......"
"쑥쓰럼이 많구나. 인사는 나중에 천천히 해도 된단다. 그럼 자리는... 음, 저쪽 창가자리가 비었네. 저기 끝에 빈자리 가서 앉으렴."
나유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대로 발을 옮겨서 빈자리로 가서 앉았다. 아이들의 속닥거리는 소리가 다 들렸다. '새로운 아이다', '본 적 없는 아이야' 이런 소리들로 가득했다. 귀가 살짝 간지럽다. 자리에 앉아 가방을 옆쪽에 걸어두고 필기구를 꺼냈다. 그러자 옆자리의 아이가 나유타에게 말을 걸었다. 바다처럼 푸른 머리색에 보라색 눈동자를 가진 상냥한 얼굴을 가진 소년이었다. 나유타도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
"안녕, 이름이 아사히라고 했었지? 나는..."
"나나호시?"
"어? 내 이름이 나나호시인 건 어떻게 알았어? 아무튼 잘 부탁해! 그리고 첫 만남에 이런 말 하긴 뭐 하지만 연필 한 자루만 빌려줄래? 깜빡하고 필통을 안 들고 와서..."
헤헤, 머쓱하게 웃는 렌의 얼굴을 보자 나유타는 자리에 일어나 와락 끌어안았다. 심장이 뛰고 있다. 체온이 뜨겁다. 목소리가 들린다. 숨소리가 느껴진다. 살아있어. 작은 몸집이지만 이곳에 살아있다.
"전학생이 렌을 껴안았다!"
주위가 산만해지자 키타자와가 손뼉을 두어 번 쳐서 아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나유타 렌이 당황하잖니. 애정행각은 학교에서 금지다."
"애정행각...."
"칫.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
"선생님한테 너라니... 상당히 발칙한 아이구나. 자, 그럼 나유타의 전학을 환영한다는 의미에서 다들 박수!"
일동이 나유타를 바라보며 박수를 치며 '전학을 환영해~' 따위의 말을 했다. 나유타의 눈에는 키타자와가 아이들 전부를 조종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렌도 나유타를 보며 헤벌레 웃으며 박수를 쳤다.
"넌 왜 쳐."
"아사히 군의 전학을 축하하기 위해...?"
"..... 나유타라고 불러."
"응? 그래도 돼? 그래도 첫 만남부터 이름으로 부르기엔-"
"됐으니까 그렇게 불러."
".... 알았어. 그럼 다시 한번 잘 부탁해.
나유타군."
***
02
나나호시 렌. 하코다테 제1소학교에 재학 중인 조용하고 온순한 성격의 남자아이다. 훗날 아르고나비스라는 밴드에 들어가 아폴로레코드에 소속되어 보컬을 맡게 되지만, 그 명색이 무색하게 허무한 죽음을 맞이하는 인물이 되어버린다.
렌이 죽고 난 후 나유타는 그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혼자 열심히 조사를 했지만 그 무엇도 제대로 얻지 못하고 그 역시 허무하게 죽었다. 죽기 직전의 범인의 얼굴을 봤지만 그 마저도 흐릿하고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아 눈을 뜨고 과거로 회귀했을 땐 완전히 기억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지금의 렌과 마찬가지로 같은 하코다테 제1소학교를 다니는 전학생이 되었다. 나유타는 애초부터 삿포로에서 유년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하코다테에 올 일이 없는데 어째서인지 이번에 과거로 되돌아왔을 땐 과거가 바뀐 건지 하코다테로 이사 와서 렌을 만나게 되었다. 어쩌면 나유타의 과거가 바뀐 것이 이번 살인사건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우선 범인은 나유타의 아버지, '이류 코가'를 알고 있다. 나유타를 죽이기 전에 했던 말,
'천국에 있는 렌에게 안부 전해줘. 그리고 이류 코가에게도.'
그런 말을 들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말은 나유타가 죽기 직전에 들었던 말이라 더 또렷하게 기억났다. 그 사람의 말투, 목소리, 어떤 마음으로 그 말을 말한 것인지, 의미는 무엇인지 그걸 알기 위해서는 좀 더 조사가 필요했다.
"나유타군?"
"아?"
"무슨 생각을 그렇게 오래해? 음악 시간이라 음악실로 가야 해. 움직이자."
"......"
운명의 장난인지, 아니면 이것도 저 키타자와 '카나메'라는 담임의 소행인지 나유타는 전학 오자마자 렌의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꼬맹이들처럼 학교나 다니고 있을 시간 없어. 나유타는 몸도 작아지고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되어서 매우 언짢았지만 어쩌면 이걸 계기로 렌을 살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소리가 울리고 다른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음악실로 뛰어갔고 렌도 필기구와 음악책을 챙기고 나유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유타 역시 음악책을 하나 챙기고 렌과 함께 교실을 나섰다.
"엇! 눈 내린다."
"눈같은거 지겹도록 봤잖아."
"나유타군이 원래 살던 곳은 어디야?"
"삿포로다."
"같은 홋카이도구나. 거기도 눈이 많이 내리지~ 삿포로는 어때?"
"조용해서 싫진 않다."
"나유타군은 정말 어른스럽다. 말하는 게 우리랑 다른 것 같아."
렌의 날카로운 질문에 움찔했지만 곧내, 진정하고 한마디 더 거들어주었다.
"네녀석이 아이 같은 거겠지."
이 말도 벌써 그가 죽기 전에 몇 번이나 했던 말이다. 렌은 그 말의 뜻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렌이 아니라 미래의 렌과 자신을 죽인 범인을 찾아내는 것이다. 음악실에 도착한 두 사람은 반아이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그것은 두 사람을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놀려주려는 의도가 다분한 눈총이었다.
"선생님~ 쟤네 또 꽁냥대다가 늦었대요~"
"꼬,꽁냥거리지 않았어...!"
꺄르륵 웃는 아이들에게 그런 거 아니라며 해명해 보아도 아이들은 들은 척 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렌의 반응이 웃겨서 더 놀리고 있었다. 렌은 애써 부정하면서 나유타의 눈치를 살폈다. 전혀 미동도 없는 모습. 괜스레 같이 맞서서 아니라고 편을 들어주길 바랐지만 전혀 그러지 않았다.
"꽁냥대는게 뭐 어때서."
".....!!"
"전학생이 렌을 좋아한대요~"
"그,그런거 아니야...!"
"얼레리 꼴레리~"
정말로 다른 아이들보다 쿨하고 성숙한 나유타는 아이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단숨에 눈치챘다. 이런 류의 장난은 오히려 긍정을 하면 바로 장난을 그만두게 되어있다. 분명 렌의 반응이 재밌으니까 더 하는 거겠지. 나유타의 한마디에 반 전체가 잠깐의 정적이 있었지만 바로 아이들은 웃으며 그런 거냐며 둘을 더 놀리기 시작했다. 반 전체가 어수선해지기 시작하자 담임인 키타자와 카나메가 손뼉을 치며 아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자자! 렌도 나유타도 싫어하니까 이제 그만해라. 너희도 어서 자리에 앉아. 그리고 다음부터 늦으면 안된다. 알겠지?"
"네에..."
"칫."
상냥하게 두 사람을 야단치던 키타자와는 렌과 나유타가 자리에 앉은 걸 확인하고는 피아노 의자에 앉아서 반주를 시작했다. 아이들은 반주에 맞춰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동요를 한 구절, 두 구절 부르면서 합창이 시작되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독보적으로 노래를 잘하는 사람도 렌과 나유타였다. 계이름을 제대로 읽지 못해서 박자도 틀리고 음정도 틀리게 부르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렌과 나유타는 음정도 잘 맞고 박자도 잘 맞으며 두 사람의 목소리가 한쪽은 높고 한쪽은 낮아서 완벽한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노래가 끝난 후 키타자와는 박수를 치며 두 사람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렌도 잘부르는건 알고 있었지만 나유타도 정말 잘 부르는구나. 음악학원이라도 다니니?"
"저는 음악학원 안다녀요. 예전에 아빠가 록페스티벌에 데려다준 적이 있는데 거기서 본 공연이 너무 멋있어서 노래에 푹 빠지게 되었어요."
렌은 반짝거리는 얼굴로 술술 말했다. 분명 렌이 봤다는 그 락페스티벌의 주인공은 나유타의 아버지일 것이다. 렌의 말에 나유타는 흠칫했지만 곧네 평정심을 유지하며 키타자와의 질문에 답하려고 고개를 들었다.
"나유타는 음악학원 다니니? 그게 아니면 아버지의 영향?"
"...................하아?"
키타자와는 의미모를 표정을 짓고는 나유타를 보며 한 가지 더 질문을 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아버지의 영향 때문에 노래를 잘 부르게 되었냐고 물을 수 있을까? 그것은 확실하게 나유타의 아버지가 이류 코가인걸 알고 있다는 증거였다. 여기서 아버지가 이류 코가라는 걸 알려줬다가는 키타자와만 좋은 정보를 얻어가는 꼴이 되어버린다. 나유타는 간신히 입을 열고 말을 하려고 하자 속이 울렁거렸다. 음악실에 있는 아이들이 모두 나유타를 쳐다보고 있었다. '뭐 해, 어서 말하지 않고', '아버지가 가르쳐줘서 잘 부르는 거 맞잖아' 라며 비웃는 얼굴이 보였다. 실상은 그렇지 않음에도 나유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웁....."
헛구역질이 나오려고 하는걸 간신히 손으로 막으며 어지러운 속을 달랬다. 하지만 입 밖으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대로 음악실을 박차고 나갔다.
"어라? 나유타군!"
"아이고. 또 천식이 도진 모양이구나."
"네? 나유타군 아파요?"
"전학올때 어머니한테 들었단다. 나유타는 천식이라고 하는 병이 있어서 몸이 많이 안 좋다고 하더라. 그러니 다들 나유타를 너무 놀리거나 하지 말거라. 알았지?"
키타자와는 아이들을 또 다시 안심시키며 음악 시간을 재개하려고 했다. 하지만 렌은 나유타가 나간 그 문만 물끄러미 바라보며 전혀 수업에 집중을 하지 못했다. 역시 걱정이 된 렌은 선생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나유타를 찾으러 나서기로 했다.
"저기 선생님...."
"나유타를 찾으러 가고 싶니?"
"네에... 수업시간에 죄송해요."
"괜찮아. 그보다 선생님이 렌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렌은 키타자와에게 다가가 그의 말을 들었다. 키타자와는 렌에게 더 다가오라고 하며 덩치가 훨씬 작은 렌을 안아 들어 그의 귀에 소곤거렸다. 선생님의 말을 이해한 렌이 다시 바닥으로 내려와 고개를 끄덕이며 음악실 문을 열고 나유타를 찾으러 뛰어나갔다. 렌의 뒷모습을 본 아이들은 자기들도 밖으로 나가고 싶다며 찡찡거렸지만 키타자와는 아이들을 잘 다스리며 다시 피아노 의자에 앉아서 건반에 손을 올려놓았다. 아이들은 절대 모르는 노래를 부르게 하려는 셈이었다. 키타자와의 성이 정말로 키타자와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아이들은 키타자와를 존경하고 신뢰했다. 그가 하는 말이면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니 이번에도 의심하지 않고 노래를 부를 것이다.
"자, 그럼 우린 이어서 노래를 불러볼까? 선생님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인데 한 번 들어볼래?"
-
"나유타군~ 나유타군~"
렌은 나유타를 찾기에 급급했다. 분명 음악실에서 나갔으면 다시 교실로 돌아갔거나 아프니까 보건실에 갔겠거니 하며 찾아봤지만 그 어디에도 없었다. 혹시 아예 밖에 나갔나 싶어서 눈이 소복하게 쌓인 운동장을 바라보았다.
"역시 밖에 나갔을리는 없겠지..."
"어이."
"....!"
운동장을 나가서 찾아볼까도 생각했지만 그럴 일은 없겠다 싶어서 포기하려는 순간 렌 앞에 나타난 건 나유타였다. 특이하게도 중앙계단 쪽에서 발견되었다. 어째서 중앙계단에 있어?라고 묻고 싶었지만 나유타는 그런 거 물어보지 말라는 표정을 하고 있어서 차마 말하진 못했다.
"키타자와가 날 찾으라고 해서 온거냐?"
"그런거 아니야. 내가 찾겠다고 해서 나온 거야."
"그럼 왜 왔어."
"나유타군 아파보여서... 아프면 같이 병원에 가줄까?"
"됐어. 필요없어."
나유타는 시시한 이유로 찾아온 거면 가라며 렌을 지나쳐 중앙계단에 있는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눈이 보슬보슬 내리고 있었다.
"나유타군은 아빠를 싫어해?"
"......."
"아까 아빠 얘기가 나오니까 그런 표정을 짓길래."
"........"
"키타자와 선생님이 그랬어. 나유타군의 아버지가 엄청 대단한 사람이래. 누군지는 안 알려주셨지만."
"누군지 안알려줬다고?"
나유타는 창문 밖을 바라보다가 렌의 대답에 다시 고개를 돌려서 렌에게 따지듯 물었다. 너무나 강압적인 태도여서 렌도 당황했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 사람은 내 아버지가 누군지 알고 있어. 어쨌든 그 녀석은 위험해. 어째서 꼬맹이들이 그 녀석을 따르는 건지."
"선생님이니까 아시는거 아닐까?"
"그걸 아는 사람이라면 나한테 그런 말 안 해. 그건 분명히 나에게 일부러 말한 거다."
"키타자와 선생님이 싫은거야?"
"키타자와.... 그녀석 이름이 왜 키타자와인지도 모르겠어."
그녀석의 이름은 분명 그땐 나나호시 카나메였어. 그 말은 하지 못했다. 렌은 나유타가 하는 말을 전부 다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가 아버지와 관계가 매우 안 좋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럼 그 얘긴 그만하자! 나유타군 노래 엄청 잘부르더라. 노래 부르는 거 좋아해?"
"......"
노래 부르는것 조차도 아버지에게 강압적으로 행해진 것이다. 렌은 아무것도 모른다. 미래의 렌이라면 몰라도 이곳 학교에 다니고 있는 열 살 언저리의 렌은 아무것도 모른다. 그러니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해줄 수도 없다.
"....싫진 않다."
"그렇구나."
렌은 다시 방긋 웃었다. '나유타군이 노래를 싫어하지 않아서 다행이야'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 말도 미래의 렌에게 들었던 말 중 하나다. 언제였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하지만 역시 키타자와는 위험하다. 이류 코가를 알고 있다. 그리고 렌도 록페스티벌에 가서 이류 코가의 무대를 보고 음악에 빠지게 되었다. 분명 이 시기에는 무언가가 얽혀있다. 그 얽힌 실타래를 풀어야만이 미래로 돌아갈 수 있는 열쇠를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다.
"아참, 그리고 키타자와 선생님이 그러셨는데 나유타군도 이류 코가를 좋아한다면서?!"
"키타자와가..... 그런 말을 했다고......?"
"응! 나도 이류 코가 엄청 좋아해. 예전에 락페스티벌에 갔을 때 노래를 들었는데 정말 멋있었거든. 아까 키타자와 선생님이 나한테 그랬어. 나유타군은 전학 온 지 얼마 안돼서 친해지기 어려운 아이라고. 그래서 좋아하는 연예인 얘기를 하면 친해질 수 있대! 엄청난 고급 정보를 들었지 뭐야~ 그렇구나 노래를 좋아하는 것도 나랑 같은 이유겠네? 신기하다. 어쩌면 우린-"
"키타자와는 어디있지."
"응? 왜그래 나유타군? 너 지금 표정이 굉장히.... 무서워...."
수업이 끝났다는 종소리가 들렸다. 아이들이 우수수 교실에서 빠져나왔다. 중앙계단으로 내려오는 아이들에게 휩쓸려 렌이 나유타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렌은 있는 힘껏 손을 뻗어보았지만 전혀 닿지 못했다. 반대로 그 손을 잡아준 쪽은 그보다 훨씬 나이가 많고 모두의 동경의 대상인 키타자와 선생이었다.
"여기있었구나 둘 다! 한참을 찾았네."
"키타자와 선생님!"
"......"
"이크. 나유타는 표정이 무섭네. 아까 선생님이 한 말 때문에 그런 걸까. 나유타의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렌에게 알려줘도 괜찮을까?"
"하아?"
"어? 선생님은 나유타군의 아빠가 누군지 아세요?"
키타자와의 얼굴에는 음흉한 미소가 지어져있었다. 렌과 나유타를 동시에 들어 올려 한 손에 한 사람씩 안겨졌다. 렌은 여러 번 안긴 적이 있었서 편안하게 안겼지만 나유타는 떨어지려고 발버둥을 쳤다. 그리고 렌이 너무 얌전히 안긴 것도 마음에 안 들었다. 렌은 궁금하다며 손까지 들며 알려달라고 했지만 나유타는 바로 절대 알려주지 말라며 키타자와의 팔을 잡았다. 나유타가 자신의 팔을 잡은걸 눈치챈 키타자와가 씩 웃었다.
"그렇구나. 나유타에게 있어서 렌은 정말 소중한 사람인가보구나."
키타자와는 나유타를 향해 한껏 꿈틀대며 휘어진 눈꼬리를 보여주었다. 눈에는 생기가 전혀 없었다. 소름이 돋았다. 무섭다기보다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상조차 되지 않았다. 키타자와의 다른 쪽 팔에는 렌이 안겨있어서 도무지 진정이 되질 않았다. 혼자라면 모를까 렌이 같이 있어서 더 위험했다.
'역시 나나호시를 죽인건 이 녀석이 틀림없어. 그리고 나와 아버지도....'
하지만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어째서 자신이 과거에 돌아와서 이 '카나메'라는 남자를 봐야 하는 건지. 만약 이 남자가 정말 렌을 죽이려고 한다면 렌을 알기 훨씬 전인 이 과거에 왜 오게 되었을까.
"아무튼 너희 둘 다 모두 나에게 있어선 소중한 제자들이니까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구나."
"네에~"
"........"
그렇게 말하던 키타자와는 다시 렌과 나유타를 사이좋게 내려주었다. 중앙계단에는 세사람만이 남았다. 아까 세차게 달려 나가던 아이들은 모두 운동장으로 나가고 없었다. 차가운 공기가 세 사람 주위를 맴돌았다. 나유타의 표정을 본 렌은 역시 나유타가 선생님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왜 그런 건지 이유라도 알고 싶어서 그에게 다가갔다. 나유타는 렌이 자기에게 오고 있는 걸 눈치채자마자 손을 잡아, 중앙계단을 급하게 내려갔다. 키타자와는 계단 위에서 두 아이가 짧은 다리로 내려가는 걸 유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멀어지는 두 사람을 손등으로 가려보았다. 점점 작아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두 손을 겹쳐서 아이들의 모습을 손으로 잡아보았다. 그리고 두 손을 마구 비벼 찌부러뜨린 후에 손을 펼쳐보면 아이들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그래, 그렇게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려서 멀리 떠나가보렴. 떠나간 그곳엔 코우가씨가 있기를 바라."
-
"헉...헉... 나, 나유타군 잠깐만 쉬자..."
"칫, 그 녀석이 따라오면 안 되는데...."
"선생님 안오셔. 그보다 왜 도망친 거야?"
이렇게 된 이상 나유타는 렌에게 모든걸 말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타자와가 노리는 사람은 분명 렌과 나유타다. 미래에도 그랬듯이 지금 이 순간에도 두 사람을 죽이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 이유 따윈 알 수가 없다. 같이 회귀했나?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만약에 회귀를 했다면 왜 카나메가 '나나호시'라는 성이 아닌 '키타자와'란 성을 쓰고 있는지부터 알아야 했다.
"너 아버지가 저 사람이냐?"
"응? 아니야. 우리 아빠는 다른 사람이야. 성도 다르잖아."
"그녀석이 너한테 아빠라고 부르라고 한 적은 한 번도 없어?"
"으음... 아이들에겐 아빠같은 인상이라서 몇 번 아빠라고 부른 적은 있어. 근데 그건 나만 그런 건 아니고 다른 아이들도 그런 적 있어. 그래도 선생님은 좋은 사람이야. 저번에도 내가 화장실 가는 걸 참다가 바지에 실례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팬티랑 옷도 다 갈아입혀주셨는걸. 긴장하면 그럴 수도 있다며 화도 한 번 안 내셨어."
렌은 자기가 말하고도 부끄러운 이야기라며 다른 친구들한테는 말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나유타는 렌이 하는 말이 전부 사실이라면 키타자와가 렌에게 접근한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째서 아동용 팬티를 가지고 계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역시 구역질이 나는 사람이다. 렌은 곧바로 키타자와를 변호하기 위해 말을 덧붙였다. 자기처럼 긴장하면 바지에 실례를 하는 아이들이 많아서 학교에 여벌용 팬티가 있다고 한다. 나유타는 그 말조차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걸 누구한테 들었냐고 묻자 바로 키타자와한테 들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상한 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야. 당분간 너는 나와 함께 다녀라. 알았어?"
"알았어. 헤헤."
"하, 뭐가 웃겨."
"나말이야, 친구가 별로 없거든. 그래서 지금 이렇게 나유타군이 나한테 먼저 같이 다니자고 말한 게 너무 기뻐. 앞으로 더 친하게 지내자. 서로 집에도 놀러 가고. 엄마랑 아빠가 모두 맞벌이라서 저녁까지 나 혼자 집에 있거든. 그래서 늘 쓸쓸했어. 가끔 키타자와 선생님이 집에 오셔서 밥을 해주시긴 하지만."
"그 사람이 너희 집에도 간 적 있단 말이야?"
"응. 내가 말수도 적고 친구들하고 잘 못지내서 걱정된다며 가정방문 차원에서 가끔 오셔. 부모님도 엄청 좋아하셔!"
"이제 그것도 하지 마. 우리 집에..."
이제 이류 코가는 없다. 그 저택에서 나온 지 오래다. 그러니 이젠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 나유타는 두 눈을 질끈 감고 렌의 손을 잡고 말했다.
"우리 집에 와라. 뭣하면 자고 가도 돼."
"어? 그래도 돼?"
"그래. 키타자와하고 더이상 깊게 지내지도 마."
"왜 그렇게까지 선생님을 싫어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할게. 나도 선생님보다는 또래의 친구가 더 좋은걸."
헤헤, 렌은 생긋 웃으며 나유타가 잡은 손을 다른 손으로 감싸주었다. 그럼 오늘 당장 가도 돼? 렌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질문에 나유타는 그렇게 하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키타자와의 눈길을 피해서 오게 된 곳은 다름 아닌 나유타의 새로운 집이다.
-3에서
03
나유타가 렌의 손을 잡고 찾아간 곳은 다름아닌 자신의 집이었다. 아버지와 이혼하고 어머니 혼자 일을 하러 가신 이후로는 나유타 역시 혼자 집을 지키고 있었다. 추운 겨울날 어린 아이 혼자서 집에 홀로 있는 것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예전의 나유타라면 신경쓰일법 하지만 지금의 나유타는 20세의 생각 그대로 몸만 작아졌기 때문에 할 줄 아는 것은 옛날보다 훨씬 많았다. 찬바람이 쌩쌩부는 추운 날이었다. 두 손을 꼭 잡은 두 사람이 집에 도착하자마 한 일은 따뜻한 우유 마시기였다.
"앗, 고마워 나유타군."
"코코아는 저쪽 선반에 있다."
"나 코코아 좋아하는건 어떻게 알았어?"
".....그냥 그럴 것 같았다."
나유타가 살고 있는 집은 크진 않았지만 두 사람이 살기에는 넉넉했다. 어머니와 함께 자는 방 하나와 옷방으로 쓰고 있는 방 하나가 더 있었다. 좁은 거실에는 작은 탁자가 놓여있었고 잘 나오지 않는 브라운관 tv가 있었다. 눈 때문에 안테나가 구부러져서 영상이 잘 나오지 않았다. 렌은 보고 싶은 티비 프로그램이 있다며 티비를 틀었지만 잘 나오지 않는걸 보고 실망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렌의 축 늘어진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약해진 나유타가 한숨을 내리쉬고는 렌에게서 리모컨을 뺏었다. 몇번 채널을 바꿔도 계속 노이즈가 끼자 짜증이 나기 시작했는지 브라운관을 손으로 두어번 내리쳤다. 큰소리가 나자 깜짝 놀란 렌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유타를 유심있게 쳐다보았다.
"됐다."
"응? 고쳤어?"
"스타파이브인지 그거 볼거잖아."
"나유타군도 스타파이브 아는구나!"
"......"
괜한걸 말했다. 하도 렌이 스타파이브 얘기를 해대서 입에 익숙해져버린 말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눈을 반짝이며 자신에게 엉겨붙는 렌을 간신히 떼어놓고 다시 탁자 위에 앉혔다. 발이 땅에 닿지 않아 까딱까딱 흔들면서 머리 위에 있는 새싹이 둥실둥실 흔들렸다. 곧이어 스타파이브 본방이 시작되었고 렌의 맞은편에 앉아 똑같이 발을 까딱거리며 우롱차를 마셨다. 렌은 여전히 그 스타파이브 영상에 눈을 떼지 못했다. 거의 안까지 들어갈정도로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스타레드다!' '아앗! 악당이 나타났어!' 따위의 말을 하며 즐겁게 감상하고 있었다. 렌이 수다를 떠는 것이 그렇게 귀에 거슬리진 않았다. 이 나이의 몸이라면 나유타의 오랜 질병인 천식이 발병할때지만 공기 좋은 곳으로 이사를 와서 그런가 숨쉬기도 편했고 목상태도 좋았다.
"나유타군 오늘 정말 고마워. 집에 초대해주고."
"원하면 언제든 와도 된다."
"정말? 나 그동안 친구가 없었거든. 그래서 나유타군이 나의 첫번째 친구야."
"......친구."
애인이 아닌 친구로서 살았던 시간이 얼마나 되었는지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 길진 않았다. 오히려 애인으로 지냈던 시간이 훨씬 길었다. 처음 봤던 그 순간부터 렌은 나유타에게 빠져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렌은 나유타를 어느 시기에 만났어도 아마 그를 계속 사랑할 것이다. 지금처럼.
띵동-
평화를 망치는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나유타는 순간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어머니라면 바로 들어왔을테고 아버지는 이 집의 위치를 모른다. 그러니 이 집에 찾아올만한 사람이라 하면 담임인 키타자와 카나메다. 렌이 누가 온것 같다며 탁자에서 폴짝 뛰어 내려와 현관문으로 향하자 나유타가 소리를 치며 렌을 막았다. 나유타의 큰소리에 놀란 렌이 움찔하며 자리에 멈추자 나유타도 자리에서 내려와 렌의 앞에 서서 현관문 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
초단위로 들리는 초인종 소리에 렌도 무서워져서 나유타의 어깨를 붙잡았다. 분명 저 사람은 키타자와다. 문을 열고 싶지 않지만 불이 켜져있고 사람의 형체가 왔다갔다 하는걸 분명 밖에서 봤으니 초인종을 누른 것일테다. 마른 침을 삼켰다. 뒤에는 렌이 숨어있었다. 고작해야 몇센티밖에 차이가 안나는 동갑의 남자아이였지만 훨씬 연약했다. 그리고 지금 나유타는 정신연령이 20세다.
철컥
".....!"
"엣,"
"나나호시 뒷편으로 숨어."
"어,어디로?"
"뒤에 옷장이 있어. 거기 들어가 있어."
"나,나유타군은...."
"빨리!"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안에 있는걸 확인하고 싶은지 현관문 밖에 있는 사람은 문고리를 잡아당기고 세차게 흔들었다. 놀란 렌이 뛰어가 뒤에 있는 옷장 문을 열고 그 안에 몸을 숨겼다. 숨이 가빠온다. 아버지하고는 다른 느낌. 당장이라도 마주치면 죽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절대 문을 열어줄 수 없다. 당장에 렌도 위험하고 자신도 위험하다. 큰일이 나면 어머니까지도 위험해질 수 있다. 눈을 감고 죽기 전의 일을 되짚었다. 렌을 죽였던 그 범인이 키타자와가 맞다면 이류 코가와 나유타를 죽인 범인도 키타자와다. 하지만 지금은 키타자와는 과거의 키타자와. 나유타가 미래에서 왔다는 사실 조차도 모르고 있는게 당연한데 마치 자신은 다 알고 있다는듯이 말했다. 아버지에 대한 것도 알고 있었다. 왜?
"나유타~ 엄마야~ 문 좀 열어줄래?"
이번에는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자신을 꼬드기려고 하고 있었다. 소름끼치도록 어머니와 똑같은 목소리였다. 목소리와 말투도 같았다. 어머니를 만난적이 있나? 만약 있었다면 어머니도 무사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한가지 분명한건 어머니와 함께 있는게 아니다. 이방법도 소용없다고 생각했는지 바깥에 있는 사람은 문을 발로 차며 욕을 내뱉었다.
"쳇, 생쥐 새끼들이 도망을 쳤군....."
인기척이 점점 사라져간다. 여전히 나유타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 창문 밖으로 점점 사라져가는게 보였다. 나유타는 아주 작게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지금쯤 갔을까? 아니, 아직 긴장을 풀어선 안돼. 초단위로 생각이 이리저리 뒤죽박죽 거렸다. 제발 갔기를 기도했고, 반대로 아직 안갔다면 차라리 이대로 경찰이나 다른 어른이 와서 이 사람을 끌어내줬으면 했다. 목구멍 안쪽에서 먼지가 느껴졌다. 폐 안으로 먼지가 들어가 장기를 간지럽혔다. 기침을 나올 것 같아. 숨을 쉬기가 힘들어서 바람 빠진 소리와 함께 색색거리며 헐떡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몽롱해지고 머리가 띵한것이 당장이라도 의식을 잃을 것 같았다. 주위가 조용해진걸 눈치챈 렌이 옷장 속에서 빠져나와 이불을 뒤집어 쓰고 나유타에게로 다가갔다.
"나유타군.... 왜그래.... 이상한 사람 있었어?"
"........"
"나유타군.....? 나,나유타군! 정신 차려!"
더 이상 폐 안으로 공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의식적으로 멈추고 있던 호흡 때문에 산소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아랫입술을 강하게 물어서 정신을 차려보려고 했지만 역시나 무용지물이었다. 사라져가는 의식 속에서 나유타는 렌 앞에서 쓰러졌다.
'이번에도 구하지 못했어.... 과거까지 왔는데.... 빌어먹을....'
-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제대로 눈을 못뜨겠다. 귀에서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리지만 그것이 대화가 되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타.....나.....하하....
"........?"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서 동공을 크게 뜨고 앞을 바라보면 사람의 형체를 한 검은 그림자가 보였다. 지금은 어떤 상황이지? 난 현재로 돌아왔나? 그게 아니면 아직도 어린아이의 몸인가?
- 왜 여기까지 와서 나의 계획을 방해하는거지?
간드러지는 목소리, 부드러운 청년의 목소리에는 날카로운 칼날이 숨겨져있었다. 달콤한 말로 꿰어내려고 해도 소용없어.
"나.....나나호시....."
- 그러니까 왜 계획을 방해하는거냐.
"시....시끄러워..... 네 녀석이 나나호시를 죽인걸 알고 있어..... 지금 그 녀석은 어디있지.....?"
- 왜 그때 죽지 않고 과거로 돌아와서 나를 방해하냔 말이다.
"그...그만....."
- 너를 죽인건 너를 구해내기 위해서라는걸 왜 이해하지 못하는거지? 나나호시 렌. -
-
이 세계에서는 아직 이류 코가는 죽지 않았다. 만약 키타자와 카나메라면 이번에도 이류 코가를 죽이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 그는 일본에 없다. 아사히 부인과 헤어진 이후로 그녀와 아들인 나유타를 보지 않기 위해(덧붙여 월드투어가 결정되어서 피할 수 없었다) 일본을 나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음악을 전하고 있다. 마지막 일본 활동인 록 페스티벌에서 렌은 이류 코가를 보았고 그 이후로 그에게 완전히 푹 빠져서 노래를 즐기기 시작했다. 그에 비해 나유타는 노래를 끔찍히도 싫어하게 되었다. 같은 인물을 보고자랐지만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음악을 하고 싶다는 꿈을 키워준 사람, 음악을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만들어준 사람. 멀리 돌아가게 되었지만 어른이 되고 다시 만난 두 사람은 같은 사람을 두고 대립하기도 했고 서로 사랑하기도 했다. 그 음악은 나에게 맞지 않아. 그래도 너의 노래가 좋아. 전혀 다른 멜로디가 뒤섞여서 새로운 멜로디를 만들어냈다. 그 가운데에는 이류 코가라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이류 코가는 없다. 현재 세계에서 렌이 죽기 1달 전에 이류 코가의 사망 기사가 떴다. 그의 골수팬부터 어린 팬들까지 그의 사망에 매우 슬퍼했다. 아들인 나유타 역시 충격을 받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빌어먹을 아버지였어도 칼에 찔려도 피 한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사람이 죽었다고 생각하니 실감이 나지 않았다. 쟈이로악시아라는 명분으로 장례식에 방문한 나유타는 오랜만에 어머니를 만났다. 어머니는 나유타를 보고 별 말이 없었다. 그사이 많이 야위었다며 손을 어루만져주고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고 싶지 않았을텐데 여기까지 오다니. 대견하네 나유타는."
어머니는 상냥하게 말을 걸어주었다. 부드러운 음색에 순간 긴장의 끈이 풀렸다. 당장이라도 눈물이 흘러나올 것 같았다. 이제 정말 이 세상에 피붙이는 어머니와 자기 둘 뿐이라는걸 알아서일까 더 힘들었다.
"사망신고를 해준 사람은 이 사람이야. 음... 이름이 뭐라고 하셨죠?"
나유타를 끌어안고 그의 등을 쓸어주던 어머니는 자기도 모르게 훌쩍이고는 다시 눈물을 닦으며 침착하게 사람을 소개시켜주었다.
"이거 영광입니다. 쟈이로악시아의 보컬리스트 아사히 나유타죠?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제가 이류 코가의 마지막을 함께 한 사람입니다."
0000 카나메라고 합니다.
-
아버지를 끔찍히도 싫어했다. 그런데도 아버지를 존경할 수밖에 없었다. 재능을 물려준 사람, 음악을 알려준 사람, 나나호시 렌을 만나게 만들어준 사람..... 다양한 수식어를 붙일 수 있었다. 이류 코가에 대해서라면 모르는게 없었다. 죽을때까지도 그 사람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 장례식에 도착해서도 영정사진을 제대로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어머니의 얼굴만 보고 갈 생각이었다. 어머니의 뒤에 있는 사람은 나유타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머리가 또 다시 어지러웠다.
"윽...................."
째각째각, 시계바늘이 2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옛스러운 방, 단열지가 붙은 창문, 뜨거운 열기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수분기를 가득 머금은 음식의 열기다.
"나유타군!"
동그란 자줏빛 눈동자가 보였다. 울먹거리는 눈 아래로 물방울이 맺혔다. 아이의 얼굴을 하고 있는 렌이 있었다. 쓰러진 나유타를 쭉 간병하고 있었던게 틀림없다. 나유타의 얼굴에 물이 떨어졌다. 울상이 된 렌이 계속 울고 있었다. 히끅거리며 어깨를 들썩였다. 도무지 울음을 멈출 기미가 안보였다. 그 울음에는 나유타가 무사해서 다행이라는 안도의 감정이, 나유타가 아플까봐 걱정스러운 감정이, 무서운 일을 당해서 슬픈 감정이, 이제 다시는 자길 혼자 두지 말라는 부탁의 감정이 섞여있었을 것이다. 나유타는 억지로 몸을 돌려서 팔을 뻗어 렌의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었다. 이젠 아픈 일이 없길 바랄 뿐이었다.
"나유타~ 일어났니?"
"엄마....."
"너도 참. 천식호흡기를 잘 챙겼어야지. 렌군이 아니었으면 큰일날뻔했어. 이 아이가 나한테 전화해서 당장 집으로 와달라고 했거든. 지금은 숨쉬기 불편하지 않니?"
어머니의 강단있는 한마디에 나유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봤던 어머니는 한층 더 누그러지고 연약했지만 과거의 어머니는 강인했고 더 씩씩한 사람이었다. 주방에서 죽을 끓이던 어머니는 렌과 나유타에게로 와서 나유타의 몸상태를 살피더니 렌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정말 착한 아이구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렌군의 부모님한테는 내가 전화해놨어. 우리집에서 하룻밤 자고 간다고 했으니까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렴."
"네에~"
"렌군이 나유타 옆에 있어줄래? 아줌마가 렌군 먹을 죽까지 끓여줄게."
"네에~!"
렌은 손까지 번쩍 들며 생긋 웃었다. '칭찬받았다' 그렇게 중얼거리며 반짝거리는 눈으로 나유타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 나유타는 여전히 몸상태가 안좋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누워있을 시간이 없었다. 렌이 덮어준 이불도 마다하고 나유타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나유타의 뒤를 따라다닌 렌도 나유타 흉내를 내며 주변을 한두번 째려봤다.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사람이라곤 아사히 부인 뿐이었다.
"나유타군. 어서 누워야지 빨리 낫는대."
"조용히 해. 아직 녀석이 있을 수도 있어."
"..........나유타군."
"조용히 하라고 했잖아. 나는 지금-"
"카나메는 안올거야."
"...................하?"
악몽이다. 적어도 나유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울렁거리는 사건이 계속해서 일어날리가 없다. 나유타는 눈을 비비고 렌을 쳐다보았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렌의 얼굴이 그림자져서 잘 보이지 않았다. 주방에서는 여전히 어머니가 죽을 끓이고 있었다. 브라운관 tv에서는 오늘의 하코다테 날씨는 영하 15도. 수미터의 눈이 쌓일 것이라고 특보를 날리고 있었다. 나유타는 식은땀을 흘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만약 저기 있는 사람이 나나호시가 아니라면? 나는 무엇 때문에 이 녀석을 지켜주려고 한거지?
"너는..... 누구지?"
"나유타군. 이쪽이야."
"뭣,"
렌은 뒷걸음질 치는 나유타의 손을 잡고 현관문을 열고 같이 집밖을 나섰다. 세찬 눈보라가 치고 있는데도 두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달렸다. 강한 추위와 눈발이 날릴거라는 뉴스하곤 다르게 춥지 않았다. 마치 이 세계에 있는 것 같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나유타는 렌을 불렀지만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정말로 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나호시가 아니야.'
나유타는 있는 힘껏 손을 뿌리치며 그를 멈춰세웠다. 그러자 렌도 달리기를 멈추고 숨을 가쁘게 쉬며 뒤돌아서 나유타를 바라보았다.
"뭐하는 짓이야!? 넌 누구지? 나나호시가 아니면 키타자와냐?"
"그런거 아니야. 난 나나호시 렌이야."
"닥쳐. 내가 아는 나나호시는-'
".....! 나유타군! 뒤에 조심해!"
그 말에 나유타는 뒤를 돌아보려고 하자 렌이 몸을 날려 필사적으로 그를 감싸고 눈밭에 나뒹굴었다. 깡-하는 소리와 함께 쇠파이프의 소리가 들렸다. 그대로 머리에 맞았다면 즉사했을 것이다. 쇠파이프를 가진 사람은 성큼성큼 걸어서 눈밭을 계속 쇠파이프로 찔렀다. 푹푹 눈이 꺼지는 소리만 들릴 뿐, 사람은 없었다. 렌은 나유타의 손을 잡고 눈밭에서 조용히 나와서 계속 뛰었다. 곧이어 숲이 나왔고 그 숲속으로 들어갔다. 나유타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곳에 숲은 없었는데.'
나유타의 집 근처에는 숲이 없었다. 물론 시골이라 산도 많고 숲도 많지만 적어도 나유타의 집 근처에는 없었다. 하지만 집에서 나온지 약 10분만에 숲이 나왔고 그 안으로 계속해서 들어가고 있었다. 나유타는 다시 렌의 손을 뿌리쳤다. 이번에는 렌은 나유타의 손을 천천히 놔주었다. 뒤에 사람은 오지 않았다. 분명 그 사람은 카나메임에 틀림없다. 나유타와 렌을 죽이려고 한 그 괴물이 다시 오고 있었다. 그 전에 나유타는 이 나나호시의 탈을 쓰고 있는 녀석의 정체가 궁금했다. 주위에 카나메를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르고나도 쟈이로도 제대로 알고 있지 않다. 하물며 렌도.....
"너..... 정말 나나호시인거냐....?"
".........."
"내가 알고 있는 나나호시인지를 물었다."
"사실 나도 처음엔 놀랐어. 죽고 나서 다시 살아날줄은 몰랐거든."
과거의 렌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이 렌은 나유타와 마찬가지로 미래에서 카나메에게 죽임을 당하고 과거로 돌아온 진짜 아르고나비스의 나나호시 렌이었다. 렌은 그동안 쌓였던 말을 토해냈다. 말하고 싶었던 것도 모두 참고 어린아이인 척을 하기가 힘들었다며 투덜거리는 말도 했다.
"사실 처음 나유타군을 만났을때 알았어. 너도 나처럼 미래에서 카나메에게 죽임을 당하고 과거로 돌아온거구나 하고. 그런데도 내가 정체를 밝히지 않은 이유는 여기서 나유타군이랑 소꿉친구인채로 지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그러면 안되는데......"
"그럼 나한테 이류 코가 얘기를 꺼낸건...."
"정말 미안해. 시험에 들게 해서. 만약 나유타군이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고 정말로 과거의 나유타군이라면 이류 코가의 말을 꺼내도 이상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일부러 말을 꺼냈던거야. 정말..... 나 못된 짓만 골라서 했네. 어린아이인척 하느라 나유타군의 계획도 다 망쳐놓고 일부러 틀린 말도 하고 정말.... 미안해....흐윽....."
인기척이 느껴졌다. 푹푹 눈을 밟으면서 성큼성큼 지나가는 사람이 뒤에서 나타났다. 아니, 정확히는 사람의 형체를 하고 있는 괴물이었다. 소름끼치게 웃는 얼굴에 번지는 미소가 다가오고 있었다. 뱀이 지면을 기어다니듯 음침한 소리가 눈소리에 묻혀서 뭉개져서 들렸다. 자기를 죽이려고 오는 그 괴물의 목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졌다. 나유타는 등골에 털어 곤두섰다. 하다못해 렌만이라도 빠져나가게 해주길 바랐지만 전혀 되지 않았다. 발은 떨어지지 않았고 귀가 먹먹해졌다. 침 삼키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하지만 그 외의 다른 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 "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하나도 안들려. 차라리 악몽이길 바랐다. 렌이 죽었던 그 시간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이 모두 악몽이길 바랐다. 나유타는 머리를 감싸쥐며 고개를 푹 수그렸다. 새하얀 눈이 보였다. 눈은 전혀 차갑지 않았다. 장갑도 목도리도 얇은 옷 한장을 입고 온게 다였는데도 전혀 춥거나 하지 않았다. 이것도 미래에서 와서 그런걸까. 정신이 몽롱해질 때즈음에 누군가가 나유타의 팔을 잡아 끌었다.
"나유타군! 뛰어!"
자줏빛의 눈동자에 고여있는 눈물이 눈을 두어번 깜빡이자 흘러내렸다. 눈의 결정이 그 눈물에 녹아 들어가 반짝였다. 나유타를 일으킨 렌이 그의 손을 잡고 전속력으로 달렸다. 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남자는 뛰어가는 어린 아이들을 눈으로 좇았다. 따라잡을 생각조차 없어보였다. 달리는 도중에도 수시로 뒤를 돌아봤다. 남자는 쫓아오지 않았다.
"이봐."
"응?"
"키타자와 안따라오는데."
"아..... 그래도 달려야해. 나유타군은 미래로 돌아갈거잖아?"
"하?"
미래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어? 그런데 왜 지금까지 알려주지 않았지?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다. 나유타의 앞에 있는 '나나호시 렌'은 정말 그가 알고 있는 카나메에게 죽임을 당한 그 렌이 맞는걸까. 그렇다면 왜 같이 가지 않는거지? 나유타의 표정을 읽은 렌이 뒤돌아서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울상인 표정보다 더 힘들어보였다. 그리고 나유타의 두 귀를 상냥하게 막으며 입모양으로 마음을 전달했다.
사
랑
해
나유타의 동공이 가늘어지며 드디어 렌의 행동을 이해한 나유타가 그의 팔을 잡아끌자 렌은 손을 뿌리치며 그를 밀쳤다. 두 사람이 서있던 곳은 절벽이었다. 설산의 절벽은 새하얗고 안개가 잔뜩 끼어서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즉 여기서 누군가가 죽어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나유타는 그대로 절벽에서 떨어졌다. 강한 겨울바람이 그를 안아들었다. 거센 바람소리에 두 귀가 먹먹해졌다. 상냥하게 쥐어주던 그 귀를 똑같이 나유타가 막아보았다. 그러자 렌이 그동안 나유타에게 하지 못했던 말이 쏟아져서 뇌에 박혔다.
'카나메는 나에게 맡겨. 분명 다 괜찮을거야.'
'나유타군은 어릴때도 노래를 잘불렀구나.'
'아버지 얘기를 해서 미안해. 더 사과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어. 시간이 없었거든.'
'앞으로 10년간은 만나지 못하겠지만 그 이후에 꼭 만나자.'
'너와 만난건 운명이니까.'
'그때가 되어도 나랑 친하게 지내줘.'
'사랑해. 나유타군.'
겨울 바람은 날카롭게 스쳐지나갔다. 렌의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정도로 멀어진 절벽을 향해 허우적대며 손을 뻗어보았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수십키로의 속력으로 떨어지는 순간에도 나유타는 죽음보다도 렌이 걱정되었다. 자신은 이대로 낭떨어지에 쳐박혀 죽을 것이다. 그리고 환생하여 또 미래로 돌아갈 것이다. 렌은 반대로 죽지 않는다. 이 곳에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될까, 아니면 '카나메'에게 또 다시 죽임을 당하고 말까. 몇년이 지나더라도 절대 놓치지 않을 운명의 상대를 이제야 찾았는데 다시 떨어져야한다는 사실이 분하기만 하다. 카나메를 용서할 수 없다. 그런 생각만이 들었다. 곧이어 '차가움'이란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손가락 사이사이에서 느껴지는 눈의 결정과 뼈가 아릴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그를 통과했다. 눈 속에 파묻혀 그 누구도 찾지 못하는 곳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두번째로 맞는 죽음은 쓸쓸했다.
-04에서
***
04
나유타가 세 번째로 눈을 뜬 곳은 병원이다. 이제 슬슬 지겨워질 정도다. 몇번을 루프하는건지 모르겠다. 렌을 살리겠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여기까지 온게 대단할정도다. 이번에는 또 무슨 경우가 자길 기다리고 있을지 생각만 해도 얼굴이 절로 찌푸려진다. 나유타는 침대에 누워서 눈알을 굴리며 주위를 살펴보았다. 1990년대도 아니고 2010년대였다. 제대로 미래로 돌아온 것 같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숨을 한번 크게 들이 마시고는 두 귀를 다시 막았다. 그때처럼 렌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싶었다.
"....타......유......타아....."
역시나 들렸다. 하지만 그 소리가 명확하게 들리진 않았다. 눈을 감고 다시 집중했다. 귀를 막으면 나유타의 심장에다가 렌이 직접 말하는 것 같았다. 적어도 그런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사랑해'같은 말이 아니어도 좋으니 '나 살아있어'라고 말해주길 바랐다. 하지만 어떻게 해도 렌의 목소리는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포기하려고 눈을 뜨려는 찰나,
"나유타군!"
훌륭하게 성장하여 상냥한 얼굴로 나유타를 바라보고 있는 '나나호시 렌'이 있었다. 몇번의 악몽을 거쳐서 다시 만나게 된걸까. 정말 렌이 맞는걸까 나유타는 손을 뻗어서 렌의 얼굴을 만져보았다. 정말 틀림없이 자기가 알고 있는 렌과 똑같이 생겼다. 렌은 나유타의 손을 보더니 두 손으로 그의 손을 감싸쥐고 자신의 뺨에 올려주었다. 놀란 나유타의 표정을 보더니 눈을 내리깔고 그의 손길을 느꼈다.
"돌아올줄 알았어. 어서와."
10년의 세월을 돌고 돌아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렌의 한마디에 나유타는 드디어 이 끔찍한 회귀가 끝났다고 생각했다. 렌이 어떻게 그 상황에서 위기를 잘 빠져나와 이곳에 다시 오게 된지는 모르겠지만 렌이 살아있고 나유타가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다. 이제 이런 짓 안해. 나유타는 속으로 그런 말을 하며 렌의 뺨을 문질렀다. 간지럽다며 푸흐흐 렌이 웃었다. 두 사람이 눈동자를 마주칠수록 과거에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나유타는 렌에게 과거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냐고 묻자 당연히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일한 친구가 되어줘서 고맙다는 말까지 했다. 지금은 친구 이상의 관계지만.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서야 다른 사람들이 나유타의 병실로 모여들었다. 켄타에게 듣기로는 렌은 교통사고를 당해서 죽을뻔했지만 다행히 죽지 않고 치료를 잘 받아서 지금은 문제 없이 일상생활을 하고 있고, 나유타 역시 방금 교통사고를 당해서 병원으로 이송한거라고 한다. 두 사람은 동시에 사고의 원인이 '그 사람'이란걸 알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켄타는 나유타가 정신을 차렸으니 이제 검사를 받으러 가야한다며 그를 데리고 나갔다.
"잘 다녀와."
"아아."
"기다릴게. 하고 싶은 말이 엄청 많아."
".....나도다."
나유타가 나간 병실에서 가만히 기다리던 렌은 뉴스를 틀었다. 속보라며 큰 살인사건이 일어나서 사회가 뒤숭숭해져있었다. 나유타는 물론 렌도 미래로 돌아온지 얼마 안되서 이제 막 적응하고 있었는데 그 사건을 알게 되니 더 충격을 먹었다.
---SYANA 보컬리스트, 이류 코가. 자택에서 숨진채 발견. 살인으로 추정중---
"에....? 원래 세계에서 이류 코가가 죽은건 나와 나유타군보다도 훨씬 전이잖아. 그렇다는건....."
어쩌면 이 루프는 아직 끝나지 않은걸지도 모른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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